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서우진은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마기가 풍겨오기에 조금 예상하긴 했다.
그런데, 정말 다크 엘프들을 끌어들였을 줄이야…….
이건 진짜 대놓고 죽여달라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심했다.
“뒤지려면 혼자 뒤질 것이지. 제 아비까지 잡아먹으려고?”
화가 조금 치밀어 올랐다.
서우진은 모히아딘을 꽤 좋게 보고 있었다.
책임감도 있고, 인품도 뛰어났으며, 무엇보다 영지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귀족이었다.
자식 농사를 잘못 지었다는 흠이 있긴 했지만, 그것을 뒤덮고도 남을 만큼 장점이 많았다.
그런데 저놈이 그런 모히아딘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히 화가 날 수밖에.
서우진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응징의 수위를 높였다.
‘죽이진 않아.’
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들어줄 요량이었다.
평생에 걸쳐 오늘의 일을 후회할 수 있도록 말이다.
“네가 용사인가?”
서우진이 라시드를 노려보고 있는데, 뒤쪽에 있던 다크 엘프가 말을 걸었다.
“일단 넌 조금 기다려라. 일단 저 시커먼 놈들부터 해결하고 보자.”
서우진은 라시드에게 살기를 담아 경고하고는, 시선을 돌려 다크 엘프를 쳐다봤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온 거냐?”
“서우진. D급 용사. 등급에 맞지 않게 꽤나 강하다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서우진이 얼마나 강한지도 몰랐고, 게랄드와 레이나 등을 상대로 싸웠다는 사실도 모른다.
심지어는 여룡과도 단신으로 붙었다는 사실조차 말이다.
라시드가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허무맹랑한 소리라 치부하고 무시한 건지는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건.
“그럼 너희가 오늘 여기서 죽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
서우진은 진심을 다해 말했다.
다크 엘프는 명백한 자신의 적이다.
몇 번이나 부딪혀 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싸워야만 하는 종족.
강림 전쟁이 시작되면, 다크 엘프들은 마왕의 군세에 합류해 일익을 담당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죽이는 것을 망설일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자신감이 과하군. 오만이다.”
서우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만 파악하고 있던 다크 엘프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부족의 최정예 71명과 자신이 힘을 합치면, 용사 한 명 정도는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듯했다.
“누가 누구보고 오만하다는 건지 모르겠네.”
서우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카 라니엘’을 뽑았다.
스으윽-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칠흑과도 같은 검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엘프의 눈이 커졌다.
“…그 검은?”
놀랍게도 그는 ‘카 라니엘’을 알아본 것 같았다.
“이걸 알아? 대단한데?”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검을 만드는 데 다크 엘프들도 한 손 거들었으니,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왕을 막기 위해 노력하던 종족이 저렇게 영락하다니.
서우진은 세상일은 참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카 라니엘’을 다크 엘프에게 겨누었다.
보라색 마력이 일렁이며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젠장, 피해라! ‘카 라니엘’이다!”
다크 엘프의 외침에 순식간에 혼란이 찾아왔다.
초대 용사의 검.
마왕 참살의 검.
종족 연합의 검.
그게 대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어리둥절하고 있는 라시드와 병사를 제외한 모든 다크 엘프가 몸을 날렸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서우진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늦었어.”
‘신속’.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발현됐다.
서걱-!
가장 먼저 도주를 명한 다크 엘프의 머리가 둥실 떠오른다.
반항은커녕,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그야말로 찰나(刹那).
서우진을 1초를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갠 시간 동안 수십 번의 검을 휘둘렀다.
잘린 머리가 떨어지고, 팔다리가 잘려 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고작 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서 있는 다크 엘프는 아무도 없었다.
서우진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카 라니엘’을 든 채, 지옥도 중심에 서서 라시드를 쳐다봤다.
방금 전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믿기지 않는 광경에 몸을 덜덜- 떨던 라시드의 귓가로, 서우진의 음성이 들려왔다.
“다음은 너야.”
* * *
“어떻게 하지?”
박진한이 물었다.
“…대체 시우가 왜 그런 건지부터 알아내야지.”
김태진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뭔가 오해가 있었겠지. 갑자기 그 녀석이 미치지 않고서야 다른 사람을 공격하진 않았을 거 아니야.”
미친 게 맞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기에 잠식된 것이었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유발한 성유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손톱만 물어뜯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내냐고. 아카데미 사람들은 죄다 입을 다물고 있는데. 애초에 납치된 게 맞긴 해?”
박진한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그 자리에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상했다.
백시우는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심지어는 납치된 것이란 발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본 백시우의 모습은, 납치를 당하는 것과 꽤 거리가 멀었으니까.
“방법을 찾아보고 있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 봐, 이 근육덩어리야.”
김태진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박진한을 진정시켰다.
“…조금 이상했어.”
그때, 조용히 있던 임태은이 입을 열었다.
“뭐가?”
박진한이 묻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대답했다.
