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2)
131화.
‘어떻게?’
‘무엇을?’
서우진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혹시 떠보는 건가?’
그럴지도 모른다.
제국에서 혹시 의심을 품고 찔러보는 것일 수도 있었다.
“…성과라면?”
다행히 목소리가 떨리진 않았다.
“자세한 건 아직 밝힐 수 없어요. 하지만 제국의 정보조직 중 하나가 꼬리를 잡았다네요. 저도 오늘에서야 들었어요.”
호르륵-
차를 마시는 소리가 거슬린다.
긴장으로 인해 감각이 예민해진 탓이다.
“잘됐네요, 저도 궁금했던 차였는데.”
담담하게 말하는 서우진의 모습에 요른이 미소를 지었다.
“결과가 나오면 서우진님께도 가르쳐 드릴게요. 이번 일에 일등공신이니 알 자격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모르겠다.
대체 무엇을 알아차린 것인지.
그리고 어느 선까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혹시 드류나크도……?’
우연이 아닌, 계획적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도기 시작했다.
‘어쩐지 찝찝하더라니.’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었음에도, 서우진은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생사가 걸린 일이었으니,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무튼 고생하셨어요. 황실에서도 보상을 약속하긴 했지만, 저도 뭘 하나 드리고 싶은데. 혹시 원하시는 게 있을까요?”
서우진은 고민했다.
본래대로라면 리나르를 아카데미로 들일 수 있도록 부탁했겠지만, 지금은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 녀석을 들였다가 일이 잘못 되면?’
리나르가 곤란한 일에 연루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녀석을 여관에 계속 둘 수도 없는 일.
게다가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서우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이번에 아이 하나를 거뒀습니다.”
“아, 이미 알고 있어요. 이름이 리나르였나요?”
역시 요른은 리나르에 대한 것도 알고 있었다.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리나르에 대한 것을 감추었다면, 괜한 의심만 심어줄 뻔했다.
“그 녀석을 아카데미로 좀 들여도 될까요?”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서우진님도 아시다시피, 아카데미에는 아무나 들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아, 물론 이유만 합당하다면 그 정도쯤은 제 선에서 처리해 드릴 순 있어요.”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냥 정이 좀 들어서요. 그곳에 있는 동안 제 일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이 기회에 옆에 두고 제 수발이나 들게 할 생각입니다. 일종의 취업이죠.”
과연 통할까?
요른은 서우진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뱉은 말이 있으니, 그 정도쯤은 제가 해드려야죠. 단, 절차를 생략할 순 없으니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할 거예요. 일주일 정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른은 리나르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듯했다.
물론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의외네요. 그런 사소한 걸 원하실 줄은 몰랐는데.”
“황실에서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아차, 그랬었죠?”
요른이 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이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세요.”
“그럼 전 이만.”
서우진은 최대한 태연한 척 인사를 하고는 총장실 밖으로 걸어나왔다.
뒤에서 왠지 요른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서우진은 한참을 걸어간 뒤에야 한숨을 내쉬었다.
‘…조졌네.’
농담이 아니라 진짜 큰일 났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는 듯했다.
그랬다면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펼쳐지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서우진이 뭔가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검공인가? 아니면 암공? 둘 다일 수도 있겠어.’
지금은 단순히 미심쩍어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 정보단체라는 곳에서 뭔가를 발견한다면 상황이 바뀔 것이다.
‘대체 뭐를 알아차린 건지 알았으면 좋겠는데.’
지금의 서우진에게는 그걸 알아낼 방법이 전무했다.
“쯧.”
답답함에 혀를 찼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었다.
정 안 되면 브리아니를 찾아가서라도 알아봐야만 했다.
그녀라면 서우진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일단 돌아가자.”
이미 밤이 찾아왔다.
서우진은 서둘러 기숙사로 향했다.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 * *
“여룡의 사멸이 확인되었다.”
사자의 음성에는 드물게도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여룡이?”
만사를 귀찮아하던 레이나 역시 놀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니, 걔는 아직 깨어날 때도 아니었잖아. 근데 왜 죽어?”
여룡은 마왕의 강림 직전에나 깨어나도록 되어 있었다.
본래의 역할이 그러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죽었다니 황당할 수밖에.
“까닭은 알지 못하나, 제국의 농간임은 틀림없다.”
사자는 이를 갈았다.
계속해서 계획이 어긋나고 있다.
대공을 죽이라고 보낸 게랄드는 죽었고, 서우진이라는 용사를 납치하는 것도 실패했다.
거기다가 이번엔 여룡까지…….
이대로라면 대계에 심각한 지장이 생기고 말 터였다.
“이거 괜찮겠어? 이러다 그분의 강림이고 뭐고, 죄다 나가리되는 건 아닌지 몰라.”
“언행에 신중을 기해라, 레이나.”
사자의 분노가 그녀를 향했다.
물론 레이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쁜 기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 좋은 소식도 있어? 여룡이 죽은 판에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꽤 대단한 일인가 봐?”
소파에 늘어져 있던 레이나가 눈을 빛내며 사자를 쳐다봤다.
