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적막이 흘렀다.
눈앞에서 벌어진 경이로운 현상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직접 행한 서우진조차도 자신의 손으로 이뤄낸 이적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것 보게. 내가 할 수 있다 하지 않았나?”
오직 반 슬레인만이 흐뭇한 미소를 띠고 서우진을 칭찬했다.
“이, 이게…….”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내려다보았다.
‘검 때문이 아니야.’
물론 ‘카 라니엘’은 세상에 다시없을 신검이다.
하지만 방금 마기의 장막을 잘라낸 것은, 오로지 서우진의 힘만으로 이루어낸 것이었다.
‘어떻게 가능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재 자신의 경지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마력이 많고, 육체가 인간을 초월했다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이상의 무언가.
평범한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할 벽을 넘어야만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것을 해냈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방금 그 감각을 잊지 말게나.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때가 오면 분명 도움이 될 터이니.”
“…감사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경지.
고작 한 번에 불과했고, 반 슬레인의 도움이 없다면 다시 펼치지 못할 힘이었지만.
방금 전의 경험은 언젠간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벽을 넘어서는데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서우진은 진심을 담아 반 슬레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렇게까지 도움을 주는 이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고선 앞으론 잠도 자지 못할 것 같았다.
“되었네.”
허허- 웃으며 걸음을 내딛는다.
“길이 열렸으니 이제 들어가지.”
반 슬레인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말을 해주고는 잘려진 장막 사이로 들어갔다.
“추, 출발하라.”
뒤늦게 정신을 차린 로나인이 명령하자, 백은기사단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수십 명의 갑주를 입은 기사가 행동을 시작하자, 둔중한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그들의 선두에 서서 숲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이거…….’
숲은 평범했다.
마기에 뒤덮여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숲과 다를 게 없었다.
“여기가 죽음의 숲인가?”
뒤에서 로나인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루시엘에서 나눠준 은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이 짙은 마기 속에서도 기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일단 둘로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반 슬레인의 물음에 서우진이 대답했다.
이 많은 수가 몰려다니는 것은 효율이 좋지 않다.
숲이라는 지형의 특성상, 무리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빠른 대응이 힘들었으니까.
“너무 많이 쪼개는 것도 위험하니, 둘로 나누는 게 좋겠구먼.”
반 슬레인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한쪽을 맡죠.”
반 슬레인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것은 서우진이었다.
통솔력이나 지휘 능력은 로나인이 낫겠지만, 전투만 따지자면 그는 서우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럼 자네와 로나인 경이 같이 움직이게.”
“그게 좋겠네요.”
일행이 둘로 나뉘었다.
백은기사단과 크루시엘의 대원들이 적당히 섞여, 밸런스를 맞추었다.
“이것을 받으시죠.”
크루시엘 대원들 중 리더로 보이던 이가 서우진에게 다가오며 뭔가를 내밀었다.
‘원통?’
금속으로 만들어진 10㎝ 정도 되는 길이의 원통이었다.
“신호탄입니다. 뭔가를 발견하거나, 지원이 필요하실 때 사용하면 됩니다. 다른 대원들도 소지하고 있으니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지구처럼 무전기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서로의 상황을 어떻게 파악할지 걱정이었는데…….
‘이런 게 있으면 훨씬 낫지.’
마경 헬데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신호탄이 사용된 걸 본 적이 있었기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움직이겠네. 몸조심하게.”
반 슬레인은 서우진을 격려해 주곤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도 갑시다.”
서우진은 오른쪽이었다.
“여기 와본 적 있으세요?”
“한 번 있습니다.”
서우진의 물음에 로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기대하고 물은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살짝 놀랐다.
“2년쯤 된 것 같습니다. 이 숲의 조사를 맡은 적이 있었죠.”
“아…….”
반 슬레인에게 들었다.
계속되는 실종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수차례의 조사와 토벌이 실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때는 이런 광경이 아니었습니다.”
“마기 말인가요?”
“아, 네. 뭐,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로나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그땐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많았죠.”
서우진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가 우는 소리.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하는 표정을 지은 서우진이 곧장 ‘신룡안’을 발동했다.
‘와, 이걸 몰랐네.’
생명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자신과 일행을 제외하면, 모두가 ‘죽어’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스스-
멀쩡해 보였던 나무는 별다른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그대로 바스라졌다.
생기라고는 전혀 없는, 죽은 나무였던 것이다.
시커멓게 썩어버린 내부를 바라보던 서우진이 고개를 돌리며, 로나인에게 경고했다.
“조심해야겠군요.”
이제야 죽음의 숲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알겠습니다.”
로나인은 서우진의 말에 동의하는지, 경계의 수위를 높였다.
“그럼 계속 이동하죠.”
