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허허, 이제 몸은 괜찮은가? 걱정했다네.”
반 슬레인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그의 모습에 서우진은 움찔- 했다.
반가움보다도 몸에 새겨진 두려움이 먼저 반응을 한 탓이었다.
“오, 오랜만입니다.”
말까지 더듬으며 인사를 건넸다.
“많이 성장했더군. 가르친 보람이 있어 다행일세.”
허허- 웃는 청년의 얼굴은 솔직히 좀 무서웠다.
매시브 가디언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지만, 여전히 반 슬레인은 두려운 존재였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반 슬레인은 스승이다.
무협소설처럼 무슨 사승관계를 맺거나 하진 않았지만, 서우진은 그를 진짜 스승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런 이에게 성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아직 미진한 점이 없진 않다네. 다음에 시간을 내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
서우진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어졌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받았던 훈련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거부할 수도 없는 일.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 사과부터 해야겠군.”
아일린에 이어 반 슬레인까지 사과를 한다.
늦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두 손을 내저었다.
백시우를 놓친 것은 너무도 아쉬웠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죽었을 터였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김태진과 성유라 앞에서 ‘마왕화’가 활성화되고, 자신과는 다른 인격이 튀어나왔다면……?
레이나가 저지른 일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참사가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막아주었으니 오히려 서우진이 고맙다고 절을 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반 슬레인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안하네. 내가 늦은 탓에 임무를 실패하고 말았으이.”
기어코 서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다.
“저는 정말 괜찮으니까, 고개를 들어주세요.”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렇게 와주신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으니까, 이제 사과는 됐습니다.”
서우진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자, 반 슬레인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이해해 주어 고맙네.”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레이나는 완전히 죽은 겁니까?”
아일린에게 듣긴 했지만, 서우진은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 납치되어 기차에 갇혔을 때, 레이나는 ‘지고화’에 의해 전신이 불타올랐음에도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으니까.
물론 이번엔 그때와 달리 레벨 업을 했으니, 그녀가 죽었다는 증거가 되긴 했지만…….
서우진은 반 슬레인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그녀의 목은 내가 직접 베었네. 분체가 아닌 본체였으니, 더는 살아날 일이 없겠지.”
완전한 죽음의 선언이었다.
서우진은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죽이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그 피에 미친 변태 흡혈귀를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다행이네요, 다시 만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신이 굳어진 채, 피를 빨리는 듯한 경험을 다신 해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여룡이랑 한 번 더 싸우고 말지.’
레이나랑 싸우느니, 그게 더 나을 듯했다.
“아, 그런데 적들의 근거지를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다네. 사실 그 일 때문에 조금 늦은 게지.”
반 슬레인은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시온과 이곳, 지나한 사이의 거리는 꽤 되지 않은가?”
대륙 최북단의 왕국.
제국 최남단의 도시.
당연히 어마어마한 거리였다.
특히나 시온에는 제국과 달리 기차도 다니지 않았으니,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도움 요청을 받자마자 출발한 덕에 사실 시간이 그리 촉박하진 않았네. 제국령에만 도착하면, 그 기차라는 것을 이용할 수 있었으니.”
확실히 제국령은 교통편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비행기나 KTX 같은 초고속 이동수단만 없을 뿐이었다.
물론 기차 티켓 값이 상상을 초월하는 탓에, 아무나 쉽게 탈 순 없었지만 말이다.
그것도 반 슬레인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가 북방의 작은 왕국 출신 귀족이긴 해도, 기차를 타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진 않았다.
“그리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다, 뭔가를 느꼈다네.”
“뭔가라면……?”
“마기. 그것도 일평생 느껴보지 못한 막대한 양의 마기였지.”
제국령 안에서 그런 걸 느낄 것이라곤 생각도 못해봤던 반 슬레인은, 일단 그것을 추적하기로 했다.
서우진을 돕는 임무도 급했지만, 눈앞의 마기를 보고 모른 척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마기를 품은 존재를 몰래 따라가다 보니, 한 장소에 도달하더란 말일세.”
너무도 빨라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며 한숨을 내쉬는 반 슬레인의 모습에 서우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국에선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까?”
제국령 한복판에서 그만큼 강력한 마기를 풍기는 존재가 나타났다.
백시우의 위치도 하루 만에 찾아낸 정보력을 생각해 보면, 제국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알고 있더군. 크루시엘에서 이미 뒤를 쫓고 있었지. 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네. 그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강한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일세.”
반 슬레인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심상찮은 듯했다.
“얼마나 강했습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잠시 가늠을 해본 반 슬레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적어도 자네가 만나보았다는 여룡이나 레이나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네.”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괴물이란 뜻이었다.
“…그놈이 향한 곳이 근거지였습니까?”
서우진의 물음에 반 슬레인은 긍정했다.
“크루시엘의 아그나가 그리 말해주었네. 그들의 정보력을 생각하면, 틀림없는 사실이겠지.”
반 슬레인은 그곳을 급습하려 했으나, 아그나가 말렸다.
이곳은 자신들이 감시하고 있을 테니, 어서 가서 서우진을 도우라는 부탁과 함께.
“그 말씀은?”
“이곳의 일이 마무리되면, 곧장 그곳으로 돌아와 달라 했다네. 자네와 함께 말이지.”
