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7)
116화.
침묵이 내려앉았다.
별다른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우진이 마력을 서서히 끌어올리며 걸음을 옮겼을 뿐.
조금 짜증이 났기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마력이 새어 나왔다.
그래 봐야 대해에서 물 한 바가지 퍼낸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이 짜증나는 상황을 정리하기에는 말이다.
저벅-
오직 서우진의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서우진은 ‘룬 데아’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나를 찾는 이유는?”
목소리가 싸늘하다.
생각지도 않은 변수가 벌어진데다, 그것이 자신의 실수로 인해 일어난지라 심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대책을 생각해야 할 상황에 저런 놈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도무지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우진에게서 나오는 흉포한 마력에 너도나도 겁을 먹고 입을 다문 것이다.
“너.”
서우진의 시선이 다르위시를 향했다.
그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눈알만 데룩 굴리고 있었다.
“왜 여기에 있지?”
서우진이 물었다.
다르위시를 데리러 갔던 경비대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사병들로 보이는 병사들만 있을 뿐이었다.
모가담이 놈을 데리고 여관으로 오라는 명령했으니, 경비대원 역시 이곳에 있어야 했다.
아니면 모가담에게 끌고 가던가.
그런데 경비대원도 없이 혼자 이곳에 있다?
“쯧.”
대충 예상은 갔다.
모가담의 명령을 들었을 때, 마뜩찮아 하던 경비대원들의 표정이 떠올랐다.
‘무슨 커넥션이라도 있나 보지.’
서우진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경비대와 사기꾼이 공생관계에 있든, 기생관계에 있든.
중요한 건 저놈이 지금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
“됐다. 대답하지 마.”
서우진은 다르위시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자, 잠깐!”
그제야 놈이 가까이 오지 말라는 듯 손을 들며 소리쳤다.
물론 서우진이 멈출 리는 없었다.
순식간에 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다르위시의 앞에 도착했다.
그러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룬 데아’를 검집째 뽑아 휘둘렀다.
빠아악-!
최대한 힘은 뺐다.
한 방에 기절하면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고통을 최대한 길게.
다시는 자신의 얼굴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룬 데아’가 춤을 췄다.
1초에도 수십 번.
다르위시는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너무도 끔찍한 고통에 결국 게거품을 물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쿠웅-
덩치 탓에 꽤나 큰 소리가 났다.
‘룬 데아’의 검집에 묻은 피와 땀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딴 놈의 피를 묻히려고 얻은 검이 아닌데.’
서우진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이번엔 병사들을 돌아봤다.
“너흰 뭐지?”
아까 들은 것으로 봐선 라시드의 휘하에 있는 병사들일 확률이 높았다.
“우, 우린…….”
처음의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사람 한 명을 순식간에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을 눈앞에서 직관했으니, 말문이 막힐 만도 했다.
“할 말 있으면 지금 해. 아니면 꺼지고.”
병사들이 머뭇거렸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에라도 몸을 돌려 도망치고 싶었지만, 자신들의 주인을 떠올리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듯했다.
그래서 서우진은 빠른 결정을 위한 선택지를 주기로 했다.
“열 셀 동안 안 꺼지면 그냥 뒤지겠다는 말로 알지. 하나, 둘…….”
서우진이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병사들의 눈이 빠르게 흔들렸다.
“다섯, 여섯.”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이제 곧 십이 다 되어갔을 때였다.
크르륵-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였다.
“이런! 모두 피해!”
세던 숫자를 멈추고 소리쳤다.
하지만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피하라니? 꺼지라는 건가? 따위의 생각을 하는 게 눈에 훤했다.
서우진은 다급한 표정으로 ‘룬 데아’를 뽑아 들며 땅을 박찼다.
콰드드득-!
발에 닿은 땅이 힘을 이겨내지 못해 푹 꺼지며, 서우진이 앞으로 쇄도했다.
힘 조절을 할 시간은 없었다.
전력을 다해 ‘룬 데아’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 아아악!”
“저게 뭐야! 괴물이다!”
“살려주…….”
이미 늦었다.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마수는 순식간에 병사들의 무른 몸을 도륙했다.
네 명의 병사가 찢겨져 나간 뒤에야 ‘룬 데아’가 놈을 막아섰다.
쩌어엉-!
놀랍게도 마수는 서우진의 공격을 막아냈다.
붉은 비늘과 붉은 눈, 그리고 붉은 날개.
마치 인간의 형상을 한 도마뱀같이 생겼다.
평범한 마수가 아니었다.
적어도 부르타엘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 확실했다.
‘젠장, 처음부터 이런 놈이 튀어나온다고?’
제이로닌의 몬스터 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종류다.
얼마나 강한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약점은 무엇인지.
단 하나의 정보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마수였다.
‘곤란한데.’
서우진은 자신을 경계하며 손톱에 묻은 피를 핥는 놈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방금 전의 충돌로 한 가지 정보는 알 수 있었다.
비늘의 강도가 엄청나다는 것.
‘가르아데스보다 단단해.’
그놈의 내구력도 대단한 수준이긴 했지만, ‘룬 데아’의 예리함은 버티지 못했다.
그런데 이 마수는 버텼다.
아무리 창졸지간에 뻗은 검격이라 할지라도, 결코 적지 않은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았다.
서우진은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크르륵-?
