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3)
132화.
마력이 요동친다.
백시우의 육체에서 흘러나온 거대한 기운이 검으로 밀려들어 가며 순백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아니, 순백은 아닌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우진의 눈에는 확연하게 보였다.
마치 핏줄처럼, 검은색의 마기가 순백의 오러에 퍼져 있는 것을 말이다.
‘저거 위험한 거 같은데.’
자신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직업 덕분인지, 마기와는 상성이 좋았으니까.
하지만 백시우는 다르다.
저놈은 순도 100%의 용사였다.
마기와는 상극.
만약 저대로 계속해서 마기에 침식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절대 좋은 일은 아니겠지.’
지금 눈앞의 모습만 봐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붉게 충혈된 눈.
흉포하게 날뛰는 마력.
그리고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살기.
평소의 백시우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상태.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백시우를 쳐다봤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질책 가득한 음성으로 물었다.
하지만 백시우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반문했다.
“그저 가볍게 한번 겨뤄보고 싶다는 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이 새벽에, 그렇게 살기를 뿜어대면서요?”
퍽이나.
저 살기는 진짜로 상대를 죽이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 놓고 뭐? 가볍게 한번 겨뤄?
‘말 같은 소릴 해야지.’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물론 백시우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이겼는데, 그때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지금은 솔직히 찍어 누를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싸움을 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마기가 느껴진다.
전투의 흥분으로 인해 제어력이 약해지면, 언제든지 폭주할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서우진에게 또 지기라도 한다면…….
‘무조건 마기에 먹힌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확연하다.
마기를 느낀 기사들이 출동할 것이고,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겠지.
아니, 사실 그딴 것보단 다른 게 더 문제였다.
‘나를 향한 의심이 더 커질 수가 있어.’
안 그래도 많은 이의 미심쩍은 눈초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과 싸우던 백시우가 마기를 줄기줄기 뿜어대며 흑화한다?
서우진에 대한 의심은 더욱 깊어지고, 심하면 행동에 제약까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런 일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다.
“살기라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백시우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거짓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됐습니다. 정 겨뤄보고 싶으면 다음 대련 훈련 때…….”
서우진이 슬쩍 몸을 돌리며 회피하려 할 때였다.
“어딜!”
갑자기 백시우가 달려들었다.
대기를 불태우던 오러가 서우진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쯧.”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보기엔, 반응하지 않는 게 더 힘들 정도로 느렸다.
스윽-
한 걸음 옆으로 빗겨 서자, 백시우의 검이 머리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정신 좀 차려라.”
‘룬 데아’ 대신 주먹을 말아 쥐고는 명치에 꽂아 넣었다.
우득-!
갈비뼈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윽!”
백시우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졌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였다.
마치 폭발하듯…….
백시우의 마력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젠장!”
고작 주먹질 한 번이다.
그마저도 전력을 다 하지 않았다.
단순히 제압을 위한 일격에 불과했던 것이다.
“X발, 근데 왜 마기가 발광하냐고!”
백시우를 잠식하고 있던 마기가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 * *
“응?”
총장실에서 한가로이 화초에 물을 주고 있던 요른의 귀가 움찔- 했다.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펴고는 한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기?”
잡티 하나 없이 고운 요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감히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평소의 자상한 미소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대신 싸늘하게 식어버린 차가운 살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피엔느.”
요른의 부름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예를 표하고 있는 여성은 요른과 같은 엘프였다.
그녀는 하명하라는 듯 가만히 고개를 조아린 채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응 3단계를 발동시키세요. 대상은 마기의 소유자. 목적은 멸(滅). 심상찮은 마력도 느껴지니, 방심은 금물입니다.”
“명을 받듭니다.”
대답과 동시에 피엔느의 신형이 사라졌다.
명령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부족하겠군요.”
눈을 감고 마기를 가늠해 보던 요른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피엔느는 강하다.
환상수 일족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무력을 자랑하는 정령기사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마기의 주인은, 그런 피엔느가 아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수호기사들을 대동한다 하더라도 승산이 없겠어요.”
손에 들고 있던 물뿌리개를 내려놓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화아아악-!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의 손에 녹빛의 검 ‘푸르나’가 쥐여졌다.
“아무래도 직접 나서야겠어요.”
요른이 걸음을 옮겼다.
당연한 얘기지만 발걸음의 끝은 마기의 주인, 백시우가 있는 연무장이었다.
* * *
“이 미친놈아! 정신 차리라고!”
서우진이 잽싸게 몸을 날리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백시우는 그것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천뢰.”
하늘에서 수십 가닥의 뇌전이 쏟아져 내린다.
마기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이전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아, 젠장!”
결국 서우진은 ‘룬 데아’를 뽑아 들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맨몸으로는 그의 공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쩌엉- 쩌저저정-!
‘룬 데아’가 떨어져 내리는 뇌전들을 모두 쳐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도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검이었다.
치이익-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충돌의 여파를 모두 해소하지 못한 탓에, ‘룬 데아’에 큰 과부하가 걸렸다.