반 슬레인으론 부족해 서우진까지 불렀다.
그곳엔 그만큼 강한 존재가 있는 듯했다.
“그곳이 근거지라면, 혹시 백시우가 거기에 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사자가 데리고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반 슬레인이 발견한 곳이 그들의 근거지라면…….
그곳으로 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었다.
“확신할 수 없겠네만, 그럴 확률이 높지 않겠나?”
반 슬레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안하네.”
정신이 든 이후로, 계속해서 사과를 받고 있었다.
이번엔 모히아딘이었다.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서우진은 모히아딘을 높게 평가한다.
귀족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모습과는 달리, 그는 정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참 귀족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식농사는 실패했다.
그 덕분에 죽지 않아도 될 이들이 죽었다.
그것도 흡혈귀에게 산채로 잡아 먹혀, 시체도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마왕의 추종자인 다크 엘프에게 용사의 죽음까지 의뢰를 했으니…….
이건 라시드 혼자만의 목숨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자식의 잘못은 곧 부모의 잘못 아니겠나? 나 역시 회피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질 생각이네.”
가볍게 내뱉을 말이 아니었다.
제국의 법에 의하면, 마왕의 추종자들과 협력한 자들의 처벌은 바로 사형이었으니까.
“자작님께선 모르고 있었던 일 아닙니까?”
그 점을 강조하면, 제국에서도 참작을 해줄 수 있었다.
다른 귀족이라면 모를까, 모히아딘은 평판이 매우 좋은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히아딘은 고개를 저었다.
“부족한 자식 놈의 잘못으로 죽은 이가 다섯이네. 그 죄를 내 무슨 낯으로 피할 수 있겠나?”
확실히 책임감이 있는 귀족이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라시드라는 개망종 하나 때문에 저런 이가 곤혹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라시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서우진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며 물었다.
혹시나 반성하고 있다면.
그래서 평생 동안 그 죄를 갚기 위해 살아가리라 반성한다면.
‘방법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하지만 그런 일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놔라! 놓으라고, 이 새끼야! 감히 나를 붙잡아? 너희 모가지를 싹 다 베어 성벽에 매달아놓을 테다!”
고함소리가 들린다.
병사들에게 붙들려 끌려오던 라시드가 질러대는 것이었다.
그것을 들은 모히아딘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안 되겠구나.’
저건 갱생이 불가능한 쓰레기다.
자신의 행동이 본인뿐만 아니라, 아비까지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머저리.
악을 쓰는 듯한 호통과 함께 라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치료를 했는지, 박살이 났던 얼굴은 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흠칫-!
서우진을 발견한 라시드의 몸이 굳어졌다.
자신을 향해 무자비하게 휘둘러졌던 폭력이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아, 아버지!”
라시드는 본능적으로 모히아딘을 찾았다.
아버지라면.
이 도시를 지배하는 아버지라면.
저 무서운 놈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언제나 자애롭게 자신을 바라보던 모히아딘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버지?”
무표정으로 서 있는 서우진의 모습보다, 아버지의 차가운 눈빛이 더욱 무서웠다.
“라시드.”
모히아딘은 덤덤한 음성으로 아들을 불렀다.
“예, 예! 아버지. 제가 이번엔 실수했어요. 다시는 이런 실수를 안 저지를게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실수란다.
만약 유족들이 그의 말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히아딘은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한 가정의 아비, 어미, 누이, 동생이 죽었다.
라시드의 잘못된 선택 하나 때문에 말이다.
그것을 실수라고 칭했다.
그들을 향한 단 한 마디의 사죄도 없이 말이다.
모히아딘은 더욱 가라앉은 눈빛으로 아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잘못은 알고 있더냐?”
“물론이죠! 이젠 정말로 제대로 살게요. 아버지 뒤를 이으려면 이제 정신 차려야죠. 진짜 뉘우치고 있어요.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라시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버지가 저렇게 말을 했으니, 큰 벌을 받지 않고 풀려날 게 확실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마음이 약한 아버지는 항상 자신의 편이었으니까.
이번에 저지른 일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일이라는 건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자신을 위해줄 것이다.
라시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네 잘못에 대한 벌을 내리마.”
“어떤 벌도 달게 받을게요!”
뉘우치는 척은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약한 벌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뒤이어 이어진 모히아딘의 말에, 라시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다크 엘프와 교류한 죄. 그들을 이용해 용사를 시해하려 한 죄. 죄 없는 영지민들의 목숨을 잃게 만든 죄. 그에 대한 처벌은 사형이다.”
“…네?”
사형이라고? 내가? 방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혼란스러운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아, 아버지?”
라시드는 말을 더듬으며 아버지를 불러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형의 집행은 지금 이 순간이다. 테메르.”
“명하십시오.”
모히아딘은 자신의 기사들 중 한 명을 불러 명했다.
“밖으로 데려가 사형을 집행하라.”
“…명을 받듭니다.”
테메르라 불린 기사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예를 올리고는 라시드를 향해 다가갔다.
“아버지! 아버지! 놔! 이거 놔, 이 새끼야! 뭔가 잘못됐어요, 사형이라니? 사형이라니!”
라시드가 발악했다.
모히아딘은 그런 아들을 보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먼저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이 아비도 곧 따라갈 테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