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4)
163화.
“언니, 그 얘기 들었어요?”
“또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 호들갑이야?”
무슨 대단한 비밀 이야기를 하듯, 조심스럽게 다가와 속삭이는 이지아를 보며 계수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말이에요.”
시큰둥하던 계수지의 얼굴에 호기심이 서린다.
“아저씨라면, 우진 씨?”
“네, 네. 우진 아저씨요.”
이지아는 서우진과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도 꼬박꼬박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조금 웃겼다.
그녀가 심하게 동안일 뿐이지, 서우진이 노안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무슨 소식이라도 있어?”
아카데미에 갑작스러운 습격이 발생했고, 서우진은 그것을 막아냈다.
물론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아카데미의 총장인 요른과 뒤에 나타난 마공 마르테스였지만…….
그래도 서우진 역시 공을 세우긴 했다.
덕분에 황실에 불려가 상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이후로 곧장 사라져 버렸다.
아카데미에선 그저 장기 휴가를 냈다는 이야기만 할 뿐, 그가 어디로 갔는지, 왜 휴가를 냈는지에 대한 건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아카데미 공식 마당발인 이지아가 어디서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제국 남부에 갔대요.”
“남부?”
계수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쪽에 서우진이 볼일이 뭐가 있다고 간단 말인가?
“무슨 임무 같은 걸 받은 거 같아요.”
임무라니.
계수지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왜 그 아저씨만 임무를 받는대?”
서우진이 뛰어난 건 알겠다.
용사들 중 최강이라는 SSS급의 백시우마저도 이긴 실력자였으니까.
하지만 자신들은 아카데미에서 계속 구르고 있는데, 혼자만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거야 저도 모르죠.”
이지아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녀의 정보망으로도 그 정도까진 알아낼 수 없는 듯했다.
“아,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잠시 주변을 살펴보며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춘다.
“얼마 전에 성유라랑 김태진이 돌아왔잖아요.”
서우진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휴가를 써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둘이었다.
하지만 딱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서우진과 무슨 관련이 있는 모양이었다.
“둘이 하는 얘기를 살짝 엿들었는데, 아저씨가 레이나라는 흡혈귀를 죽인 모양이더라고요.”
“레이나라면… 그때 쳐들어왔던 흡혈귀?”
계수지의 눈이 동그래졌고, 이지아는 그 반응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맞아.”
“그게 가능해?”
그날 봤던 레이나는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지금 수준의 용사들로선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존재.
아무리 서우진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당시에 그는 레이나를 상대로 아무것도 못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백시우도 납치된 거고.’
계수지는 이지아의 말을 믿지 못했다.
“성유라가 직접 한 얘기니까 확실할 걸요? 걔가 그런 걸로는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
그녀가 서우진을 싫어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굳이 거짓말을 해가면서 띄워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긴 한데…….”
계수지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지아는 아주 신이 난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이 답답한 아카데미의 일상을 벗어나는 이야기들을 들은 탓인 듯했다.
‘내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네.’
계수지가 피식- 웃었다.
지금이야 극비를 다루는 비밀요원처럼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있었지만, 잠시 후엔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뭔데?”
“아저씨가 돌아오고 있대요.”
“…뭐?”
대체 이런 소식은 누구에게 듣는 것일까?
이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지아는 후훗- 하고 웃으며 베일에 싸인 흑막의 연기를 했었다.
“그것도 성유라한테 들은 거야?”
“아니요. 이건 다른 사람.”
“누구?”
“드류나크였나? 처음 보는 인상 좋은 아저씨였어요.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그분이 얘기해 주더라고요.”
그는 또 누구란 말인가?
“…신빙성이 좀 떨어지는 거 아니야?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잖아.”
“하지만 꽤 높아 보이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분명 맞을 거예요.”
이지아는 자신이 들은 말에 대해 완전히 확신을 하고 있는 듯했다.
‘드류나크라…….’
문득 계수지는 그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카데미 사람은 아니고.’
웬만한 기사들의 이름은 모두 외우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대련을 신청해 댔기에 대부분의 기사들과는 안면을 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 드류나크라는 이름은 없었다.
‘그럼 유명한 귀족들 중 하나라는 건데.’
기억이 날 듯, 말 듯해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였다.
“여기서 뭐하고들 있어?”
누군가 두 사람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은 헬창.
바로 구동환이었다.
“동환 오빠.”
계수지가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매일같이 붙어 다니며 대련하다 보니, 일행 중 누구보다 친해진 둘이었다.
“뭐 재밌는 일이라도 있어?”
이지아가 비밀요원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재미가 있을 수밖에!
구동환이 기대하는 눈초리로 이지아를 쳐다봤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신난 그녀가 입을 떼려던 찰나였다.
“오빠, 혹시 드류나크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요?”
계수지가 먼저 나서며 이지아의 입을 막았다.
‘그 이야기를 또 들을 순 없으니까.’
쪼그만 녀석이 시무룩해 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미안해졌지만, 같은 얘기를 두 번 듣는 것보다는 나았다.
“드류나크? 흠, 낯이 익은 이름인데.”
구동환 역시 계수지처럼 어디선가 들어본 듯했다.
“일단 기사는 아니고. 제국에서 방귀깨나 뀌는 양반인 것 같… 아!”
기억을 더듬던 구동환이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누군데? 기억났어요?”
“엄청 유명한 사람인데. 재상이잖아.”
“…네?”
