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이거 위험해 보이는데?’
사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음산하고 깊게 가라앉아 있던 지금까지완 다르게, 광기와 살기가 번뜩이며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버틸 만해.’
어마어마한 마기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지만 상관없었다.
혼돈기는 그것을 너끈하게 버텨냈고, 그걸로도 모자라 조금씩 사자의 마기를 밀어내는 중이었다.
“이놈…….”
사자 역시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마음대로 안 돼?”
서우진이 비웃듯 말하자, 분노한 사자에게서 마기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잿빛 바람이 수만 개의 칼날로 화해 서우진을 찢어발길 기세로 날아 들었다.
“어딜!”
서우진의 ‘카 라니엘’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쩡-!
사자의 바람 칼날이 허무하게 흩어진다.
쩌저정-!
반 슬레인과 브루탈의 검의가 그대로 녹아 있는 서우진의 검무(劍舞)는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공간을 지배했다.
“이노오옴!”
고작 눈 몇 번 깜빡이 시간.
그사이에 사자의 분노는 서우진의 ‘카 라니엘’에 의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사자의 노호를 들은 서우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역시…….’
할 만하다.
식은 죽 먹기라는 말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주 힘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어려운 상대.
사자는 지금의 서우진에게 고작 그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확실히 초극의 경지에 이르니까, 이전과는 많이 다르네.”
서우진은 아까보다 훨씬 심한 경계를 하고 있는 사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사자는 마치 더 이상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듯, 서늘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조금 더 놀리면서 심기를 어지럽힐 생각이었는데,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뭐, 이제 됐어.’
적의 수준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그리고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신명나게 싸우는 것뿐.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고쳐 잡고는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우우웅-
이전과는 다른, 회색의 혼탁한 오러가 피어올랐다.
영롱하고 아름답진 않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베어낼 수 있는, 미증유의 힘이 느껴졌다.
쿠웅-!
서우진이 진각을 밟았다.
숲이 울리며 죽어버린 나뭇잎들이 파스스- 떨어져 내린다.
서우진은 ‘신속’까지 사용한 덕에, 한줄기 빛이 되어 마치 비처럼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를 질주했다.
꽈아앙-!
속도를 이겨내지 못한 공기가 압축되었다가 폭발했다.
그리고 서우진이 사자를 스쳐 지나가며,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스거억-!
느낌이 있었다.
살이 갈라지고, 뼈가 잘리는 느낌.
‘베었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이 사자를 베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오히려 경계심을 더욱 끌어올리며 뒤를 확인했다.
“흡!”
서우진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곤 급히 몸을 뒤로 젖혔다.
그와 동시에 잿빛 마기가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날아들었다.
콰과과과과-!
늦지 않게 피해냈음에도, 서우진의 얼굴 피부가 쩍- 하고 갈라졌다.
‘크으윽!’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초극의 경지에 이르며 강철보다 단단해진 피부가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다.
‘분명 베었을 텐데.’
서우진은 재빨리 뒤로 몸을 날리며, 사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뚝뚝-
검은 피가 점점이 떨어진다.
서우진의 예상대로, 사자는 팔 한 쪽이 잘린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카 라니엘’의 검날이 정확하게 놈의 왼팔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저놈은 그 와중에도 그런 공격을 해댄 건가?’
결코 얕볼 수 없는 위력이었다.
단 0.1초라도 반응 속도가 늦었더라면, 머리에 구멍이 뻥- 뚫렸을지도 모른다.
‘천운이야.’
방심하지 않고 경계심을 유지했던 게 신의 한수였다.
서우진은 일그러진 표정의 사자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놈의 투기가 전혀 꺾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욱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서우진을 향한 적의와 살기가 섞여, 끝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악의(惡意)를 뿜어대고 있었다.
‘후우-’
호흡을 정리한다.
그러자 전신을 짓누르고 있던 압박감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이 느껴졌다.
‘강하다.’
사자는 강했다.
제대로 된 전투가 시작되기 전 가늠했던 놈의 수준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거칠게 닦아낸 서우진의 눈빛이 깊게 침잠했다.
“사자라고 했었지?”
서우진이 물었다.
이번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 추종자라는 놈들 중에서 넌 몇 번째로 강하냐?”
서우진이 지금까지 본 사도는 총 세 명이었다.
게랄드, 레이나, 그리고 루운발리.
그리고 그 셋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서우진 혼자만의 힘으로 죽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랄드는 누구에게 죽었는지도 알지 못했고, 레이나는 반 슬레인의 도움을 받았다.
루운발리 역시 ‘마왕화’를 한 뒤에야 죽일 수 있었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만 이렇게 대등하게 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사자의 힘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만 있다면, 적들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서우진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계속해서 대화를 나눌 생각 따윈 하지 않는 것일까?
