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0)
139화.
라시드의 고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귀족답지 않은 거친 욕설이 흘러 나왔다.
서우진은 그런 라시드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덜 맞았나 보네.”
마력을 담아 나지막이 말하자, 놈이 움찔- 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뿐.
라시드는 전보다 더욱 표독한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서 서우진은 이상함을 느꼈다.
라시드는 이전에 자신에게 한번 된통 당한 적이 있었다.
죽기 직전까지 패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고생할 정도는 되었다.
거기다 서우진이 용사라는 사실은 모히아딘에게 들어서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저렇게 계속해서 적대감을 보인다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행동할 리가 없었다.
또 뒤지게 맞고 싶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라시드님, 길을 열어주시지요.”
기사는 안절부절못하며 라시드에게 부탁했다.
모히아딘과 백은 기사단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흥.”
라시드는 코웃음을 치며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기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서우진과 아일린을 돌아봤다.
“가시죠.”
혹여나 서우진의 기분이 상하진 않았는지, 전전긍긍하는 표정이었다.
서우진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라시드의 모습을 확인했다.
‘확실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 리가 없었다.
‘뭐, 별것 아니겠지.’
하지만 서우진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라시드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개인적인 무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불가능했으니까.
지금은 저런 피라미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다가올 일에 집중해야만 했다.
레이나, 백시우, 마왕의 추종자들.
라시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들이었고, 서우진도 목숨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누군가요?”
아일린이 문득 물었다.
“이곳 영주의 아들.”
“모히아딘 자작이라는 분 말인가요?”
“맞아.”
서우진의 대답에 아일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라시드의 첫 인상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모히아딘 자작은 꽤나 뛰어나신 분이니까.”
‘아들과는 다르게 말이지’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아일린은 고개를 끄덕이곤 조용히 기사의 뒤를 따랐다.
“이곳입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영주성의 응접실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소였다.
“기다리고 있었소.”
서우진을 본 모히아딘이 미소를 한가득 지으며 반겼다.
“오랜만… 이라기엔 좀 빠르죠?”
서우진 역시 웃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러게나 말일세. 한동안은 만나지 못할 것이라 여겼네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서우진은 모히아딘과 가볍게 포옹하고는 그의 뒤에 서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로나인이라고 합니다.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백은기사단의 단장 로나인이었다.
그는 서우진을 향해 깍듯한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
“아,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푸른 갑주 기사단의 아일린입니다.”
서우진과 아일린 역시 이름을 밝히며 인사를 건넸다.
“매시브 가디언의……?”
로나인은 아일린의 소개에 눈이 살짝 커졌다.
“그렇습니다.”
“오, 반 슬레인 백작님께서는 잘 지내십니까?”
로나인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반 슬레인과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아일린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의외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잘 지내고 계실 겁니다. 한결같은 분이니 말입니다.”
“하하, 그렇죠. 그래도 요즘은 갑자기 훌쩍 자리를 비우고 그러진 않으시나 봅니다.”
“가끔…….”
아일린이 어색하게 웃었다.
서우진이 매시브 가디언에 오기 전까진, 1년에도 몇 번씩 사라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여전하신가 봅니다.”
로나인이 알겠다는 듯 웃었다.
“그러고 보니, 서우진님께서도 반 슬레인 경께 검을 사사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대화의 주제가 서우진으로 바뀌었다.
서우진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다.
당시의 지옥과도 같았던 훈련이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서우진의 표정을 본 로나인이 의외라는 듯 입을 열었다.
“얼굴을 보니 정말 제대로 배우신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아일린을 쳐다봤다.
자신의 말이 맞느냐는 눈빛이었다.
“만약 우진 씨가 용사가 아니었다면, 후계자로 삼았을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서우진은 설마 그 정도일까? 싶었지만, 아일린은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반 슬레인이 서우진을 훈련시킨 방법은, 단순히 용사를 키우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당시 무엇을 보고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반 슬레인이 서우진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서우진의 모습을 보면,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100명의 용사 중 가장 뛰어난 이는, 바로 옆에 있는 서우진이었으니 말이다.
아일린의 말에 로나인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한 재능이 있으셨나 보군요.”
사실 로나인은 서우진에 대해 큰 감흥이 없었다.
D급의 최하위 용사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서우진이 점점 두각을 드러내더니, 최강의 용사라 불리던 백시우를 상대로 승리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반 슬레인이 직접 공을 들여 키웠다고 하니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세상은 잘 모르고 있지만, 매시브 가디언의 검귀도 초극의 경지에 들어선 존재다.
