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
#14화.
‘피해?’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촉수가 떨어져 내리는 속도가 너무도 빨랐고, 이미 서우진의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막아?’
그건 불가능하다.
전봇대보다 굵고 무거우며, 일격에 땅을 부수는 촉수를 지금의 서우진이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죽냐?”
죽음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서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서우진이 검을 들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라면, 뭐라도 하고 죽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자신을 뭉개 버리기 위해 떨어지는 촉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후웅-
레벨 2짜리 용사, 아니, 예비 마왕의 검이 너무도 초라한 모습으로 촉수와 충돌했다.
그리고…….
“어?”
얼음 벌레가 움직임을 멈췄다.
검으로 전해진 충격은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어린아이가 주먹을 휘두른 정도의 느낌.
촉수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지?’
설마하니 자신의 힘이 이렇게나 강력한 것은 아닐 테고.
서우진은 슬쩍 얼음 벌레의 동태를 살폈다.
역시나 그가 갑자기 강해져서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얼음 벌레가 움직임을 멈추었을 뿐.
서우진을 향해 떨어져 내리던 촉수뿐만 아니라, 본체와 다른 촉수들까지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도무지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서우진 씨!”
그때, 아일린의 외침이 들려왔다.
절규에 가까운 음성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괜히 이 상황에 소리라도 냈다가 다시 얼음 벌레가 움직인다면 꼼짝없이 뭉개질 게 뻔했으니까.
대신 머리 위로 들고 있던 검을 천천히 회수하고는 옆으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서우진 씨! 대답해요, 서우진 씨!”
아일린의 음성은 크게 떨리고 있었다.
서우진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로 인한 자책감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점점 더 소리가 가까워지는 걸 보면, 빠르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듯했다.
‘조금만 더…….’
얼음 벌레가 죽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금도 저 커다란 눈동자가 서우진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몸이 굳은 것만은 확실했다.
‘빠르게, 지금!’
어느 정도 거리를 뒀다고 생각한 서우진이 냅다 달음박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이쪽이요!”
혹시나 얼음 벌레가 다시 움직이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서우진이 뒤쪽으로 멀어지고 있었음에도 놈은 털끝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
“얼음 벌레와 떨어지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환희? 안도?
지금까지 떨려오던 음성과는 달리, 아일린의 외침에는 짙은 안도감이 묻어 있었다.
물론 다급해 보이는 것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그녀의 말대로 얼음 벌레에게서 최대한 떨어지기 위해 계속 달렸다.
힐끔거리며 놈의 동태를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우진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음에도, 촉수는 굳은 채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아일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예요, 여기!”
서우진이 손을 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아일린의 신형이 순식간에 커졌다.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빠른 속도로 다가온 것이다.
“무사하셨군요!”
솔직히 그녀를 보고 한마디 하려고 했다.
욕까지는 아니더라도, 핀잔 정도는 해야 식겁했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언제나 차갑고 냉정한 표정이던 아일린이…….
‘눈물?’
그녀의 눈동자에 맺혀 있는 게 땀이 아니라면, 눈물이 확실했다.
“괘, 괜찮으신가요? 어디 다친 곳은?”
아일린은 서우진의 곁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살폈다.
당연히 그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 지치고 힘이 들기는 했지만, 그건 혼자 생난리를 치느라 그런 것이고.
얼음 벌레는 조금 전까지 서우진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던 상황이었으니, 다칠 리가 없었다.
“괘, 괜찮아요.”
처음 보는 아일린의 모습에 서우진이 어버버- 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반드시 자신의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다는 듯, 그의 몸 전체를 꼼꼼히 살폈다.
그러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빠지죠.”
지금 상황은 그녀도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얼음 벌레가 왜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는지, 그리고 그 상태가 왜 계속 지속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일투성이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게 아니었다.
용사를 빨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
아일린이 서우진을 둘러업었다.
“아, 아니! 잠깐만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서우진이 당황했지만, 뭔가 반항을 해볼 새도 없었다.
슈화아악-!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속도감으로 두 사람이 본래 있던 자리에 도착했다.
마치 뚜껑을 연 채 슈퍼 카를 타고 질주하면 이런 느낌일까?
왠지 모를 짜릿함과 부끄러움에 서우진은 입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여기면 괜찮을 거예요.”
아일린은 서우진은 내려놓고는, 다시 한번 꼼꼼히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뒤에야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체 왜…….”
아일린은 뒷말을 삼켰다.
하지만 서우진은 듣지 않고도 이어질 말을 알 수 있었다.
‘대충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냐는 거겠지?’
자신도 모른다.
