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1)
130화.
서우진은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처음 보는 귀족.
그것도 후작이라는 거대한 권력자가 다짜고짜 도와주겠다고 하니, 대뜸 의심부터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용사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도르만 남작을 대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그런 단순한 이유일 리가 없었다.
오히려 서우진이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음모가…….
“그리 어렵게 생각할 것 없소. 정말 순수한 호의일 뿐이니까.”
생각이 너무 길었는지, 드류나크가 오해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속마음을 들킨 것이 민망했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아니오. 오히려 내가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미안하구려.”
그가 사과하자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숙소는 괜찮습니다. 여기에서 머물면 될 듯하니.”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드류나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의 있고 정중한 태도로 서우진을 대했다.
그 모습을 보면 터럭만큼의 사심도 품고 있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여전히 찜찜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호의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굳이 도와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거리를 둬보기로 했다.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이 아니라도 다시 마주칠 테니, 그때까진 관계를 보류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원치 않는다니 어쩔 수 없군.”
드류나크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빠르게 본래의 신색으로 돌아온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꽤 큰일을 겪었다 들었소. 여룡이 출몰했다니…….”
“……죽을 뻔했죠.”
실제로 한 번 죽었으니 큰일을 겪은 건 맞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존재’에 의해 여룡이 참살되었다 하니 제국, 아니, 대륙에 있어 참으로 잘된 일이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찔리는 게 있다 보니, 한 마디를 하는데도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있으셨다던데, 혹 보셨소이까?”
“아, 저는…….”
서우진이 고개를 저으려던 때였다.
“용사님은 그때 여룡의 앞발에 맞아서 저 멀리 날아갔었대요. 그래서 못 봤다고 하셨어요.”
조용히 있던 리나르가 갑자기 나서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면서 마치 서우진에게 ‘내 말 맞죠?’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렇습니다. 아쉽게도 당시엔 전장에 없었는지라…….”
“크게 다친 곳은 없소?”
드류나크는 서우진의 민망함을 못 본 척 하며 걱정스레 물었다.
“다행히 레벨 업을 하면서 그때 입었던 부상은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물론 그 후에 스트레인의 시험을 치르며 다시 좀 다치긴 했지만, 그 얘기까진 굳이 해줄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 용사들은 레벨이라는 것이 오를 때마다 몸이 회복된다고 들었소.”
드류나크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래서 다행이었죠. 안 그랬으면 거기서 죽었을 테니까.”
“참으로 다행이오.”
이후의 대화는 평범했다.
중간중간 서우진을 살피는 듯한 눈빛을 하긴 했지만, 대놓고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원하지는 않았다.
드류나크의 부탁 덕분에 맥주도 한 잔 마셨고, 식사도 마쳤다.
확실히 고급 여관이라 그런지, 음식의 퀄리티도 괜찮았다.
비록 맥주는 모래의 언덕에서 마셨던 흑맥주보다 못했지만 말이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으시오. 요른에게 말하면 될 거요.”
“감사합니다.”
딱히 도움을 요청할 일은 없겠지만, 일단 감사는 표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볼 테니, 인사는 짧게 하겠소.”
조만간?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오히려 드류나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이야기를 듣지 못했소? 폐하께서 다음 주에 그대를 황실로 초대하신다 하오.”
“아, 암공께 듣긴 했습니다만. 그게 다음 주인 줄은 몰랐네요.”
“지금쯤이면 아카데미로 초대장이 갔을 거요. 지금부터 준비를 해두는 게 좋겠지.”
서우진은 살짝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과연 황제가 무엇을 보상으로 내줄 것인가?
‘좋은 검 한 자루나 더 받았으면 좋겠는데.’
‘룬 데아’도 명검이긴 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내구력이 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아무리 명검이라 할지라도, 서우진의 강대한 마력을 견뎌내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온전히 견디려면 명검,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기대하셔도 좋을 거요. 폐하께서 손수 신경을 쓰신다 하셨으니. 여룡을 쓰러뜨린 공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오.”
‘비록 직접 잡은 게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오’라는 뒷말은 흘려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봅시다.”
드류나크는 그 인사를 끝으로 여관을 빠져나갔다.
“흠…….”
별다른 일은 없었다.
도르만인지 도베르만인지 하는 귀족이 시비를 걸긴 했지만, 그것은 서우진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드류나크는 정중했고, 서우진에게 호감도 품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에도 찝찝했다.
뭔가 귀찮은 일에 엮일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서우진의 이런 감은 꽤나 정확히 들어맞는 편이었고.
“용사님?”
서우진이 가만히 생각에 빠져 있자, 리나르가 눈치를 보며 조심히 불렀다.
“아, 그래. 네가 머물 곳도 한번 봐야지. 여기요!”
서우진이 손을 들고 작게 소리치자, 대기하고 있던 종업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식사는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아, 네. 맛있더라고요.”
서우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곤 리나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녀석이 머물 방을 좀 보고 싶은데요.”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처음 들어왔을 때 요구했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는지, 리나르의 방은 벌써 손님을 맞을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였다.
“와아!”
당연하게도 방은 좋았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한 인테리어였다.
리나르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안으로 들어가 구경하기 바빴고, 서우진의 동공은 빠르게 떨렸다.
“저… 이렇게 좋은 방일 것까진 없는데.”
한눈에 봐도 비쌌다.
