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26)
125화.
“…여룡이라 했나?”
겨울이 온 것 같다.
모가담은 그리 생각했다.
갑자기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고, 조금 어두워진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리나르는 파르르- 하고 몸을 떨었다.
“그, 그렇습니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검은 비늘의 거대한 드래곤이었습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생각해 보면, 여룡 이외의 다른 존재는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모가담은 반짝이는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떨리는 음성으로 보고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어야 할 것이다.”
스트레인의 음성에는 언짢음이 가득해 보였다.
무엇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대한 조심해야만 했다.
암공의 명성은 좋은 쪽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거짓말 아니에요!”
리나르가 소리쳤다.
스트레인의 시선이 소년을 향했다.
“그러니까 어서 도와주러 가야 해요! 용사님이 서두르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거라고……!”
옆에서 아미르가 옷을 잡아당기며 말리지 않았다면, 리나르는 계속해서 입을 놀렸을 것이다.
“여룡이라…….”
리나르의 말에 스트레인은 잠깐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미 늦었겠군.”
계획은 실패다.
스트레인은 그렇게 판단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룡이라면 검공과 암공이, 완벽한 함정을 파둔 리마르탄에서 싸워야 승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었다.
그런 놈을 서우진 혼자 막는다?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꽤 흘렀으니 아마 도시는 파괴되고, 서우진은 죽었을 것이다.
주변의 분위기가 어수선해 산책 겸 나와봤는데 이런 소식을 들을 줄은 몰랐다.
꽤 쓸 만해 보이던 용사 하나를 잃은 것은 안타까웠지만, 계획은 실패였다.
“쯧, 돌아가야겠군.”
스트레인이 몸을 돌렸다.
더는 리나르나 모가담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가치도 없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리나르의 음성이 그의 발을 붙잡았다.
“지금 바로 지원을 가주시는 건가요?”
“지원?”
그의 뒷말에는 ‘내가 왜?’라는 내용이 생략되어 있었다.
“네! 지금 바로 출발하면, 말을 타고 3일 정도 걸리니까… 더 늦지 않게 가야죠!”
허튼 소리다.
암공이 마음만 먹으면 제국 변경의 도시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있던가?
지금 가봐야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만 확인할 게 뻔했다.
암공은 괜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해야 할 건, 검공을 데리고 수도로 돌아가 대책을 세우는 것이었다.
여룡이 깨어났으니, 도시 하나를 파괴하는 것으로 만족할 리가 만무했다.
적어도 제국 남부의 몇몇 지역은 초토화가 될 것을 상정해야만 했다.
걸리라는 사도는 안 걸리고, 네 번째 마왕의 권속이 나타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투성이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입에서 내뱉어진 음성은 더욱 차가웠다.
“네 고향은 이미 파괴되었다. 지금 가봐야 네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시체뿐이겠지. 그래도 가고 싶은가?”
“…시체요?”
“그렇다. 네가 그토록 존경하는 용사도 지금쯤은 한줌 핏물이 되어 있겠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서우진은 여룡에게 한 번 죽었으니, 오히려 정확한 예측이었다.
그저 서우진이 ‘마왕’이었으며, 죽음으로 인해 ‘마왕화’라는 스킬을 각성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리나르는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분명 자신이 본 서우진은 자신만만했다.
기사도 한 방에 때려눕히고, 망나니 라시드도 반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끌려갔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죽었을 리가 없다.
용사는 리나르의 꿈이었으니, 더욱 믿지 못했다.
눈물까지 그렁거리는 소년의 모습에 스트레인이 다가왔다.
“확인하고 싶은가? 원한다면 데려다주지.”
리나르가 바란 것처럼, 지원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이 철없는 소년이 현실을 직시하길 바랐다.
그리하여 희망이 덧없음을 깨닫길.
“손을 잡아라. 네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용사를 보여주지.”
유혹하듯 손을 내밀었다.
아미르는 자신의 동생을 붙잡았다.
모가담도, 바시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본 게 정말로 여룡이고, 서우진이 놈을 막지 못했다면…….
돌아가 봐야 남은 것은 아비규환으로 화한 폐허뿐일 것이다.
암공 스트레인이 허튼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되어 있을 확률이 컸다.
그렇다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피해야만 한다.
아직 어린 리나르가 보기엔 너무도 참혹한 광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아미르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곤 그림자의 유혹을 받아들였다.
“저는 용사님을 믿어요.”
흔들림 없는 눈동자가 스트레인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진심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스트레인이 리나르와 함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 * *
“후우-”
서우진이 심호흡을 했다.
‘기간테라논.’
제이로닌의 도감에도 등장하는 놈이다.
8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거인형 마수.
외눈박이인 사이클롭스와는 달리, 무려 여섯 개의 겹눈이 달렸고, 팔도 네 개였다.
개체수가 극히 드물어 마경 같은 오지에서나 가끔 발견되는 마수라고 했는데…….
“네가 왜 여기 나타나냐.”
근처에는 마경도 없는데 말이다.
서우진은 ‘룬 데아’를 단단히 붙잡았다.
기간테라논은 50레벨 대였다면 확실히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놈이었다.
‘마왕’의 스킬을 사용해도 상당히 힘든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비록 지금은 그때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순 없었다.
