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8)
167화.
하루 전.
황제는 갑작스레 독대를 요청한 아그나와 함께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아이를 치하하라, 이 말이더냐?”
황제가 웃으며 묻자, 아그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사옵니다.”
“어이하여? 네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제국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아이니라. 내주었던 ‘카 라니엘’을 빼앗고 감시를 더욱 강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치하라?”
황제는 설명해 보라는 듯, 아그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몸가짐을 바로 하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서우진과 ‘검은 존재’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조사 중입니다. 둘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무슨 목적이 있는지, 혹은 동일한 존재일 가능성은 없는지.”
크루시엘에서는 지나한과 죽음의 숲에 이르기까지.
서우진과 ‘검은 존재’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허나 아직은 둘 사이의 접점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단서를 잡지 못했나이다.”
관계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금까지 ‘검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번.
그리고 그 현장에는 항상 서우진이 있었다.
게다가 그 둘이 동시에 목격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충분히 의심을 할 만했다.
하지만 방금 아그나가 말한 것처럼, 아직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1급 관리대상의 목록에 올리고 황색 위험분자로 구분해서 감시하고 있음에도 그랬다.
“그러니 더욱 가까이에 두심이 옳다 사료되옵니다.”
“흠…….”
황제는 새하얗게 센 수염을 쓰다듬었다.
“목줄을 채우라는 게로구나.”
서우진을 신뢰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더욱 그를 감시하고, 조사하기 쉽도록 말이다.
“정확하옵니다.”
아그나가 조금 더 깊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럼 무엇이 좋겠느냐?”
단순히 제국의 보물 따위를 내어주어서는, 호감을 살 수 있을망정 아그나가 바라는 것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황제의 질문에 아그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가 입에 올릴 것은, 제국에서도 취급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는 보물이었으므로.
“말하라.”
황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자 아그나가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신궁의 비고에 있는 ‘루덴 가르도’가 좋을 듯합니다.”
“…뭐라?”
황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왜 아그나가 말하기를 주저했는지 깨달았다.
‘루덴 가르도’라니…….
“그게 무슨 물건인지 모르지는 않을 터.”
“물론 잘 알고 있나이다.”
‘카 라니엘’은 대륙의 모든 생명이 힘을 합쳐 만든 검이다.
‘루덴 가르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였다.
전 대륙의 모든 생명이 힘을 합쳐 만든 갑주였으니까.
하지만 ‘카 라니엘’과 다른 점은…….
‘그 재료가 마왕의 피와 살이라는 것이지.’
마신의 갑주, ‘루덴 가르도’.
성능이야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무려 ‘아이기스’ 급의 방어마법이 상시 발동을 유지하고 있었고, 착용자의 마력이 남아 있는 이상은 결코 깨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마왕의 힘이 깃든 덕분인지, 일정 수준 이하의 마수들은 근처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능력까지 있었다.
‘루덴 가르도’를 입고, ‘카 라니엘’을 휘두른다면 가히 무적이라 부를 만 했다.
…그런 줄 알았다.
훗날, 치명적인 단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루덴 가르도’는 착용하는 이의 정신을 파괴하느니라.”
처음은 괜찮다.
하지만 착용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피와 살육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종래에는, 인간성이 말살된 살인기계가 되고 만다.
물론 그것만이라면 황제가 저리 반응할 리가 없었다.
살인기계든 뭐든, 제대로 써먹을 수만 있으면 되니까.
실제로 ‘루덴 가르도’를 이용해, 수호자 급 강자를 키워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실패.
인간성이 말살된 착용자는, 적과 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덕분에 왕국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뻔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제국의 수호자들 중 두 명이 희생한 뒤에야 간신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 후, 제국에서는 신궁의 비고에 ‘루덴 가르도’를 처박아두고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기물을 내어주잔 말이더냐?”
아까운 게 아니다.
‘카 라니엘’까지 내어준 마당에, 그딴 게 아까울 리가 없었다.
황제의 걱정은 그저 이전에 벌어졌던 참사가 다시 한 번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그나는 그리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폐하, 겨우 3년. 길어야 5년이옵니다.”
마왕의 강림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그 정도라면 서우진이 ‘루덴 가르도’에 완벽하게 침식되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혹여 예상보다 이르게 잡아먹힌다 하여도 상관없사옵니다. 어차피 그때에는 전쟁이 시작되었을 테니 말입니다.”
이지가 상실된 살인병기.
강림 전쟁에서 이보다 더 쓰기 좋은 무기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황제는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그것을 눈치챈 아그나는 설득을 위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루덴 가르도’를 하사하신다면, 한 가지의 이득을 더 취하실 수 있사옵니다.”
“…계속 고하라.”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그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지금 서우진이 갖고 있는 불안 요소를 미연에 차단할 수 방도가 될 것이옵니다.”
애초에 목줄을 채우기 위한 보상이다.
서우진이 ‘검은 존재’와 어떤 관계든, 무슨 목적을 갖고 있든.
혹은 동일한 존재이든.
‘루덴 가르도’를 입은 이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서서히 이지를 상실해 가며 단순히 살육에 미칠 테니까.
