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바, 반 슬레인?’
아니, 저 양반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설마!”
로나인조차도 정체를 알지 못했던 지원.
‘수호자들은 일이 있어 지원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하더니…….’
서우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반 슬레인이라면 충분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
아카데미에 온 후 새삼 깨달은 거지만, 반 슬레인은 결코 수호자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강자였다.
레이나?
단언컨대 지금의 그녀는 반 슬레인의 일검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레이나의 상태는 심각했으니까.
문제는 새로 나타난 잿빛 바람을 다루는 사자라는 놈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수호자 급 강자인 반 슬레인이라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아쉬운 건 서우진은 그 싸움의 결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 반동으로,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뒤덮었다.
신음조차 내뱉을 수 없는 지옥 같은 고통에, 서우진은 결국 까무러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들은 말은…….
“고생했네. 뒷일은 나에게 맡기고 한숨 자게.”
웃음기 가득한 반 슬레인의 격려였다.
* * *
사도 중 한 명인 레이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그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자신이 가르친 용사였다.
반 슬레인은 덕분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스노울 한 마리에게도 쩔쩔매던 아이가, 이 정도나 성장하다니.”
자신도 모르게 허허- 웃으며 한쪽을 쳐다봤다.
서우진과 같은 용사들.
왠지 경황이 없어 보이는 모습의 그들을 반 슬레인은 손짓해서 불렀다.
“이 아이를 좀 맡아주겠나? 보다시피 나는 좀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말일세.”
그 말에 김태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서우진을 구하더니, 적들을 홀로 상대하려는 듯했다.
반 슬레인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하는 그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을 대하는 모습을 보니, 적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했다.
“알겠습니다.”
옆에서 성유라가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는 무시하고는 쓰러져 있는 서우진을 한쪽으로 옮겼다.
“그럼 부탁 좀 합세.”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말을 한 반 슬레인의 시선이 눈앞의 남자를 향했다.
“그대가 사자인가? 듣던 대로 사악한 기운이군.”
“북방의 검귀. 젊어졌다더니, 사실이었군.”
반 슬레인이 경지에 이르러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었다는 정보는 익히 들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을 쓰진 않았다.
북방의 검귀.
그 이명대로 반 슬레인은 북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제국의 최남부에 있는 사막 도시에 나타났다.
“이곳은 그대가 있을 곳이 아니다.”
사자는 반 슬레인을 향해 한껏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것 참 우스운 이야기 아닌가? 내가 있을 곳은 내가 정한다네. 자네와 같은 마왕의 밑닦개 따위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있지도 않은 수염을 쓰다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일종의 도발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자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스산한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상하군. 오게. 듣기만 하던 그대의 실력을 한번 견식해 봄세.”
반 슬레인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애검을 들었다.
낡은 검.
서우진의 ‘카 라니엘’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조잡한 검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사자조차도 함부로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오늘은 때가 아니다.”
하지만 사자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반 슬레인과 싸우는 것은, 득보단 실이 훨씬 많은 일이었다.
굳이 전력을 노출해 가며 검귀와 전투를 할 이유가 없었다.
“훗날, 그날이 이르면 원치 않아도 손을 섞어야 할 터. 때를 기다려라.”
스으으으-
잿빛 바람이 불어온다.
사자는 바람에 몸을 맡겼다.
죽기 직전의 레이나와 정신을 잃은 백시우를 데리고 이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듯했다.
하지만 반 슬레인이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허허, 어딜!”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그가 검을 휘둘렀다.
서거억-!
단순한 베기가 아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 전면을 휩쓸었다.
“크윽!”
사자의 몸을 휘감던 잿빛 바람이 흩어졌다.
“감히!”
사자는 분노를 터트리며 손을 뻗었다.
우우웅-!
마기와 뒤섞인 대기가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찮은 위력을 지닌 바람.
반 슬레인은 그것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한번 제대로 붙어보세!”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자의 바람도, 대기도, 공간도 한 번에 베어졌다.
경이로운 검.
평생을 검에 미쳐 살았다는 검귀의 일검은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낼 수 있을 정도로 예리했다.
사자가 감히 맞받아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각이신가?”
자신이 다루는 잿빛 바람처럼, 사자는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며 반 슬레인의 검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검귀가 이리도 강했던가?’
사자는 자신이 상정하고 있던 반 슬레인의 수준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호자 급.
놀랍게도 검귀는 수호자 급에 도달한 것 같았다.
‘좋지 않다.’
사자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반 슬레인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그가 강하긴 하지만, 사자 역시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레이나와 백시우가 문제였다.
반 슬레인과 전력으로 싸우려면, 그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었다.
‘그래선 안 돼.’
둘은 더없이 중요한 존재들이었다.
레이나는 사도 중 하나로 추종자들의 구심점이 되는 이였고, 백시우는 그런 레이나가 새로운 왕일지도 모른다며 데려온 이다.
그런 존재들을 이런 곳에서 잃을 순 없었다.
하지만…
선택해야만 했다.