서우진이 지금 찾아야 할 것은 크루시엘 대원들의 시체였다.
시신의 수습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들을 찾는 이유는, 크루시엘이라면 죽는 순간에도 놈들의 근거지에 대한 단서를 남겨놓았을 것이란 리더의 확신 때문이었다.
생존자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기대하기 힘들겠지.’
들어와 보니 알겠다.
이 숲에 있는 놈은 그 사도라는 존재들 중 하나였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수호자 급의 강자가 없다면, 결코 막을 수 없는 괴물들.
그런 놈이 이곳에 있었다.
크루시엘이 아무리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놈들을 상대로 지금껏 살아 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0에 가까웠다.
‘시체라도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신룡안’을 발동시켰음에도, 아무것도 감지가 되지 않는다.
놈들의 근거지를 발견하려면, 아주 작은 단서라도 반드시 필요했다.
서우진은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이동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서우진이 걸음을 멈추었다.
“정지.”
“…뭔가를 발견하셨습니까?”
뒤따르던 로나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잔뜩 긴장한 탓인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로나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지금껏 그 무엇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상한데.”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여전히 겉으로는 평범한 숲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직감은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저곳에 분명 무엇인가가 있다고.
눈을 가늘게 뜬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뽑았다.
그러자…….
“쯧.”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뽑아라.”
동시에 로나인이 부하들에게 명했다.
차앙-!
검을 뽑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백은기사단과 크루시엘.
제국을 수호하는 두 힘이, 서우진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기 시작했다.
“누구냐?”
서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정면을 노려봤다.
“이렇게 들킬 줄은 생각 못했는데 말이지?”
스르륵-
공간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누군가 걸어나왔다.
알록달록한 색의 펑퍼짐한 옷을 입고, 얼굴에는 분장을 한 남자였다.
“…광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대와 같았다.
다만, 과장되게 칠한 붉은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보인다는 게 달랐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놈 같네.’
그 정도로 섬뜩하게 생긴 외모였다.
“나를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응? 아무리 봐도 그 정도 수준은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고개를 좌우로 갸웃갸웃하며 말하는 놈의 모습은 기괴할 정도였다.
“정체를 밝혀라.”
서우진은 긴장으로 인해 손에서 땀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다른 이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저놈은 정말로 강했다.
아마도 게랄드, 레이나와 같은 사도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끔찍한 기운을 품고 있을 리가 없었다.
“나? 내 이름은 루운발리야. 너는 서우진? 맞지? 내 말 맞지?”
루운발리.
서우진으로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나 보다.
“루운발리! 저 악마가 여기에!”
“젠장,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로나인과 기사들은 경악했고.
“신호탄을 쏴라! 저 미친 괴물이 움직이기 전에!”
크루시엘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피유우우웅- 펑-!
긴급 상황을 알리는 붉은 연기가 하늘을 수놓았다.
“응? 저게 뭐야? 연기? 멋있네에?”
루운발리는 그것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덕분에 짐승의 그것과 같은 이빨이 드러났다.
“유명한 놈입니까?”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로나인에게 물었다.
“…13사도 중 하나이자, 제국의 대적입니다.”
루운발리의 손에 잔혹하게 죽어간 사람의 수가 만 단위를 넘어선다.
십여 년 전, 도시 하나를 통째로 몰살시킨 악마.
제국의 입장에선 아직 강림하지 않은 마왕보다 더한 적이었다.
당연히 놈을 처단하기 위해 제국은 모든 수호자를 동원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도무지 놈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늘로 솟은 건지, 땅으로 꺼진 건지.
흔적조차 발견할 수가 없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던 추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 놈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꺄하하하하!”
연기를 향해 손뼉까지 쳐가며 웃고 있는 놈이 그렇게 대단한 악명의 주인공이었다니.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이야.’
방심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모자란 것인지.
놈은 여전히 연기에 정신이 팔려 서우진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서우진은 조금 전, 마기의 장막을 베었을 때를 떠올렸다.
마치 산조차 일검에 베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감각.
반 슬레인의 도움이 없는지라 완벽히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상기하고, 되짚으며 최대한 가깝게 검을 벼렸다.
우우우웅-
반 슬레인이 가르쳐 준 경로로 마력이 순환하며 그 크기를 키워 나갔다.
한 바퀴, 두 바퀴…….
서우진 홀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까지.
드드드드드-!
딛고 있던 땅이 진동했다.
새어 나온 마력을 감당하지 못한 주변이 이상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응? 뭐지이?”
그제야 루운발리가 이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서우진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벤다.’
머릿속에 오직 그 일념만으로 가득 채웠다.
반드시 놈을 베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은 검이 공간을 갈랐다.
쩌어어엉-!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