‘그런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해.’
스크롤을 도둑맞고, 그것이 찢겨져 도시를 위험에 빠뜨렸다.
그뿐인가?
심지어 자신은 죽을 뻔했다.
아니, 한 번 죽었다.
모든 것이 방심으로 인한 것이다.
고작 열두 살짜리 꼬맹이들도 막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으니 말이다.
리나르의 이능을 핑계댈 것도 없었다.
“야, 덩치.”
서우진이 기간테라논을 불렀다.
그으으-
여섯 개의 눈이 서우진을 내려다보았다.
여룡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까마득한 높이였다.
“그냥 돌아가라고 해도 안 들을 거지?”
그어어어어-!
놈은 당연하다는 듯 포효하며 서우진을 향해 주먹질을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다.”
혀를 찬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마치 포탄이 날아가듯, 서우진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콰과과광-!
네 개의 주먹이 땅을 뒤집어엎는 장면이 아래로 보였다.
하지만 서우진의 시선은 오직 눈앞의 기간테라논의 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십이천검!”
새로운 스킬을 사용했다.
‘룬 데아’가 파르르- 떨리며 손을 빠져나갔다.
그러곤 곧장 기간테라논을 향해 날아갔다.
무협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기어검!’이라고 소리를 쳤을 광경이었다.
‘룬 데아’는 빛살처럼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기간테라논의 목을 파고들었다.
퍼억-!
피가 튀긴다.
웬만한 아름드리나무보다 몇 배는 두꺼운 목이 두부처럼 꿰뚫렸다.
그르르르륵-!
피고름이 끓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십이천검’의 진짜 능력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번쩌억-!
목에 난 구멍에서 열두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별자리처럼 제자리를 찾아간 빛이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각- 가가각-!
피부가 찢기고, 근육이 분쇄된다.
그리고 이내, 뼈까지 처참하게 갈려나간 채 머리가 분리되었다.
검붉은 피가 폭포처럼 치솟으며 땅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혈우(血雨)가 내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허공을 한 바퀴 돈 후 돌아온 ‘룬 데아’를 손에 쥔 서우진은, 그대로 오러를 피워 올리며 내리그었다.
쩌어어억-!
머리가 사라진 목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일직선의 균열이 만들어졌다.
‘목이 잘려도 재생이 가능하다고 했지?’
그 정도면 트롤보다도 강력한 회복력이다.
하지만 목이 잘린 채로 몸통도 세로로 나뉜 상태에서는 재생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고화.
서우진은 지극히 높은 격을 지닌 불꽃을 소환해 기간테라논의 조각난 육체를 불태웠다.
화르르르륵-!
흑암의 불꽃이 순식간에 번져 나가며, 8미터에 이르는 거체를 뼈째 태우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이것도 재생이 가능하면, 이미 그건 게랄드 급의 괴물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쿠우웅-!
하지만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기간테라논은 대지에 몸을 뉘인 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서우진은 그제야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일련의 일들이, 고작 점프 한 번 뛰었다가 떨어지는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서우진은 ‘룬 데아’를 휘둘러 피를 털어낸 뒤 활활 타오르고 있는 기간테라논의 시체를 바라봤다.
“역시 레벨은 안 오르네.”
지금까지 서우진이 잡은 마수의 숫자는 무려 2백 마리에 가깝다.
대부분은 검을 뽑을 필요도 없는 녀석들이었지만, 가끔 한 번씩 이놈처럼 강한 놈들이 섞여 있었다.
‘이 정도면 하나 정돈 오를 만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레벨 업은 요원했다.
70레벨 대가 되자 필요한 경험치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지금은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적어도 다른 용사들은 그랬다.
아카데미에서의 레벨과 실력의 기초를 다지고, 진정한 성장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부터가 될 터였다.
마왕이 강림하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놈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레벨을 올리기에 최적화 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물론 서우진은 그 수준을 이미 아득하게 넘어서긴 했지만 말이다.
심지어 레벨로는 표시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으니, 전쟁이 시작되더라도 서우진이 위기에 빠질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갑자기 레이나가 튀어나와 목에 송곳니를 꽂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잘 타네.”
크기가 커서 그런지, 불길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됐다.
“오늘은 더 없을 것 같은데.”
‘신룡안’과 기감에 잡히는 놈들이 전무했다.
당분간은 좀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라고 방금 생각 했는데 말이지.”
서우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에 마른침을 삼켰다.
‘괴물이다.’
기간테라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여룡 급인가?’
엄청난 성장을 했음에도 손이 떨려올 정도였다.
“젠장, 저런 놈이 또 튀어나온다고?”
이 근방에 여룡 같은 괴물이 또 있을 줄은 몰랐다.
덜컥 두려움이 솟았지만, 도망칠 순 없었다.
다시 ‘룬 데아’를 뽑아 들고는 ‘신속’을 사용했다.
놈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로 향하기 전에 막아야만 했다.
쐐애애애액-!
‘신속’까지 사용한 서우진의 신형이 압축된 공기를 찢어발기며 마력이 느껴진 곳으로 향했다.
꽈아아앙-!
뒤늦게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대기를 뒤흔들었다.
고작 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마력의 근원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서서 여룡의 시체를 쳐다보고 있는 그림자의 모습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