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5)
164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대체 어떻게?’
최대한 감춘다고 감추었다.
서우진이 갖고 있는 기운은, 마력이 아니었으니까.
혹여나 반 슬레인이 눈치를 챌까 싶어, 단 한 순간도 혼돈기를 끌어올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눈치를 챘다.
‘…나보다 한 단계 높은 경지구나.’
초극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다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사자를 상대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머쥐었기에, 조금 자만에 빠진 듯했다.
아마도 반 슬레인은 사자쯤은 가지고 놀 듯 잡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서우진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 입을 열었다.
“제가 100레벨을 찍었거든요.”
반 슬레인의 눈이 커지는 게 보였다.
“벌써 말인가?”
그는 평소에도 용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다.
먼 옛날, 마왕을 참했다는 D급 용사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만한 관심이 있었으니, 레벨에 대해서도 꽤나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나는 자네가 지금쯤이면 50레벨 정도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네.”
그런데 100레벨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반 슬레인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만약 서우진이 정말로 D급 ‘검병’이었고, 여러 가지 운이 겹치며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하지 않았다면 50레벨 언저리에 있었을 테니까.
“마공께 많은 도움을 받았죠.”
서우진은 ‘소환석’에 대한 것을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하늘탑에는 그런 게 있었단 말인가?”
반 슬레인의 눈에 호기심이 서렸다.
“그건 나중에 구경시켜 드릴게요.”
레벨 업에 대한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으니, 이번에는 혼돈기에 대한 변명을 할 차례였다.
“아무튼 100레벨을 달성하니까 마력이 변하더라고요.”
“어떻게 말인가?”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주변에 마수들이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죽음의 숲이라서 그런 건지. 마력에 다른 기운들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짜잔-!
혼돈기가 되었습니다.
서우진은 자신도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100레벨을 달성하면 그런 변화가 생기는 겐가?”
“글쎄요. 저 말고는 아직 아무도 달성한 사람이 없으니, 잘은 모르겠네요.”
용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 이 ‘레벨 시스템’이다.
게다가 다른 용사들이 100레벨에 도달하려면 한참 남았으니, 그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이런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겠지.’
서우진은 하루라도 더 빨리 강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한 번 자세히 봐도 되겠나?”
반 슬레인은 부탁한다는 말투로 말을 했지만, 표정은 강요에 가까웠다.
다만 그것이 서우진을 의심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뭔가 잘못되었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 듯했다.
‘어쩌지?’
솔직히 내키지는 않았다.
만약 혼돈기가 마기와 마력이 섞여서 만들어진 기운이라는 것을 반 슬레인이 알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과 달리, 검을 뽑아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지.’
그랬다간 괜한 의심만 들게 만들 수도 있었다.
서우진은 짧은 고민을 끝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우우웅-
손을 들자 회색의 혼탁한 기운이 솟아올랐다.
아주 작은 파편이었음에도, 그 안에 담긴 힘은 가공할 정도였다.
지금 이들이 타고 있는 기차 따위는 먼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만큼.
“흐음.”
반 슬레인이 혼돈기를 관찰한다.
두 눈에 마력까지 모이는 걸로 봐선, 꽤나 집중적으로 분석에 들어간 것 같았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서우진은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리지 않길 바라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건 나도 모르겠군.”
긴장이 탁- 하고 풀린다.
“마력에 다른 기운이 섞인 건 분명한데, 두 가지가 한데 섞이며 완전히 새로운 기운으로 탈바꿈을 한 덕분에 원형을 알아볼 수가 없네.”
반 슬레인에겐 아쉬운 일이었겠지만, 서우진은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뭐, 잘만 쓰면 되겠죠.”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반 슬레인이 웃음을 지었다.
“맞는 말일세. 그 근본이야 어떠하든, 사용하는 이의 뜻이 더 중하겠지.”
역시 그는 말이 잘 통한다.
서우진은 적잖이 안도를 하며 혼돈기를 갈무리했다.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반 슬레인조차 마기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럼 다른 수호자들도 마찬가지일 터.
괜히 조심하느라 혼돈기를 감추고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조심히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네. 기운이 너무 파괴적이야.”
마력의 정순함에 마기의 흉포함을 담았다.
그러니 파괴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위력을 자랑했다.
“안 그래도 적응을 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실내 연무장에서 ‘소환석’을 이용해 힘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질 생각이라 이야기했다.
그러자 반 슬레인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명심하게. 다루지 못하는 힘은, 언젠간 재앙이 될지도 모르니.”
“네,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반 슬레인은 자신의 제자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역은 제도(帝都)입니다.]그때,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벌써 도착했나 보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기껏 비싼 1등석에 탔는데, 1초도 맘 편히 쉬질 못했다.
서우진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기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다음에 다시 탈 기회가 생기면, 그땐 꼭 모든 걸 즐겨보고 내려야지.’
