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3)
142화.
“찾았어.”
성유라의 말에 김태진이 눈을 빛냈다.
“어디 있대?”
“남부에 있는 지나한이라는 도시야. 이유는 못 알아냈어.”
솔직히 서우진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작해야 행방을 알아내는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그런데 오판이었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많은 제국의 귀족들과 기사들이 서우진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이다.
어디로 간 건지, 왜 나간 건지.
말을 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덕분에 성유라는 자신을 지원해 주고 있는 아이에르의 귀족들에게까지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도 쉽사리 정보를 얻을 수 없었는데…….
조금 전, 마침내 서우진의 위치를 알아낼 수가 있었다.
“먼 곳이야?”
“제국 최남부이긴 한데, 기찻길이 연결되어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성유라는 이미 지나한 행 기차의 티켓까지 끊어둔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문제?”
“두 명밖에 못 가.”
티켓 비용이 생각보다 비쌌다.
자신이 갖고 있는 돈으로는 두 장이 한계였던 것이다.
물론 다른 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그녀의 자존심 상 돈을 빌린다는 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두 명이라…….”
김태진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주억였다.
“우리 둘이 가면 되겠네.”
사실 박진한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녀석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니, 의도치 않은 일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는 그냥 두고 가는 게 낫지.
‘그리고 태은이는…….’
사실 데리고 가나 두고 가나 상관없었다.
항상 조용하고 뒤에서 가만있을 뿐이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해서 나한테 온 거잖아.”
김태진의 말에 성유라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네가 가장 말이 잘 통해.”
“됐고. 기차 시간은 언젠데?”
“지금 바로 출발하면 얼추 맞을 거야.”
생각보다 빨랐다.
“허가는 받았어?”
용사들은 단순 외출을 제외하면, 바깥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물론 무단으로 외출한다고 해도 징계를 받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모종의 불이익이 주어질지도 몰랐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묻자, 성유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럼 준비하고 가자.”
김태진은 촉박한 시간에 서둘러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성유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곧 찾아갈 테니 기다려요.’
서우진을 향한 적의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 *
“여깁니다.”
병사는 두려운 기색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한 저택 앞에 서서 벌벌- 떨었다.
“흐음.”
레이나와 백시우가 숨어 있는 곳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평범했기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기도 안 느껴져.’
레이나는 능숙하게 조절을 할 수 있지만, 백시우는 아니다.
이 정도로 가까이 있다면 그가 풍기는 마기의 향기가 진동을 해야 할 텐데,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확실해?”
서우진이 병사를 향해 물었다.
혹시나 엉뚱한 곳으로 안내한 건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하지만 병사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제가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왜 합니까?”
확실히 저 모습을 보면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그럼 여기가 맞다는 건데…….’
모르겠다.
아무래도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넌 돌아가라.”
서우진의 말에 병사의 안색이 밝아졌다.
설마 같이 들어가자고 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돌아가라니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대신 아까 나와 함께 있던 기사에게 이곳 위치를 정확히 가르쳐 줘.”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기쁜 듯 대답하고 돌아가는 병사를 보며 혀를 찼다.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저 병사는 분명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붙잡힐 것이다.
그리고 처벌을 받겠지.
라시드와 함께 저지른 일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는 해도, 사건의 사이즈가 너무 컸다.
다크 엘프를 도시 내부로 들이고, 레이나에게 영지민들을 가져다 바쳤으니까.
사형까진 아니더라도, 평생 햇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니까.
서우진은 찝찝한 표정을 감추고는 몸을 돌려 저택을 쳐다봤다.
여전히 마기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가서 확인해 보자.”
저택 내부로 걸음을 내딛었다.
저벅-
“응?”
고작 한 걸음이다.
그런데 서우진은 주변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꼈다.
“…이거 봐라?”
방금 전까지는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던 마기가 넘실거렸다.
너무도 거대해 마치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광기와 분노, 그리고 악의.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곧바로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포근함을 느꼈다.
여느 때처럼 마기는, 서우진의 편이었다.
“여기가 확실하구나.”
모종의 마법이나 결계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나 보다.
마기가 새어 나오지 않게 하여, 평범하게 보이도록 말이다.
“기습은 물 건너갔네.”
이런 마법적인 장치를 해둘 정도였으니, 서우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벌써 알아차렸을 터.
“어쩔 수 없지.”
서우진은 꽁꽁 감춰놓았던 마력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굳어 있던 육체가 풀리며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순식간에 주변의 공간을 잠식해 나갔다.
레이나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기도, 광기도, 악의도.
오롯이 서우진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나와.”
음성에 마력을 담아 내뱉자, 저택이 흔들렸다.
너무도 강대한 힘에 건물이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푸스스- 하는 소리와 함께 쌓여 있던 먼지와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용케 여기까지 찾아왔네?”
레이나가 나타났다.
창백한 피부에 은발.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다리는 아직 회복 못했나 보군.”
마르테스의 마법에 당해 다리 한쪽이 날아갔다.
게다가 요른의 검에 등이 갈라졌고.