“새로운 왕의 흔적이 발견됐다.”
레이나의 눈이 부릅떠졌다.
여룡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도 더욱 놀란 표정이었다.
“…새로운 왕이라니?”
강림까지는 아직 몇 년이 남았다.
예상까진 5년.
아무리 빨라도 3년이다.
그전까지는 마왕이 세상에 등장할 수 없다.
그런데 새로운 왕이라고?
설마 몰래 강림이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 말도 안 되지.’
불가능한 일일뿐더러,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세상에 내려온 왕이 지금까지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게다가 그분의 강림을 자신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네가 착각한 거 아니야?”
레이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사자를 노려봤다.
기다림에 지쳐 머리가 돌아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레이나는 그런 의심을 했다.
하지만 사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룡의 죽음에 분노하긴 했지만,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저열한 격의 소유자가 아니다.
“확실하다. 순수한 마기의 향. 그것은 왕의 격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면 결코 품을 수 없는 기운이다.”
그제야 레이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런데 왜 아직 조용하지?”
“그분의 뜻을 미욱한 내가 어찌 알까. 그저 기다릴 뿐.”
레이나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맹목적인 믿음도 좋긴 했지만, 사자는 그것이 너무 심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게?”
마냥 앉아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었으니, 뭐라도 해야만 했다.
“네가 나서야겠다.”
“또?”
레이나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바로 얼마 전에 분체 하나가 소멸되는 바람에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힘이나 회복할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또 일을 맡긴다니 짜증부터 일었다.
“중한 일이다. 네 욕망만 채울 생각인가?”
“하…….”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했다.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크루시엘에서 새로운 왕의 흔적을 쫓고 있다.”
“그 음침한 놈들?”
레이나는 이미 몇 번이나 크루시엘의 전투원들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물론 모조리 피를 빨아 저승으로 보내주긴 했지만, 왠지 꺼림칙한 놈들인 건 사실이었다.
이번에 게랄드가 죽은 것도 놈들의 소행이었고.
“놈들의 뒤를 밟아라. 너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터.”
“정보를 빼내오라는 거지?”
“할 수 있다면 왕을 직접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능하면.”
레이나가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돼?”
“여룡이 몸을 뉘인 곳.”
서우진의 뒤를 캐는 이들이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 * *
잠에서 깼다.
어제의 일 때문인지, 괜한 불안감이 들어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후우-”
창밖을 보니 아직 동이 트진 않았다.
“너무 일찍 일어났네.”
어제 돌아와 사람들과 인사하고는 곧장 방으로 돌아와 쉬었다.
그런데도 피로가 가시질 않는다.
어제 너무 긴장한 탓이었다.
‘아직은 너무 이른데.’
걸리지 않는 게 베스트였지만, 만약 그날이 오더라도 최소한 수호자 급 정도는 강해진 이후가 되어야만 했다.
그래야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물론 많이 강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레벨도 76이나 됐고, 여룡의 심장을 흡수하며 완전에 가까운 육체와 마력을 지니게 되었으니까.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제국을 포함한 모든 왕국이 상대라면?
거기에 용사들까지 끼얹어야 하니, 답이 나오질 않는다.
‘2년. 아니, 최소한 1년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그때쯤이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침대 끝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서우진은 이내 씻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다.
일단은 정신부터 제대로 차려야 제대로 머리가 돌아갈 것 같았다.
찬물로 샤워를 하자 조금 머릿속이 맑아졌다.
제복을 갖춰 입고 ‘룬 데아’를 허리에 찬 뒤, 방을 나섰다.
아직 시간이 빠르긴 했지만, 요즘 개인 수련에 소홀했으니 오랜만에 연무장에서 땀을 좀 흘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스르릉-
연무장에 도착한 서우진이 곧장 ‘룬 데아’를 꺼내 들고는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 그었다.
파리 한 마리도 제대로 베기 힘들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하지만 정신을 극도로 집중한 상태로 그어진 일 검은 쉽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사아악-
공간이 갈라진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세한 균열에 불과했지만, 분명 공간을 갈랐다.
이전의 서우진이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경지.
이마에서 난 땀이 뺨을 흘러 턱끝에 맺혔다.
고작 한 번의 휘두름으로도 엄청난 체력과 마력이 소모되었다.
“후우!”
이 정도면…….
게랄드의 공격도 몇 번 정도는, 스킬을 쓰지 않고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대단하군요. 이전과는 천지차이입니다.”
뒤에서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익히 들어본 목소리였다.
서우진은 눈매를 좁히며 뒤를 돌아봤다.
백시우였다.
우연은 아닌 듯했다.
평소 그가 사용하던 연무장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었으니까.
“일이 조금 있어서.”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자, 백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를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뭐. 그렇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줄 이유는 없었다.
그런 관계도 아니었고.
서우진은 백시우의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마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전보다 짙어졌어.’
자신이 아니라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미약했지만, 마기는 마기였다.
백시우의 검이 뽑혀 검날을 드러냈다.
“괜찮으시면 한번 겨뤄볼 수 있을까요?”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묻는 그의 얼굴이 조금 섬뜩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