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놀랍군.”
사자는 백시우의 육체를 확인하며 감탄했다.
‘SSS급의 검신이라더니.’
아직 성장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육체였다.
“검을 사용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그릇 역시 끝을 알 수 없으니, 무한한 마기를 담을 수도 있을 터.”
사자는 백시우를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자신의 계획에 적합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 성장부터 시켜야겠군.”
지금도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긴 했다.
하지만 마왕을 자처하려면, 턱도 없이 부족하다.
자신들과 같은 초극의 경지에 올라도 마찬가지였다.
마왕은 홀로 세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녀야만 했다.
그야말로 신의 격이 필요한 것이다.
고작 사자 따위가 그러한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비슷하게 꾸며내는 건 가능하다.”
준비가 많이 필요하긴 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많은 재화와 수많은 희생.
그 외에도 필요한 물품들이 몇 개 있었다.
물론 그전에 최소한의 경지까지 성장을 시키기도 해야겠지만 말이다.
“당분간은 바쁘겠군.”
사자는 음산한 음성으로 나지막이 속삭이고는 눈을 감고 있는 백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희망을 현실로 이루어줄 존재다.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
사자는 마치 유리병을 대하듯, 백시우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음?”
그때였다.
사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건…….”
밖의 상황이 심상치가 않았다.
반 슬레인과 백은기사단, 그리고 크루시엘이 이 숲에 찾아왔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마기의 장막을 베어버린 게 용사 중 한 명이라는 건 의외였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어차피 모두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그들에게 죽음이라는 형벌을 내리기 위해, 브루탈과 루운발리를 보냈다.
그 둘이라면 충분하리라 여겼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왕?”
마기가 느껴졌다.
지금껏 그가 목도한 적 없는, 인외(人外)의 영역에 걸쳐 있는 거대한 마기였다.
놀랍게도 그건, 왕이 아니라면 결코 내보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백시우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베르쉬트가 나타났었지.”
‘묵시록의 짐승’.
마왕 강림의 증거.
레이나가 죽고, 백시우에게 정신이 팔려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럼 저 마기의 주인이 정말 왕이란 말인가?”
사자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에라도 백시우를 빼돌려야만 했다.
혹시라도 이놈을 왕으로 만들려 했다는 계획이 왕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사자는 다급한 표정으로 백시우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러고는 최대한 은밀하게, 마법을 발동했다.
‘공간이동’.
화아아아악-!
밝은 빛과 함께 백시우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곳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은신처로 이동을 시킨 것이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
그분을 영접할 준비를…….
생각에 빠졌던 사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루운발리?”
제정신이 아니긴 했지만, 단순한 무력으로만 따지자면 사도들 중 최상위에 속하는 게 그 광대였다.
그런데 그의 기척이 사라졌다.
단순히 자리를 옮긴 게 아니다.
“…죽었다.”
마치 벌레가 짓밟히듯, 일순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지금 이 숲에 그만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다.
‘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이해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사자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오직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것 뿐.
혹시 이곳이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마기마저 모두 갈무리한 채, 은신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모든 흔적을 지운 사자는 백시우를 이동시킨 곳으로 자신 역시 이동할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화아아아악-!
이동마법진이 발동된 것이 느껴진 것이다.
* * *
서우진은 주변을 경계하며 사자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거리는 고작해야 200미터.
아무리 천천히 걷는다고 해도, 도착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여기 숨어 있었구나?”
눈앞에 사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다급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내가 여길 발견했다고 도망을 치려던 건 아닌 것 같고…….”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마왕화를 했을 때의 마기를 느꼈나 보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도 허둥거릴 이유가 없었다.
“네놈은 그때 그 용사로구나.”
사자가 아는 척을 했다.
아카데미에서 마주친 것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맞아.”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사자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급한데, 별 우습지도 않은 놈에게 발목을 붙잡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서우진은 그런 사자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어디 이사 가나 봐?”
비꼼이 가득한 말투.
사자는 예의 무표정으로 돌아오며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주제도 파악하지 못한 애송이가 과하게 날뛴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살기가 진득하게 묻어나오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안 두렵네. 몇 번 죽어봐서 그런가?”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놈이로군.”
“자신 있음 한번 해보던가.”
서우진은 자신의 힘을 모두 개방했다.
몸속에 있던 혼돈기가 풀려 나오며,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네놈……!”