사자의 입술은 굳게 닫힌 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 대답해 줄 거라 기대도 안 했다.”
서우진은 피식- 웃었다.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지, 한번 해보자.”
싸움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사자의 힘이 처음 생각보다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서우진 역시 감추고 있는 힘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이곳에는 자신과 사자, 단 둘 밖에 없었다.
“염라.”
이전의 붉은빛과는 달리, 회색의 혼돈기가 ‘카 라니엘’에 맺혔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생명력을 갉아먹고, 종래에는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스킬.
다른 이들 앞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거리낄 게 없었다.
서우진은 땅을 박차며 ‘염라’를 두른 ‘카 라니엘’을 횡으로 베었다.
쩌어어억-!
잿빛 바람이 단단한 벽을 세우며 막아섰지만,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흩어졌다.
“학습 능력이 부족해?”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을 때도, 사자의 잿빛 바람은 허무하리만큼 쉽게 깨져 나갔었다.
그런데 지금은 ‘염라’까지 사용한 상태.
두부를 베는 것보다도 쉽게 바람을 잘라낸 서우진이, 마치 사신의 걸음처럼 성큼- 앞으로 다가갔다.
“크윽!”
사자가 뒤늦게 이를 악물며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카 라니엘’은 이미 사자의 하나 남은 오른팔을 향해 짓쳐들고 있었다.
“광풍살!”
잿빛 바람이 송곳으로 화하며, 서우진을 향해 쏘아졌다.
하나하나가 가공할 위력을 품고 있는 살수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피하지 않았다.
“마역 선포.”
서우진의 입에서 영역이 선포되었다.
쿠우우우웅-!
지름 100미터 이내의 모든 기운이 서우진의 혼돈기에 의해 동결되었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잿빛 송곳이 제자리에 정지했다.
“…뭣?”
그 광경을 본 사자는 입을 더 다물고 있을 수 없었는지 경악성을 내뱉었다.
그러곤 이내, 서우진이 사용한 스킬이 무엇인지 깨달은 듯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카 라니엘’은 그런 사자의 하나 남은 팔마저 잘라냈다.
서거억-!
“끄윽!”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자는 양팔을 잃었다.
두 다리와 머리만으로는 제대로 된 전투도 치를 수 없을 터.
서우진은 이제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사자는 자신의 팔이 모두 잘려 나간 것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그저 서우진이 사용한 ‘마역 선포’에 온 정신이 팔려 있을 뿐이었다.
“네가, 네가 감히 그분들의 힘을!”
‘마역 선포’는 오롯이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귀한 권능이었다.
권속들에게는 무한한 힘을, 적에게는 절대적인 속박을.
왕의 증거이자 지배자의 격을 뜻하는 권능을 감히…….
“감히는 무슨.”
사자의 반응에 서우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맹목적인 광신.
제정신이 아니었던 루운발리를 제외하면, 게랄드나 레이나 역시 사자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마왕이라는 존재가 대체 무엇이기에, 저들이 저렇게도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는 것일까?
‘내가 볼 땐 그냥 힘 좀 센 깡패나 다름없는데 말이야.’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에 무슨 대의가 있을까?
단순히 피와 살육에 빠진 미친놈일 뿐이었다.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서우진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 역시 ‘마왕화’를 했을 때, 그와 같은 행동을 했었으니 말이다.
“너 따위가…….”
사자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너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니야?”
서우진의 말에 사자가 흠칫- 한다.
“회색이 어쩌고, 종말이 어쩌고 한 건 너잖아. 그건 대충 내 정체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 아니었어?”
“나는…….”
사자가 머뭇거린다.
그 말대로, 그는 서우진의 정체에 대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뭔데?”
서우진의 머리에서 뿔이 자라난다.
등에서는 세 쌍의 검은 날개가 돋아 몸을 감쌌고, 피부는 여룡의 비늘보다 단단한 외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대답해.”
‘마왕화’를 끝낸 서우진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리고 사자는…….
몸을 떨었다.
* * *
“괜찮으십니까?”
아일린이 반 슬레인을 부축하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허허, 걱정할 것 없대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을 하니, 설득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그 시커멓던 놈은 어디로 사라졌나?”
마지막, 혼신을 다한 공격을 한 뒤 반 슬레인은 잠시 정신을 잃었다.
뒷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에 자신의 몸을 돌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검은 존재’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일린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몰랐으니까.
그는 자신을 잠시 바라보다, 그냥 그대로 사라져 버렸을 뿐이었다.
입술을 짓씹는다.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지.’
굳이 죽일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다는 눈빛.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더라도, 그것보다는 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을 터였다.
아일린은 못내 그것이 서럽고, 분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게. 자넨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그런 아일린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반 슬레인이 어깨를 두드려 주며 위로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송구함에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흐뭇한 미소를 짓던 반 슬레인이 문득 주변을 살펴보다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아일린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