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9)
148화.
라시드의 사형이 집행됐다.
모히아딘에 대한 배려일까?
사형은 영지민들의 앞이 아닌, 영주성의 외딴 곳에서 진행되었다.
오직 기사들만이 참관한 사형식에서 라시드는 밧줄에 목을 매달았다.
추도하는 이도, 안타까워하는 이도 한 명 없는 쓸쓸한 죽음이었다.
모히아딘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아들의 죽음을 보고받았다.
그리고 울었다.
아무리 개망종에 죽을죄를 저질렀다고는 하나, 그의 둘도 없는 아들이었다.
슬픔을 감춰보려 해도 감출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눈물 흘리는 모히아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섣불리 위로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입으로 아들의 죽음을 명한 아버지의 심정을 어찌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것이, 서우진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모히아딘은 통곡과 기절을 반복했고, 결국 휘하의 기사들이 그를 침실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하아-”
“괴로운가 보구먼.”
언제 온 것일까?
어느새 곁에 나타난 반 슬레인이 서우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니,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게나.”
“그냥 좀 착잡할 뿐입니다.”
라시드는 죽을죄를 지어 죽었다.
모히아딘은 영주의 책임을 다했다.
그저 그뿐이라 생각하려고 해도,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모히아딘 자작은 어떻게 될까요?”
자식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다.
결코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서우진은 그것이 걱정되었다.
“제국법은 나도 잘 모르겠네만……. 아무래도 사형은 피하기 어려울 테지.”
마왕과 연관된 죄다.
매년 몬스터들과 전쟁을 치르는 시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라시드와 모히아딘뿐만 아니라, 일가친척까지 모조리 참수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엄한 중죄였으니, 제국에서도 다루는 것에 큰 차이는 없을 터.
그의 말대로 모히아딘은 사형당할 확률이 클 것이다.
서우진은 그것을 막고 싶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아니, 방법이 있다 한들 모히아딘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서우진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 일은 그만 털어내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던가?”
더는 지나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레이나는 죽었고, 백시우는 사자와 함께 사라졌다.
큰 죄를 범한 라시드에 대한 처벌까지 이루어졌으니,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반 슬레인의 말대로,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근거지로 생각되는 곳으로 백시우를 찾기 위해서.
“…떠날 준비하시죠.”
“잘 생각했네, 기차 시간이 되는대로 곧장 출발합세.”
반 슬레인은 어깨를 두드려 준 뒤, 돌아갔다.
홀로 남은 서우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 * *
“…어이가 없군.”
사자는 헛웃음을 지었다.
감정의 변화가 극히 드문 그로선,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황당했다.
“새로운 왕?”
아니었다.
눈앞의 백시우는 그저 심마에 빠진 용사에 불과했다.
그 재질이 뛰어나 놀라울 정도의 마기를 품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아둔하다.”
사자는 이미 죽어 사라진 레이나를 향해 나지막이 말을 뱉었다.
확인하진 못했으나, 왕이 분명하다하여 손해를 보면서까지 직접 데려왔거늘…….
사자는 손을 들어 백시우의 뺨을 쳤다.
짜악-!
동시에 백시우의 얼굴 피부가 찢겨져 나가며 피가 흘러나왔다.
“……여긴?”
그제야 백시우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마기에 먹히고, ‘베르쉬트’라는 종말의 마수를 목도한 뒤 아득해졌던 정신이 깨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살기로 번들거리는 붉은 눈동자는, 그가 아직 마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 이름이 백시우인가?”
사자의 물음에, 백시우는 그제야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
씨익-
입술이 귀에 걸리며 섬뜩한 미소가 지어졌다.
“방금 내 뺨을 때린 게 당신입니까?”
마기가 섞인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강력한 기운.
SSS급에 달하는 재능이 마기를 만나 검은 꽃을 피운 덕에,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힘을 지닐 수가 있었다.
사자는 그런 백시우를 보며 살짝 놀랐다.
아직은 제대로 성장도 하지 못한 용사 나부랭이다.
그런 놈이 벌써부터 이만한 기운을 내뿜는다.
‘등급으로는 최고라더니.’
서우진이라는 이레귤러에겐 미치지 못하지만, 백시우는 사자로써도 일찍이 보지 못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렇다면?”
고저 없는 음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백시우의 미소가 더욱 짙어지며, 살기가 폭사되었다.
“그럼 죽어야지.”
마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용사가 지니고 있는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도 높은 마기였다.
‘허…….’
사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나가 왜 이 녀석을 새로운 왕이라고 생각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만한 마기를 지닌 존재였으니, 착각할 만했다.
‘이거 어쩌면…….’
사자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은 계획에 불과한 것.
입 밖으로 내뱉을 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사자는 대신 다른 말을 입에 담았다.
“할 수 있다면 죽여보아라.”
도발.
백시우가 지닌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백시우의 검이 뽑혔다.
“‘폭뢰’.”
스킬의 이름처럼, 뇌전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공기마저 타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검격이었다.
하지만 사자는 장난치듯 손을 내뻗는 것으로 ‘폭뢰’를 막아냈다.
파지지지직-!
그의 손에 잡힌 검이 번뜩이며 뇌전을 쏘아댔지만, 아무런 타격도 없어 보였다.
“이게 끝인가?”
