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23)
122화.
눈을 떴다.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지며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량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사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방을 넘어 팔방(八方)의 모든 것이 인지 가능했다.
심지어 마력의 흐름까지도 생생하게 보였다.
눈을 반개한 채 자신의 육체를 살폈다.
짓뭉개져 고깃조각이 되었던 몸은 완벽, 그 이상으로 재탄생되어 있었다.
‘외피?’
스킬 ‘마왕화’의 영향인지, 검은색의 단단한 외피가 전신을 뒤덮은 채 마기를 피워 올렸다.
뿐만 아니라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돋아났고, 등 뒤에는 세 쌍의 흑익이 활짝- 펼쳐져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심지어는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자라 있었다.
하지만 가장 변한 것은 그딴 외형이 아니었다.
힘이 넘친다.
아니, 그런 조악한 말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전능(全能).
서우진은 지금의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이었다.
그 말은 곧, 눈앞의 여룡을 손가락 하나로 눌러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게 ‘마왕’.’
서우진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힘에 전율했다.
문득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히아딘이었다.
그는 여룡의 발밑에 자빠진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도시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다 저런 꼴이 된 것 같은데…….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그 책임감과 희생정신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텐데 말이다.
서우진은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모히아딘 따위에게 관심을 줄 시간에, 눈앞의 여룡을 처리하는 편이 나았다.
무감정한 시선을 돌려 여룡을 직시했다.
[아아…….]여룡의 하나 남은 눈동자에 수많은 감정이 담겼다.
경악, 감격, 선망, 그리고 공포.
[때가 되었도다!]여룡이 울부짖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멍하니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질 정도로 강렬한 포효였다.
[비로소 그날이 도래하여, 파멸이 강림하였노라! 엎드려 경배할지어다, 우매한 미물들아! 다가올 종말을 기꺼운 마…….]“시끄러워.”
한 마디였다.
한 줌의 마력도 싣지 않은 단순한 한 마디.
하지만 여룡은 그 단순한 말에 입을 다물었다.
서우진의 명령을 거역할 능력이 놈에게는 없었다.
고개를 들어 수십 미터 높이에 있는 여룡의 눈을 쳐다봤다.
그러곤 다시 한번 명령했다.
“눈깔아, 새끼야.”
콰아아앙-!
순식간에 여룡의 대가리가 땅에 처박히며 먼지구름이 자욱이 퍼졌다.
“으아아악!”
밑에 있던 기사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것에 깔려 죽음을 맞이했다.
“주군! 주군을 모셔라!”
다급한 이들의 음성이 들렸지만, 서우진은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앞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여룡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려왔다.
[종말이여, 세계의 파멸이여.]서우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놈의 음성에는 당황이 서려 있었다.
초월종의 위엄은 사라지고, 절대적인 힘 앞에 움츠러든 도마뱀만 남았다.
서우진은 날아올라 그런 여룡의 대가리에 올라섰다.
저벅- 저벅-
콧잔등 위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여룡은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을 느꼈다.
[아아, 알겠노라. 너는 종말이 아니로구나. 그저…….]“이제 그만 닥치고 죽어라.”
발을 들어 미간을 걷어찬다.
퍼어억-!!
머리를 감싸고 있던 용린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 알려진 용의 두개골이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검은 피와 잔해가 허공을 날아 땅에 떨어졌다.
그것이 끝이었다.
종말의 서막을 알리는 존재, 여룡은 서우진의 발길질 한 번에 머리가 날아간 채 숨이 끊어졌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대체 몇 레벨이나 오른 것일까?
게랄드와 레이나 급 괴물을 홀로 처치한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계속해서 올라오는 글자들을 무시했다.
그보단 다른 것에 관심이 있었다.
“흐음…….”
비루한 놈의 사체를 잠시 내려다보던 서우진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푸슛-!
그러자 여룡의 몸이 들썩이며, 무엇인가가 등을 뚫고 튀어나왔다.
서우진의 몸통만 한 크기의 커다란 보석이었다.
황금빛의 보석은 얼핏 로지 루비가 뱉었던 것과 비슷한 종류 같았지만, 아니었다.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고한 격을 지닌 보물.
바로 여룡의 심장이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쩌적-
손가락에 닿은 여룡의 심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쩌적-!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심장은 잘게 부서졌다.
그러곤 단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서우진의 몸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로지 루비의 보석을 얻었을 때처럼 큰 고통이 느껴지거나, 육체가 진화하지는 않았다.
그와 같은 일을 겪기엔, ‘마왕화’가 이루어진 서우진의 육체는 완전(完全)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만족하며, 몸 안에 넘쳐흐르는 힘을 만끽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앞으로는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가 없다.
그러기엔 서우진이 너무도 강했다.
순간 머릿속에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죽이자.’
그동안 자신을 무시했던 놈들부터 죽여야겠다.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입을 뭉개고 머리를 뽑아버리자.
마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그다음엔 무엇을 할까?
‘그래, 그놈들도 있었지.’
게랄드, 레이나, 그리고 놈들과 같은 추종자들.
그놈들도 죽여야겠다.
숨어 있겠지만,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도 수백 킬로미터 밖에 있는 마기가 손에 잡힐 듯 느껴졌으니까.
마기를 쫓다 보면 그놈들이 숨어 있는 장소도 금세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엔?
