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6)
#115화.
서우진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소년들은 솔직히 신경쓸 필요도 없었기에, 경계조차 하지 않았다.
‘다행히 모두 있네.’
골드와 기차 티켓, 그리고 스크롤까지.
모두 무사했다.
우두둑-
서우진은 위협적으로 목을 풀며 소년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녀석들은 피식피식 비웃으며 일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뭐, 그렇겠지.’
한국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훈계를 해봐야, 돌아오는 건 비웃음과 시비뿐이다.
그런 녀석들을 건드려 봐야 얻어맞거나, 폭행으로 고소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저 녀석들은 그런 일진 놈들보다 더 거칠고 질이 나쁘다.
실제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려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서우진도 마찬가지다.
그도 일반적인 어른이 아니었다.
“어디 한두 군데 부러질 각오는 해라.”
“그냥 가시라니까요.”
허세라고 생각한 것일까?
놈들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 서우진 앞으로 나오며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에아아악!”
손가락에서 뿌득- 하는 소리가 났다.
덩치 큰 소년은 ‘ㄱ’ 자로 꺾인 자신의 손가락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설마 이렇게 다짜고짜 손가락을 부러뜨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눈을 부릅뜨고 주저앉았다.
“말했지? 부러질 각오 하라고.”
빈말이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려던 대가가 이 정도면 양호한 거 아닌가?
라시드처럼 얼굴을 완전히 짓뭉개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애들이라 좀 봐준 것이다.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지르는 놈을 발로 차서 한쪽 구석으로 치웠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이제야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된 것일까?
녀석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모두 한 번에 쳐!”
아샤드가 소리쳤다.
가장 약해 보이는 주제에, 이들의 대장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동시에 소년들이 기합을 내지르며 덤벼들기 시작했다.
무기라고는 나무 몽둥이 정도였지만, 꽤나 난폭해 보였다.
물론 서우진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악, 내 팔!”
“다리, 다리가 부러졌어!”
싸움은 순식간이었다.
아니, 싸움이라고 부를 것도 없었다.
서우진의 일방적인 폭력이었으니까.
저런 평범한 소년 따위는 열 명이 아니라 천 명이 달려들어도 우스울 뿐이다.
서우진은 최대한 힘을 조절해 가며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는 선에서 응징을 마쳤다.
그 결과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소년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직 서 있는 건 직접 덤비지 않은 아샤드와 멍하니 서우진을 쳐다보고 있는 라니르뿐이었다.
“야, 도둑놈, 라니르라고 했던가?”
서우진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라니르가 흠칫- 놀란다.
“네, 네…….”
여관에서 본 활달함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엿보였다.
“넌 조금 이따 보자. 일단 저 녀석부터 마저 해결하고.”
“이익!”
아샤드의 순해 보이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살기를 풍겼다.
‘역시 저 녀석이 맞네.’
다른 놈들도 미약한 살기를 풍기긴 했지만, 저 녀석은 그중에서도 유독 강렬했다.
저 어린 나이에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표독한 표정을 보며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넌 좀 더 많이 혼나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세상에 해만 끼칠 놈이다.
서우진이 아샤드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아샤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다른 애들이 눈 몇 번 깜빡일 시간에 모두 쓰러졌다.
그런 서우진을 아샤드가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X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행동은 그 반대였다.
서우진에게 달려들기는커녕, 바닥에 떨어진 돈을 향해 뛰었다.
이 와중에도 돈을 챙겨 도망갈 생각을 하다니…….
헛웃음이 절로 났다.
“야, 그거 갖고 튈 수 있겠냐?”
서우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지만, 아샤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빠르게 주워 들곤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응?”
서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돈이야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도망갈 가능성 따윈 없었으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놈의 손에 스크롤이 함께 잡혔다.
저건 실수로라도 여기서 찢어져선 안 될 물건이었다.
준비된 시간에 준비된 장소에서.
그래야만 했다.
서우진이 혀를 차고는 발을 굴렀다.
순식간에 아샤드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손을 뻗는데, 순간 놈이 몸을 틀었다.
알고 피한 건 아니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였는데, 그것이 타이밍 좋게 들어맞았을 뿐이다.
하지만 서우진에게는 불행이었다.
품에 있던 스크롤이 손에 잡혔다.
그리고 방향을 트는 아샤드의 움직임 덕분에 인장력이 발생했다.
그 결과…….
찌익-
깜짝 놀란 서우진이 곧장 손에서 힘을 풀었지만, 한 번 찢어지기 시작한 스크롤은 그대로 마법을 발현시켰다.
쿠우우우우웅-!!
마기가 터져 나왔다.
이곳에 마왕과 관련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마기.
‘디코이’는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법이었다.
서우진은 동심원을 그리며 널리 퍼져 나가는 마기의 파동을 느꼈다.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아, X됐다.”
* * *
도시를 넘어 영지 전체를 감싸는 마기의 향기.
보통의 사람들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가끔 감각에 민감한 이들이나 기사가 그것을 느끼긴 했지만, 그저 조금 불쾌해할 뿐 무엇인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하나.
그 마력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존재들이 있었다.
“이건…….”
숲의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던 다크 엘프.
마을 사람들 사이에 숨어 피를 탐하던 밤의 귀족.
깊은 잠에 빠져 세월의 흐름도 잊은 여룡(驪龍).
그들은 티끌만 한 마기의 향기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마기다. 그분들의 흔적이다.”
