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5)
144화.
“우욱!”
목구멍을 통해 피가 뿜어져 나왔다.
너무도 거대한 충격에 내부의 장기들이 죄다 손상을 입은 것 같았다.
비릿한 혈향에 서우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쉽지 않을 것이란 건 예상했다.
레이나는 게랄드나 여룡 못지않은 초극의 강자였으니까.
당연히 지금의 서우진이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 강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기대했었다.
그녀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리 한쪽이 날아갔고, 척추도 끊어졌다.
마기를 이용해 어떻게든 움직이고 있는 듯했지만, 이전보다 약화된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니 서우진은 ‘조금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건 오판이었다.
빠아아악-!
레이나의 하나 남은 다리가 머리를 걷어찼다.
뇌가 흔들리며,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런, 씨X랄.’
괴물은 괴물이다.
레이나는 엉망이 된 육체로도 서우진을 충분히 감당해 냈다.
아니, 완전히 압도되는 중이었다.
기다란 손톱이 눈알을 찔러오는 것을 확인한 서우진은 급히 몸을 뒤로 젖혔다.
하지만 어지러움 탓일까?
반응이 조금 느렸다.
핏-!
오른쪽 안구에 손톱이 스쳐 지나갔다.
“흡!”
불을 지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세상이 반토막났다.
“애꾸가 된 느낌이 어떠니?”
비꼬는 듯한 레이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르륵- 하며 뺨을 타고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서우진은 웃었다.
아무리 앞을 보려고 해도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시야각이 거슬렸다.
‘이거 진짜로 눈알이 터졌나 보네.’
타오르는 듯한 통증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다음엔 다리를 잘라줄게, 나랑 비슷하게.”
웃음기 섞인 레이나의 음성은 잔혹하리만치 소름이 끼쳤다.
“아, 그런데…….”
서우진을 보며 미소 짓고 있던 레이나의 고개가 돌아갔다.
“관객이 나타났네?”
“뭐?”
깜짝 놀란 서우진이 옆을 돌아봤다.
레이나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집중하는 사이, 누군가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김태진, 성유라?’
저 녀석들이 대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설마 백시우를 찾으러 온 건가?
여기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순간적으로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할 시간은 없었다.
“도망쳐!”
레이나가 움직이면, 저들은 죽는다.
솔직히 성유라는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야 다시는 보지 않을 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김태진은 아니다.
그와는 딱히 충돌한 적도 없었으니까.
분란만 일으키는 SS급 성유라 따위보단, 훨씬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경고했다.
도망치라고 말이다.
하지만 저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아저씨가 뭔데 도망치라 마라야?”
놀라웠다.
성유라는 이 상황에서도 서우진에게 오기를 부리고 있었다.
레이나의 마기에 온몸을 벌벌- 떨면서도 말이다.
‘컨셉에 잡아먹힌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그깟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는 자리에서도 고집을 피우다니.
헛웃음이 절로 났다.
한편으론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흐응, 너희. 용사들이구나?”
레이나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용사란 존재는 그분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놈들이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여놓는 것이, 훗날 강림 전쟁에서도 유리할 터.
성유라와 김태진을 바라보는 레이나의 눈동자에 살기가 깃들었다.
“버러지들도 왔고. 여기서 함께 죽으면 되겠다.”
두 용사의 뒤로, 모히아딘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저택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리고…
“끄으윽!”
당연하게도 그들은 마기의 영향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고작 중급 기사에 불과한 그들로선, 그것을 이겨낼 수가 없었으니까.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정도면 백은기사단도 다르지 않겠구나.’
그들은 전원이 상급 기사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나의 마기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순 없었다.
부상을 입었기에 조금 약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더욱 광폭해져 있었다.
‘로나인을 빼면 모두 방해만 되겠는데.’
최상급 기사인 로나인.
그마저도 고작해야 움직이는 정도가 최선일 테니, 큰 도움은 바랄 수가 없을 듯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저 녀석들이 등장하다니.’
서우진의 목표는 레이나가 아닌, 백시우의 목을 베는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그의 친구였다.
만약 서우진이 백시우를 죽이려고 한다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가능성은… 없겠지?’
당연했다.
저 두 명은 분명 필사적으로 서우진을 막기 위해 덤벼들 것이다.
어쩌면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이거 상황이 더럽게 됐네.’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백시우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당장은 눈앞의 레이나부터 처리해야만 했다.
그녀를 어떻게든 죽이지 못한다면, 백시우고 나발이고 자신이 죽게 생겼다.
서우진은 뺨에서 흐르는 피를 거칠게 닦아냈다.
“레이나.”
그러곤 그녀를 불렀다.
“할 말이라도 있니?”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서우진을 향했다.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
서우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피로 붉게 물든 치아가 드러났다.
그 모습이 레이나 못지않게 살벌했다.
“허세는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부리렴.”
레이나가 서우진을 비웃었다.
“네가 생각보다 강한 건 인정해. 아카데미에서도 느꼈지만, 상정했던 걸 훨씬 넘어섰어. 하지만 그것뿐이야. 너도 알고 있지? 넌 날 못 이겨.”
“글쎄? 과연 그럴까?”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곤, 김태진을 쳐다봤다.
“도망칠 생각이 없으면 알아서 도와라. 안 그러면 여기서 다 죽는다.”
굳이 대답은 기다리지 않았다.
저 녀석들의 머리라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
그저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보조해 주리라 믿으며,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셀레스티얼 윙’.
