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21)
120화.
‘공격할 곳은 많아.’
크기가 수십 미터에 달하니 당연했다.
북방의 얼음벌레보다도 훨씬 크다.
대충 검만 휘둘러도 어디든 베어낼 수 있는, 살아 있는 표적이다.
물론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였지만 말이다.
카가가각-!
‘지고화’가 깃든 오러가 여룡의 비늘 하나를 갈랐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검은 비늘에는 아주 작은 흠집만이 생겼을 뿐, 전혀 갈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네.’
레이나의 분체도 단번에 불살라 버렸던 ‘지고화’가 오러에 깃들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아무래도 평범한 공격으로는 여룡에게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덧없다.]여룡은 일말의 가치도 없다는 듯, 서우진을 내려다보며 앞발을 휘둘렀다.
눈앞에서 산이 무너지면 이런 느낌이 들까?
저런 거체가 어찌 이렇게 빠를 수가 있는 것인지…….
여룡의 앞발은 순식간에 서우진을 후려쳤다.
퍼억-!
마치 귀찮게 구는 날파리를 쳐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커흑!”
전신을 울리는 거대한 충격에 서우진은 허공을 날았다.
‘젠… 장!’
여룡의 거대한 크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웬만한 공격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육체임에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핏물이 목구멍을 통해 울컥- 하고 넘어온다.
억지로 억누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것을 밖으로 내뱉었다.
“우웩-!”
피를 토한 서우진은 허공에 뜬 채 그대로 여룡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천공검’.
‘낙인’, ‘우라노스의 검’, 그리고 새로 얻었던 ‘분열’이 합쳐진 스킬.
여룡의 머리 위에 거대한 검 열두 자루가 만들어졌다.
하나하나가 거대한 마력을 품고 흑빛 오러까지 일렁이고 있었다.
‘질이 안 되면…….’
양이다.
서우진이 손을 움켜쥐자, 열두 자루의 검이 여룡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콰과과과광-!
10미터에 달하는 검들은 질량도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빛살처럼 낙하한 검들이 여룡의 육체와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해치웠나?’ 따위의 말은 내뱉지 않았다.
이 정도로 죽일 수 있을 만한 괴물이었다면, 애초에 두렵지도 않았을 터였다.
탁-
바닥에 착지한 서우진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도시와는 정반대편이었다.
여룡은 분명 자신을 따라올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시에서 떨어져 싸워야 피해가 덜하리라 판단해, 놈을 유인하려는 것이었다.
폭발과 함께 피어오른 흙먼지가 사라지자, 여룡의 눈이 드러났다.
무감정을 가장한 광기가 서우진을 향했다.
[헛되다.]상처 하나 입지 않은 여룡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서우진의 모습을 가치 없다 판단했다.
[하여 새로운 시작을 기다림이 옳다.]서우진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펄럭-
여룡의 거체가 떠올랐다.
크기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동시에 여룡의 육체가 기다랗게 늘어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서우진의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
“나락살!”
준비하고 있던 스킬을 발동시켰다.
여룡의 발밑에 검은 구멍이 뚫렸다.
챠르르륵-!
동시에 흑빛의 치솟아 오르며 여룡을 휘감기 시작했다.
게랄드조차 당황해했던 ‘나락’과 ‘황혼’, 그리고 ‘오러’가 합쳐져 만들어진 새로운 ‘마왕’의 스킬이었다.
성인 남성의 몸통만 한 굵기의 쇠사슬 수백 개가 여룡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지옥의 심부에서 기어나온 쇠사슬에 담긴 힘은 여룡도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강대했다.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던 놈의 눈이 꿈틀거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서우진은 ‘나락살’이 놈에게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있는 대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까드드득-!
여룡은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지만,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쇠사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흠집도 내지 못했던 용린(龍鱗)이 부서져 나갔다.
검은 피가 쇠사슬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기를 몇 분여.
마침내 여룡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의미 없는 자여. 네 힘에 찬사를 보내노라.]서우진의 힘이 인정을 받았다.
[허나 아직 미흡한즉. 왕의 자격을 증명하라.]여룡의 거체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지옥으로 끌고 가려던 쇠사슬이 녹아내리고, ‘나락’의 구멍이 불타올랐다.
회심의 일격이었건만, 놈을 막아내기는커녕 10분도 채 잡아두지 못했다.
서우진은 고갈된 마력을 다급히 다리로 보내며 땅을 박차 뒤로 몸을 날렸다.
여룡을 중심으로 구 형태로 퍼지고 있는 빛이 심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흙, 공기, 돌.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빛과 닿는 모든 물질이 ‘소멸’되고 있었다.
아무리 서우진이라 하더라도, 저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타다닥-!
다행히 ‘신속’까지 사용하자, 빛에서 빠르게 멀어질 수가 있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도시는 점처럼 작아졌다.
꽤나 멀리 떨어진 것이다.
물론 이 정도 거리는 자신이나 여룡에게 눈 깜빡 할 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우진이 신경을 쓴다면 싸움의 여파에 도시가 휘말릴 걱정은 훨씬 줄일 수 있었다.
서우진은 천천히 이제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는 빛을 보며 숨을 골랐다.
‘호흡이 중요해.’
