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눈을 떴다.
압도적인 힘에 박살이 났던 머리는 어느새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진화했다.
전신은 뒤덮은 검은 외피와 두 개의 뿔, 그리고 세 쌍의 날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마왕 강림’.
스윽-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 안에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샘솟았다.
전능감(全能感).
죽음의 숲뿐만이 아니라, 그 너머의 일대까지 전부 서우진의 감각에 들어왔다.
“흐음.”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봤다.
단순한 행동에도 공간이 비명을 지른다.
씨익-
만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너, 너……?”
그때 앞에서 경악에 휩싸인 음성이 들려왔다.
서우진이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루운발리.
그는 더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눈을 부릅뜨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네가 있었지.”
마치 방금 전까진 잊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서우진은 루운발리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굳이 관심을 두기엔 너무도 무가치한 존재였으니까.
저런 버러지 같은 놈을 일일이 기억하기엔, 서우진의 격이 지극히 높았다.
하지만 인지했다.
감히 자신의 머리를 부순 벌레.
아무리 나약하고 한심했던 인간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서해 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왕이십니까?”
루운발리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공손하게 물었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경거망동할 수가 없었다.
서우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그분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득했기 때문이었다.
사도 중 하나인 루운발리가 짐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서우진은 놈의 질문에 피식- 하고 웃었다.
“나는 네 왕이 아니야.”
고개를 젓는다.
그러곤 말을 이었다.
“나는 너의 공포이고, 너의 악몽이며, 곧 너의 죽음이 될 자다.”
팟-!
루운발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땅을 박찼다.
그런데 그 방향은 서우진 쪽이 아닌, 반대쪽이었다.
“도망이라니.”
사도란 작자가 적에게 등을 보이고 도주를 하고 있었다.
“그것참, 재밌네.”
서우진은 미소를 감추지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루운발리의 신형은 이미 사라졌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놈이 어디로 향하든, 서우진의 감각은 결코 기척을 놓치지 않았으니까.
쿵- 쿠웅-
천천히 움직이는 서우진의 주위로 마수들이 쓰러졌다.
한 마리, 열 마리, 백 마리…….
세계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마기 앞에서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던 것이다.
마수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죽는 건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저쪽인가?”
서우진은 루운발리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곤 흥미로운 눈빛을 지었다.
낯익은 기운 하나와 처음 느껴보는 기운 하나가 싸우고 있었다.
그 경지는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에게도 꽤나 큰 의미이 있는 인간이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가 생겼다.
“한번 가볼까?”
다 때려 부수고 세상에 종말을 가져오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X밥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훈수도 좀 두면서 말이다.
서우진은 한껏 기대하며 날개를 펼쳤다.
* * *
‘큰일이다!’
왕의 격을 지닌 자.
두말할 것도 없이 분명 그는 마왕이었다.
‘여룡이 움직였을 때 나타났다던 존재가 바로…….’
루운발리는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사자가 데려온 백시우 따위는 왕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조금 미심쩍었는데, 사자가 확신하듯 말을 했기에 그냥 넘긴 것이 후회가 되었다.
‘정말 왕은 저분이다.’
처음 겪는 상황이 혼란스러웠지만,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왜?”
왕은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
불안함을 느끼자마자 도망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지가 찢겨 죽었을 게 분명했다.
루운발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단 브루탈을 데리고 은신처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사자에게 이번 일의 진상을 들어야 해.’
가능할까?
확신할 수 없었다.
이미 꽤 멀어졌음에도, 뒤에서 느껴지는 끔찍하리만치 거대한 기운은 당장에라도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덕분에 전력으로 몸을 놀린 루운발리는 이내 반 슬레인과 브루탈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멈춰라!”
크루시엘의 대원 하나가 그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퍽-!
아무렇게나 휘두른 손길에 머리가 터졌다.
그러자 기사와 대원들이 루운발리를 향해 검을 뽑아 들었다.
“누구냐!”
“막아! 적이다!”
하지만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전면에 있던 다섯 명이 피떡이 되어 날아가자, 그들은 더 이상 덤벼들지 못했다.
“후퇴! 뒤로 빠져라!”
결국 6호가 명령하며 루운발리와 거리를 두었다.
“…브루탈!”
방해꾼들이 사라지자, 그는 다급히 브루탈을 불렀다.
콰앙-!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반 슬레인과 브루탈이 떨어졌다.
“무슨 일이지? 이곳은 내게 맡…….”
“도망가야 한다! 지금 당장!”
브루탈의 얼굴이 굳어졌다.
루운발리의 말투와 외형이 바뀐 것도 신경이 쓰였지만, 그것보단 도망을 쳐야 한다는 말이 귀에 거슬린 것이다.
사도의 입에서 도망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다니?
게다가 루운발리는 죽은 이들을 제외한 11명의 사도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가 아니던가?
그런 존재가 저렇게 다급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루운발리는 설명을 해줄 틈이 없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서우진이 도착…….
“여기 모여들 있었군.”
‘늦었다!’
바로 등 뒤에서 왕의 음성이 들려왔다.
루운발리가 기겁하며 도망가려 했지만, 이번엔 서우진이 허락지 않았다.
“어딜.”
덥석-
“아아아아악!”
