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28)
127화.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다.
‘아직은 그렇지.’
서우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번 붙어봤다.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니까.
내심 한 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암공은 강했다.
전력을 다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제대로 된 타격은 하지도 못했고, 그의 공격을 막기에만 급급했다.
마왕의 스킬은 사용할 수가 없었기에 정확한 차이는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아직은 암공과 제대로 싸우기엔 부족한 게 확실했다.
‘그래도…….’
저 망할 그림자 정도는 지우고 싶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말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마력을 품고 있는 암영도를 막기 위해 ‘천공검’을 사용했다.
그리고 동시에 ‘십이천검’ 역시 발동했다.
기간테라논을 일격에 죽여 버린 강력한 스킬.
서우진은 어마어마한 마력이 쑥- 하고 몸을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이전이었으면 불가능했겠지만, 지금 서우진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마력 량만을 따지자면, 암공보다도 많을 것이다.
아니, 대부분의 수호자들을 능가한다 자신했다.
단 한 명.
마공을 제외하면 말이다.
미증유의 마력이 담긴 두 가지 스킬이 암영도와 충돌했다.
우지직-
극한으로 압축된 힘을 견디지 못한 공간이 일그러졌다.
빠지지직-!
분열된 ‘천공검’ 수십 자루가 순식간에 분쇄되며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런데도 암영도는 여전히 건재했다.
괜히 신살도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미친……!’
서우진은 경악했다.
저 힘이라면.
저 칼이라면.
여룡의 목조차 충분히 날려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런 걸 나한테 던져?’
혹시 스트레인이 자신을 진짜 죽이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때, ‘천공검’에 담겨 있던 ‘십이천검’이 발동을 시작했다.
한 개의 검 당, 열두 개의 빛이 쏘아졌다.
수십, 수백 개의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우주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아!’
경이로운 광경이다.
화아아아아악-!
허공에 수놓아진 우주가 회전하며 빛을 발했다.
우주의 탄생을 야기했다는 빅뱅이 이러할까?
빛과 그림자.
상반된 두 기운이 충돌하며 순간적으로 눈이 멀 정도로 강한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서우진은 재빨리 팔을 들어 시야를 차단했다.
꽈아아아아아앙-!!!
대지를 뒤흔드는 충격이 전신을 진탕시켰다.
“커헉!”
피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핏방울은 초고온의 열기에 곧바로 증발해 모습을 감추었다.
실눈을 떠 상황을 살폈다.
선명한 칼의 형상을 갖추고 있던 암영도가 사라져 있었다.
‘십이천검’의 위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형태를 잃은 듯했다.
씨익-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막았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줄 알았지만, 스트레인의 공격을 막아냈다.
‘봤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스트레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경악한 표정이 보였다.
‘응?’
뭔가 이상했다.
스트레인의 표정이 보이다니?
서우진은 그제야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못생겼네.’
그가 왜 그림자를 두르고 다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속으로 커다랗게 웃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인간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서우진의 육체로도, 충격의 여파를 견뎌내는 것은 무리였다.
땅으로 추락한 서우진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얼굴에는 만족한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채였다.
[때가 머지않았노라.]누구일까?
한없이 무겁고, 진중하며, 어두운 음성이었다.
[준비하라.]무엇을?
아니, 그보다 누구인지부터 밝히는 게 어떨까?
서우진은 음성의 주인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원하는 대답은 없었다.
[삼아승기겁(三阿僧祇劫)의 광음 간에 멈추었던 굴레가 선회를 시작하였으니, 마땅히 대비하여 운명에 이를지어다.]…진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끝나지 않을 겨울. 보이지 않는 빛.]음성의 무게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결국 서우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 들렸다.
[마(魔)의 군주, 세계의 끝을 맺을 자여. 그대의 시간이 다가왔노라.]서우진의 눈이 번쩍 떠졌다.
“어? 용사님!”
리나르의 외침에 정신이 든다.
‘꿈이었나?’
그런 것치고는 너무도 생생했다.
말의 내용도 그렇고, 느껴지는 불길함도 그렇고.
“괜찮으세요?”
걱정스러운 리나르의 물음에 서우진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머리가 깨질 것 같았지만,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일단 누워 있는 장소는 스트레인과 싸웠던 곳이 아니었다.
아마도 도시의 영주성에 있는 방들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귀족들의 취미가 듬뿍 담겨 있는 화려함이 가득했으니까.
“여섯 시간 정도요. 암공 아저씨 말로는 하루는 못 깨어날 거라고 했는데… 일찍 깨셨네요?”
‘역시 용사’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리나르의 시선에 서우진이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분은 어디 계셔? 설마 리마르탄으로 돌아간 건 아닐 테고.”
“아, 무슨 마법을 해제하러 가신다고 했어요. 겸사겸사 주위 청소도 한다면서. 뭘 청소한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검공이 없어도, 암공 혼자서 ‘디코이’ 마법을 해제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주위에서 몰려들고 있는 마수들을 처리하러 간 건가?’
서우진이 꽤나 많은 수를 막아내긴 했지만, 아직도 남은 놈들이 있었다.
