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가능한가?’
황제에게 ‘카 라니엘’을 받고, 그 대가로 백시우의 목을 가져오라는 이야기를 나눈 게 고작해야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백시우의 위치를 찾았다니?
황제가 명을 내리기 전부터 찾고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백시우가 사라진 것은 바로 어제였으니까.
단 하루.
백시우의 행방을 찾는 데 그것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던 아일린을 쳐다봤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크루시엘은 그런 곳이에요.”
서우진의 의문을 눈치챈 아일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자세한 건 저도 알지 못해요. 하지만 크루시엘이 찾고자 해서 찾지 못하는 건 세상에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기사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남자는 아일린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긍정했다.
서우진은 허허- 웃으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떻게 찾은 것인지, 그 방법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나중에 차차 알아보고. 지금은 백시우부터.’
서우진이 남자에게 물었다.
“어디에 있습니까?”
“이것을 보시죠.”
남자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지도?’
종이의 정체는 곱게 접혀 있는 지도였다.
남자는 그것을 펴서 서우진에게 보여주었다.
“음…….”
모르겠다.
이쪽 세계의 지도를 보여줘 봐야, 서우진이 알아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제국 남부 전도입니다.”
“아, 그래요?”
서우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마 전에 제국 남부에 있는 도시에 다녀왔으니, 혹시라도 눈에 익은 곳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어?”
그런데 진짜로 익숙한 지형이 펼쳐져 있었다.
“여긴…….”
“얼마 전에 서우진님께서 여룡을 토벌하신 곳입니다.”
“아니, 제가 토벌한 건 아닌데요.”
찔러본 것일까?
서우진은 속으로 뜨끔- 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여룡을 토벌한 건 정체불명의 ‘검은 존재’라고 들었던 것 같군요.”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그 말을 받았지만, 서우진은 왠지 그가 자신을 떠본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튼 백시우는 현재 이 도시에 있습니다.”
모히아딘의 영지.
리나르의 고향.
“지나한. 제국 최남부에 있는 도시입니다.”
“그러니까 더 기다리라고요?”
“그래.”
“그게 언제까진지 확답은 못해주고?”
“그래.”
“…이거 방치하는 거 맞죠?”
리나르는 서우진을 보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만 있으면 서우진을 따라 아카데미로 들어가 훈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친구도, 가족도 없어 조금 심심했지만, 그날을 기다리면서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더 기다리라니?
맥이 턱- 빠지면서,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방치라니. 일이 좀 생겨서 그런 거야.”
“그건 저도 알아요. 어제 아카데미에서 무슨 큰일이 벌어졌다면서요. 그 하늘에 떠 있던 괴물도 봤다구요.”
리나르의 음성은 퉁명했다.
심기가 제대로 뒤틀린 것 같았다.
“그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거니까 조금만 더 참아라. 수도 구경도 좀 하고. 용돈은 충분하잖아?”
서우진도 리나르를 데려와 계속 혼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라, 최대한 어르고 타일렀다.
그 노력이 통한 것일까?
“에휴, 알겠어요. 어쩔 수 없죠.”
다행히 리나르가 이해를 해주었다.
“그런데 어딜 가시는 거예요?”
“지나한으로 돌아간다.”
“어? 거긴 왜요?”
자신의 고향에 간다는 말에 소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건 말해줄 수 없고. 대신 네 누나 소식이나 알아봐 주지.”
“그런 건 됐어요. 어차피 잘살고 있을 텐데요, 뭘.”
말은 저렇게 해도, 누나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표정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피식- 웃은 서우진은 리나르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고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마치고 돌아올 테니까.”
“넵, 알았어요.”
그 말을 끝으로 서우진은 여관을 빠져나왔다.
밖에는 아일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 끝났나요?”
“그래. 이제 바로 출발하면 돼.”
서우진은 이번에도 혼자서 갈 생각이었다.
백시우뿐만 아니라, 레이나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곳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는 건 너무 위험했다.
특히 아일린은 그런 싸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는 총장 요른에게까지 찾아가 직접 서우진을 따라 가겠다고 허가를 받아놓을 정도였다.
그러니 서우진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두고 간다고 해도 어떻게든 따라올 태세였으니까.
게다가 동행하는 사람은 아일린뿐만이 아니었다.
제국의 제1기사단인 백은기사단.
전원이 상급 기사로 이루어진 최강의 기사단과 그곳의 단장인 로나인이 함께한다.
그러니 아일린을 떼어놓고 갈 명분이 부족했다.
대신 서우진은 전투가 벌어지면 최대한 휘말리지 않기로 약조를 받아두었다.
그게 지켜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우진은 아일린과 함께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레이나라는 흡혈귀가 함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백은기사단이 대단하긴 하지만, 레이나와 싸우기엔 한참 부족하다.