그 말을 들은 황제가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나의 말에 설득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면… 전쟁이 끝난 후에는?”
과연 ‘루덴 가르도’를 입고 ‘카 라니엘’을 든 괴물을 처리할 방법이 있을까?
아그나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음기 가득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서우진은 용사이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미 용사들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과연, 그러하구나.”
황제는 아그나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크루시엘의 계획을 허하노라. 내일 서우진을 황실로 소환하고, 신궁의 비고에서 ‘루덴 가르도’를 반출하라 이르라. 내 손수 그 아이에게 하사하리라.”
“황명을 받드옵니다.”
아그나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고, 황제는 흡족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둘의 얼굴에는 같은 미소가 그려졌다.
잔혹함이 담겨 있는 소름끼치는 미소 말이다.
* * *
“혹여 원하는 것이 있느냐?”
그리고 현재.
서우진은 황제의 물음에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뭐를 달라고 해야 하지?’
무기는 ‘카 라니엘’로 충분하다.
마력 응집체 같은 경우도 서우진에겐 불필요했다.
그에게는 마력과 마기가 합쳐진 혼돈기가 있었으니까.
여룡의 심장 급의 마력응집체가 아니라면, 서우진에게는 간의 기별도 가지 않을 게 뻔했다.
‘음, 뭘 원한다고 해야 잘 선택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려 가며 고민했다.
그때였다.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모양이로구나.”
그 말에 서우진이 깜짝 놀랐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혹시나 원하는 게 없다면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이 나올까 봐, 다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뒤이어진 황제의 말에 서우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내가 직접 정해주어도 괜찮겠느냐?”
황제의 배포는 크다.
제국의 가장 큰 보물인 ‘카 라니엘’을 선뜻 넘겨주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그런 양반이 직접 골라서 주겠다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서, 성은이 망극합니다?”
서우진이 어설프게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가만 보자…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꼬?”
‘좋은 걸 주려나 보다.’
서우진은 고민하는 황제를 보며, 점점 차오르는 기대감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옳지. 그것이 좋겠구나.”
황제의 생각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신궁의 비고에서 ‘루덴 가르도’를 꺼내오너라.”
“폐, 폐하!”
“그것은……!”
황제의 말과 동시에, 경악한 귀족들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응? 왜? 뭔데?’
알현실에서 오직 서우진만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 ‘루덴 가르도’는 용사에게 하사하기엔 너무 과하…….”
재상 드류나크가 나서며 황제에게 간언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루덴 가르도’가 아무리 제국의 귀하디귀한 보물이라 하나, 사도들을 참한 공에 비할까? 짐이 판단하기에는 그보다 더 나은 상이 없으니, 재상은 만류하지 말라.”
황제의 단호한 음성.
그것을 들은 귀족들이 입을 다물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황제의 속뜻을 눈치챈 것이다.
“하오나 폐하.”
오직 드류나크만이 포기하지 않고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숙고를 바랐지만 황제는 더욱 엄한 표정을 지었다.
“어허, 재상.”
더 이상의 반론은 용서치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드류나크는 작은 한숨을 내쉬곤 뒷걸음질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체 루덴 가르도가 뭔데?’
재상이 저리도 반대하는 것일까?
다른 귀족들은 왜 저렇게 깜짝 놀라는 것이고.
‘설마 카 라니엘 급의 보물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맞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반응들이 나올 리가 없지.’
서우진의 기대감 수치가 MAX를 찍었다
‘대박이다!’
서우진은 눈을 빛내며 ‘루덴 가르도’가 도착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황제의 명을 받은 기사 한 명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왔다.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아하니, 황제의 말대로 귀하디귀한 보물이 맞는 듯했다.
“용사 서우진은 들으라.”
황제의 지엄한 음성이 들렸다.
“제국과 대륙을 위해 크나큰 공을 세운 바. 그대에게 제국의 보물 ‘루덴 가르도’를 하사하노니, 더욱 정진하여 강림 전쟁의 승리를 위해 힘쓰라.”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였다.
보물을 준다는데, 이깟 허리쯤이야 백번이라도 숙일 수 있었다.
“많이 궁금할 터이니 한번 확인해 보거라.”
황제의 말에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기사가 가져온 상자로 다가갔다.
꿀꺽-.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할 정도로 적막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이런 보물을 자신이 받는다는 것에 대한 질시에 비롯된 것이라 치부할 뿐이었다.
손을 뻗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의 잠금장치가 풀렸다.
그리고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오…….’
서우진의 눈에 감탄이 서렸다.
‘갑주였구나?’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일렁이는 마력이었다.
마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짙은 붉은색이었다.
그리고 그 마력이 감싸고 있는 것은 흑색의 갑주였다.
이음새를 따라 화려한 금장이 수놓아져 있어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멋들어졌다.
“이게 ‘루덴 가르도’.”
서우진이 손을 뻗어 그것을 붙잡았다.
두근-!
심장이 울리며, 혼돈기가 반응한다.
‘…이것 봐라?’
서우진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미세하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