지금쯤이면 충분히 회복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직 그대로였다.
“고 계집의 손이 꽤나 매섭지 뭐니?”
레이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미소와는 달리, 그 안에 담겨 있는 살기는 끔찍할 정도로 짙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찾았을까? 누가 가르쳐 줬니?”
“가르쳐 주긴. 마기 냄새가 진동해서 모를 수가 없겠던데.”
서우진은 일단 레이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지원이 올 때까지만.’
로아닌이나 백은기사단이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혼자 싸우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적어도 레이나의 신경을 분산시켜 줄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입담도 늘었고. 처음 봤을 땐 말도 제대로 못해서 귀여웠는데.”
레이나의 혓바닥이 입술을 핥았다.
고혹적인 모습이었지만, 서우진은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그딴 유혹에 흔들리기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그대로 목이 달아날 것만 같았다.
“재미없게.”
서우진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레이나의 표정도 굳어졌다.
“어쨌든 마침 잘 왔어. 안 그래도 너에게 물어볼 게 좀 있었거든.”
애초에 그녀가 서우진을 납치하려 한 것은,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게랄드, 그 멍청한 녀석은 어떻게 죽었을까? 아는 게 있으면 얘기 좀 해주렴.”
게랄드의 이름에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난 몰라.”
그건 진짜였다.
대공과 자신의 손에서 도망친 게랄드는, 말 그대로 갑자기 죽어버렸으니까.
서우진도 레벨이 오르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일.
“대답은 신중하게 하는 게 좋을 거야.”
당연하게도 레이나는 서우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믿기 싫으면 말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레이나가 픽- 하고 웃었다.
“그래, 내가 너무 물렀지? 그냥 처음부터 잡아놓고 물었으면 될 것을.”
마기가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츠츠츠츳-
끈적끈적하던 마기는, 이내 마치 실재하는 고체가 된 것처럼 서우진을 옭죄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어마어마한 압력이 서우진을 짓눌렀다.
“우리 어디 한번 찐하게 대화를 나눠볼……?”
레이나가 웃으며 말을 할 때였다.
쩌어억-!
마기가 갈라졌다.
마치 종잇장을 찢어발기듯, 너무도 쉽게 그녀의 마기가 잘려 나가며 양옆으로 퍼졌다.
“…너, 그 검?”
‘카 라니엘’.
흑빛의 신검이 레이나를 향해 겨누어졌다.
“대화 좋지. 어디 한번 나눠보자.”
‘신속’!
서우진의 육체가 빛으로 화하며 레이나를 향해 짓쳐들었다.
“어딜!”
예상치 못한 속도에 깜짝 놀랐지만, 그녀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감히 ‘카 라니엘’의 검날에 자신의 손톱을 가져다 댈 자신은 없었다.
사각-!
빠르게 옆으로 피했지만, 잘려 나간 은발이 땅으로 떨어졌다.
레이나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진심으로 분노한 것이다.
“그깟 고물을 믿고 자신만만했던 거라면, 착각한 거야!”
핏빛 마기가 그녀의 손에 뭉치기 시작했다.
찰나의 시간, 농구공만 한 붉은 구체가 만들어졌다.
“핏빛 공포.”
붉은 구체가 서우진을 향해 쏘아졌다.
단순한 공격.
느껴지는 힘도 그리 빠르지 않았고, 움직임도 일직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기함했다.
그러나 붉은 구체의 속도가 ‘신속’을 사용한 서우진보다도 빨랐던 것이다.
‘저건 못 막아.’
‘카 라니엘’을 제대로 들기도 전에 육체를 뚫고 지나갈 것이다.
극에 이른 속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항불가의 무기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우진은 ‘신룡안’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정보가 머릿속으로 몰려들었다.
공기의 흐름, 마기의 밀도, 마력의 움직임.
발을 딛고 있는 땅의 형태와 아주 자잘한 돌멩이, 풀 한 조각까지.
‘신룡안’은 그 모든 것을 보았다.
머리가 깨져 나갈 것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서우진은 필사적으로 한 가지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최적의 회피 경로.
많이도 필요 없다.
단 하나.
‘핏빛 공포’라는 이름의 붉은 구체를 피할 수 있는 위치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결국 찾았다.
서우진의 발이 움직였다.
탁-
고작 한 걸음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레이나의 ‘핏빛 공포’를 너무도 쉽게 피해냈다.
“너……!”
수호자 급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간단히 자신의 공격을 피해낼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서우진이 해냈다.
그것도 너무도 쉽게 말이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설마 저 녀석이 수호자들과 동급이라고?’
말도 안 된다.
레이나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빠르게 지워냈다.
확실히 대단한 한 수를 보여주긴 했지만, 초극의 경지에 닿기엔 아직 부족하다.
우연, 혹은 운이 좋았다고 여기는 편이 훨씬 더 설득력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나의 눈에 마침내 경계라는 감정이 새겨졌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웃으며 물었다.
“나도 하나만 묻자. 혹시 백시우, 여기 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