서우진이 붙잡은 머리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까드드득-!
두개골에 금이 갔다.
단순한 악력에, 내구력만큼은 사도들 중 제일이라는 루운발리의 머리가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네놈은 뭐냐!”
“그러는 너는 뭐냐?”
브루탈의 외침에 서우진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마치 지나가는 벌레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
그것을 알아차렸음에도 브루탈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서우진에게서 느껴지는 아득한 마기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강하다.’
그의 수준으론 서우진의 격을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적어도 루운발리보다는 훨씬 높은 것만은 확실한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광대가 손에 붙잡힌 채로 비명만 지르고 있진 않았을 테니까.
브루탈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서우진을 살폈다.
뿔, 날개, 외피.
인간으로 보이진 않는다.
거기다가 주변을 모조리 장악하고 있는 마기까지.
‘설마?’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왕일 리가 없다.’
분명 새로 나타난 왕은, 사자가 직접 은신처로 데리고 왔다.
자신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사자에 대한 믿음이 그 어떤 것보다 깊은 브루탈이다.
당연히 백시우가 자신들의 새로운 왕이라는 것에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저건 왕이 아니다.
브루탈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답하지 않는군.”
뚜두둑-
서우진의 손가락이 루운발리의 머릿속을 파고든다.
마치 두부를 쥐는 듯한 모습이었다.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베겠다.”
검을 들어 서우진을 겨누었다.
그 모습을 보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는 눈이 없는 건지, 강단이 있는 건지.”
전자라면 당장 찢어 죽일 생각이었고, 후자라면 저 굳은 심지를 꺾은 뒤 죽여야겠다.
서우진은 브루탈이 둘 중 어느 쪽인지 궁금해졌다.
“나를 이길 수 있겠어?”
서우진이 물었다.
대답의 내용에 따라 어떠한 죽음이 내려질지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서우진은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마왕인가?”
잠시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반 슬레인의 음성이 들려온 것이다.
서우진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그의 고향처럼, 싸늘하게 내려앉은 눈동자가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서우진을 알아보지는 못한 것 같았다.
하긴,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기엔 둘의 외형이 너무도 달랐다.
아무리 반 슬레인이라 하더라도, 외형과 기질이 모두 변해 버린 서우진을 알아보는 것은 무리였다.
물론 지금의 ‘마왕’은 걸리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호오.”
서우진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반 슬레인의 경지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느껴졌다.
‘저 정도였군.’
강하다.
인간 서우진에 비하자면, 족히 몇 단계 이상의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이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100레벨은 도달해야 반 슬레인의 뒤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와선 상관없는 일이지.’
그토록 강력하던 반 슬레인도, 지금의 자신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손가락 하나로도 찍어 누를 수 있는 나약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헛소리!”
반 슬레인의 말에 브루탈이 반발한다.
눈앞의 존재가 마왕일 순 없었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것은 곧, 사자가 자신들을 속였다는 뜻도 되었으니까.
브루탈은 부정하듯 고개를 흔들며 루운발리를 쳐다보았다.
서우진의 손에 머리를 붙잡혀 피를 흘리고 있는 광대의 모습이 보였다.
“반의 말이 사실인가?”
물론 루운발리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끔찍한 고통에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루운발리의 고개가 미약하게 움직였다.
긍정을 뜻하는 듯했다.
브루탈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정말인가? 정말로… 왕이십니까?”
첫 질문은 루운발리를 향한 것이었지만, 마지막은 서우진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루운발리에게 했던 것과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너의 왕 따위가 아니다.”
자신이 새롭게 만들 세계에, 저런 벌레는 필요 없었다.
그러니 서우진은 브루탈의 왕이 아니었다.
그저 지금은 사신으로 족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세상을 지우고, 정화할 파멸의 사신.
“그러니…….”
손에 힘이 들어간다.
콰직-!
루운발리의 머리가 터졌다.
검은 피와 허연 뇌수가 흘러내렸다.
“미, 미친!”
13사도 중 하나가 죽었다
게랄드, 레이나에 이어 세 번째 죽음이다.
브루탈은 경악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왕이라는 반 슬레인의 말은 잊은 지 오래였다.
지금은 그저 사도를 죽인 원수로서 목을 베어야 할 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브루탈의 앞을 막는 이가 있었다.
쩡-!
“멈추게.”
“반!”
옛 친우이자, 필생의 대적.
반 슬레인이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검으로 그의 진로를 방해했다.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네놈이라도…….”
살기를 띠며 소리치는 브루탈을 향해 반 슬레인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저건 마왕이 아니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마왕이 아니다.
그와는 다르다.
마기의 종류도 미약하게 달랐고, 풍기는 분위기도 기록과는 달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강림’을 하지 않았다네.”
브루탈의 몸이 흔들렸다.
‘강림’
그것은 단순히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뜻이 아니었다.
초월급의 극대마법.
마공을 포함한 하늘탑의 모든 마법사가 힘을 합쳐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지고의 마법이 ‘강림’이다.
당연히 그것이 발동될 때에는, 모든 생명이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마력의 유동이 나타난다.
하지만 없었다.
그러니 서우진은 ‘강림’을 한 마왕이 아니다.
“…그럼?”
브루탈이 물었고, 반 슬레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부터 알아봐야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