“시우한테서 마기가 느껴졌어.”
그 말에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애써 모른 척했지만,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백시우가 마기를 내뿜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우리가 착각한 거야.”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 만약 시우한테서 진짜 마기가 느껴졌다고 해도,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더는 말하지 마.”
김태진은 임태은의 입을 막았다.
전후사정이야 어떻든, 그것을 알아보는 건 나중 일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친구를 찾는 게 먼저였다.
“응, 알았어…….”
임태은이 다시 입을 다물며, 소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드래곤을 쓰다듬었다.
“야, 성유라.”
박진한이 이번엔 성유라를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박진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성유라에게 다가갔다.
“너 왜 아무 말도 안 하냐? 시우가 걱정도 안 돼?”
평소였다면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백시우를 찾기 위해 노력했을 친구다.
그런데 지금은 뭐가 그리도 불안한 것인지, 계속해서 히스테릭한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이상하다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유라는 그런 박진한을 홱- 하고 노려만 볼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됐다.”
괜히 성질 긁어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박진한은 고개를 저으며 한 발 물러섰다.
‘어떻게 하지?’
한편 성유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나 때문인가? 진짜 나 때문이야?’
백시우를 도발했던 일이 생각났다.
물론 그 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적당한 자극을 통해 백시우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려고 했을 뿐이니까.
겸사겸사 마음에 들지 않는 서우진도 친구의 힘을 빌려 손 좀 봐주고.
고작 그런 정도만 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로 인해 벌어진 일은 그녀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다.
설마 백시우가 마기를 풍길 줄도 몰랐고, 그런 상태에서도 서우진에게 밀릴 줄도 몰랐으며, 레이나라는 괴물이 출몰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게다가…….
다른 친구들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성유라는 똑똑히 들었다.
‘멸세의 왕.’
분명 레이나는 하늘에서 끔찍하게 생긴 마수가 나타난 것을 본 뒤, 백시우를 향해 그렇게 불렀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백시우가 마왕이라고?’
아카데미 내부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묵시록의 짐승’이니 ‘마왕’이니 하는 단어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동안 들은 내용들은 종합해 보면 백시우가 마왕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아니, 믿지 않았다.
그 올바르다 못해 답답한 녀석이?
뭔가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성유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일을 친구들에게도 감추었다.
혹시나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그렇게 잘못한 것도 없다고 여겼다.
자신이 원한 건, 그저 서우진이 백시우에게 혼 좀 나는 것뿐이었다.
일이 이렇게 커지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니야.’
손톱을 짓씹는다.
‘분명 서우진. 그놈이 뭔가를 한 걸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시우가 그런 행동을 했을 리가 없어.’
자기합리화였다.
서우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맞아.”
성유라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
“뭐가 맞는데?”
그것을 들은 친구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뚝-
손톱이 잘려 나가자, 성유라는 손을 내리고는 입을 열었다.
“서우진이 문제야. 그놈을 추궁해야 돼.”
친구들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여기서 서우진이 왜 나온단 말인가?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아저씨는 왜 추궁해?”
김태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생각해 봐. 시우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행동하는 애가 아니란 건 너희가 가장 잘 알지?”
“…그렇긴 하지.”
백시우에 대한 신뢰가 컸다.
그들의 리더였으며, 실제로도 그 누구보다도 착하고 바른 친구였으니까.
“그런 시우가 싸웠다는 건, 상대가 잘못했을 가능성이 크잖아. 그치?”
백시우는 누군가에게 먼저 시비를 거는 성격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시비를 걸어와도 허허- 웃으며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시우는 서우진이랑 싸웠어. 도발을 했든, 시비를 걸었든. 먼저 싸움을 시작한 건 그 새끼일 게 분명해.”
그 말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고, 논리도 빈약했다.
하지만 광기까지 느껴지는 성유라의 말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 부분은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우에게서 마기가 느껴진 것도 마찬가지야. 뭔가 비열한 짓을 한 거겠지.”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니야?”
냉정한 성격의 김태진이 제지를 했지만, 성유라는 멈추지 않았다.
“직접 추궁해 보면 알겠지. 대체 그 새끼가 시우한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말이야.”
알아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의혹들을 서우진에게 돌리고,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면 된다.
성유라의 진짜 목적은 그것이었다.
“야, 그건 너무…….”
김태진는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박진한이 한 발 빨랐다.
“밑져야 본전이지.”
깊은 생각을 하기보단, 행동을 우선하는 그로선 성유라의 말을 한번 따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일단 한번 물어보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김태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좋아. 하지만 우리는 그 아저씨랑 싸우려는 게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
“걱정하지 마라.”
박진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서우진이라는 아저씨는 지금 아카데미에 있나? 아까 보니까 밖에 나가는 것 같던데.”
김태진이 묻자, 성유라가 나섰다.
“그건 내가 알아볼게. 너희는 일단 준비해 둬.”
방을 빠져나가는 성유라의 눈에는 진득한 독기가 서려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