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숲으로의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크루시엘의 대원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불가능하다고?”
로나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들의 입에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게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타국의 왕실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곳이 바로 크루시엘이었다.
그런 이들이 힘들다도 아니고, 불가능하다는 말을 꺼냈다.
로나인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숲을 조사하던 대원들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후속조치를 위해 진입하려 했으나 짙어진 마기를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 저희의 존재가 발각되었습니다.”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과는 반 슬레인을 향한 것이었다.
이곳은 자신들에게 맡기고 서우진을 도우러 가달라고 부탁한 게 바로 얼마 전이다.
그런데 일이 틀어졌으니 반 슬레인을 볼 면목이 없었다.
“허허, 괜찮네.”
하지만 반 슬레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말단 대원에게 그것을 내색할 정도로 수양이 낮지 않았다.
지금은 이미 벌어진 일을 후회하기보단,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더 급했다.
“아예 방법이 없는 겁니까?”
이번엔 서우진이 물었다.
그러자 크루시엘의 대원이 슬쩍 그를 쳐다봤다.
왠지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확인하곤 고개를 갸웃했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희가 그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을 뿐.”
“그게 뭡니까?”
예상이 가긴 했다.
그리고 서우진의 생각은 맞았다.
“극에 달한 힘으로 틈을 만드는 것입니다.”
서우진과 로나인의 시선이 동시에 한쪽으로 향했다.
극에 달한 힘.
지금 이곳에서 그런 걸 지니고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허허-”
반 슬레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길을 열면 되겠는가?”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원이 부탁드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일단 가까이 가보도록 하세.”
서우진은 다른 일행과 함께 숲의 경계로 다가갔다.
‘음…….’
확실히 지금껏 봐온 마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게랄드와 레이나의 마기도 엄청났지만, 눈앞에 펼쳐져 있는 마기의 바다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허어.”
반 슬레인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그로써도 처음 보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것 참, 대단하군.”
이 정도면 차라리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마기의 위용에 새하얗게 질려 버린 로나인이 물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로도 대단한 실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듯, 한없이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허이.”
숲의 마기를 모조리 소멸시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틈만 만들면 된다.
반 슬레인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들어갈 수는 없을 것 같네.”
마기의 양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웬만한 이들은 들어가자마자 몸이 굳어 숨도 쉬지 못하고 죽어버릴 수준으로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때 크루시엘의 대원이 나섰다.
“응?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가?”
“이것을…….”
그는 품에서 손바닥만 한 은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가득 새겨져있는 패였다.
“호오.”
반 슬레인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마법에는 문외한인 그였지만, 그것이 범상찮은 물건이라는 건 한눈에 알아본 듯했다.
“마기 저항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아이템입니다. 하늘탑에서 얼마 전에 개발에 성공한 물건이죠. 이걸 지니고 있으면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놀라운 물건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마기 때문에 반항도 하지 못한 적이 얼마나 많던가?
그런데 이게 있다면, 전력이 몇 배나 상승할 수가 있었다.
적어도 싸우지도 못하고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수는? 충분한가?”
반 슬레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다급히 물었다.
“아직 시제품이긴 하지만, 크루시엘에는 풍족하게 보급이 되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나누어줄 수 있을 정도는 되지요.”
수십 명에 달하는 백은기사단 전원이 사용할 수 있다니?
로나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누어주게.”
반 슬레인의 부탁에, 크루시엘의 대원은 당연하다는 듯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은패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습니다.”
대원들 중 하나가 서우진에게 다가오더니 은패를 내밀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사양했다.
굳이 마기에 저항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기 속에서는 더없이 포근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니, 소지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그렇습니까?”
대원은 묘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이상한데.’
처음부터 느낀 것이지만, 저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마치 관찰을 하는 듯했다.
‘왜?’
이유야 많을 것이다.
용사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황제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제국의 비밀정보국에선 당연히 신경쓸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서우진은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직 의심이 사라진 건 아닌가?’
백시우가 흑화하고 레이나가 나타나며 흐지부지 넘어간 줄 알았다.
직접 황제까지 만났으니 의심은 완전히 거두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크루시엘에서는 여전히 서우진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은 듯했다.
‘조심해야겠어.’
어디까지 알고 있고, 어느 수준까지 감시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들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조심에 조심을 기해도 부족했다.
서우진은 최대한 자신을 감춰야겠다고 다짐하며 반 슬레인 곁으로 다가갔다.
“역시 자네도 저것이 필요치 않나 보구먼.”
“덕분에 많이 강해졌거든요.”
서우진이 슬쩍 웃으며 말하자, 반 슬레인이 피식- 했다.
