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0)
129화.
도착했다.
남부의 작은 도시와는 다른, 수도만의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리나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량한 모래와 내리쬐는 햇볕이 가득한 곳에서만 살다, 진정한 대도시에 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너무 그렇게 둘러보지 마라, 촌스러우니까.”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리나르의 머리카락을 흩트리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가, 같이 가요!”
혹여나 길을 잃을까, 리나르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다행이야.’
수도로 오는 동안, 리나르는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용사보단 영웅이 더 멋있다는 서우진의 사탕발림에 홀라당 넘어가 버린 것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설득이 된 게 다행이다 싶었다.
물론 빈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서우진은 리나르를 제대로 키워볼 생각이었으니까.
자신의 존재감을 지울 수 있는 능력이라면, 녀석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 무서운 검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은 무리지만, 언젠간 수호자들의 눈까지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은밀해질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서우진은 보이지 않는 검 한 자루를 더 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키울 수 있어.’
자신이 반 슬레인에게 배웠던 것처럼, 리나르를 가르치면 된다.
뭐, 고생이야 꽤 하겠지만 원래 꿈을 이룬다는 건 힘들고 고된 법이었으니까.
서우진은 리나르의 훈련 계획을 세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건만,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꽤 오랜만에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리나르.”
서우진은 뒤에서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는 리나르를 불렀다.
“넵, 말씀하세요.”
“일단은 네가 지낼 곳부터 구해야겠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리나르는 아카데미에 출입할 수가 없다.
아무런 자격도 없었으니까.
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외부인을 마음대로 안에 데리고 올 순 없었다.
“저, 저 혼자요?”
이런 상황은 상정하지 못한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테니까.
“길지는 않을 거야. 널 돌봐줄 사람도 구할 거고.”
이번 일에 대한 보상 중 하나로, 아카데미의 총장인 요른과 딜을 해볼 생각이었다.
일이 꼬이긴 했지만, 어쨌든 여룡이라는 거대한 악을 세상에서 지우는 성과를 이룩했으니…….
‘들어주지 않을까?’
웬만해서는 서우진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정 안되면 황제에게라도 말해보지 뭐.’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길어야 일주일.
그 정도면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터.
‘대충 시종 정도로 포장해서 들여온 뒤에 훈련시키면 될 거야.’
서우진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이 녀석이 잠깐 동안 머물 숙소와 보살펴 줄 사람을 찾는 게 더 골치 아팠다.
“일단 여관으로 가볼까?”
돈은 충분하다.
수도의 물가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일주일 정도 방을 잡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괜찮아 보이는 여관을 찾던 서우진이 이내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법의 잔향.
하늘탑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가?
꽤나 노골적인 이름의 고급 여관이었다.
금색의 화려한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갈색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전에 리나르가 소개시켜 주었던 모래의 언덕이라는 여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음식은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여긴…….”
리나르는 왠지 주눅이 든 듯한 모습이었다.
아카데미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지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서 오십시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종업원이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식사하시겠습니까?”
“음, 일단 식사하고 방도 하나 잡고 싶은데요.”
“이쪽으로 저를 따라오십시오.”
종업원은 앞장 서 빈 테이블로 안내를 했다.
“식사는 어떤 걸로 준비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냥 여기서 가장 잘하는 걸로 2인분 주시면 돼요. 아, 그리고 맥주도 한 잔.”
서우진의 주문에 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맥주를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서우진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래의 언덕에서 맛 본 흑맥주가 떠올라, 한 번 주문해 본 것인데…….
“그럼 뭐가 있나요?”
“보르샤 지방의 와인들과 15년 이상의 위스키들이…….”
“거참, 별의별 게 다 들어와서 분위기를 흐리네. 이봐! 요즘 경기가 힘든가? 저런 어중이떠중이도 다 받고.”
종업원의 말을 끊고, 누군가의 거친 음성이 들려왔다.
누가 봐도 명백히 서우진을 향한 시비였다.
자연스레 그쪽을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귀족인가?’
화려한 복식을 보니 평범하지 않은 신분인 것 같았다.
‘제국은 아닌 것 같은데.’
처음 보는 형식의 옷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국 수도에서 볼 수 있는 종류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수도의 귀족들은 저렇게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다.
규율과 법도가 몸에 배여 있었으니 말이다.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지?”
서우진이 웃으며 리나르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양아치는 진짜 어딜 가든 있네요.”
리나르의 고향에서도 그랬다.
그땐 라시드라는 귀족이었지만.
“양아치?”
대화를 들은 것일까?
의자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귀족으로 보이는 놈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게 보였다.
“다시 한번 지껄여 봐라.”
서우진이 아닌, 리나르를 향해 윽박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누구인가?
지금은 얌전한 척해도 고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사고뭉치다.
게다가 지금은 바로 옆에 서우진이 있지 않던가?