실망했다는 눈빛에 백시우가 이를 악물었다.
“‘승천뢰’!”
쿠르르릉-!
손에 잡힌 검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마치 용이 승천하듯, 꿈틀거리며 날아오른 검이 사자의 손에서 벗어났다.
‘으음.’
이번엔 조금 더 놀랐다.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세게 검을 쥐고 있었는데 그것을 강제로 빠져나온 것이다.
‘쓸 만하겠군.’
사자는 백시우의 가치를 쓰레기에서 조금 더 상향시켰다.
‘아니, 아니지.’
용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성장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애초에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 소환된 이들.
그 말은 곧, 마왕에 버금가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이것 참…….’
사자의 눈에 스산한 빛이 감돈다.
새로운 왕.
비록 백시우는 그분이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그리 만들면 될 일 아닌가?’
사자의 마음에 작은 욕심이 깃들었다.
자신의 손으로 왕을 만들고, 그 배후에 서서 모든 것을 손아귀에 쥔 모습.
사자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조금 전의 어이없다는 헛웃음과는 달랐다.
진심으로 기쁜 듯한 미소였다.
‘내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갔구나, 레이나.’
처음으로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만하는 게 좋겠군.”
손을 뻗어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어대는 백시우의 목을 붙잡았다.
“커흑!”
마치 압착프레스로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에 백시우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무리 마기와 마력을 끌어올려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백시우의 살기 서린 눈동자가 사자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사자는 그 모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나와 일 하나 같이해 줘야겠다.”
백시우의 눈에 비친 사자의 모습은, 욕심으로 가득찬 괴물과 같았다.
* * *
기차는 조용했다.
반 슬레인이 기차 하나를 통째로 빌렸기에, 다른 손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주고 빌린 건 아니었다.
임무를 위해 차출한다는 명목으로 받은 것이다.
덕분에 기차에는 서우진과 아일린, 그리고 반 슬레인과 백은기사단이 전부였다.
“얼마나 걸릴까요?”
서우진이 물었다.
“역에 정차할 필요 없이 목적지까지 계속 달릴 테니……. 앞으로 7~8시간이면 충분할 걸세.”
이들이 향하는 곳은 제국 서부였다.
그곳에 있는 역에서 내린 뒤, 다시 도보로 이동을 해야만 했다.
“숲이라고 했던가요?”
“맞네. 마경이라 이름 붙일 정도는 아니네만, 그 근방에선 죽음의 숲이라 불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 하더군.”
“죽음의 숲? 몬스터가 많은 겁니까?”
서우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웬만큼 위험하지 않고서야 그만한 이름으로 불릴 리가 없었다.
“사실 그곳에 몬스터는 없다네. 적어도 내가 확인한 바론 그렇지.”
“예? 그럼 왜 죽음의 숲이라고 불리는 건가요?”
“나도 모른다네. 아니,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저 숲에 들어간 사람들 중 되돌아오지 못하고 실종된 이가 많기에 붙여진 별명이라 했다.
처음엔 몬스터의 소행이라 생각했지만, 여러 차례 수색과 토벌을 진행했음에도 놈들의 코빼기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맹수조차 찾아볼 수 없어, 오히려 동네 뒷산보다도 안전한 숲이었다.
“그런데도 매년 수십 명씩 실종이 되는 장소라고 하더군.”
이유를 알 수 없는 실종.
덕분에 근방에 사는 사람들은 그 숲을 죽음의 숲이라 부르며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놈들이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네.”
마기를 풀풀- 풍기던 놈이 향한 곳이다.
사람들의 실종과 분명 연관이 있을 터였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반 슬레인은 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제국의 국력은…….”
감탄이 나온다.
자신의 집무실보다도 좋아 보이는 객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씁쓸함도 같이 느꼈다.
제국과 시온 사이에 존재하는 격의 차이가 실로 실감났기 때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검이 바뀌었더군.”
반 슬레인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자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카 라니엘’. 맞나?”
“아, 네. 얼마 전에 얻었습니다.”
서우진은 검을 뽑아 구경을 시켜주려고 했지만, 반 슬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괜히 욕심만 날 것 같으니 되었네.”
웃으며 말을 했다.
서우진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이런 좋은 검을 찼으니, 스승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반 슬레인은 그런 서우진에게 부러움을 표하는 대신 충고했다.
“아무리 좋은 검을 갖고 있다 한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신의 실력일세.”
‘카 라니엘’을 든 서우진과 낡은 검을 든 반 슬레인.
둘이 싸워 누가 이길지는 자명했다.
“그 좋은 검을 잘 다루게. 자네라면 신검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낼 수 있을 듯하니.”
“…능력 말입니까?”
지금까지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그저 잘 드는 검으로만 사용했다.
물론 그 기준이 마기도 찢고, 마력도 찢어발길 정도였지만, 그 이상의 능력이 또 있으리라곤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전 대륙의 생명이 모여 만든 시점에서, ‘카 라니엘’은 이미 단순한 검이 아니라네.”
서우진의 눈이 반짝였다.
혹시 ‘셀레스티얼 윙’이나 ‘아이기스’ 같은 마법이라도 내장되어 있다는 뜻일까?
하지만 반 슬레인은 그 능력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
“자네 스스로 알아내게.”
그저 숙제만 내줄 뿐이었다.
서우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기차는 그저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