다른 병사나 기사가 위험에 처했을 땐 이렇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든 제 한 몸 건사하는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일린이 위험에 처할 때는 달랐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해서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이게 두 번째였다.
‘예뻐서?’
예쁘긴 하다.
하지만 그딴 게 이유가 될 리가 없었다.
아일린의 외모가 출중하다고는 하지만, 지구에서 수많은 연예인을 봐온 서우진이다.
그들 중에는 그녀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이들도 수두룩했다.
고작 그것 때문에 목숨을 걸 리가 없었다.
‘내가 아일린을 좋아하나?’
그럴 리가!
오히려 불편해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자신을 챙겨주고 지켜주는 건 고마웠지만, 그게 전부다.
좋아하는 감정이 들기엔, 두 사람 사이에 쌓아온 역사가 없었다.
‘나도 모르겠네.’
같잖은 영웅 심리도 아니고…….
“아일린 경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결국 대답할 말이 궁색해진 서우진은 화살촉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애초에 아일린이 갑자기 뛰쳐나가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리도 없었고.
“…죄송합니다.”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가 이렇게 순순히 사과를 할 줄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제게 내려진 명령을 잊고, 사사로운 감정에 빠져 당신을 홀로 내버려 둔 것은 명백한 저의 실수예요.”
“어, 음. 알았으면 됐어요.”
그렇게 말한 서우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아일린에게 사과를 받다니.
괜히 머쓱해진 서우진이 얼음 벌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저놈은 왜 갑자기 저럴까요?”
아일린은 서우진을 데리고 얼음 벌레와 꽤나 떨어진 곳까지 왔다.
이 정도 거리라면 얼음 벌레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더라도 충분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었으니, 아일린은 냉정을 되찾고 이유를 분석해 보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움직임을 멈추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천적이 나타났을 때.
뱀 앞의 개구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천적을 마주한 피식자는 그 살기에 몸이 굳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얼음 벌레의 천적?
아일린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이 근방에선 놈을 상대할 만한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는 주인의 명령을 들었을 때다.
아무리 지성이 없는 몬스터라 할지라도 심령으로 연결된 주인의 명령은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몬스터의 주인은 오직 한 존재.
마왕밖에 없었으니까.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를 떠올려 봤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잘 모르겠군요.”
결국 아일린은 고개를 저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모르는군요.”
서우진은 딱히 해답을 기대한 게 아니었기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드레이카스 때도 이랬었지?’
자신을 박살 낼 것처럼 달려들던 몬스터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치 겁을 먹은 것 같았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분명 서우진은 그렇게 느꼈었다.
얼음 벌레도 마찬가지다.
표정을 확인할 수 없어 겁을 먹었는지는 알 방도가 없었지만, 적어도 움직임이 굳은 것 자체는 똑같았다.
‘이유가 뭘까? 설마 내가 마왕이라서?’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직 마왕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왕이 될 수 있는 적성을 갖고 있을 뿐.
지금 서우진은 직업도 정해지지 않은 2레벨의 뉴비에 불과했다.
드레이카스나 얼음 벌레가 마왕이라는 존재를 느끼고 겁을 먹기엔, 그는 너무도 하찮았다.
‘그럼 남은 건 하난데…….’
서우진은 오랜만에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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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서우진
■직업 적성 : 마왕 [측정 불가]
■레벨 : 2
■스킬 : ??? [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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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것은 레벨이 1에서 2가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확인하고 싶은 건 레벨이 아니었다.
‘저 스킬.’
제국에서 대기할 때, 귀동냥으로 몇 가지를 주워들은 게 있었다.
“용사들이 스킬을 얻는 건 5레벨부터였죠?”
“네? 아, 맞아요.”
혹시 몰라 아일린에게 확인을 해봤다.
용사들은 5레벨이 되면 첫 스킬을 얻고, 그 후로 레벨 업을 할 때마다 하나씩 추가로 획득할 수 있었다.
‘S급이나 SSS급 적성의 녀석들도 아직 스킬은 없었어.’
하지만 서우진은 처음부터 스킬이 있었다.
비록 그것이 ‘???’로 표시되어 그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유가 있다면 저것뿐이야.’
이름도, 효과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스킬.
액티브가 아닌 패시브 스킬이었으니, 상시 발동 중이라는 뜻일 터였다.
자신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효과가 지속되고 있을 것이다.
‘…이게 뭔지 알아내야겠어.’
그러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레벨 업.
5레벨이 되어 스킬을 얻을 때가 된다면,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놈,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요?”
서우진이 아일린을 보며 물었다.
당연히 그녀는 미친놈 쳐다보듯 바라봤지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