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8)
117화.
역시 라시드는 귀족이었다.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게 행동했으니, 당연히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놈이 이곳 영주의 아들일 줄은 몰랐다.
아니,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상황이 좀 바뀌었다.
‘제 자식이라면 끔뻑 죽는 사람이라고 했었지?’
제발 모히우딘 자작이라는 사람이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이였으면 좋겠다.
차오르는 불안감을 억지로 내리누르며, 리나르를 쳐다봤다.
“그 양반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도시를 제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하게 알고 있는 리나르라면, 금세 데려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년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벌써 잊었나 본데. 네가 내 물건 훔쳐간 것에 대가는 아직 남아 있다?”
서우진이 웃으며 말하자 리나르가 움찔- 했다.
“그, 그게 아니라요.”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변명했다.
“굳이 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서요.”
“응? 그건 또 무슨 얘기…….”
말하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곤 주위를 둘러봤다.
본래는 병사였을 고기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마수의 붉은 사체도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네.”
도시 내에서 마수가 출현했고, 병사들이 죽었다.
당연히 기사와 병사들이 출동할 터.
서우진은 그들을 기다리다가, 영주를 여기로 데려오라고 하는 게 더 편했다.
이 참상을 직접 보여줘야 설득하는 것도 수월할 테고.
‘똘똘하네.’
리나르는 상당히 쓸 만했다.
능력도 능력이었지만, 잔머리도 빨랐고 눈치도 좋았다.
이런 녀석을 곁에 두면 상당히 편해질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은 안 되지.’
위험을 대비해 아일린도 떼어놓고 왔다.
그런데 이런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순 없었다.
거둔다고 해도 나중에.
‘이번 일이 좀 마무리되면.’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여관 앞에 놓여 있는 낡은 의자에 앉았다.
곧 여기로 달려올 이들을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서우진은 리나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딱히 쓸모가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함일 뿐.
리나르는 성심성의를 다해 서우진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온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마력이 느껴졌다.
수는 셋.
중급 정도 되는 기사들 같았다.
서우진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너는 뒤로 빠져 있어.”
리나르에게 말하자, 녀석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우진의 뒤에 섰다.
‘허…….’
시야 밖에 나간 것에 불과했는데도, 리나르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탐색’ 종류의 스킬을 지닌 이들이 아니라면, 100명의 용사 중에서도 가장 발달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도 감지할 수가 없다니…….
‘대공이나 게랄드 같은 ‘이능’의 소유자인가?’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서우진은 나중에 찬찬히 알아봐야겠다 생각하며 앞을 쳐다봤다.
은색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어찌나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발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흡!”
기사들은 순식간에 현장에 도착해 눈살을 찌푸렸다.
병사와 마수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안색을 딱딱하게 굳히고는 검을 뽑아 서우진에게 겨누었다.
“정체를 밝혀라.”
절도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참혹한 현장을 보고서도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잘 훈련되어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말이 통하겠다.’
고개를 끄덕인 서우진은 두 손을 들어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제국의 수도에서 온 서우진입니다.”
이름을 밝혔음에도 기사들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신분은?”
기사들 중 한 명이 서우진의 허리에 있는 ‘룬 데아’를 보며 물었다.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라고 해야 할지…….”
“아카데미?”
기사의 눈이 커졌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오직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시골 영지의 기사라 할지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용사 맞습니다. 모히우딘 자작님을 좀 만날 수 있겠습니까?”
뒤에서 헙-! 하는 소리와 함께 리나르가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 * *
“용사가 나를 보자고 한다?”
“그렇습니다.”
보고를 위해 영주성으로 달려온 병사 한 명이 대답했다.
“용사라…….”
모히우딘은 심각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도시를 침범한 마수를 죽인 게 그 용사라 하던가?”
“그렇습니다.”
병사는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서우진, 서우진이라…….”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메르노타인에서 대공과 함께 게랄드를 쫓아낸 용사였지.”
그에 대한 소문은 제국을 넘어 전 대륙에 알음알음 퍼져 나가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대공이 직접 전투에 나선 데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용사가 괴물로 유명한 게랄드를 무찔렀으니…….
소문이 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귀족들 사이에서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찾아오라고 했다지?”
모히우딘이 허허- 웃으며 물었다.
“…송구합니다.”
감히 영주를 오라 가라 하다니.
만약 용사가 아니었다면, 치도곤을 냈을 일이었다.
“나갈 채비를 갖추어라. 초대받았으니,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병사가 나가자 모히우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서우진에 대한 불쾌감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그의 인성이 너무도 뛰어났다.
그런데도 표정을 굳힌 이유는…….
‘병사 다섯이 죽었다.’
자신의 휘하에 있는 이들이 생명을 잃은 것이 너무도 마음 아팠다.
