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7)
146화.
“치료를 부탁하네.”
반 슬레인은 정중하게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싸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제가 왜요?”
성유라였다.
‘성녀’라는 직업답게, 그녀가 갖고 있는 치유 스킬은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의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반 슬레인은 서우진의 치료를 부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성유라는 그것을 거부하는 중이었다.
“애초에 몸도 다 나았잖아요. 그런데 무슨 치료를 해달라는 건질 모르겠네.”
성유라는 코웃음을 치며 반 슬레인의 말을 무시했다.
현재 서우진은 완벽하게 치유가 된 상태였다.
레이나가 죽으며 레벨 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반 슬레인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서우진을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탁한 것이다.
“어쨌든 저는 저 아저씨를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흥! 하는 코웃음과 함께 그녀는 몸을 돌려 사라졌다.
“허허-”
예상치 못한 일에 반 슬레인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같은 용사라면 앞으로 마왕을 막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할 동료이거늘.
어찌 저리 행동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덕분에 김태진만 진땀을 빼며 사과를 했다.
반 슬레인의 힘을 눈앞에서 본 그로선,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마어마한 강자였으니까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저 검을 휘두른다면 자신들로선 막아낼 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자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반 슬레인은 고개를 저으며 김태진의 사과를 반려했다.
진짜로 사과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성유라였으니까.
물론 그녀가 사과할 일은 없어 보였지만.
반 슬레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김태진을 쳐다봤다.
“혹, 이 아이의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가?”
그렇지 않고서야 동료가 치료를 거부할 리가 없었다.
반 슬레인이 걱정스럽다는 듯 묻자, 김태진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솔직히 서우진에 대한 평판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은 쪽에 속했다.
아카데미의 훈련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고, 주위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평판이 나쁠 리가.
물론 질투하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소수였다.
하지만 성유라는 달랐다.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우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며, 근래 들어서는 거의 원수 대하듯이 하고 있었다.
김태진은 서우진이 백시우와 얽혔기에 잠자코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도 성유라의 태도는 조금 심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처음 보는 반 슬레인에게 해줄 순 없는 일.
김태진은 대답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쯧, 사정이 있나 보구먼.”
다행히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넘어가 주었다.
“그나저나 일이 틀어졌으니, 이거 곤란하게 되었어.”
반 슬레인은 이번에 서우진이 맡은 임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백시우의 수급을 취하는 것.
레이나는 자신이 막고, 서우진이 그 사이에 임무를 완수하면 될 일이었다.
중간에 일이 있어 조금 늦긴 했지만, 그리 걱정하진 않았다.
백시우라는 마기에 잡아먹힌 용사 한 명을 죽이는 일은, 그에게 있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적의 등장에 그것을 실패하고 말았다.
“사자라…….”
마왕의 추종자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인 13명의 사도.
그들의 뒤에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바로 사자였다.
매시브 가디언에만 있던 반 슬레인으로선 소문으로만 들었던 괴물.
그런 놈이 여기에 제국의 영역에 나타났다는 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 아이가 중요하다는 뜻인가?’
마왕일지도 모르는 용사.
반 슬레인은 솔직히 뭔가 잘못된 판단일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에서는 아주 작은 가능성조차 배제하고 싶을 터.
그랬기에 자신까지 소환해 가며 백시우를 처리하려고 했는데, 실패로 돌아갔다.
하필이면 사자라는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사도 중 하나인 레이나를 참살한 것은 칭송받아 마땅한 업적이었지만, 덕분에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뭐, 어쩌겠나. 이미 늦어버린 것을.”
지나간 일은 돌아보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건 서우진이 무사히 정신을 차리는 것이었다.
“저…….”
그때, 김태진이 조심스럽게 반 슬레인을 불렀다.
“응? 궁금한 것이라도 있는가?”
“혹시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어렵사리 질문을 꺼냈다.
은발의 젊은 청년.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말투.
그리고 짐작도 되지 않는 강함.
김태진으로선 반 슬레인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허허, 이거 내 또 깜빡했구만.”
머리를 탁- 하고 친다.
서우진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다.
자신의 소개를 하지 않아 괜한 시비에 휘말렸다.
“나이가 드니 자꾸 깜빡깜빡해서. 이거 미안하네.”
반 슬레인은 김태진을 향해 사과를 하고는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매시브 가디언의 영주이자, 시온의 방패. 반 슬레인이라고 하네.”
“아…….”
모르는 눈치다.
“그,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김태진이라고 합니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하지만 반 슬레인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대륙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항상 매시브 가디언에 처박혀 몬스터들을 막는 것에만 집중했으니, 그 명성이 널리 퍼지지 않았던 것이다.
“괜찮다네. 오히려 아는 게 더 이상하지.”
반 슬레인을 보며 죄송하다는 표정을 짓던 김태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 가지 더 물었다.
“그럼 서우진 씨와는 무슨 관계이십니까? 꽤 친해 보이시는데.”