고작 저런 위협에 겁을 먹을 리가 없었다.
“양아치.”
그렇게 원하니 어쩔 수 없이 들어주겠다는 태도로 다시 한번 말했다.
“이 새끼가!”
“소, 손님!”
험악한 기운을 풍기며 이쪽으로 다가오자, 당황한 종업원이 그를 말리기 위해 앞을 막아섰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다른 분들께 폐를…….”
“폐는 저놈들이 끼치고 있지 않나? 딱 봐도 촌에서 막 올라온 촌놈들 같은데, 그런 것들이 이런 곳에 들어온 게 폐가 아니면 무엇인가!”
놈은 모두 들으라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이 안에 있는 이들은 자신의 뜻에 동조해 줄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하군.”
누군가의 음성에 양아치 귀족은 그것 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비난의 대상은 서우진이 아닌, 바로 그였던 것이다.
“귀족의 품위를 지켜라. 촌놈은 저분이 아니라 네놈이다.”
“뭐, 뭣?”
얼굴이 붉어진 양아치가 음성이 들려온 곳을 노려봤다.
서우진에게 했던 것처럼, 욕설을 퍼부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음성의 주인 역시 귀족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제국의 대귀족.
“드, 드류나크 후작 각하!”
제국의 살림살이를 도맡고 있는 재상이자, 다섯 명도 채 되지 않는 후작 위에 올라 있는 절대 권력의 소유자.
그런 대귀족이 대체 왜 이런 여관에 있단 말인가?
“가토 왕국의 도르만 남작. 맞나?”
드류나크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도르만 남작이라 불린 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설마 드류나크가 자신을 알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너무도 놀라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대답을 하지 않는군. 이안.”
“하명하시지요.”
드류나크의 뒤쪽에 있던 기사 한 명이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강하다.’
그 기사를 본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최소한 최상급 기사. 적어도 루데인보다는 강해.’
아니, 어쩌면 제국제일인 백금 기사단의 단장 로나인보다도 강할지 모르겠다.
수호자 급을 제외하면 서우진이 본 기사들 중 가장 강했다.
‘후작이라더니.’
그쯤 되면 호위기사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듯했다.
“도르만 남작이 제국에 온 이유는?”
“가토 왕국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용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이유는?”
“최대한 많은 용사의 포섭일 확률이 높습니다. 강림전쟁 이후를 대비하기 위함이겠지요.”
듀르나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놈이 눈앞의 용사도 못 알아보고 시비를 걸었다는 건가?”
도르만이 경악하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설마 저 촌놈처럼 입은 놈이 용사란 말인가? 라는 표정이었다.
‘…대단한데.’
서우진은 그런 도르만인지 도베르만인지를 무시하고 듀르나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용사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단순한 짐작이 아니었다.
서우진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아카데미가 아닌 밖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그, 그게…….”
도르만은 당황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서우진과 드류나크를 번갈아 쳐다봤다.
어느 쪽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할지 갈피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쯧.”
드류나크가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다.
“꺼져라, 다시는 내 눈앞에 모습을 보이지 말도록.”
아무리 제국의 후작이라 할지라도, 타국의 귀족에게 하는 말치곤 지나쳤다.
하지만 도르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그대로 여관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드류나크는 냅킨을 들어 입을 닦아내고는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렇지 않소, 서우진 씨?”
‘역시.’
그는 서우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감사인사부터 했다.
진짜 난감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드류나크 덕분에 상황이 쉽게 풀렸으니 말이다.
“별말씀을. 혹 합석을 해도 괜찮을는지?”
“아, 물론이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드류나크가 직접 이안이라 불린 기사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식사를 다시 차려주겠나? 그리고 맥주도 좀 부탁하지.”
그의 부탁에 종업원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물론입니다.”
‘아깐 안 된다며?’
맥주는 취급하지 않는다던 종업원의 태세전환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다시 정식으로 소개를 하지. 나는 드류나크 지크인. 분에 넘치게 제국의 재상을 맡고 있소.”
서우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후작이라는 작위도 놀라웠는데, 재상이라니?
‘그거 행보관 같은 거 아닌가?’
제국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거물이라는 사실에 서우진은 절로 긴장이 됐다.
“서우진입니다. 이미 아시는 것 같지만요.”
그 말에 드류나크가 미소 지었다.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여러 이야기가 들려오게 마련이라오.”
“예를 들면요?”
“이번 일이 조금 틀어졌지만, 잘 마무리 되었다는 정도? 아, 그리고 이 소년의 이름이 리나르라는 것도 알고 있소.”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소름이 좀 돋았다.
“들어보니 숙소를 구하는 것 같던데, 이 소년을 위한 것이오?”
서우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이 양반은 모르는 게 뭘까?
“그 부분이라면 내가 조금 도와줄 수 있을 듯한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