화아악-!
검은 날개가 펼쳐진다.
동시에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이 치솟아 올랐다.
게랄드조차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 서우진의 일격을 막고는 피부가 깨져 나갔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으니, 부상을 당한 레이나는 압도할 수 있을 터.
‘3분. 그 안에 어떻게든 끝을 본다.’
땅을 찬다.
날개가 펄럭였다.
동시에 서우진이 공간을 접어 레이나의 앞에 도달했다.
“흥!”
하지만 그녀는 날개가 펼쳐질 때부터 대비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톱이 길게 돋아나며 ‘카 라니엘’의 검면을 향했다.
날과 직접 부딪히지 않고 검격을 파훼하려는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그런 레이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때는 두 배고, 지금은 다섯 배거든.”
레이나는 그 말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아아악!”
손톱은 ‘카 라니엘’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너무도 빠른 검속이, 손톱이 채 다가오기도 전에 그녀의 팔을 갈랐기 때문이었다.
푸슈우욱-!
잘려 나간 팔의 단면에서 피가 치솟아 올랐다.
서우진은 그것을 그대로 맞으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하늘에서 땅으로.
일도양단의 검세가 레이나의 정수리를 향했다.
“감히이이!”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며, 붉은 마기가 서우진을 휘감았다.
하지만 ‘카 라니엘’은 이번에도 마기를 찢어발겼다.
마왕을 벤 검.
고작 추종자 따위가 뿜어대는 마기론, 검로를 단 1초도 막아낼 수 없었다.
뒤늦게 레이나가 몸을 피했지만, 검이 더 빨랐다.
쩌억-!
가슴이 갈라졌다.
뼈와 살이 예리한 면도 칼에 벤 것처럼, 너무도 쉽게 잘려 나갔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겠다.
이건 치명상이다.
아무리 레이나라 하더라도, ‘카 라니엘’에 베인 이상은 결코 쉽게 볼 수 없었다.
“지금!”
서우진이 소리쳤다.
그러자 등 뒤에서 폭염이 쏟아진다.
‘초열법사’ 김태진의 가장 강력한 스킬, ‘선 라이즈’였다.
마르테스의 ‘라 솔반테’와 비교하면 부족했지만, 지금의 레이나에게 타격을 주기엔 충분했다.
치이이이익-!
초고열의 화염에 레이나의 살갗이 타오르고, 피가 증발했다.
끔찍하리만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하지만 아직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마기와는 상극인 기운.
성유라의 신성력을 담은 스킬이 쏘아진 것이다.
“디바인 퍼니시먼트!”
하늘이 열리고, 새하얀 빛이 땅에 내리꽂혔다.
꽈아아아앙-!
붉은 마기가 소멸되고, 이미 엉망진창이 된 레이나의 육신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됐다!’
서우진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셀레스티얼 윙’의 남은 시간은 2분여.
고작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레이나를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그녀의 방심과 서우진의 예상치 못한 강함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이제 그만 죽어.”
살기를 가득 담은 음성.
‘카 라니엘’이 망연자실한 레이나의 가냘픈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단순한 가로 베기였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반쯤 시체가 된 레이나가 결코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렇게 ‘카 라니엘’이 그녀의 목을 베었…….
쩌엉-!
서우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막혔어?’
대체 어떻게?
레이나는 절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마르테스와 요른에게 당한 상처를 제하고서라도, 팔과 가슴이 베였고, 화염에 타올랐으며, 신성력에 녹아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우진의 마지막 일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런데 막혔다.
“거기까지.”
음울한 음성이 들려왔다.
서우진은 처음 듣는 음성.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악의가 가득한, 마치 지옥에서 끌어올린 듯한 목소리였다.
“…사자.”
레이나가 멍하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꼴이 엉망이다.”
사자라 불린 이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새로운 왕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왔더니, 이렇게 죽어가고 있을 줄이야.
사자는 레이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며 레이나를 휘감았다.
“안……!”
서우진이 달려들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사자에게서 뿜어져 나온 잿빛 마기가 막아선 것이다.
‘으윽!’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 서우진도 쉽게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기운이었다.
‘젠장!’
이대로 그녀를 놓쳐서는 안 된다.
훗날 더 큰 적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시간이…….’
‘셀레스티얼 윙’의 가용 시간이 끝나간다.
레이나 못지않은 강자로 보이는 눈앞의 남자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적은 시간.
“도망쳐!”
이번엔 말뿐이 아니었다.
서우진은 직접 몸을 날리며 김태진과 성유라에게 소리쳤다.
“나는 도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잿빛 바람이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감히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아, X발!’
‘셀레스티얼 윙’의 시간이 끝났다.
뇌가 새하얗게 타오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서우진이 주저앉았다.
날카로운 바람이 눈앞으로 다가옴에도, 피할 수가 없었다.
‘또 죽나?’
헛웃음이 났다.
이대로 죽으면 또 ‘마왕화’가 될 텐데.
걱정이 몰려왔다.
만약 여기서 ‘마왕화’가 이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제발 별다른 일이 벌어지질 않길 바라며, 두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나는 전투 중에 눈을 감으라는 가르침을 내린 적이 없네만.”
너무도 익숙한 훈계 소리가 들려왔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이런 곳에서 들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해본 사람.
스가악-!
은발의 청년이 휘두른 검에 잿빛 바람이 잘려 나갔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는가?”
반 슬레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