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신경에 거슬리는 놈들도 죽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놈도 죽이면 된다.
세상에는 벌레들이 아주 많았다.
‘그래, 저 밑에 있는 놈들처럼.’
서우진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모히아딘을 포함한 기사와 병사들.
도시를 구하겠답시고, 여룡과 맞서 싸울 생각을 한 불쌍한 벌레들.
서우진은 웃음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고작 저런 실력으로 누굴 막겠다고 나선 것인지.
그야말로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놈들 아닌가?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이뤄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벌레들은 서우진을 알아보지 못했다.
외형이 너무 바뀌어서일까?
아니면 믿을 수가 없어서일까?
어쨌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죽을 놈들.
서우진이 손을 들어 그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놈들이 사색이 되어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전투 준비!”
“주군을 모시고 자리를 피하라! 우리는 죽음으로 저 괴물을 막는다!”
기사들이 피를 흘리며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고,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창을 쥐었다.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괴물?”
설마 자신을 말하는 것인가?
“나는 괴물이 아닌데.”
자신은 용사다.
물론 직업이 ‘마왕’이긴 했지만, 괴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성녀’라는 웃기지도 않은 직업의 성유라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상식 있는…….
‘인간? 나는 인간인가?’
서우진의 눈에 혼란이 깃들었다.
‘나는 누구지?’
모르겠다.
마왕인가, 아니면 용사인가.
그것도 아니면…….
“서우진. 그래, 내 이름은 서우진이지.”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
술김에 잘못된 선택을 해서 이 빌어먹을 곳으로 오게 된 불쌍한 놈.
서우진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머릿속이 맑아진다.
동시에 제정신이 돌아왔다.
부상을 입은 모히아딘을 대피시키며,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결사항전을 준비하는 기사와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자신은 저들을 죽이려 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내가 무슨 미친 짓을?’
방금 전까지 품고 있던 생각을 떠올린 서우진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소름이 돋았다.
설마 ‘마왕화’라는 것이, 정말로 ‘마왕’으로 변한다는 것일 줄은 몰랐다.
힘과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이건 내가 아니야.’
서우진이 자아를 되찾을 때였다.
[스킬 『마왕화』를 해제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마왕화』는 패시브 스킬입니다. 해제 시, 다시 조건을 달성해야만 합니다.]글자가 떠올랐다.
‘당연하지!’
곧장 스킬을 해제하려던 서우진이 멈칫- 했다.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이들의 시선을 자각했다.
‘지금은 안 돼.’
만약 ‘마왕화’가 풀려, 서우진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저들이 본다면?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가 될 터였다.
‘다른 곳에 가서 해제해야겠군.’
마침 서우진의 ‘눈’에 적당한 곳이 느껴졌다.
펄럭-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라, 허공을 질주했다.
‘신속’이나 ‘셀레스티얼 윙’을 썼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였다.
순식간에 인적이 아무도 없는 공터에 도착했다.
도시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그제야 서우진은 스킬을 해제했다.
“아…….”
힘이 빠져나간다.
전능했던 힘이 순식간에 사그라지며, 엄청난 탈력감이 몸을 지배했다.
몸을 뒤덮고 있던 외피도, 날개도, 뿔도 모조리 사라졌다.
남은 것은 찢어진 바지 하나뿐.
“하하-”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엄청난 힘이 사라졌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힘에 집어삼켜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기 전에, 본래대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반라가 된 몸을 확인한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어떻게 하지?”
여룡은 죽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끝나진 않았다.
검공과 암공이 와서 ‘디코이’ 마법을 해제해 주지 않으면, 그 효과는 계속해서 이어질 테니까.
“일단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겠다.”
서우진은 무슨 핑계를 대야 할지 고민하며, 터벅터벅 도시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살아 있었나?”
도시에 도착한 서우진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전장을 정리하고 있는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서우진을 발견하자마자 모히아딘에게 보고했고, 덕분에 빠르게 재회할 수 있었다.
“네, 뭐. 어떻게 살아남긴 했네요.”
서우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네.”
휘하 기사의 보고가 그러했으니까.
다행히 여룡을 죽인 괴물이 서우진이라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서우진은 짐짓 모른 척하며 물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네. 자네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력을 모아 출정을 했네만…….”
난데없이 ‘검은 존재’가 출현했고, 그가 여룡을 죽였다.
그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일단은 사태의 수습이 급해 정리부터 하고 있는 중이었네.”
서우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룡을 죽인 놈의 정체는 아직 파악을 못 한 거죠?”
“아쉽게도 그렇다네.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알아볼 틈도 없었지.”
역시 바로 자리를 떠난 게 정답이었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된 건가? 분명 전사했다고 들었네만.”
“아, 그게 말이죠.”
서우진은 대충 둘러대기 시작했다.
놈과의 전투 중에 생각지도 않은 일격에 당해 저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갔다고.
정신을 잃은 탓에 이제야 도착했다는 변명이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스토리였지만, 모히아딘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도시를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여룡과 싸워준 용사의 말이다.
의심하는 것 자체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다행일세.”
모히아딘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서우진의 무사귀환을 축하해 주었다.
‘이런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니…….’
서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왕화’ 스킬의 사용을 자제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다시 조건을 달성해야 하니 사용하기도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