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4)
153화.
브루탈 가도인.
시온 출신의 귀족.
북방의 검귀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지닌 자.
17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
10년 전, 마왕의 추종자가 되어 나타남.
6년 전, 시온의 수도에 테러를 일으키며 수많은 희생자를 냄.
당시 검귀와 충돌을 하였으나, 부상을 입은 채 도주.
이후로도 총 네 건의 사건에 연루되어 총 1,822명의 사망자가 발생.
6호는 눈앞에 나타는 브루탈의 정보를 떠올렸다.
‘적색 등급의 위험 분자.’
13사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 준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는, 최악의 적들 중 하나였다.
수호자 급과 맞먹는 실력을 지녔다는 반 슬레인과 겨뤘음에도 잡히지 않고 도주를 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부상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검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꽤 흘렀기에 정확한 실력을 알 순 없었지만, 느껴지는 기세로만 봐서는 결코 반 슬레인의 아래가 아닌 듯했다.
“배신자라…….”
브루탈이 묘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도 희망에 젖어 있구나.”
“그 입 다물라!”
반 슬레인이 다시 한번 호통을 쳤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이, 검까지 뽑아 들었다.
“어리석은 놈. 너는 아직도 그분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6호의 눈이 반짝였다.
브루탈이 말한 그분이라는 것은, 마왕을 칭하는 것이 확실했다.
혹시 모를 정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쫑긋- 세웠다.
“다물라 했다, 브루탈.”
“용사들? 웃기지도 않는군. 고작 그깟 애송이들이 정말로 그분의 강림을 막아낼 수 있다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들은 해낼 것이다.”
“끅끅-”
브루탈은 반 슬레인의 말에 비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어리석다. 그딴 낡은 옛 기록을 믿고, 세계의 운명을 이방인들에게 맡기다니.”
벌써 일곱 번이나 증명된 일이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용사들은 마왕을 참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심지어 100명에 달하는 용사가 소환되지 않았던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용사들의 힘을 확신하지 않는 부르탈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는 모른다, 반. 용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끝이 어떠한지. 무수한 기록들 속에서도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으니까.”
브루탈은 쯧쯧- 혀를 차며, 불쌍하다는 눈으로 자신의 옛 친우를 쳐다봤다.
“단언컨대, 이번에는 결코 막아낼 수 없다. 용사가 100명이든, 천 명이든. 절대 변하지 않을, 예정된 미래야.”
“그것이 네 생각인가? 그래서 시온을 배신하고, 함께했던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인가?”
“그건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큰 뜻을 위한 작은 희생이었지. 그래도 그날 죽은 녀석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브루탈의 미소가 짙어졌다.
“인세에 강림할 지옥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미리 죽었으니까.”
“노오옴!”
반 슬레인이 더는 그의 망언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노호성을 터트리며 땅을 박찼다.
콰아아아앙-!
그 힘을 견뎌내지 못한 대지가 터져 나간다.
동시에 반 슬레인의 신형이, 빛살처럼 늘어지며 브루탈의 전면으로 쏘아졌다.
“결국 평행선인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검을 뽑았다.
키이잉-!
검과 검.
마력과 마기가 충돌하며 숲을 뒤흔들었다.
* * *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이, 이런 X발.’
루운발리는 공격하지 않았다.
놈은 오직 방어만 했고, 공격은 서우진만 했다.
더는 지쳐서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루운발리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정말이지 빌어먹게도 단단한 몸이었다.
‘반 슬레인은?’
신호탄을 터트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반 슬레인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뒤쪽에서 전투하고 있던 크루시엘의 대원들이 재차 신호탄을 터트렸지만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지원을 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후우-”
호흡을 골랐다.
‘아일린.’
죽음의 숲에 도착한 직후부터, 묵묵히 서우진의 뒤에 서서 자신의 할 일만 하던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실력이 다른 기사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마수의 피를 뒤집어쓴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토록 강조했던 호흡이 엉클어진 것이다.
‘그럴 만도 하지.’
수백 마리의 마수가 죽었다.
그리고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수의 마수가 남아 있었다.
아일린으로서도 지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더는 안 돼.’
그녀뿐만 아니라 백은기사단과 크루시엘의 대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직 로나인만이 조금 여유가 있어 보일 뿐이다.
그마저도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힐 게 뻔했다.
‘그전에 어떻게든 해야 돼.’
루운발리는 못 죽인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다면?
단 몇 분 동안은 몰아붙일 수 있겠지만, 그 짧은 시간에 놈을 끝장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확실하게 이 위기를 벗어나고, 루운발리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했다.
‘마왕화’.
‘하지만 그건 안 되지.’
제국의 제1기사단과 크루시엘이 있는 곳에서 ‘마왕화’를 한다?
그럼 더는 용사 행세는 할 수 없었다.
아니, 쫓겨 다니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 즉 자신이 죽는다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동하겠지만 말이다.
‘나도 죽지 않고, 저들까지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반 슬레인이 오는 게 최선이었지만, 그것도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았으니 고민을 해야만 했다.
‘없어.’