움츠리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움직였다.
마기의 근원지를 향해.
* * *
서우진은 아샤드의 팔과 다리를 분질렀다.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상관없었다.
이놈이 한 짓을 생각하면, 사지가 아닌 목을 꺾어놓고 싶었으니까.
‘참자.’
그래도 열몇 살밖에 되지 않는 애를 죽일 순 없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더는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확실한 교육을 시켰다.
뼛속 깊숙이 각인될 수 있도록.
“그럼 이제 넌 어떻게 할까?”
가장 큰 잘못은 아샤드가 했지만, 애초에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리나르다.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해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봐줄 순 없었다.
감히 자신의 돈을 훔치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사, 살려주세요.”
리나르는 사색이 된 채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자신의 잘못을 알긴 아는지, 녀석의 표정은 간절해 보였다.
서우진은 그런 리나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욕설을 내뱉던 아샤드와는 달리 겁에 잔뜩 질린 모습.
그것을 보니 또 마음이 약해진다.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희망을 본 것일까?
리나르의 표정이 살짝 밝아질 때였다.
따아악-!
“으아아아악!”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리나르가 머리를 부여잡고 나뒹굴기 시작했다.
어디 한 군데 부러진 놈들과 별다를 것 없는 고통이 두개골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일단 네 벌은 이 정도로 하자. 그렇다고 끝난 건 아니고.”
솔직한 마음으론 며칠은 두고두고 괴롭히고 싶었지만, 지금은 사태의 수습이 더 급했다.
“엄살 그만 떨고 일어나서 돈 챙겨.”
발로 툭툭- 건드리자 리나르가 끙끙대며 일어나 서우진의 돈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고통보다 서우진이 더 화를 낼까 무서웠다.
“여, 여기…….”
조심스럽게 그러모은 것을 서우진에게 건넸다.
“아, 진짜.”
찢어진 스크롤의 모습에 다시 인상이 찌푸려졌다.
어서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따라와.”
서우진은 리나르를 끌고 다시 여관으로 향했다.
‘지금쯤은 이 일대에 있는 마왕의 추종자들이 전부 느꼈을 거야.’
마왕의 흔적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마기가 흩뿌려졌으니…….
‘이제 곧 몰려오겠지.’
놈들에게 있어 마왕은 신이나 다름없다.
많든 적든, 마왕의 마기가 서린 물건에 신기(神器)라 부르며 성스럽게 여긴다.
그러니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도 움직일 게 뻔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일 확률이 높았다.
게랄드나 레이나 같은 괴물들은 엉덩이가 무거웠으니까.
그래서 서우진이 미끼 역할을 해야만 했다.
용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곳에 마왕의 흔적까지 나타난다면, 그 괴물들도 흥미를 보일 게 분명했으니까.
때문에 여기서부터 리마르탄에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소란을 피워 자신에 대한 소문을 널리 퍼트리려 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끝낸 뒤에 ‘디코이’ 마법을 리마르탄에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일반인들을 대피시키고 검공과 암공, 그리고 제국의 숨겨진 힘이 미끼를 문 괴물들을 잡는다.
그들의 힘이라면 그런 괴물들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꼬여 버렸다.
설마하니 소매치기를 당할 줄이야.
대체 어떻게 자신의 기감을 속이고 돈주머니를 훔칠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리나르.”
앞서 걷던 서우진이 부르자, 소년이 깜짝 놀란다.
“어떻게 한 거지?”
“…어떤 걸요?”
뜬금없는 질문에 리나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 돈주머니를 어떻게 훔쳤냐고.”
진화한 육체의 소유자인 서우진은, 인간을 아득히 벗어난 감각의 소유자였다.
고작 리나르 같은 꼬맹이가 속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걸 해냈다.
서우진의 질문에 리나르가 머뭇거리는 게 보였다.
왠지 뭔가를 숨기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말해.”
서우진이 인상을 쓰며 묻자, 화들짝 놀라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도 제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래서 물건을 훔쳐도 안 걸렸어요.”
그게 가능한 건가?
리나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건 대단한 능력이었다.
일반인도 아니고, 무려 서우진의 감각마저 속일 정도였으니까.
‘인식 장애 스킬 같은 건가?’
용사들 중에 그런 스킬을 지닌 이가 있다고 들어본 적 있었다.
이지아가 옆에서 하도 떠드는 통에 반쯤 흘려들어 확실하진 않지만…….
‘암살자 계열의 직업을 지닌 용사였지, 아마?’
그런데 리나르는 스킬이 아닌, 타고난 능력이었다.
“흐음.”
쓸모가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머릿속으로 계획 하나가 떠오르긴 했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보류.’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한 뒤에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다.
만약 쓸만하다고 판단이 되면, 이 녀석을 수도로 데리고 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알았다.”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미로 같은 골목길을 빠져나가자, 모래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지닌 여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앞이 소란스러웠다.
“그 새끼 나오라고 해! 감히 라시드 님을 건드려?
“제 사정도 좀 봐주십시오. 그놈이 절 이렇게 만들…….”
처음 보는 병사들과 사기꾼 여관 주인이었다.
그들은 여관 앞에서 진을 친 채 서우진을 부르고 있었다.
“하아-”
짜증난다.
가뜩이나 일이 꼬여서 골치가 아픈데, 저딴 놈들까지 신경을 긁는다.
서우진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여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