아일린과 반 슬레인의 가르침을 머릿속에 되뇌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호흡만 안정이 되면 계속 싸울 수 있다.
서우진은 의식적으로 호흡을 가라앉히며 ‘룬 데아’를 다잡았다.
그사이,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락살’은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있었고, 여룡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크리에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X발.’
서우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확실히 여룡은 괴물이었다.
어떤 면에선 게랄드보다도 더했다.
‘특히 저 내구력.’
여룡의 비늘은 서우진이 상대해 본 그 무엇보다도 단단했다.
비록 ‘나락살’에 의해 깨지긴 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
육체를 감싸고 있는 비늘의 대부분은 건재했다.
‘지고화’가 깃든 오러에도 흠집 하나 나질 않을 정도였으니…….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신속’, ‘지고화’, ‘나락살’, ‘천공검’.
이 모든 것이 먹히질 않는다.
이제 쓸 수 있는 스킬은 두 개밖에 없다.
‘광폭’과 ‘염라’.
하지만 이것들 역시 여룡에게 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후우-”
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놈과 싸우면 싸울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전투가 벌어진 지 아직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마력은 빠르게 소모되었고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대로는 모든 마력을 ‘신속’에 집중해 도망만 쳐야 할지도 모른다.
여룡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그마저도 쉽진 않겠지만.
[네 진정한 존재를 보여라.]또다시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서우진이 픽- 하고 웃었다.
“아까부터 계속 쫑알쫑알거리는데…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거든? 알아듣게 좀 말해줘라.”
말을 걸어보았다.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건 아니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여룡이 입을 열었다.
[파멸의 존재. 세계에 종언을 고하는 자. 흑암의 주인이며, 배덕의 시련을 견딜 이여.]“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예상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룡은 서우진이 ‘마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저 말의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무지는 죽음이라. 증명을 하지 못한다면, 네게 남은 것은 사멸뿐.]그 말을 끝으로 여룡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좀 전에도 강력하긴 했지만, 서우진을 가늠해 보겠다는 뜻이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말로 죽일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바로 옆의 공기가 터지며, 서우진이 날아갔다.
아무런 낌새도 없이 시작된 공격은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으로도 미리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고막이 터졌는지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머릿속이 울리며 땅이 울렁거렸다.
아무래도 뇌에 충격이 간 모양이었다.
당장에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 같았지만, 서우진은 초인적인 인내로 버텨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여룡의 발이 서우진을 짓밟기 위해 떨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피하기엔 늦었다.
놈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거기에 거대하기까지 했으니, 놈이 한 발 움직일 때마다 공간이 지배당하는 느낌이었다.
‘염라’.
서우진은 남아 있는 마력을 바닥까지 끌어모아 스킬을 발동했다.
‘룬 데아’에 붉은 기운이 맺혔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생명력을 갉아먹고, 종래에는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서우진의 레벨에 비례했기에, 여룡에게 통할 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가만있을 순 없으니까!’
서우진은 ‘염라’를 두른 ‘룬 데아’를 머리 위로 휘둘렀다.
서걱-!
놀랍게도 여룡의 비늘이 갈라졌다.
검은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며 서우진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고작 그 정도 상처만으로는 놈의 앞발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틈이 만들어질 줄 알았건만…….
서우진의 눈에 절망이 서렸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대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
‘아니, 하나 남았다.’
당장의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서우진은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셀레스티얼 윙!”
등에서 여룡과 같은 흑익이 돋아났다.
동시에 서우진의 능력이 몇 배나 증폭했다.
아직 ‘염라’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은 ‘룬 데아’를 다시 올려쳤다.
콰아아아앙-!
조금 전과는 다르게 붉은 빛이 기둥을 만들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오오오오오-!!!
여룡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서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압살하기 위해 떨어져 내리던 놈의 앞발이 사라져 있었다.
‘염라’에 담긴 기운과 증폭된 마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서우진은 자신의 힘에 감탄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검을 그어 올렸다.
비늘이 갈라지고, 살과 뼈가 분리된다.
미증유의 힘에 여룡은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날개를 자르고, 배를 갈랐으며, 눈 한쪽을 앗아갔다.
여룡은 자신의 육체가 천천히 붕괴되는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아아-]놈의 입에서 숨결이 내뱉어진다.
여전히 가공할 정도의 위력이었지만, ‘룬 데아’는 그것을 반으로 갈라냈다.
그리고 여룡의 목을 베어내기 위해 전력으로 날아올랐다.
아니, 날아오르려 했다.
“커흐윽!”
고작 3분.
서우진에게 허락된 마지막 시간이 그렇게 끝이 났다.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진 서우진은,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죽는다.’
억지로 끌어올린 힘의 대가는 컸다.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건만…….
여룡은 땅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서우진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자격의 증명은 실패했노라.]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음성.
여룡은 지나가던 개미를 밟아 죽이듯, 남은 한 발로 서우진을 짓이겼다.
그렇게 끝이었다.
아니, 끝인 줄 알았다.
[숨겨진 조건이 해방되었습니다.] [봉인된 스킬 ???가 해제됩니다.] [스킬 『마왕화』가 활성화됩니다.]암흑으로 가득찬 서우진의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