솔직히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 온전히 서우진 자신 혼자 레이나와 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쉽게도 이번엔 수호자들의 지원이 어렵대. 따로 할 일이 있다나 봐.”
“우진 씨 혼자 가능할까요?”
그녀는 서우진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마왕화’나 감춰진 힘들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드러난 부분에 대해선 아일린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글쎄… 붙어봐야 알겠지만, 쉽게 지지는 않을 거 같은데.”
서우진에겐 ‘카 라니엘’과 ‘셀레스티얼 윙’, ‘아이기스’가 있었다.
그것들을 잘 사용하면, 예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쓰러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레이나는 강했다.
서우진은 아직도 부족한 자신의 힘을 새삼 깨달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을 지원해 준다고 했어.”
“다른 사람이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수호자 급이 아니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할 텐데…….
“나도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
그냥 지원이 있을 것이란 말만 들었다.
그래서 딱히 기대가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도움을 준다니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따로 온다니까 지나함에서 만나면 될 거야.”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일린이 불안하다는 듯 말했다.
그날.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흡혈귀의 모습은 전율, 그 자체였다.
게랄드도 끔찍했지만, 레이나 역시 그에 못지않게 두려운 존재였다.
그런 괴물과 싸울지도 모르니, 불안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춤에 있는 ‘카 라니엘’을 툭툭- 쳤다.
그 모습에 아일린 역시 픽- 웃었다.
언젠가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우진은 꽤나 믿음직스러워졌다.
북방에서 어리바리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아일린은 그런 서우진을 한 번 믿어보기로 하며, 보폭을 맞춰 걸음을 옮겼다.
“많이 복구했네.”
서우진은 활기찬 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무너졌던 동쪽 성벽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지만, 대부분의 복구는 끝난 듯했다.
“여기가 지나함인가요?”
시온이나 제국과는 또 다른 도시의 풍경에, 아일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구경했다.
“조금 덥지? 밖으로 조금만 걸어나가면 온통 사막이더라고.”
평생을 눈과 얼음 속에서 지냈던 그녀에게, 모래의 도시는 꽤나 생소한 장소일 터였다.
서우진은 그런 아일린을 배려해 기차역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시켜주었다.
“어? 용사님!”
그때, 누군가 서우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아미르.”
바로 리나르의 누나였다.
그녀는 장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돌아가고 있었는지,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혹시 리나르가 사고라도?”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혹시나 수도까지 가서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닌지, 걱정하는 듯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여기에 볼일이 좀 있어서요. 아, 리나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고급 여관에서 용돈을 펑펑 쓰며 놀고 있으니, 잘 지내도 아주 잘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녀석이야 어딜 가더라도 잘살고 있겠죠. 아참, 여기 있을 게 아니라 제 가게라도…….”
“아뇨, 아뇨. 지금 바로 영주성으로 가봐야 해요. 일단 볼일을 다 보면 그때 들를게요.”
“바쁘시다면 어쩔 수 없죠. 대신 꼭 들러주셔야 해요.”
아미르는 서우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순식간에 인파 사이로 몸을 감췄다.
“누구예요?”
가만히 대화를 지켜만 보던 아일린이 물었다.
“아, 전에 내가 데리고 온 아이가 있다고 했잖아? 그 녀석 누나야.”
“그 시종으로 쓴다던 아이 말인가요?”
“맞아. 정말 시종으로 쓸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서우진은 아일린에게 리나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 녀석이 어떤 재능이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검을 가르쳐 주기로 약속했다 정도는 얘기해 주었다.
서우진이 바쁠 땐 아일린에게 검술 교육을 맡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궁금증이 풀린 아일린은 서우진과 함께 다시 도시 구경을 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영주성으로 향했다.
“정지하십시오.”
영주성의 정문에는 창을 든 병사 두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서우진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봐선, 여룡과 싸울 당시엔 현장에 없던 병사들 같았다.
“용무를 말씀해 주십시오.”
“모히아딘 자작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수도에서 온 서우진이라고 하면 알 겁니다.”
그 말에 병사의 표정이 홱- 변했다.
“용사님이셨군요.”
얼굴은 몰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모양이었다.
“지금 바로 확인을 한 뒤 입성을 허가해 드리겠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병사의 더없이 정중한 태도에 서우진 역시 예의 바르게 응수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안으로 확인하러 갔던 병사가 누군가와 함께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기사군.’
갑주를 입은 기사는 순식간에 서우진 앞에 도달했다.
“용사님의 재방문을 환영합니다. 안쪽에서 백은기사단과 로나인 경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루 먼저 출발했다더니, 이곳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었다.
서우진과 아일린은 기사의 안내에 따라 영주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성내의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도시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유독 새하얀 피부와 오만함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이었다.
“…라시드님.”
기사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서우진은 기사의 부름을 무시하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라시드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 나았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