‘이거 잘못하면…….’
부러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백시우의 공격은 강력했다.
짜증이 치솟아올랐다.
대체 자신이 뭘 했다고 저 난리를 피우면서까지 덤벼드는 건질 모르겠다.
하지만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붉은 눈에 침까지 줄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니, 도무지 대답을 해줄 상태로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그래. 제대로 한번 해보자, 이 새끼야.”
서우진은 질문하는 대신, 검이라도 한 방 먹여주기로 결정했다.
팔다리라도 한 짝씩 잘라내면 더는 발광하지 못하겠지.
마음을 독하게 먹고는 ‘룬 데아’를 고쳐 잡았다.
더는 봐주면서 피하기만 하는 건 사양이었다.
“신속.”
신(神)의 빠름[速]이 육체에 깃든다.
탓-
발을 한 번 구르자, 서우진의 신형이 길게 늘어졌다.
음속을 가볍게 뛰어넘는 속도에, 대기가 압축되며 앞을 가로막았다.
거대한 장막.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을 찢어발겼다.
꽈아아아앙-!
소닉붐이 터져 나오며, 서우진의 속도가 가일층 빨라졌다.
마기로 인해 몇 배는 더 강해진 백시우조차 인지를 하지 못할, 불가해한 속도였다.
피가 뿜어져 나온다.
서걱-!
소리는 그다음이다.
백시우의 붉은 눈이 자신의 왼쪽 어깨를 향했다.
왼팔이 허공에 둥실- 떠올라 천천히 떨어지는 장면이 눈동자에 박혔다.
“아아아악!”
뒤늦게 팔이 잘렸다는 것을 깨달은 백시우가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워!”
하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고작 팔 하나 잘린 것으로는 녀석의 마기를 잠재울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더 흉포해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니 지금 쐐기를 박아야만 했다.
‘죽일 순 없으니.’
‘룬 데아’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둘러졌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다리였다.
아무리 백시우라도 팔다리가 하나씩밖에 남지 않으면 전투는 불가능 할 테니까.
푸른 오러가 백시우의 다리를 자르기 위해 다가갈 때였다.
“멈추십시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바람이 불어왔다.
‘…정령?’
평범한 바람이 아니다.
풍(風) 속성의 정령이 일으킨 바람이 분명했다.
‘요른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엘프인 요른이었다.
하지만 성별이 달랐다.
여성의 음성이었다.
서우진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일단 물러서기로 했다.
찌이익-!
백시우의 다리에 기다란 상처만을 남긴 채, ‘룬 데아’를 회수해 뒤로 몸을 날렸다.
푸슉- 하고 피가 튀는 것이 보였다.
“크으으!”
다리가 잘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큰 부상.
백시우는 곧장 따라오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사이, 누군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났다.
‘역시 엘프네.’
하지만 요른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여성 엘프였다.
그녀는 서우진을 잠시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백시우 님?”
놀람이 서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최강의 용사이자 제국의 모든 지원을 업은 백시우에게서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으니, 놀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했다.
“이, 이게 무슨?”
엘프 기사, 피엔느의 눈동자가 혼란스러워졌다.
요른에게 명받은 말살의 존재가 백시우라는 것도.
그런 백시우를 서우진이 반쯤 죽여놓은 상태라는 것도.
그녀가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저놈 좀 어떻게 해보시죠? 가만히 놔뒀다간 더 폭주할 것 같은데.”
놀랍게도 백시우는 회복을 하고 있었다.
잘린 팔은 무리였지만, 방금 전 베였던 다리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만약 저게 다 아물면, 다시 덤벼들 게 뻔했다.
서우진의 말에 피엔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러운 상황이긴 했지만, 그녀가 받은 명령은 마기의 주인을 말살하는 것.
더 이상의 망설임은 필요 없었다.
“템페스트!”
피엔느의 고유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레이드 토네이도.”
폭풍의 힘을 지닌 회색의 고양이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녀석의 주위로 칼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곽-!
수백, 수천 개의 칼날이 회전하며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서우진은 그것을 보며 마치 믹서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위력은 고작 믹서기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고작 저것으로는 백시우에게 티끌만 한 생채기도 낼 수 없었으니까.
카가가가각-!
서우진의 예상대로, 템페스트의 칼날은 백시우의 피부에 흠집도 내지 못했다.
‘내가 나서야겠다.’
백시우의 힘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마기 때문인지, 폭주를 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계속 지체되면 서우진조차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전에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다.
“뒤로 물러나요! 제가 나서……!”
피엔느에게 경고한 뒤 공격을 하려던 서우진의 몸이 굳어졌다.
“후우우-”
등 뒤에서 서늘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뱀이 몸을 타고 기어가는 듯한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낯설지 않은 마기다.
끈적끈적하고, 퇴폐적이며, 광기 어린 붉은 마기.
“레이나?”
피에 미친 흡혈귀가 아카데미에 나타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