물론 돈이 충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낭비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고작 열두 살짜리 애가 일주일 머물 방에 불과한데…….
“후작님께서 이미 한 달치의 셈을 치르셨습니다.”
“아, 그래요?”
그 양반은 언제 돈까지 냈대.
서우진의 안색이 환해졌다.
찝찝한 건 찝찝한 거고, 이건 이거였다.
속으로 드류나크를 향해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건넨 서우진은 리나르와 함께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용사님! 이거 침대, 침대가 엄청 푹신해요!”
손으로 한번 꾸욱- 눌러봤다.
마치 구름을 누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데서 자면 허리 아플 텐데. 뭐, 본인이 좋다니까 됐나?’
방이 무려 세 개나 있고, 거실에 화장실과 욕실까지 따로 있었다.
완벽한 쓰리룸의 구조에 서우진은 감탄했다.
‘이 정도면 여관이 아니라 호텔 수준 아니냐.’
문득 이런 방은 얼마나 할지 궁금해졌지만, 묻지는 않았다.
드류나크에게 괜히 마음의 빚만 늘어날 듯했다.
“혹시 이 녀석을 좀 돌봐줄 사람도 구할 수 있을까요? 한 일주일 정도?”
“물론입니다. 본점의 여급이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해주세요.”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여 종업원을 데리러 간 것 같았다.
“이리 앉아봐.”
서우진이 거실에 마련되어 있는 소파를 가리키자, 정신없이 방을 구경하던 리나르가 얌전히 앉았다.
“아까 말했다시피,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돼. 할 수 있겠어?”
“네!”
이런 좋은 방에서 지낼 수 있는데 혼자 있는 게 무슨 대수냐는 표정이었다.
“사고치지 말고. 네 고향에서처럼 남들 주머니 털다 걸리면, 여기선 그냥 안 넘어가.”
무려 제국의 수도다.
소매치기를 하다 적발되면, 법대로 처벌을 받을 게 분명했다.
“아무 짓도 안 하고 가만있을 게요.”
서우진은 미심쩍은 눈으로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똘똘한 녀석이니 사고를 치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터였다.
“일주일쯤 후에 데리러 오마. 널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훈련은 그때부터 시작하자.”
“넵!”
리나르가 눈을 반짝였다.
용사가 될 수 없다는 말에 얼마나 실망했던가?
하지만 용사가 아닌, 영웅은 될 수 있다는 서우진의 말에 소년은 새로운 꿈을 가졌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리나르가 남들과는 다른 이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훈련은 고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자신도 그냥 다 포기 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낸다면?
“강해질 수 있다.”
확신한다.
이능과 검술이 합쳐지면, 녀석이 수호자 급의 강자로 성장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따라와.”
“알겠습니다!”
리나르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서우진은 속으로 쓰게 웃으며 녀석의 머리카락을 흐트렸다.
“그럼 난 간다. 사고치지 말고, 일주일 후에 보자.”
“넵!”
일어나서 경례까지 하는 시늉을 하는 놈을 보며 혀를 차고는 방을 나섰다.
밖에는 종업원과 처음 보는 여 종업원이 서 있었다.
“아, 이분입니까?”
중년의 인자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녀석이 사고를 많이 치니, 잘 좀 부탁드릴게요.”
“홀몸으로 6형제를 기른 분입니다.”
서우진의 걱정에 종업원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어우야.’
혼자 6형제를 기를 정도면 리나르를 보살피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
서우진은 안심하며 여관을 나섰다.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네.”
너무 늦기 전에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했다.
요른에게 보고도 해야 하고, 아일린을 비롯한 이들에게도 다녀왔다고 알려야 하니 바빴다.
휘적휘적 거리를 걷다 보니, 금세 아카데미의 웅장한 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놀랍게도 정문에는 요른이 서우진을 마중 나와 있었다.
“오늘 도착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나와 있었는데, 생각보단 늦으셨네요.”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것일까?
엘프의 시간관념이 인간과는 다르단 얘기는 들어보긴 했는데…….
‘설마 아침부터 있었던 건 아니겠지?’
서우진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요른이 하하- 하고 웃었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요. 고작 한 시간 정도?”
그것도 충분히 오래 기다린 것이었다.
서우진은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할 일이 조금 있어서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들어야 할 이야기들이 좀 있으니.”
요른은 예의 총장실로 서우진을 데리고 갔다.
그러곤 이전에 마셨던 그린테일이라는 이름의 차를 한 잔 따라준 뒤 자리에 앉았다.
“대충 이야기는 듣긴 했습니다만,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요.”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의 입을 건넌 것과 직접 설명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으니까.
서우진은 담담하게, 하지만 감출 것은 철저히 감추며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른은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으며 경청했다.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뭔가 생각할 것이 있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눈을 감았다.
“모히아딘 자작이 보았다던 ‘검은 존재’가 마음에 걸리네요.”
그 부분만은 서우진이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반드시 숨겨야 할 사실이었으니까.
거짓을 말한 덕분인지, 그 부분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국에서는 이미 그 ‘검은 존재’라는 것을 쫓기 시작했어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단서 따위는 남겨두지 않았다고 자신하고 있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이 세계는 지구와 다르게 마법과 환상이 존재하는 곳이었으니까.
그런 서우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른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성과가 조금 있었어요. 조만간 그것에 대한 정보가 들어올 것 같아요.”
무표정을 가장했던 서우진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