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막혔다!’
서우진은 손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에 경악했다.
물론 이 한 번의 공격으로 루운발리를 죽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게랄드, 레이나와 동급의 괴물이었으니까.
그래도 반 슬레인의 가르침이 담긴 검이다.
타격을 조금은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젠장!’
루운발리의 손가락이 ‘카 라니엘’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손가락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가 않을 지경이었다.
“응? 뭐야아? 공격? 나 공격한 거야? 응?”
놈의 미소가 섬뜩하다.
“안 되겠네? 뭐 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냥 죽어? 응?”
갑자기 폭발하듯 닥쳐 오는 살기에 깜짝 놀란 서우진이 뒤로 몸을 날렸다.
콰드드득-!
방금 전까지 서 있던 땅이 움푹 팼다.
‘안 보였어!’
대체 무엇으로 공격을 한 건지 보이지도 않았다.
“모두 피해요!”
서우진이 뒤를 향해 소리쳤다.
괜히 싸움에 휘말렸다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개죽음을 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단장님! 주변에……!”
대체 언제 나타난 것일까?
짙은 살기를 뿌려대는 마수들이 일행의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신룡안’으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도망? 못 가. 응? 여기서 다 죽어.”
루운발리가 낄낄- 웃었다.
마수 한 마리, 한 마리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전원 상급 기사 이상으로 이루어진 백은기사단과 크루시엘의 정예 대원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그 수가 너무도 많았다.
대체 이 많은 수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고쳐 잡고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로나인을 슬쩍 쳐다보았다.
“저놈은 제가 맡겠습니다. 로나인 경은…….”
“예, 마수들은 저희가 막아보도록 해보겠습니다.”
뚫고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서우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막아내는 것은 그럭저럭 가능할 것 같았다.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여력 따위는 없었다.
눈앞의 루운발리를 상대하는 것조차 힘들 테니까.
‘일단은 버티자.’
‘셀레스티얼 윙’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부작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때가 아니라면, 최대한 아껴두어야만 했다.
대신 반 슬레인이 도착할 때까지 방어에만 치중하기로 했다.
크루시엘이 발사한 신호탄을 봤다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터였다.
그때까지만 견디면 된다.
“응? 뭐 기다려? 누가 또 와? 강해?”
서우진의 속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루운발리는 흥미로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야, 루운 어쩌고.”
서우진이 놈을 불렀다.
최대한 놈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루운발리는 서우진의 의도대로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한 번 터트린 덕분인지, 방금 전과 같은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호기심과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였다.
서우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너 강하다며? 혹시 게랄드보다 세냐?”
“게랄드? 다크 엘프? 아, 걔? 죽었지 아마? 죽은 애는 필요 없어어. 내가 더 강해?”
특유의 정신없는 말투 덕분에 잘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게랄드보다 강하구나.’
헛웃음이 났다.
저렇게 모자라 보이는 놈이 그 괴물 같았던 다크 엘프보다 강하다니.
그냥 헛소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루운발리에게서 느껴지는 마기는 게랄드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었다.
“막아라! 놈들이 절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젠장, 대체 얼마나 몰려온 거야!”
“크어억!”
전투가 시작됐는지, 뒤쪽에서 비명과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럼 레이나는? 걔보다도 강해?”
서우진은 그쪽으로 돌아가는 루운발리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다시 한 번 물었다.
“레이나아?”
그런데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는 장난기 가득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육중한 마기가 주변을 내리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으음.’
서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레이나는 왜? 어떻게 알아? 걔 어디 있는지 알아? 나 두고 혼자 어디 갔어어?”
왠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았다.
‘혹시 잘 아는 사이인 건가?’
놈의 반응을 보니 레이나와 꽤 친한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곤란했다.
다행히 아직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했지만…….
‘만약 나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난리가 나겠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얘기해? 대답해? 얼른?”
저벅- 하는 소리와 함께 루운발리가 서우진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동시에 서우진의 무릎이 휘청였다.
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으윽!’
게랄드보다 강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안 되겠다.’
더는 대화로 시간을 끄는 게 힘들어 보였다.
가만있다가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싸우면서 반 슬레인을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네가 직접 한번 알아봐라, 이 새끼야.”
서우진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꺄하하하-!
루운발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알았어?”
그런 놈을 향해 ‘카 라니엘’이 내리 꽂혔다.
쩌엉-!
당연하게도 이번 공격 역시 너무도 쉽게 막혔다.
하지만 그것은 서우진이 노리던 바였다.
“지고화!”
지극히 높은 격을 지닌 불꽃이, ‘카 라니엘’의 검신을 뒤덮으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뜨거워!”
루운발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별다른 부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놈에게 고통이라는 감각을 느끼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카 라니엘’이 ‘지고화’를 피하기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루운발리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이번에는 ‘십이천검’의 밝은 빛이 서려 있었다.