계수지는 얼핏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끔뻑이며 다시 물었다.
“누구라고요?”
“재상 말이야, 재상. 이 제국의 재상.”
그제야 번뜩- 하며 드류나크가 누구인지 생각났다.
“…넌 대체 어딜 돌아다니는 거니?”
재상, 그러니까 제국의 2인자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리고 서우진에 대한 얘기도 해줬고?
서우진이 레이나를 죽였다는 말만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대단한 아저씨예요?”
“그 사람을 모르는 네가 더 대단하다.”
온갖 사람들을 다 만나고 다니는 마당발이, 제국의 재상을 모른다는 것도 우스웠다.
“그런데 그 양반이 왜?”
구동환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고, 이번엔 이지아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비밀요원 콘셉트는 이미 갖다 버린 것인지, 조심스러움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호오, 오? 그래? 정말로?”
구동환이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얘기를 들어주자, 이지아는 더욱 신이 나는 표정으로 썰을 풀어댔다.
헛웃음을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계수지는 문득 서우진을 떠올렸다.
D급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강한 용사.
만약 그가 정말로 레이나를 죽였다면…….
‘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전에 대련을 했을 때도 실력의 차이는 확연했다.
만약 서우진이 맞춰주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합도 맞춰보지 못하고 패배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더 강해진 듯했다.
‘…질투 나네.’
대체 무슨 훈련을 해야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계수지는 서우진을 향한 질투심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호승심 역시 차올랐다.
‘지아의 말대로 정말 곧 돌아온다면, 한 번 붙어보자고 해야겠다.’
A급 ‘싸울아비’의 주먹이 근질거린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 번 제대로 싸워보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동환 오빠!”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구동환을 불렀다.
“응? 왜?”
커다란 덩치가 어울리지 않게 순박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자, 계수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변신해. 한판 붙게.”
그 말에 구동환 역시 얼굴이 환해졌다.
“전력으로?”
“물론이지.”
계수지는 덤비라는 듯 손을 까딱였고, 동시에 구동환이 휘황찬란한 무지갯빛에 휩싸였다.
“변신!”
빛이 사라지자, 노란색의 짧은 드레스에 커다란 리본.
그리고 손에는 거대한 오함마를 든 ‘마법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휴.”
이지아는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얼굴을 가리며 빠르게 연무장을 벗어났다.
“걸즈 퍼스트키스 맥시멈 풀스윙!”
콰과과과광-!
뒤에서 울려 퍼지는 무시무시한 구동환의 외침이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진짜 괜찮으세요?”
벌써 몇 번째 하는 질문일까?
서우진은 창백한 안색의 반 슬레인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며 또다시 물었다.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일주일간 나와 개인대련을 진행할 걸세.”
그 말에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그에게 맞을까 봐 그런 건 아니었다.
서우진 역시 반 슬레인과 같은 경지에 도달한 강자였으니, 쉽게 맞지도 않을 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렵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북방에서의 훈련은, 서우진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심어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구먼.”
반 슬레인은 허허- 웃으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나보다는 자네를 먼저 챙기는 것이 어떤가?”
반 슬레인의 눈동자에도 걱정이 서려 있었다.
“…저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서우진은 루운발리와 싸우다 간신히 도망을 쳤다는 핑계를 댔었다.
‘셀레스티얼 윙’의 후유증 때문에 죽을 뻔했지만, 운이 좋았는지 쓰러지기 직전에 죽인 마수 덕분에 레벨 업을 해서 살 수 있었다고.
다행히 세세하게 파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일린과 반 슬레인은 물론이고, 백은기사단과 크루시엘까지.
서우진에게 목숨을 빚진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6호라 불린 이는 조금 미심쩍다는 분위기를 풍기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지 걸고넘어지진 않았다.
“자네도 죽을 뻔했네.”
반 슬레인은 슬쩍 시선을 돌려 창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알고 있습니다. 운이 좋았죠.”
“언제까지 운에만 기댈 순 없다네.”
“이제 그럴 일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요?”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
반 슬레인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렸다.
“그것은 축하할 일이지. 하지만 자만은 금물일세.”
그 와중에도 가르침을 내리려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좀 쉬세요.”
기차를 탄 지 벌써 한참 지났다.
제국의 수도에 도착하기까진 얼마 남지도 않았다.
하지만 반 슬레인은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편히 몸을 뉘이지 않았다.
부상이 심각했음에도.
서우진이 괜히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이제 와서 얼마나 쉴 수 있다고. 그냥 이렇게 자네와 대화나 하며 밖을 보는 게 낫다네.”
허허로이 웃으며 말하는 반 슬레인을 보며,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모양이네.’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레이나와 루운발리.
13사도 중 두 명이 사망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더없이 좋았지만, 그중 루운발리를 죽인 것이 ‘검은 존재’라는 게 문제였다.
정체를 알 수 없고, 무슨 의도를 지니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
하지만 그가 내뿜던 마기를 생각하면, 결코 이 세계에 도움이 되는 이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진짜 임무인 백시우마저 놓쳤으니까.’
자신을 돕기 위해 그 머나먼 북방에서 지원까지 왔는데, 임무에 실패했다.
심지어는 죽음의 숲에서는 친우였다는 브루탈까지 만났으니…….
자신도 자신이었지만, 반 슬레인은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터질 지경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다네.”
가만히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있던 반 슬레인이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자네의 그 기운은 대체 뭔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