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기차에서 내린 성유라와 김태진은 주변이 왠지 소란스러운 것을 느꼈다.
“무슨 일 있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딱히 그 이유를 찾기는 힘들었다.
기차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야.”
성유라는 관심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긴, 지금 중요한 건 그 아저씨를 찾는 거지.”
김태진이 고개를 주억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디부터 찾을까?”
도시는 꽤나 넓었다.
이런 곳에서 서우진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은, 해변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나한테 생각이 있어.”
성유라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생각? 그게 뭔데.”
“여기 영주를 만나서 부탁을 좀 하려고.”
제국의 귀족이라면, 당연히 그것을 들어줄 것이다.
자신들은 용사였으니까.
“병사라도 지원해 달라고 하게?”
“그래야지. 기사들까지 동원되면 더 좋고.”
김태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마구 부리겠다는 말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본래 그런 성격이긴 했지만, 요즘 들어 그게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을 단축하려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지.’
김태진은 굳이 제지할 생각이 없었다.
성유라의 말대로 귀족의 도움을 받아 병사들을 동원하는 게 가장 빠른 길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영주성부터 찾아야겠네.”
두 사람은 가까이에 있는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저, 말씀 좀 물을게요.”
김태진이 말을 걸자, 그는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봤다.
“혹시 이곳의 영주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영주성에 계시겠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대꾸하자, 김태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희가 영주성이 어디 있는지 잘 몰라서요.”
“저 대로를 쭉 따라가면 나올 거요. 그런데 영주님은 왜?”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 볼일이 좀 있어서요.”
굳이 대답을 해줄 필요성은 없었기에, 대충 둘러댔다.
그러자 남자의 눈빛이 묘해졌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게요. 지금 영주성의 분위기가 심상찮은 듯하니.”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꼈던 기분은 착각이 아니었다.
역시 이 도시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김태진은 웃으며 감사인사를 건네고는 성유라와 함께 남자가 가르쳐 준 대로로 향했다.
“확실히 뭔가 있는 모양인데?”
“그런 거 신경쓸 필요 없다니까. 넌 그 아저씨나 잡는 데 신경 써.”
궁금해하는 김태진과 달리, 성유라의 관심은 오직 서우진만을 향해 있었다.
그를 잡아 추궁하고, 책임을 뒤집어씌워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김태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성유라가 관심이 없다면, 자기 혼자 따로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대로를 걷다 보니, 저 앞에 성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방에 있는 도시치고는 꽤나 크네?”
손바닥만 한 성을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커다란 영주성의 모습에 김태진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성유라의 눈에는 성이 차지 않았나 보다.
“제도나 아이에르의 성도와 비교도 안 되는구만, 무슨.”
“야, 그게 굳이 비교할 일이냐?”
김태진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는데, 앞쪽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기사?”
마력을 품은 이들이 빠르게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수는 총 열 명.
그 외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 같았다.
“영주인가?”
설마 자신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을 나온 건가?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걸 알리도 없거니와, 설령 미리 들었다고 해도 저렇게 급히 마중나올 이유가 없었다.
“잠깐 옆으로 비켜서…….”
성유라를 이끌고 길가로 벗어나려던 김태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자존심 강한 친구가 힘을 주며 버틴 것이다.
“야, 괜한 일에 휘말리지 말고 일단 상황부터 지켜보자.”
“됐어. 타이밍도 좋은데, 저 기사들에게 먼저 물어보자.”
뭔가 다급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기사들을 붙잡고 물어보자고?
김태진은 성유라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 민폐덩어리.’
말썽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성유라가 한 생각처럼, 자신들은 용사였으니까.
잠시 기다리고 있자, 모래먼지가 피어오르며 빠르게 달려오는 이들이 보였다.
‘역시 기사들이네.’
열 명의 기사.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십 명의 병사.
그들의 표정은 다급하다 못해 긴박함까지 느껴졌다.
‘뭔가 이상해.’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러 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김태진은 저들을 멈춰 세워 물으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들을 막았다간, 말썽이 아니라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성유라가 빨랐다.
한발 앞서 나간 그녀가 기사들을 향해 자신의 마력을 아낌없이 퍼부은 것이다.
“크윽!”
“무, 무슨?”
“적인가?”
그 거대한 마력에 깜짝 놀란 기사들이 움직임을 멈추며 다급히 검을 뽑아 들었다.
챙- 채챙-!
“웬 놈들이냐!”
길을 가로막았을 뿐만 아니라, 난데없이 마력까지 뿜어댄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저런 식으로 행동하니, 당연히 적이라고 인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검 집어넣어요. 적은 아니니까.”
물론 성유라는 기사들의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뭔가 바빠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이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그저 어서 서우진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뭐 하나 물어볼까 하는데…….”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지나한의 기사들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곧장 공격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일단은 상대의 정체부터 파악하려 했다.
