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4)
133화.
사실 레이나는 아카데미에 들어올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
수많은 기사로 이루어진 삼엄한 경계나, 각종 방어 마법이 새겨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 건 쉽게 뚫을 수 있으니까.’
레이나의 능력이라면, 그딴 건 신경쓰지 않아도 될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아카데미를 꺼린 이유는 한 존재 때문이었다.
‘요른 사일러스.’
환상수 일족의 수장인 그는, 레이나로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강자였다.
비록 수호자의 호칭인 공(公)의 위는 얻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생사를 걸고 싸운다면 어떻게든 이기기야 하겠지만, 그 대가는 처참할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복구 불가능한 장애를 입을 각오는 해야만 했다.
거기에 만약 요른과의 전투가 장기화 되면, 하늘탑에 있는 마공이 출몰할지도 모른다.
그럼 확실하게 귀찮아진다.
레이나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
‘그랬는데 말이지.’
아카데미 내부에서 마기가 느껴졌다.
그것도 꽤나 강력한 마력과 함께, 타락한 영혼이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왕의 흔적을 찾으러 온 마당에, 이런 마기를 발견했으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지켜만 보고 오자, 지켜만 보고.’
하지만 그 다짐도 지키지 못했다.
마기가 느껴지는 용사와 싸우고 있는 이의 얼굴이 너무도 낯익었기 때문이다.
“후우우-”
자신도 모르게 서우진의 뒤로 다가가 달뜬 숨소리를 내뱉었다.
“레이나?”
서우진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흥분이 극에 달했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광기와 욕망으로 얼룩진 그녀의 마기가 사방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 * *
가장 먼저 든 생각은 X발이었다.
‘대체 이 미친년이 여길 어떻게?’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마왕의 추종자가 수도에. 그것도 아카데미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설마 나를 납치하러?’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레이나는 대공의 영역 안에서도 자신을 납치해 간 경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 더 확실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저 녀석을 데리러 온 건가?”
서우진이 슬쩍 백시우를 쳐다봤다.
싸움은 어느새 중지되어 있었다.
레이나의 마기에 피엔느는 그대로 몸이 굳어져 버렸고, 백시우 역시 멍하니 이쪽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응, 맞아. 용사가 마기라니, 신기하지 않아?”
그녀의 말투는, 이전에 들었던 것과는 달랐다.
“뒷날을 기약하노니, 즉일에 필연을 기대하라.”
분체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말이다.
비할 데 없이 오연하고, 고고했으며, 무거웠는데…….
지금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볍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눈치챘구나.’
백시우에게 마기가 깃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백시우를 데리고 가기 위해, 아카데미에 침입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삐리리리릭-!
사방에서 경고의 의미를 담은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레이나의 마기를 느낀 모양이었다.
쿠궁-!
동시에 장엄한 기운이 드리웠다.
마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마력이었다.
‘요른!’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총장, 요른의 기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쳇, 빨리도 왔네.”
서우진이 느낀 것을 레이나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는 짧게 혀를 차고는 서우진을 스쳐 지나갔다.
소름이 오소소- 돋으며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혹시나 그녀의 이빨이 자신의 목에 박혀들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혐오스러운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걱정하지 말렴. 오늘은 네가 아니라 저 아이를 데리러 온 거니까.”
레이나가 빙긋- 웃어 보이고는 여전히 멍하니 있는 백시우를 향해 다가갔다.
“마, 막아야……!”
몸이 굳어 쓰러진 피엔느가 눈을 부릅뜨며 서우진에게 말했다.
간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절대로 백시우가 레이나의 손에 넘어가선 안 된다.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도 알아. 아는데…….’
쉽사리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레이나는 이전에 당한 것을 잊지 않았는지, 빈틈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서우진에 대한 경계심을 절대 풀지 않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로 섣불리 움직였다간, 그대로 목이 달아날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지?’
요른의 기운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더욱 빨랐다.
이대로라면 백시우를 잃을지도 모른다.
“젠장!”
서우진은 욕설을 내뱉으며 팔찌의 스킬을 발동했다.
‘셀레스티얼 윙’.
최대 출력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두 배의 상승.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서우진이다.
이 정도면 적어도 요른이 도착할 때까진 레이나를 막아설 수 있을 것이다.
콰과과과과-!
스킬이 발동된 서우진의 마력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응?”
레이나가 고개를 돌렸다.
깜짝 놀란 그녀의 표정이 서우진의 눈에 박혔다.
“너……?”
첫 만남 이후,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었다.
고작해야 한 달하고 조금 넘는 정도.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서우진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레이나로선 경악할 수밖에 없는 성장 속도였다.
물론 ‘셀레스티얼 윙’의 효과를 알지 못했기에 한 오해였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레이나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곧장 몸을 날렸다.
어두운 날개가 펼쳐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갔다.
쩌어엉-!
‘룬 데아’가 막혔다.
어느새 손톱을 뽑아낸 레이나가 방어를 한 것이다.
‘쯧.’
죽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부상 정도는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레이나의 대응이 생각보다 빨랐다.
“정말 강해졌구나?”
