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서우진의 눈이 떨려왔다.
아일린의 입에 담긴 ‘마왕’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설마?’
자신이 서우진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일까?
분명 우진이라는 이름을 먼저 꺼낸 뒤, ‘마왕’을 입에 올렸다.
그러니 정체를 들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일린의 표정을 본 서우진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직 두려움만이 가득했던 것이다.
만약 서우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두려움보단 의문과 경악이 서렸겠지.
‘후우.’
다행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겉으로는 차가운 무표정을 가장했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그런 아일린과 뒤쪽에 있는 백은기사단, 크루시엘을 잠시 살펴보았다.
차가운 눈동자가 닿자, 그들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
‘…많이 죽었네.’
포위망에서 탈출을 감행했을 당시보다, 십여 명이 줄어 있었다.
다른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죽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저, 전투 준비!”
한 박자 늦게 사태를 파악한 로나인이 검을 겨누며 소리쳤다.
그러자 기사들 역시 허둥지둥대며 대열을 갖추었고,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장에선 지금의 서우진은 명백한 적이었다.
루운발리와 브루탈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반 슬레인을 공격했다.
그것만으로도 적으로 판단하기엔 충분했다.
심지어 외형마저 인간의 것이 아니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력을 끌어올리며 오러를 피워내는 기사들을 보며 서우진은 고개를 돌렸다.
마치 관심도 없다는 듯.
무심한 태도였다.
‘조금 이따 보자.’
속으로 아일린에게 말을 한 뒤, 걸음을 뗐다.
“잠……!”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서우진은 순식간에 숲을 가로지르며 외딴 곳에 도착했다.
일직선으로 달려왔음에도, 나무 하나 부러지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달렸다’기보다는, 공간을 ‘접어’ 달렸다는 말이 더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살펴본 서우진이 전신에서 긴장을 풀었다.
“하하-”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결국은 또 죽었네.”
그토록 노력을 했는데, 결국은 루운발리에게 죽고 말았다.
물론 결과적으론 잘 마무리되었다.
사도 중 하나인 루운발리를 죽였고, ‘카 라니엘’ 덕에 초극의 경지에 올랐으며, 무엇보다 ‘마왕화’ 상태에서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날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 늘겠지?”
서우진이 ‘마왕화’를 한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은 여룡과의 전투에서였고.
안 그래도 지나한에서의 일 때문에 의심을 받고 있었다.
다행히 백시우 덕분에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 다시 한번 ‘마왕’ 서우진이 등장했다.
제국과 크루시엘에선 이걸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할까?
“그럴 리가 없지.”
모르긴 몰라도, 꽤나 성가신 감시와 조사가 시작될 것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서우진이 ‘마왕’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오직 정황만 있을 뿐.
그마저도 확실한 건 아니니, 지금 당장 서우진을 어쩌지는 못할 터.
그냥 모르쇠로 일관하며 행동거지를 조심하면,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서우진이 ‘마왕화’를 풀었다.
스으윽-
뿔과 날개가 사라지고, 외피는 마치 흡수가 되듯 피부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후두둑- 하며 길게 자랐던 머리카락도 빠지며, 땅에 떨어져 내렸다.
괜히 찝찝한 모습으로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던 서우진은 주먹을 한 번 쥐어보았다.
꾸욱-
‘마왕화’ 상태였을 때의 전능감은 모두 사라졌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무한한 힘도 사라졌다.
하지만 처음 ‘마왕화’를 해제했을 때처럼, 탈력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생각보다 많이 남은 힘에 깜짝 놀랐다.
이전의 서우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전신에 가득했다.
스킬 때문이 아닌, 오로지 본신의 능력이었다.
“초극의 경지.”
반 슬레인, 게랄드, 레이나, 루운발리, 그리고 수호자들.
서우진은 그 괴물 같은 존재들과 동등한 경지에 도달했다.
감각은 한없이 예민해지고, 힘은 넘치다 못해 줄줄 새어 나올 정도였다.
‘마왕화’를 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경지.
“엄청나네.”
이 힘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 동안 적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오랜만에 실내연무장에 가서 ‘소환석’이라도 써봐야겠네.”
계속해서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요즘은 통 사용하지 못했었다.
경험치도 얻을 겸, 이번에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당분간은 ‘소환석’으로 소환한 몬스터들이나 때려잡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레벨이 몇이지?”
루운발리의 머리를 박살내며 레벨이 올랐던 것 같았다.
서우진은 오랜만에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봤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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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서우진.
■직업 적성 : 마왕 [측정 불가]
■레벨 : 104.
■스킬 : [마왕화-off], [합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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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레벨이다.
여룡을 죽이며 76레벨을 달성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미친?”
레이나와 루운발리를 죽였다고 30레벨 가까이 올랐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그 둘이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레벨이 오른 것은, 저렙일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50레벨이 넘은 뒤론 많아야 3레벨 정도였으니까.