등장하자마자 서우진을 챙기는 것도 그렇고, 성유라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치료를 부탁하는 것을 보니 보통 사이가 아닌 듯했다.
“이 아이 말인가?”
반 슬레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더 없이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였다.
“내 제자라네.”
* * *
[증명하라.]천둥과도 같은 음성이 귓가를 때렸다.
어찌나 큰지, 순간 귀가 멀어버릴 정도였다.
‘X발, 뭘 증명하라는 건데?’
그게 뭔지 얘기나 해주고 재촉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다짜고짜 증명하라고 하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있나!
하지만 음성은 그런 서우진을 배려할 생각 따윈 없는 듯했다.
[존재를 증명하라.]‘응, 안 해. 너나 실컷 해라, 그 증명이라는 거.’
귀가 울리니 두통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귀를 막았다.
‘젠장, 대체 여긴 어디야?’
암흑으로 뒤덮이지 않은 것으로 봐선, 레벨 업을 할 때 이동하는 공간은 아닌 듯했다.
‘꿈인가?’
‘셀레스티얼 윙’의 여파로 정신을 잃었다.
그러니 이 상황은 꿈일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됐을까?’
귀를 막자 조금 머릿속에 편해진 서우진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기절하기 직전, 반 슬레인이 등장했으니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정말로 강했으니까.
문제는 백시우였다.
과연 그 녀석을 잡았을까?
레이나만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백시우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반 슬레인에게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마기로 인해 더욱 강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가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적이 마음에 걸렸다.
잿빛 바람을 사용하던 놈.
곧장 기절을 해버려서 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결코 레이나의 아래로는 보이지 않았다.
‘놓친 건 아니겠지?’
‘카 라니엘’을 대가로 받은 부탁이었다.
그것이 실패한다면, 그 신검을 다시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설마 줬다가 도로 빼앗을까? 그래도 황젠데, 그런 쩨쩨한 짓은 하지 않겠지?’
제국 황제의 배포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줬다 뺏는 일 따윈 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증명하라.]“아, 시끄러 이 새끼야!”
계속해서 들려온다.
시끄러운 것을 넘어 스트레스가 생길 지경이었다.
“좀 닥치고 이제 그만 정신 좀 차리게…….”
짜증이 치솟은 서우진이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를 때였다.
[이계의 마왕이여.]내용이 바뀌었다.
“응?”
소리를 지르려던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더는 귀도 아프지 않았다.
더없이 침착하고, 무거운 음성.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그 음성이 말을 이었다.
[마지막 증명만이 남았노라.]“…마지막?”
서우진이 물었지만, 당연하게도 음성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내뱉을 뿐.
[선택의 때가 오리니.]“야, 그게 무슨 소린데? 자세하게 좀 얘기해 봐.”
[그대의 결정에 따라 멈추었던 수레가 다시 선회를 시작할 터. 궁리하고, 또 궁구하라.]이해할 수가 없는 말뿐이었다.
“꿈이라 그런가?”
횡설수설하는 음성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동시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비유가 아닌, 정말로 무너졌다.
하늘이 깨지고, 바닥에 균열이 생긴다.
“…꿈 한번 스펙터클하네.”
서우진이 헛웃음을 흘리는데, 음성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날이 오면 알게 되리라.]“흐읍!”
눈을 번쩍- 하고 떴다.
그러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아일린이었다.
너무도 익숙한 상황.
근래 들어 몇 번이나 반복했던 상황이다.
“…또야?”
싸우다 정신을 잃고, 일어나니 아일린이 간호를 하고 있는 광경.
“일어나셨네요.”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안 아프네?”
“듣자하니, 레벨 업을 한 것 같더라고요.”
“아, 그래?”
아마도 레이나가 죽은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레벨이 오를 이유가 없었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손으로 죽이고 싶었는데.’
결국엔 반 슬레인의 도움을 받고 말았다.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을 테니까.
“죄송해요.”
그때, 갑자기 아일린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무슨 사과야?”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가 너무 늦었어요. 로나인 경과 백은기사단이 합류해 최대한 빨리 갔는데…….”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
서우진을 볼 낯이 없었다.
그를 돕기 위해 떼까지 써가며 동행했는데, 그녀가 한 일은 전혀 없었으니까.
“뭘 그런 거 가지고 사과를 해.”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녀가 늦은 것 따윈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오히려 늦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치지 않았으니까.
그것이면 됐다.
서우진이 웃으며 침대에서 벗어났다.
“괜히 죄책감 갖지 말고. 내가 정신을 잃은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가르쳐 줘.”
레이나는 정말로 죽은 것인지.
사자라 불린 괴물은 어떻게 된 건지.
그리고 백시우는…….
“놓쳤어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은 눈을 감았다.
결국은 임무를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얻은 게 없는 건 아니에요.”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우진을 향해, 아일린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서우진이 묻자, 아일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영주님께서 놈들의 근거지를 찾으셨거든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