입이 양옆으로 길게 찢어지며 기괴한 미소가 지어진다.
섬뜩한 미소와 함께 끔찍할 정도의 마기가 서우진을 향해 날아왔다.
“지고화!”
반사적으로 스킬을 사용한다.
레이나의 분체를 소멸시킨 바로 그 불꽃이었다.
서우진의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받아들인 ‘지고화’는, 세상을 태울 기세로 뻗어나가며 붉은 마기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하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아무래도 이번엔 분체가 아닌, 진짜 본체가 온 것 같았다.
화르륵-!
크게 일렁인 검은 불꽃이 이내 흔적도 없이 꺼졌다.
“내가 또 당할 줄 알았니?”
웃음기 섞인 미친 흡혈귀의 음성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신속’.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스킬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덥썩-!
채 한 발자국을 움직이기도 전에, 레이나의 고운 손이 팔목을 붙잡았다.
우드드득-!
어마어마한 압력과 함께, 손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끄읍!”
갑작스러운 고통에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어딜 가려고?”
깔깔- 하고 웃으며 잡아당긴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 상태에서도 도저히 반항할 수 없는 힘이었다.
서우진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가며 그 힘을 이용해 ‘룬 데아’를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아…….’
하지만 레이나의 붉은 눈동자를 보자 온몸에서 힘이 턱- 하고 빠져나갔다.
이전처럼 곧장 기절하진 않았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만은 막을 수가 없었다.
“너도 신기하니까 데려가야겠다, 저 아이랑 같이.”
레이나의 신난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녀가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더러운 마의 종자가 발을 디디지 말아야 할 곳에 왔군요.”
광기 어린 마기를 몰아내는 한마디.
요른이 도착했다.
“…제가 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는 가장 먼저 서우진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만약 서우진이 나서지 않았다면, 레이나는 이미 백시우를 데리고 사라져졌을 것이다.
무려 SSS급의 용사를 잃을 뻔한 걸, 막아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그 후 요른은 백시우를 잠깐 쳐다봤다가 레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의도적으로 그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 듯했다.
“레이나.”
요른의 입에서 흡혈귀의 이름이 뱉어졌다.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니?”
레이나는 오랜만에 보는 친한 친구를 대하듯 인사를 건넸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감출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오래 살다 보니 세상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나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감히 여기에 들어올 생각 따윈 하지 않았을 텐데요.”
요른이 손에 든 녹빛의 검 ‘푸르나’에 오러를 덧씌웠다.
영롱하게 빛나는 파괴적인 기운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나는 오래오래 살 거야. 그분의 강림도 봐야 하고, 세상이 파괴되는 것도 실시간으로 감상해야 하거든. 이런 곳에서 죽기엔 아직 난 너무 젊어.”
서우진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셀레스티얼 윙’을 취소했다.
엄청난 탈력감이 몰려오며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빠져나가야 해.’
요른이 당장 공격하지 않는 것은 자신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레이나의 손아귀에 잡혀 있으니, 섣불리 움직였다간 서우진이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움직이지 말렴. 그러다 팔 뽑힌다?”
우득-!
다시 한번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윽!’
극도로 진화된 육체가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가는 걸 보니, 역시 레이나는 게랄드와 여룡 못지않은 강자인 것 같았다.
“이거… 놔!”
‘아이기스’.
여룡의 숨결도 막아낼 정도로 강력한 방어마법을 이런 데 쓰는 건 좀 아까웠지만, 이것 말고는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반지에서 절대 방어 마법이 펼쳐지며, 손목을 잡고 있던 레이나의 팔이 튕겨져 나갔다.
터어엉-!
깜짝 놀란 레이나의 눈이 커졌다.
절대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너무도 쉽게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어딜!”
뒤늦게 다시 붙잡으려 했지만, 요른이 한발 빨랐다.
녹색의 불타오르는 오러가 서우진과 레이나의 사이를 갈랐다.
쩌어어어억-!
연무장 바닥이 두부처럼 잘려 나갔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던 정령의 기운이 퍼져 나가며, 레이나의 마기에 오염되어 있던 주변을 정화시켰다.
“너……!”
레이나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요른을 노려보았다.
“진짜 한번 해보자는 거지?”
서우진을 놓친 것에 대한 분노일까?
그녀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했다.
콰득- 콰드득-!
주변이 일그러졌다.
게랄드의 능력과는 다르다.
너무도 강력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공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다.
서우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백시우를 향해 달려갔다.
짜증나는 놈이긴 했지만, 저대로 그냥 둘 순 없었으니까.
“야! 손잡아!”
멍하니 있던 백시우를 향해 소리를 지르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아, 진짜 짜증나네.’
백시우의 눈동자는 이미 마기에 사로잡혀, 살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런 상태라면 서우진을 따라나서기는커녕, 공격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백시우의 입이 열렸다.
“광뢰.”
이름과는 달리, 검은 뇌전이 뻗어 나온다.
마기에 완전히 침식된 결과였다.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서우진조차도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했다.
‘룬 데아’를 휘둘렀다.
쩡-!!!
검은 뇌전과 ‘룬 데아’가 충돌하며 거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서우진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