“이 노구를 열심히 놀린 보람이 있군.”
자신이 직접 가르친 서우진의 성장에, 그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실은 자네가 강해질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네.”
서우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북방에서 토벌을 시작한 날.
반 슬레인은 마왕을 참한 D급 용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 서우진에게 가르쳐 주겠다는 말도.
시간이 흐르고, 그간 많은 일이 발생한 탓에 잊고 있었지만, 반 슬레인은 여전히 기억을 하고 있는 듯했다.
“저는 괜찮…….”
“그리고 성과가 좀 있었다네.”
“예?”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분명 당시의 기록은 소실되어 찾기가 힘들다고 했었다.
때문에 그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었고.
솔직히 기대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선 절실히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에 잊고 지냈다.
서우진은 그런 게 없어도 충분히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는 신경써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성과가 있었다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반 슬레인이 그때의 약속을 잊지 않았던 것도, 정말로 방법을 찾은 것도.
서우진이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자, 반 슬레인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진지하게 대화를 한번 해보세.”
“아, 알겠습니다.”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니.
서우진은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기대감을 가라앉혔다.
“전원 돌입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때, 로나인이 다가오며 말했다.
백은기사단과 크루시엘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도열해 있었다.
언제든지 길이 열리면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럼 슬슬 움직여야겠구먼.”
반 슬레인은 허리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체도 젊어지셨으면서.’
서우진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여전히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기이했다.
그사이 반 슬레인은 검에 손을 가져다댔다.
“응?”
그런데 그가 멈칫- 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서우진을 쳐다봤다.
“문제가 있습니까?”
살짝 긴장하며 묻자, 반 슬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네만.”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한번 해보게나.”
“…네?”
서우진은 방금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반 슬레인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 다시 한번 말했다.
“자네가 길을 열게.”
헛웃음이 났다.
초극의 경지에 든 이후에나 겨우 감당할 수 있을까 말까 한 마기의 장막이다.
자신이 이걸 어떻게 뚫는단 말인가?
“저는 못…….”
“할 수 있네.”
거절하려고 했지만, 반 슬레인은 그가 가능하다고 확신하듯 말했다.
“지금 자네의 힘이라면 충분하네. 암, 할 수 있고말고.”
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재차 거절을 하려고 했다.
괜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은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는 반 슬레인의 시선에 한숨을 내쉬었다.
“해보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방법은 내가 일러주지.”
서우진은 그가 자신에게 가르침을 내려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반 슬레인이 직접 검을 가르쳐 주겠다는데, 그것을 거절하는 건 바보짓이었다.
스으윽-
‘카 라니엘’이 뽑혔다.
보라색 마력이 넘실거리는 흑색의 검신.
그것을 본 기사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서우진은 그딴 것에 신경쓸 정신이 없었다.
“집중하게.”
반 슬레인의 말대로 서우진은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공간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일세.”
마음 같아서는 ‘신룡안’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반 슬레인이 원하는 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직 본신의 능력으로만 해내야 했다.
‘공간을 인식.’
서우진은 어둠 속에서 가상의 벽을 세웠다.
숲의 경계를 막고 있는 마기의 장막이었다.
이미 온몸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상상을 하는 것은 쉬웠다.
“자네의 앞에 있는 것을 한 장의 얇은 종이라 생각하시게.”
그게 가능한가? 싶었지만, 의외로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쉬웠다.
거대했던 벽이, 얇디 얇은 종잇장으로 변했다.
물론 거기서 느껴지는 힘은 막대했지만 말이다.
그 순간, 서우진의 등에 반 슬레인의 손바닥이 닿았다.
움찔-
“움직이지 말고 마력의 흐름을 느껴보게나.”
그의 마력이 서우진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러곤 움직였다.
단순히 전신을 질주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 슬레인의 마력은 마치 정해진 길을 따르듯, 서우진의 전신을 누볐다.
‘아…….’
놀랍게도 마력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 힘과 농도가 짙어졌다.
‘이게 무슨?’
하마터면 놀라서 눈을 뜰 뻔했다.
하지만 이내 진정하고는 자신의 마력도 그 길을 따라 순환했다.
그러자 본래부터도 무한에 가까웠던 마력이, 더없이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극한까지 단련된 서우진의 육체가 붕괴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으읍!“
마치 터져 나갈 것 같은 압력에 서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명심하게. 자네가 베어야 할 것은, 마기가 아닌 그저 종이 한 장이네.”
심상이 중요했다.
서우진은 반 슬레인의 말에 따라,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좌에서 우로.
천천히.
느리다 못해 하품이 나올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보여준 결과는 놀라웠다.
쩌어어어억-!
장막이 갈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