여룡하고도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인 스트레인이 나섰으니, 주변 정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
‘지금쯤이면 끝나지 않았을까?’
리나르의 말에 의하면 여섯 시간이나 지났으니, 스트레인의 강함을 생각하면 웬만한 놈들은 죄다 죽어나갔을 것이다.
“깨어났나?”
그때, 방 안의 그림자가 스르륵- 솟아오르며 스트레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우진은 ‘역시’ 하는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라졌던 그림자는 다시 나타나 스트레인의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순간 웃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오셨습니까?”
서우진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중간에 원치 않은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의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왔다.
그에 대한 예의는 차려야 했다.
‘나보다 강하기도 하고.’
강약약강.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기 위한 현자들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퉁명스럽게 대했다간, 2차전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네가 싸지른 똥은 치웠다. 많기도 하더군.”
“…죄송합니다.”
순순히 사과를 했다.
무려 수호자들 중 두 명이 이번 계획에 참여했다.
거대한 무역 도시 하나를 통째로 비워가며 함정을 파기까지 했다.
과연 그에 대한 예산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서우진이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걸 모조리 말아먹었다.
여룡이 죽었고, 주변의 마수들도 모조리 정리했으니 아무런 성과도 없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우진의 실수가 가려지는 건 아니었다.
“되었다. 어쨌든 소기의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니.”
다른 것은 모두 제쳐 두고서라도 여룡이 그 길었던 생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건 중요했다.
비록 제국이 노렸던 놈이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험한 생명체다.
다른 드래곤과는 달리 파괴를 일삼았고, 마왕에 속한 괴물이었으니까.
여룡의 주인이었던 네 번째 마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그 이후로도 마왕이 강림할 때마다 학살을 저지르며 세계를 유린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놈이 죽은 건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리마르탄에 남아 있을 다리엘은 조금 짜증을 낼 테지만, 스트레인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보다, 네놈.”
‘왜 자꾸 이놈, 저놈 거리는 건질 모르겠네.’
성격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스트레인을 쳐다봤다.
“마지막에 썼던 건 무엇이지?”
‘천공검’과 ‘십이천검’.
이 두 개의 스킬 조합은 무려 신살도라 불리는 암영도조차 막아낼 수 있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스트레인은 물론이고, 서우진조차 예상치 못했다.
만약 이 스킬을 여룡에게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음, 무리겠네.’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괴물 같은 놈이 이걸로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타격이야 입겠지만.
‘잘해야 날개 한쪽? 그게 한계야.’
서우진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았다.
“대답하라.”
서우진이 생각에 잠겨 있자 스트레인이 재촉했다.
“제 스킬입니다만.”
굳이 스킬의 이름까진 밝히지 않았다.
“스킬? 용사들이 사용한다는 그 요상한 기술을 말하는 것이로군.”
말하는 스트레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네놈은…….”
뒷말은 예상이 되었다.
“D급의 ‘검병’이라 하지 않았던가?”
역시나 서우진의 예상이 맞았다.
100명의 용사 중 독보적으로 최하위의 등급이다.
그런 놈이 지금의 백시우는 흉내조차 내지 못할 위력의 스킬을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네가 다른 이들에 비해 특출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허나 이 정도일 줄은…….”
미약하긴 하지만, 그의 음성에는 분명히 감탄이 서려 있었다.
“제가 좀 잘 배워서요. 이런저런 기연도 좀 있었고.”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반 슬레인.”
그 말에 스트레인이 북방의 노기사를 떠올렸다.
“그래. 네놈이 그 검귀신에게 배웠다고 했었지.”
도대체 반 슬레인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검공이라 불리는 다리엘도 그렇고, 이제는 스트레인조차도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서우진은 반 슬레인이 자신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착각했었지.’
한 30레벨 정도면 반 슬레인과 비슷한 실력을 갖추게 될 것 같다는 착각 말이다.
그때는 수준이 너무 낮아 보는 눈이 없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지금와서 떠올려 보면, 반 슬레인은 제국의 수호자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강자였다.
대략 90~100레벨.
그쯤 되지 않을까?
“어쨌든 나름 괜찮은 기술이니 조금 더 갈고닦는 것이 좋겠다.”
칭찬인지 아닌지 모호한 말이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으니, 보완을 한다면 더욱 뛰어난 위력을 보일 테지.”
서우진이 생각하기엔 더없이 강력했지만, 암공의 눈에는 아직 미흡한 듯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본래의 계획은 틀어졌다만…….”
스트레인이 잠시 머뭇하다 입을 열었다.
“합당한 보상이 따를 것이다.”
그 말에 서우진이 눈을 빛냈다.
보상.
그보다 더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황제께서 직접 은혜를 베푸신다 하니, 기대해 봐도 좋을 터.”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내려야만 했다.
황제라니.
제국의 지배자 아닌가?
고작 아카데미의 대련훈련에서 우승을 한 대가로 ‘룬 데아’라는 걸출한 명검을 얻었다.
그런데 황제가 직접 보상을 내린다?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떠날 채비를 갖추어라. 네가 준비되는 대로 수도로 떠날 것이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