그러자 사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용사인 서우진이 벌써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가 감탄할 정도로 뛰어났던 백시우조차 아직 그 경지에 이르려면 멀었으니까.
그런데 신경도 쓰지 않았던 존재가,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바로 혼돈기.
마기와 마력이 합쳐져, 새로이 탄생한 기운.
회색의 혼탁한 혼돈기를 본 사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러곤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혼돈이 찾아올 때, 회색의 왕이 강림하매…….”
사자의 눈동자가 떨린다.
아니, 손과 발을 포함한 전신이 떨려오고 있었다.
“세계는 진정한 종말을 맞이하리라.”
이름 모를 마왕이 용사에게 참살당하며 내뱉었던 말이다.
지금까진 그것이 강력한 마왕의 강림을 예고하는 신언이라 생각했었다.
언젠간 정말로 회색의 마왕이 강림하여 썩어빠진 세상을 멸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단순한 예언.
하지만 지금 직접 목도한 혼돈기를 보니,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서우진은 사자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들어도 자신을 나타내는 말이 분명하지 않은가?
“무슨 말인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터.”
‘아니, 모르겠는데?’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대충 어떤 뜻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종말을 맞이한다는 건 잘 모르겠지만.’
설마 자신이 진짜로 ‘마왕’이 되어 세상을 멸망시킬 리가 없지 않은가.
이젠 ‘마왕화’ 상태에서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 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
누군가 저 내용을 알고 있고, 서우진의 혼돈기를 본다면…….
‘그게 나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서우진은 불안해졌다.
기껏 강해졌는데, 제국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적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렇군.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서우진의 반응을 살핀 사자가,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수습할 기회는 있겠다.”
그의 눈동자에서 마기가 치솟아올랐다.
명백한 살의를 품고 있는, 거대한 마기였다.
‘강하네.’
적어도 루운발리의 밑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움츠려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투지가 들끓는다.
‘과연 내가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지금껏 서우진의 손에 죽은 괴물들은 전부 ‘마왕화’ 덕분이거나,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서우진 본신의 힘으로는 단 한 번도 승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기대가 되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 사자를 상대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서우진은 혼돈기를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드드드드드-!
동굴 내부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덤벼.”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들며 말했다.
사자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뒤늦게 서우진의 검을 알아본 것이다.
“제국이 던져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사냥개 따위가…….”
‘카 라니엘’을 바라보는 사자의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
감히 자신의 앞에 마왕 참살의 검을 들고 나타나다니.
“결코 쉽게 죽게 하진 않겠다.”
‘흑열풍’.
사자의 손에서 잿빛 바람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꽈아아앙-!
초고온을 품은 바람은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서우진을 향해 불었다.
“흡!”
‘카 라니엘’이 위에서 아래로 그어졌다.
반 슬레인과 브루탈.
두 사람이 펼쳤던 검의 진수가 오롯이 녹아 있는 고차원의 베기였다.
스가아악-!
‘카 라니엘’은 바람과 함께 사자의 마기까지 한꺼번에 갈랐다.
‘강하다!’
손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서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단 한 번의 공방이었음에도 사자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이전이었다면 이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머리가 박살나 죽었던지, 초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심각한 치명상을 입었을 터.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막아내는 것을 넘어 완전히 파훼를 해버렸다.
새삼스레 자신이 이룩한 경지가 실감났다.
“이번엔 내 차례다.”
자신의 공격이 이토록 쉽게 깨어질 줄 몰랐는지, 경악하고 있는 사자를 향해 ‘카 라니엘’을 찔러 넣었다.
마치 ‘신속’을 사용한 것 같은 속도.
쩌어엉-!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충돌음이 터졌다.
그리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카 라니엘’의 검극은 사자의 손바닥과 마주한 채로 멈춰져 있었다.
주르륵-
검은 피가 손바닥을 타고 흘러 땅에 떨어진다.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서우진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피?”
사자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루운발리만큼은 아니어도, 사자 역시 자신의 방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형편없이 뚫리고 말았다.
“놀랍다.”
순수하게 감탄했다.
용사인 서우진이 벌써 이런 경지에 도달했다니.
적만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같은 편으로 영입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회색의 왕, 종말의 집행자, 세계의 적.
그리고 이계의 마왕.
사자의 생각에 서우진은 바로 그런 존재였다.
결코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
사자는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이곳에서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
그런 사자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광기마저 엿보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