서우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폭업에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 문득, 짐작이 가는 것이 생각났다.
우우웅-
서우진이 손을 들자, 회색빛의 기운이 솟아오르며 손바닥 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마기도 아니고, 마력도 아니야.”
그 두 가지 상반된 기운이 합일되며 만들어진 새로운 힘.
이 힘을 얻은 덕분에 서우진은 초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거 때문인 듯한데…….”
초극의 경지에 오르며, 그에 걸맞은 레벨로 재설정되었다?
그 짐작이 맞는지, 틀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닌 듯했다.
서우진은 이전부터 100레벨쯤은 되어야, 초극의 경지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좋은 일 맞지?”
레벨이 올랐다고 해서 손해를 볼 일은 없었으니까.
“그럼 이 기운은 대충 혼돈기라 부르자.”
색깔부터가 회색이다.
게다가 마기와 마력이 합쳐져 만들어졌으니, 혼돈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았다.
번개에 콩 구워먹듯 작명을 끝마친 서우진은 자신의 상태창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정말 어디 가서 꿀리진 않겠다.”
레벨도 레벨이었지만, 수호자 급의 경지에 올라섰다.
그 말은 곧,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강자가 되었다는 뜻도 되었다.
이제 서우진과 일대일로 싸워서 승부를 장담할 수 있는 존재는, 많아도 열을 넘지 않을 것이다.
‘마왕화도 있으니까.’
굳이 죽는다는 조건을 달성하지 않아도 스킬을 발동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성도 유지할 수 있었으니, 정말 객사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럼 돌아가 볼까?”
서우진은 만족한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렸다.
다시 아일린과 반 슬레인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걸음을 옮기려던 서우진이 멈칫- 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애초에 이 죽음의 숲으로 들어온 이유.
“백시우.”
서우진은 뒤늦게나마 자신의 진짜 목적을 상기하고는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쪽이었지?”
‘마왕화’를 했을 때 느꼈던 마기.
그것은 분명 사자와 백시우의 것이었다.
당시엔 굳이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감을 넓게 펼쳤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감각의 영역이 줄어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가보면 알겠지.”
복귀하기 전에, 일단 백시우 쪽을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이전이라면 망설였겠지만, 초극의 경지에 오른 지금은 자신이 있었다.
사자라는 놈이 나타나도 감당할 자신이 말이다.
서우진은 빠르게 숲을 질주하며, 백시우의 기운이 느껴졌던 장소로 향했다.
감각은 최대한 날카롭게 퍼트렸고, 눈동자는 빈틈없이 사위를 경계한다.
‘신룡안’까지 사용했으니, 서우진의 이목을 피해 다가올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언제든 뽑을 준비를 하며, 바람처럼 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근방이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죽어버린 나무와 수풀만이 가득했다.
백시우는커녕 오두막 하나도 없었다.
“흐음…….”
여기가 아닌가? 하며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분명 이쪽이 맞았다.
“땅 위에 없다면, 지하인가?”
하긴, 생각해 보면 은신처 같은 곳을 아무렇게나 드러내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두었을 테고, 그러기 가장 좋은 것은 지하였다.
서우진은 ‘신룡안’에 혼돈기를 쏟아부으며 주위를 훑기 시작했다.
‘입구가…….’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주변을 샅샅이 뒤져 가며 노력한 끝에, 뭔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법진?”
땅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치우자,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단단한 석판이 나타났다.
사람 한두 명 정도 올라설 수 있을 만한 크기.
서우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위에 올라서며, 혼돈기를 주입했다.
우우우웅-!
그러자 놀랍게도 마법진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시동어도 모르는데?’
당황한 서우진이 혼돈기를 회수하려고 했지만, 마법이 발동되는 것이 더 빨랐다.
화아아악-!
순식간에 밝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낯선 장소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동굴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벽과 천장은 매끄러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서우진은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일단 ‘카 라니엘’을 뽑아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근처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다.
혹시 리나르나 황제의 호위기사와 같은 능력을 지닌 존재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던 서우진이 한 발 앞으로 걸어갔다.
동시에 기척 하나가 느껴졌다.
거리는 200미터 정도.
음산하기 짝이 없는 마기.
한 번 느껴본 적 있는 기운의 소유자였다.
‘사자?’
서우진의 눈매가 좁아졌다.
‘여기 숨어 있었구나.’
아무래도 초고도의 탐지 방해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마왕’ 서우진은 그것조차 꿰뚫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했기에 찾지 못했던 것이고.
서우진의 입가에 씨익- 하고 호선을 그렸다.
“마침 잘됐네.”
바로 조금 전, 초극의 경지에 오른 참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놈이 나타났다.
기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혼돈기를 풀어냈다.
“어디 한번 붙어보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