그와 동시에 아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영지의 병사를 사사로이 운용하고, 그로 인해 그들이 죽었다.
이것은 보통 큰 죄가 아니었다.
아무리 영주의 아들이라고는 하나, 월권이며 해석에 따라서는 반역에 준하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히우딘은 아들에게 아무런 죄도 묻지 못했다.
그러기엔 너무도 사랑했다.
웬만한 허물은 모른 척 덮어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지만, 죽은 병사들의 가족에게는 절대 부족하지 않은 보상금을 지급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똑똑-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병사의 말이 들려왔다.
의자에서 일어난 모히아딘은 표정을 감추며 집무실을 나섰다.
이제 수도에서 온 용사를 만날 때였다.
* * *
서우진은 눈앞에 등장한 사람을 가만히 쳐다봤다.
새하얀 피부와 짧게 자른 수염.
풍채는 상당히 좋았고, 인상 역시 푸근하니 선해 보였다.
“모히아딘이라 하네. 부족하나마 이곳의 영주를 맡고 있지.”
그는 서우진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아들이랑은 딴판이구만.’
라니르에게 이미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부자지간이 맞는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네. 메르노타인에서 큰 활약을 한 용사시라던데.”
서우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설마 그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에 당황한 것이다.
“이렇게 용사를 직접 보게 되어 영광일세.”
모히아딘이 허허- 웃었다.
“저야말로 모히아딘 자작님을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서우진도 그와 마주해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한동안 협력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괜히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었다.
“나를 보자고 했다던데,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나?”
단순히 서로 인사를 하기 위함이라거나, 아니면 비밀리에 임무 같은 걸 하고 있다면 성으로 왔을 것이다.
그런데 모히아딘에게 직접 이곳에 와달라고 한 것을 보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
“혹, 저것 때문인가?”
그가 목이 잘린 마수의 시체를 가리켰다.
검은 피가 흘러나와 주변의 땅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치사를 받기 위한 건 아닌 듯하고. 무슨 일인가?”
모히아딘은 일단 서우진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대가를 원한다면 그 이후에 얼마든지 지불할 용의도 있었다.
그에게 서우진은 영지민들을 지켜준 고마운 이였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지켜줄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서우진의 말은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조만간 이 도시를 향해 몬스터와 마수들이 계속해서 들이닥칠 겁니다.”
“…방금 무어라 했나?”
“아카데미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 도시에서 무언가가 발견됐고, 그것에 홀린 놈들이 밀려들 것이라는 이야기.
물론 약간의 거짓말이 가미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서우진의 이야기를 들은 모히아딘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굳어졌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가?”
“곧 검공과 암공이 병력을 이끌고 지원 올 겁니다.”
수호자들의 이름까지 나왔다.
결코 거짓일 수가 없었다.
“그런 이야기라면 성에서 하는 편이 더 나았을 터인데.”
왜 굳이 자신을 여기로 불렀냐는 질문이었다.
“저길 한번 보시죠.”
서우진이 마수의 사체를 가리켰다.
그러곤 기사 한 명에게 검을 휘둘러 상처를 내보라고 부탁했다.
뜬금없는 부탁에 어리둥절해 했지만, 모히아딘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사는 검을 뽑았다.
그리고…
“하압!”
쩌엉-!
당연하게도 비늘은 흠집도 나질 않았다.
당황한 기사가 몇 번이나 더 내려쳐 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웬만한 몬스터들은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중급 기사였지만, 저 마수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저런 놈들 수십, 수백 마리가 몰려올 겁니다.”
모히아딘은 사색이 되었다.
이제야 서우진이 왜 자신을 이곳으로 오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저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를 이곳에 부른 건…….”
“맞습니다. 도시의 모든 사람이 대피해야 합니다.”
저런 마수가 열 마리만 나타나도 분명 희생자가 나타난다.
서우진의 몸은 하나였으니까.
그런데 그 몇 배에 달하는 수가 한 번에 몰려들면 이 도시는 끝장이었다.
“쉽지 않은 일일세.”
“그래도 해야 하죠.”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모히아딘은 무거운 한숨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대피를 시작하면 되겠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에라도 대피를 시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는 피난은 더욱 큰 희생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적어도 안전한 장소에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런 곳이 몇 곳 있긴 하지.”
모히아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예감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아, 그리고…….”
서우진이 모히아딘을 불렀다.
“다른 부탁이라도 있는가?”
“병사 몇 명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힘들다면 경비대원이라도.”
안 그래도 일손이 달릴 터였다.
그런 와중에 병력을 좀 달라는 건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런지 알 수 있겠나?”
역시나 모히아딘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꼭 필요했다.
“야나그다르의 리마르탄에 전할 말이 있습니다.”
검공과 암공.
그 두 사람을 여기로 불러들여야만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