반 슬레인의 검은 둘을 보호하며 지켜낼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하지 않았다.
결국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은 하나라도 살릴 수 있었다.
사자는 자신의 목을 베기 위해 날아드는 검을 간신히 피해내며 고민했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
고민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레이나를 버린다.’
그녀는 조직에 있어서도 더없이 중요한 존재였다.
그 강력함은 물론이고, 밤을 지배하는 혈족들의 수장이었으니까.
다크 엘프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위 종족.
그들의 힘을 빌리려면 레이나의 힘은 필수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합쳐도, 왕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직 백시우가 정말로 새로운 왕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레이나를 버려서라도 확인을 해야만 했다.
사자는 뒤를 살짝 돌아봤다.
잿빛 바람에 휘감겨 있는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라.]사자의 결정을 알아차린 레이나가 먼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사자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이상, 남은 것은 행동 뿐.
“광야풍.”
스산하고 아득한 바람이 몰아친다.
그것을 본 반 슬레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방금 전까지 피하기만 하던 사자가 마침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위력이 심상치가 않았다.
피부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강대한 마기가 담겨 있었다.
이 정도 힘이라면, 이 작은 사막 도시 하나쯤은 모조리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허튼 수작!”
반 슬레인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단순히 막기만 해선 안 돼.’
그랬다간 충돌의 여파가 휩쓸며 수많은 사상자를 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저 망할 바람을 압도적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힘.
그의 검에 하늘이 담기기 시작했다.
광야를 뒤덮고도 남을 거대하고 광활한 하늘.
드드드드드-!
세상이 흔들린다.
절대적인 두 힘이 공명하며, 대지가 요동쳤다.
‘조금 더.’
바람을 잠재우고, 사자의 목을 베고, 더 나아가 레이나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가던 마력이, 검을 통해 방출됐다.
콰과과과과과-!
전면의 모든 것이 분자 단위로 해체되며 쪼개진다.
감히 그 검격을 막을 수 있는 물질은, 적어도 이곳엔 존재하지 않았다.
사자의 광야풍도, 저택도, 이곳을 뒤덮고 있던 마법 결계도.
그 일검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세상을 모조리 휩쓸며 끝도 없이 뻗어나갈 것 같던 반 슬레인의 마력은, 정확히 그가 의도하던 범위까지만 뻗어나간 뒤 스스로 멈추었다.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의 마력이 일순 사라지고, 폐허가 된 주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런데 경이롭다 못해 경악스러운 검격을 선보인 반 슬레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놓쳤나?”
충분하다 생각했건만, 적을 너무 쉽게 생각한 듯했다.
사자는 도망을 쳤다.
백시우라는 이름의 용사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뒤늦게 반 슬레인이 따라 잡아보려 했으나, 아쉽게도 실패였다.
덕분에 반 슬레인의 검이 앗아간 목숨은 하나에 그치고 말았다.
저벅-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긴 반 슬레인은, 피를 쏟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자신과 같은 은발을 지닌 존재.
레이나였다.
“암령.”
반 슬레인의 입에서 레이나의 이명이 내뱉어졌다.
[쿡쿡-]그녀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웃음이었다.
[검에 미친 자야.]레이나는 반 슬레인을 올려다보며, 피를 쏟는 입을 열었다.
“말하거라. 내 마지막 말 정도는 들어줄 수 있으니.”
바로 목을 베진 않았다.
어차피 죽을 자.
서둘러 죽이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는 편이 좋으리라.
레이나는 그런 반 슬레인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송곳니를 드러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의 검에 경의를 담아 훗날의 일을 계시하노라.]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희망이 빛을 잃고, 믿음이 깨어질 때. 절망은 스스로 일어나 종말의 노래를 부르리라. 다가올 공포에 세상은 둘로 나뉠지니, 늦은 후회 속에 왕은 결단코 강림하리라.]선문답 같은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레이나는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는 듯, 웃으며 눈을 감았다.
아니, 말을 이어갈 기력도 남아 있지 않는 듯했다.
팔과 다리가 잘리고, 척추가 끊어졌으며, 화염과 신성력에 전신이 녹아내렸다.
지금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만약 레이나가 밤의 귀족이 아니었다면, 벌써 백 번은 넘게 죽었을 만한 부상.
하지만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호흡은 가늘어지고, 점점 더 얕아졌다.
마왕이 아니라, 마신이 강림하더라도 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반 슬레인은 그런 레이나를 딱하게 쳐다보았다.
“자네의 말을 내 기억해 두겠네.”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세상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존재의 마지막 말이다.
비록 대적이었으나, 무시를 하진 않았다.
반 슬레인은 검을 들어 레이나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이만 편히 쉬시게. 다음 생에는 부디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네.”
서걱-
검이 레이나의 목을 빠르게 가르고 지나갔다.
피 한 방울 묻어나오지 않았다.
데구르르-
눈을 감은 그녀의 머리가 땅을 굴렀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재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반 슬레인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검을 집어넣으며 뒤로 돌아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