“응? 그건 뭐야?”
쩌정- 쩌어엉- 쩡-!
‘카 라니엘’에 찔린 곳에서부터 열 두 줄기의 빛이 터져 나오며 루운발리를 찢어발기기 위해 회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부족이었다.
“아파? 따끔해? 나 화낸다?”
이 강력한 스킬을 맨몸으로 받아내고도, 놈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것이 전부였다.
‘젠장.’
예상한 일이긴 했지만, 루운발리의 육체는 단단해도 너무 단단했다.
생채기는 고사하고, 검에 맞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놈을 어떻게 한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는 그른 듯했다.
“그렇다면…….”
최대한 정신없이 몰아쳐, 공격할 틈도 주지 말아야 한다.
서우진은 ‘신속’을 사용했다.
지금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속도로 검이 몰아쳤다.
검영(劍影)조차 생기지 않을 정도로 가공할 빠르기였다.
“아? 아파? 그만해? 그만해애?”
루운발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서우진의 의도대로 놈은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좋아, 이대로만 계속하면…….’
회심의 미소를 짓던 서우진이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그만해애애!”
콰과과과과과-!
루운발리를 중심으로 마기가 폭발하듯 터졌다.
“끄어어억!”
“이, 이게 무슨……!”
뒤쪽에 있던 기사와 대원들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하늘탑에서 제작해 준 은패도 막아내지 못할 정도였던 것이다.
‘이런, X발!’
서우진이 다급하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대해와 같은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마기를 가로막아, 더는 퍼지지 않도록 제지했다.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왜 말을 안 듣지? 혼날래?”
위험했다.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철렁할 정도로 섬뜩했다.
‘대체 언제 오십니까?’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킨 서우진은, 반 슬레인을 떠올리며 제발 늦지 않길 간절히 빌었다.
* * *
“자네는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반 슬레인이 크루시엘의 리더를 향해 물었다.
“…6호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들에게 이름은 없었다.
그저 번호면 충분했다.
반 슬레인은 6호의 대답에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그는 제국에 충성하는 이였고, 자신은 타국의 귀족이었으니까.
“알겠네. 그리 부르도록 하지.”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호는 반 슬레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는 무슨. 그보다 크루시엘에선 조사를 위해 이 숲에 몇 명이나 들어왔는가?”
숲 밖에 남아 있던 인원은 겨우 30여 명에 불과했다.
“120명가량이 실종, 아니. 사망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였다.
제아무리 크루시엘이라 하더라도, 이만한 희생은 꽤나 뼈아픈 타격일 터였다.
“혹 자네들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식 같은 건 없는 겐가?”
필로타인 라세에 비하자면 작디 작은 숲이었지만, 그래도 꽤나 넓었다.
이 인원으로 전체를 뒤지자면 일이 주일도 부족했다.
만약 크루시엘에서 표식을 남겼다면 수색이 훨씬 더 빨라질 터.
하지만 아쉽게도 6호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있습니다만, 보이지 않습니다.”
남길 시간도 없이 몰살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지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적어도 이 주변에는 크루시엘의 표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 참 아쉽구먼.”
반 슬레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맨땅에 헤딩하듯 숲 전체를 뒤지고 다니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그 아이라도 뭔가를 발견하면 좋으련…….”
서우진을 떠올리며 말을 하던 반 슬레인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피유우우웅- 펑-!
하늘 높이 붉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며 주변으로 퍼지는 것이 보였다.
“저건?”
“…신호탄입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듯합니다.”
반 슬레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현재 서우진의 실력이라면, 웬만한 적은 웃으며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붉은색 신호탄이 터졌다?
“사도 중 하나를 만난 듯하군.”
그놈들이 아니면 서우진이 위기에 빠질 리가 없었으니까.
“서두르세.”
신호탄이 터진 이상, 최대한 빨리 지원을 가야만 했다.
서우진이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희생이 커질 수가 있었다.
“속보로 이동한다!”
6호의 명령과 함께 일행이 신호탄이 터진 곳을 향해 몸을 돌릴 때였다.
“정지.”
낯선 음성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반 슬레인이 번개처럼 검을 뽑아 휘둘렀다.
스가악-!
극도로 압축된 오러가 쏘아져 나가며, 주변의 모든 것을 베어냈다.
하지만…….
“몸은 젊어졌어도 실력은 여전하구나, 검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듯, 너무도 태연한 목소리.
그것을 들은 반 슬레인의 잘생긴 얼굴이 구겨졌다.
“브루탈.”
“오랜만이군, 반.”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는 남자.
브루탈이라 불린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반 슬레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감히…….”
반 슬레인이 이를 갈았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더없이 분노한 모습이었다.
“내 앞을 모습을 드러내다니. 네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로구나, 시온의 배신자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