그들이 평소 얼마나 진중하고 공정한지 잘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성유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하, 진짜 이젠 별게 다 시비네.”
그녀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기사 따위가 자신에게 저따위로 말을 해?
오만함에 가까운 그녀의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에헤이, 잠깐, 잠깐.”
그때 김태진이 나섰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하자, 싸움이 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기사들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싸움이라도 벌였다간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도의 아카데미에서 온 김태진이라고 합니다.”
아카데미.
그 한 단어로 자신들이 누구인지, 정체를 슬쩍 흘렸다.
“…아카데미?”
역시 기사들이 술렁였다.
제국에는 아카데미라 불릴 만한 곳이 딱 한 군데 있었고, 그곳은 오직 용사들을 위한 장소였다.
“그 말은?”
용사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그것에 김태진은 미소로 대답을 해주었다.
“뭔가 바쁜 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 이렇게 길을 막아서 죄송합니다.”
김태진은 순순히 사과부터 했다.
안하무인의 성격인 성유라와 달리, 그는 상식적인 사람이었으니까.
그 태도에 성유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기사들은 반대였다.
대번에 호감이 깃든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나한은 서우진에게 한 번 구함을 받은 도시였으니까.
당연히 용사에 대한 호감이 가득했다.
기사들은 검을 집어넣었다.
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굳이 다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자신들은 지금 당장 할 일이 있었다.
“급한 일이 있어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죄송하죠.”
김태진은 손을 내저으며 성유라를 잡아끌었다.
더는 그들의 앞을 막지 말라는 뜻이었다.
길이 트이자 기사들이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곤 물었다.
“혹시, 지원을 오신 겁니까?”
‘지원?’
김태진이 속으로 의문을 가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지원이라는 말이 나온 걸까?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질문이 아닌 긍정이었다.
“네, 맞습니다.”
“역시…….”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
그것을 보자 의문이 더욱 짙어졌다.
“서우진님께선 이미 전투를 시작하신 듯합니다. 백은기사단과 로아닌 경, 그리고 아일린 경도 현장으로 출발을 했다 하니, 지금 바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서우진 씨가 말입니까?”
“예. 한시가 급하니 바로 출발하시지요.”
말하는 기사의 표정은 아주 다급해 보였다.
“알겠습니다.”
김태진이 고개를 돌려 성유라를 쳐다봤다.
그녀는 서우진이라는 말에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저희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기사와 병사들이 앞장서 달리기 시작했다.
“따라가자.”
김태진과 성유라는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렸다.
하품이 나오는 속도였지만,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았는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곳입니다.”
평범하게 생긴 한 저택의 앞이었다.
‘전투를 시작했다더니?’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는다.
싸움은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가 맞습니까?”
“그렇습니다만…….”
기사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보가 잘못 전해진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처음 이 정보를 모히아딘에게 전한 이는, 라시드와 함께 중범죄를 저지른 병사였으니까.
중간에 수작질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은 해봐야겠습니다.”
기사의 말에 김태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만약 이 안에 서우진이 있다면,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그럼 저희가 먼저 들어가죠.”
김태진이 앞으로 나섰다.
“부탁드립니다.”
기사들은 만용을 부리지 않았다.
정보에 따르면 적은 자신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다.
그런데 선봉을 용사들이 서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김태진은 살짝 긴장하며 저택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
“이, 이게 무슨!”
세상이 변했다.
평범한 저택은 사라지고, 끔찍하리만치 강대한 마기와 마력이 휘몰아쳤다.
전신이 떨려온다.
공격을 당한 것은 아니다.
그저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크기가, 온몸이 굳어질 정도로 강력했을 뿐이다.
이런 기분, 느껴본 적 있었다.
게랄드를 처음 봤을 때.
당시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마기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굳은 채, 무기력하게 죽어갈 뿐이었다.
“크, 크윽!”
김태진은 입술을 짓씹었다.
피가 흐르며 마비되었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성유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기에, 가까스로 마기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적인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니, 시작에 불과했다는 게 더 정확했다.
“십이천검!”
열두 줄기의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블러디 로어!”
핏빛 기운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콰과과과광-!
경이로운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졌다.
“저게……?”
서우진이 싸우고 있었다.
자신들은 꿈도 꾸지 못할 강력한 힘이 터져 나왔다.
‘나라면 막을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막기는커녕, 피하지도 못하고 한줌의 핏물로 변해 버릴 게 분명했다.
서우진이 보여주는 힘의 크기는 그 정도로 엄청났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밀리고 있어?”
서우진이 피를 뿜으며 날아간다.
그 뒤를 은발의 흡혈귀, 레이나가 따르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