수호자들과 비교해도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런 이가 직접 가르쳤다니…….
로나인은 쑥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서우진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순박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백시우의 정확한 위치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단, 지나한의 내부에 있는 것은 확인이 되었습니다.”
“수색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크루시엘과 제 휘하 기사들이 온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모히아딘 자작님께서도 도움을 주고 계시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하루 만에 백시우의 행적을 쫓은 크루시엘의 능력이라면, 로나인의 말대로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녀석의 곁에 레이나가 붙어 있을 가능성은?”
피에 미친 괴물의 이름이 나오자, 로나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함께 있을 겁니다.”
“하아-”
로나인의 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괴물의 존재만으로도, 임무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어쩌면 엄청난 피해가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게 ‘카 라니엘’을 쓰다듬었다.
아직 한 번도 휘둘러 보지 못한 이 검이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다 문득 뭔가를 떠올린 서우진이 물었다.
“혹시 도움을 주러 오신다는 분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그건 저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로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다섯 수호자 중 한 명이라도 왔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졌을 텐데.
서우진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봐야 시간만 낭비할 것 같으니, 나가서 좀 돌아다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이 가시죠.”
로나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서우진은 정중히 거절했다.
“저희는 따로 움직이는 게 더 편합니다.”
“아, 그러시다면…….”
“혹시 백시우를 발견하면 그때 알려주세요.”
혹시나 따라붙을까, 서우진은 모히아딘에게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응접실을 나섰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정문 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아일린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로나인 경은 최상급 기사예요. 함께 행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레이나나 백시우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실력이다.
하지만 최상급 기사라는 것이 무시를 당할 경지도 아니었다.
백시우 정도라면, 이기지는 못해도 잠깐 정도는 버틸 정도의 실력은 있을 터였다.
서우진이 그런 강자를 두고 따로 움직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해만 될 걸?”
“…로나인 경이 그렇게 약하지는 않은데요.”
그가 방해라면 중급 기사인 자신은?
아일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아무리 강하면 뭐해. 한 번도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데. 내 입장에선 그런 사람보단 아일린이 더 나아.”
사실 그녀의 입장에서는 큰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아일린의 표정이 좀 풀렸다.
“게다가…….”
서우진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다른 사람 모르게 해야 할 일이 하나 생긴 것 같거든.”
영주성 밖.
아일린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신룡안’을 발동한 서우진은 확실하게 볼 수가 있었다.
레이나나 백시우와는 다른, 아주 조잡한 마기들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말이다.
그것들은 명백하게 자신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게 네가 준비한 거냐?’
서우진은 라시드를 떠올렸다.
‘이번엔 전처럼 쉽게 안 넘어간다.’
* * *
“마침내 준비가 됐어.”
“…정말 괜찮겠습니까?”
라시드의 심복이자, 뒤처리 담당을 맡고 있는 병사 한 명이 불안한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뭐가 말이냐?”
“저놈들은 다크 엘프지 않습니까.”
과거의 명예로운 종족.
하지만 지금은 마기에 잠식되어 마왕을 추종하는 무리에 불과한 이들이었다.
만약 제국에서 라시드가 다크 엘프와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끝장이지.’
라시드는 물론이고, 자신까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도시의 영주인 모히아딘까지도.
그런 큰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라시드가 너무도 무서웠다.
여러 의미로 말이다.
“흥!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저 녀석들도 용사를 죽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지. 만약 걸리더라도 나와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할 거야.”
제국의 힘을 무시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병사는 라시드의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은 제국보다 눈앞의 망나니가 훨씬 더 무서웠으니까.
“이 도시로 들어온 게 확실한가?”
그때, 다크 엘프들 중 하나가 다가오며 라시드에게 물었다.
“그래. 조금 전에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다행이군. 우리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제국의 수도에 잠입하는 건 쉽지 않았는데. 제 발로 잘 나타나 주었어.”
다크 엘프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살기가 가득한 미소였다.
“죽일 수는 있겠지?”
라시드는 멍청했지만, 그래도 용사가 어떤 존재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만큼 강한지도.
다크 엘프들도 강하긴 했지만, 서우진을 완벽하게 상대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준비는 완벽하니.”
다크 엘프는 자신만만했다.
이곳에 있는 동족의 수는 무려 72명.
부족의 최정예들만 끌고 왔다.
게다가 준비한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용사 한 명을 죽이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좋아. 그럼 지금 바로…….”
라시드가 웃으며 계획의 실행을 입에 담으려 할 때였다.
콰아앙-!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박살나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엘프? 너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당연하게도,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