소박한 다짐을 하는 사이, 기차가 제도역에 도착했다.
“…진짜 오랜만인 것 같네.”
시간상으로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하지만 겪은 일이 하나같이 스펙터클하다 보니, 족히 몇 개월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돌아왔구나.’
여전히 활발한 수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우진은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자, 절로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처참하게 당했군, 사자. 꼴이 우습다.”
“…비꼬는 건가?”
사자는 고저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그렇게 들렸다면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상대는 그런 사자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누구에게 당한 거지? 북방의 검귀인가? 아니면 제국의 번견들?”
사내가 물었다.
“용사다.”
정확히는 용사가 아닌, 회색의 왕이다.
하지만 사자는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 그런 힘만 센 애송이들에게 당했다는 건가?”
이렇게 비웃음이 돌아올 걸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사자는 서우진의 존재 자체를 감추었다.
“가벼이 볼 자가 아니다. 이미 초극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이번 말은 의외였던 듯했다.
사내가 입을 다문 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설마 네 패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
“더 이상의 모욕은 용납하지 않겠다, 마르데타인.”
사자의 싸늘한 음성에, 마르데타인이라 불린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그 역시 사자가 이런 일로 거짓을 말할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인가 보군.”
그렇다면 더욱 놀랍다.
정말로 소환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애송이가 초극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었으니까.
마르데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이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노력을 했던가?
마기가 마력을 다루는 자들보단 더 쉽게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음에도,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마저도 자신들은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그런데 1년 만에?
아무리 ‘시스템’이라는 사기적인 신의 권능이 도움을 줬다고는 하나, 이건 불가능했다.
적어도 2년.
그마저도 최고등급의 용사가 레벨의 도움을 받아 이룰 수 있을까 말까 했으니…….
“규격 외의 이레귤러인 모양이군.”
마르데타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고개를 내젓다, 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루운발리도 그 녀석에게 죽은 건가?”
“그는 다른 이에게 죽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이?”
서우진 한 명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했는데, 또 다른 놈이 있다는 소리에 마르데타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혹시 그놈도 용사인가?”
흥- 하고 코웃음을 내뱉으며 물었다.
하지만 사자는 고개를 저었다.
“반 슬레인.”
“북방의 검귀?”
마르데타인의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놈이 흡혈귀에 이어, 광대까지 죽였단 말이냐?”
“나도 전투 중이었기에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황상 그가 가장 유력하다.”
사자의 말에 마르데타인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과연 반 슬레인이 루운발리를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인지 가늠해 본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그렇다’였다.
자신들이 파악한 반 슬레인의 수준을 고려하면, 루운발리와 싸워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대일로 싸웠을 때의 이야기.
“죽음의 숲에는 브루탈도 함께 있었을 텐데?”
반 슬레인의 멘탈을 뒤흔들 수 있는 최고의 패.
개인적인 무력은 사도들에 비해 조금 부족했지만, 검귀를 상대하기에는 그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기 힘들었다.
만약 루운발리와 브루탈이 합공했다면, 아무리 반 슬레인이라고 한들 결코 버텨낼 수가 없었을 터.
“브루탈 역시 생포되어 제국으로 압송 중이다.”
“…의외의 일이 너무도 많이 일어나는군.”
애초에 레이나가 죽은 것부터가 상정하지 못한 일이었다.
거기에 루운발리도 죽었고, 브루탈이 생포된 데다, 사자까지 반병신이 되어 돌아왔다.
이 모든 것이 단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그러진 건 아니었다.
“그분께선?”
마르데타인이 조금 전과는 달리, 아주 공손해진 태도로 물었다.
“아직 준비를 모두 마치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정말로 그분이 맞나?”
그는 아직 백시우를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
중간에서 사자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사자는 사도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그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주도하는 존재.
그렇기에 마르데타인으로서도 막무가내로 자신의 뜻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의심은 불신을 꽃피운다.”
사자가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쯧.”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굳이 충돌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새로운 왕이라… 설마 용사의 몸을 통해 벌써 강림하셨을 줄이야.”
“그분들의 뜻을 우리가 어찌 알까? 그저 스스로 헤아려 행동하는 것만이 우리의 믿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사자는 다른 사도들이 절대 백시우와 마주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훗날 판데모니엄에서 진짜 마왕이 강림한다 하더라도, 절대 그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의 준비를 시키기 위해서.
‘그러려면 할 일이 많다.’
백시우를 성장시키고, 왕의 격에 걸맞은 마기와 힘을 심어준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자는 자신의 잘린 두 팔을 내려다보았다.
‘팔부터 고쳐야겠지.’
회색의 혼돈을 두른 채, 자신의 팔을 베어내던 서우진의 얼굴이 절로 떠올랐다.
으득-
‘다음에는 절대 이토록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사자는 서우진을 향해 가장 처절한 복수를 하리라 맹세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