마수는 그런 서우진을 보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
‘디코이’.
마기의 향기에 취해 이끌려온 놈이 분명했다.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느껴지는 기운이 그리 크지 않다.
장점이 오직 비늘의 단단함에 몰빵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도망가! 몬스터다!”
“꺄아아악!”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흐, 흐에엑!”
그것은 다르위시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기꾼은 육중한 몸을 뒤뚱거리며 이곳에서 멀어지기 위해 달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먹음직스러웠던 것일까?
마수의 시선이 다르위시를 향했다.
펄럭-
날개가 공기를 밀어내고, 마치 미끄러지듯 그에게 다가갔다.
“어딜!”
서우진 역시 몸을 날렸다.
아무리 자신을 등쳐먹으려고 했던 놈이라 하더라도, 마수에게 죽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룬 데아’와 마수의 비늘이 충돌했다.
카가각-!
쇠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서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꽤나 진지하게 휘둘렀음에도, 여전히 놈의 비늘은 건재했다.
‘그래도…….’
멀어지는 다르위시의 뒤뚱거리는 뒷모습이 보인다.
마수가 공격을 막는 사이에 잘 도망친 것 같았다.
서우진이 주변을 둘러봤다.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녀석은 또 언제 튄 건지.’
분명 자신의 뒤에 있던 리나르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자신의 기척을 감추는 것에 특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아무도 없네.”
서우진이 지켜야 할 민간인이 모두 대피했다.
그 말은 곧,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화르르륵-!
푸른 오러가 피어올랐다.
“이것도 견딜 수 있는지 한번 보자.”
허공에 푸른색의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선에 닿은 마수의 비늘이 지글지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서거어억-!
마수는 재빨리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서우진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쪽 팔이 날아간다.
검은 피가 허공을 수놓았다.
놈의 비명 소리가 귀를 울렸다.
하지만 서우진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위로 올려친 ‘룬 데아’를 빙글- 돌려 그대로 목을 갈랐다.
석둑-!
이변은 없었다.
타오르는 오러가 놈의 비늘을 가열된 버터를 가르는 것처럼, 너무도 쉽게 자르고 지나갔다.
푸화아아악-!
잘린 단면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떨어지는 핏방울이 마치 검은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서우진이 인상을 구기며 뒤로 물러났다.
괜히 마수의 피를 몸에 뒤집어쓸 이유는 없었으니까.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사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경험치는?’
역시나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그 정도로 경험치를 많이 줄 놈은 아니었다.
서우진은 잠시 마수를 쳐다보다 ‘룬 데아’를 집어넣었다.
“이거 진짜 큰일 난 걸지도 모르겠는데.”
이놈은 그리 강한 마수가 아니다.
서우진이 아카데미의 실내 연무장에서 사냥했던 놈들과 비교하자면, 한참이나 약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심각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앞으론 더 강한 놈들이 올 텐데.”
처음이 이 정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수백 마리의 몬스터와 마수가 몰려들 것이다.
그중에는 당연히 방금 사냥한 마수보다 강한 놈들이 즐비할 터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도시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겐 삶의 터전이고, 고향이며, 전부일 것이다.
그런 도시가 피와 광기의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
‘대피가 가능할까?’
모르겠다.
만약 대피시킨다고 해도, 제 시간 안에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직접 이 도시를 지배하는 영주나 시장을 만난 후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서둘러야겠네.”
서우진은 모래의 언덕 여관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수가 병사들을 죽이자마자 도망을 쳤을 테니까.
품에서 골드 두 개를 꺼낸 서우진은 그것을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음식 값과 장사를 방해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몸을 돌려 여관을 빠져나오자, 눈에 익은 소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나르?”
설마하니 도망을 친 게 아니라 기척을 없애고 숨어 있었던 건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당연히 도망쳐서 찾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잘됐다.’
지금은 길을 안내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야.”
서우진이 잔뜩 겁을 먹은 채 눈치를 보고 있는 리나르를 불렀다.
“예, 예. 기사님.”
싸우는 모습을 보곤 기사라고 착각하는 듯했다.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서우진은 호칭을 무시하곤 말을 이었다.
“이 도시를 통치하는 사람이 누구지?”
“…여기요?”
그런 것은 왜 묻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감히 서우진에게 반문할 순 없었는지, 잠깐 생각을 하다 금세 대답했다.
“모히우딘 자작님이세요.”
이 근방의 영지들을 지배하는 영주의 이름이었다.
“성격은 어때?”
“좋으신 분이에요. 영지 발전에도 힘쓰고, 굶는 사람이 없도록 많이 노력하신다고 누나가 그랬어요.”
리나르의 말을 모두 믿을 순 없겠지만, 괜찮은 귀족인 건 맞는 듯했다.
“다만…….”
그런데 리나르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자식 농사는 실패했다고도 했어요.”
그게 힘들긴 하지.
흔한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인성과 품성을 자랑하지만, 유독 자식에게는 약한 아버지.
덕분에 자식이 엇나가도 그것을 바로잡아주지 못해, 결국은 개망나니가 되고는 했다.
이번 경우도 그중 하나인 것 같았다.
“망나니인가 보지?”
서우진이 피식- 하며 묻자, 리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여관에서 기사님에게 묵사발이 났던 분이에요.”
“누구?”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라시드 님이요. 저기 죽어 있는 병사들의 주인이기도 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