지금이야 버틸 수 있었지만, 만약 루운발리가 공격을 시작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으응? 끝났어? 생각보다 약하네?”
놈이 이죽인다.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살기와 마기가 가득했다.
좋지 않은 신호였다.
“그럼 이제 내가 한다? 너 이제 죽어?”
끔찍한 마기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마력을 바탕으로 막고 있던 것이,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크, 크윽!”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에 서우진이 신음했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루운발리는 그런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이제는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을 할 생각인 듯했다.
‘어쩔 수 없나?’
서우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어쩔 수 없이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걸 발동한다고 해서 루운발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아무것도 못해보고 죽을 순 없잖아.’
해볼 수 있는 건 모두 해본다.
그것이 아무리 적은 가능성이라 해도 말이다.
“그럼 이제 죽어어?”
루운발리가 한 걸음 크게 내딛었다.
화아악-!
순식간에 서우진 앞에 나타났다.
‘신속’을 사용한 서우진의 움직임에 뒤떨어지지 않는 속도였다.
“흡!”
깜짝 놀라 검을 들어 방어를 했다.
하지만 놈이 더 빨랐다.
우득-!
손바닥이 서우진의 가슴을 치자, 늑골이 전부 박살나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커헉!’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정도의 고통.
서우진은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콰과과광-!
뒤쪽에 있던 마수들이 서우진과 충돌하며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우, 우진 씨!”
그 모습을 본 아일린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고, 로나인은 눈을 부릅뜨며 달려왔다.
하지만 서우진은 손을 들어 둘의 움직임을 막았다.
“괘, 괜찮아.”
솔직히 괜찮진 않다.
여룡의 심장을 흡수하며 단단해진 육체가 아니었다면, 방금의 일격에 가슴이 뻥- 뚫렸을 것이다.
그리고 죽었겠지.
다행히도 그런 최악의 결말은 피했다.
몸이 엉망진창이긴 했지만, 그래도 움직일 순 있었다.
서우진은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끔직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내장이 상했나?’
부러진 늑골이 장기들을 찌르고 있는 듯했다.
심각한 부상이었다.
단 일격에 이 지경이 되다니…….
서우진은 허탈했다.
그동안 꽤나 많이 강해졌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수호자 급이나 사도 급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정도는 됐으니까.
그런데 만나는 족족 죄다 괴물들뿐이다.
허탈함과 함께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 강해져야 돼.’
이 정도론 부족하다.
사도고 나발이고.
모조리 씹어 먹을 정도로 강해져야 했다.
그러려면 이 위기를 벗어나는 것부터 해야만 한다.
“퉤-!”
목구멍을 넘어온 피를 뱉었다.
“살았어? 살았어? 대단해? 너도 튼튼하구나?”
의외라는 듯, 로운발리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래, 이 새끼야. 어디 한번 죽어보자.”
‘셀레스티얼 윙’.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동시에 막대한 힘이 치솟아 오른다.
‘전력은 안 돼.’
고작 3분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본신의 세 배.
총 6분 남짓한 시간 동안 ‘셀레스티얼 윙’을 유지할 수 있었다.
회복력 역시 상승한 덕분인지, 서우진은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카 라니엘’을 들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시간의 제한이 있는 이상, 최대한 낭비를 줄여야만 했다.
날개가 움직이며, 서우진이 돌진했다.
마치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소리도, 살기도, 기척도 없었다.
펄럭-
작은 날갯짓 소리가 울려 퍼지고 서우진이 루운발리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동시에 ‘카 라니엘’이 아래로 휘둘러졌다.
‘이번엔 무조건 벤다.’
미증유의 힘이 스며든 검은, 세상을 양단할 것 같은 기세로 루운발리의 정수리로 내리꽂혔다.
쩌어어엉-!
뒤쪽에서 벌어지던 전투가 순간 적으로 멈출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막혔나?’
아쉽게도 ‘카 라니엘’은 루운발리의 팔에 막혀 있었다.
하지만…
“아아아악! 아아악! 아파? 너무 아파!”
놈이 비명을 지른다.
지금까지 생채기도 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루운발리의 팔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온다.
‘통한다!’
놈의 팔이 덜렁거렸다.
피부뿐만 아니라, 뼈까지 잘라냈다는 뜻이었다.
서우진은 반쯤 틀어박힌 ‘카 라니엘’을 뽑았다.
그러곤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 다시 한번 휘둘렀다.
‘신속’, ‘지고화’, ‘광폭’, ‘천공검’, ‘십이천검’.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한계 탓에 불가능했던 일을 해냈다.
스킬들의 동시 사용.
평소에는 두 개, 무리하면 세 개까지만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다섯 개다.
‘카 라니엘’이 울부짖는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마력을 담아,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마치 검은 용이 승천하듯.
‘카 라니엘’은 루운발리의 몸을 가르며, 하늘을 찢어발길 기세로 치솟아 올랐다.
콰과과과과과광-!
천지가 개벽한다.
금강석 같았던 피부가 두부처럼 썰리고, 루운발리의 붉은 미소가 일그러진다.
“아아아아아악!”
놈의 비명이 죽음의 숲을 뒤흔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