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9)
168화.
“오늘은 아저씨를 볼 수 있겠죠?”
이지아가 콧노래를 부르며 주변을 기웃거렸다.
“글쎄다. 오늘도 아침 일찍 밖에 나갔다며?”
구동환이 어깨를 으쓱- 하며 말하자, 이지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휴가는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오늘 들어오겠지. 그치, 다혜야?”
이지아가 쪼르르 달려가며 묻자, 김다혜가 고개를 끄덕인다.
“거봐요!”
이지아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구동환을 노려봤다.
“그래그래, 네 말이 맞다. 오늘은 볼 수 있을 거야.”
구동환이 피식- 하며 대꾸하자, 이지아는 기분이 좋아진 듯 다시 콧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계수지가 문득 물었다.
레이나라는 이름의 흡혈귀가 출몰한 이후, 아카데미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라졌다.
아니, 제국 수도의 전체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뭔가 쉬쉬-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교관이나 친분이 있는 다른 귀족들에게 물어봐도 그들은 고개를 저을 뿐,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날 하늘에서 나타난 괴물 때문 아닐까요? 그 고래처럼 생긴 괴물이요. 엄청 컸는데.”
이지아가 양손을 크게 벌리며 말하자, 계수지는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보통 몬스터는 아닌 것 같았지.”
크기도 크기였지만, 놈에게서 느껴지는 마기는 그들이 버텨내기엔 너무도 강력했다.
“정체가 뭘까요? 그거랑 아저씨랑 관계가 있어서 저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가? 대체 밖에 돌아다니면서 뭐 하는지도 궁금하고.”
눈앞에 서우진이 있다면 대답할 틈도 없이 질문을 쏟아낼 것 같은 모습이었다.
“뭐, 오늘 만나면 그때 물어보자.”
계수지 역시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밖을 싸돌아다니는 이유가 뭔지.
정말로 레이나라는 흡혈귀와 싸워서 이긴 건지.
백시우는 왜 납치가 된 건지.
물어볼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물론 그녀가 직접 물어보지 않아도, 이지아가 대신 질문을 해대겠지만 말이다.
“얼른 왔으면 좋겠는데. 요즘 우리한테 너무 소홀한 거 아니에요?”
성장을 하라며 ‘소환석’ 하나만 덜렁 던져 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지아는 콧김을 흥- 하고 뿜으며 자신의 기분 나쁨을 표현했다.
‘많이 의지하나 보네.’
남녀의 감정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것보다는 아빠와 딸?
‘음, 그건 너무 나갔어.’
오빠와 동생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았다.
이지아는 서우진을 친오빠처럼 따르고 있었다.
둘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서우진이 요즘 계속해서 보이질 않으니 심통이 나도 보통 난 게 아닌 것 같았다.
“아주 돌아오기만 해봐. 혼쭐을 내줘야지!”
라이트! 레프트! 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주먹이 바람을 찢어발기는 소리는 전혀 귀엽지 않았지만.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도 지겨운데, 대련이나 하고 있을까요?”
계수지가 구동환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구동환이 반색하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그의 낙은, 계수지와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었다.
승률은 5:5.
둘의 실력은 엇비슷했기에, 누구 한 명이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다.
“오늘은 제가 반드시 이길 겁니다.”
구동환이 ‘마법소녀’로 변신하며 대흉근을 불끈거렸고, 그것을 본 계수지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할 말이거든요?”
두 사람이 싸울 자세를 갖추기 시작하자, 이지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시네. 다혜야, 우린 저쪽으로 가자.”
둘이 대련을 시작하면 연무장은 엉망이 된다.
서우진을 제외한 다른 용사들 역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탓이다.
지금은 연무장의 방어 마법을 깨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을 정도였다.
물론 아직 서우진에게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1년쯤 후엔 모두 100레벨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갑……!”
구동환이 흉악한 요술봉을 쳐들고 공격의 시작을 알리려 할 때였다.
“어, 잠깐만요!”
갑자기 이지아가 소리치며 둘의 대련을 막았다.
“잉?”
막 스킬을 사용하려던 구동환이 비틀거리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 뭔데? 무슨 일이야?”
“저기 봐요!”
구동환이 눈을 끔뻑이며 묻자, 이지아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그리고…….
“응?”
서우진이 연무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 *
‘다들 잘하고 있으려나?’
황실에서 아카데미로 돌아온 서우진은, 곧장 연무장으로 향했다.
‘소환석도 줬고,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조언도 해줬으니까.’
그동안 너무도 바빠 직접 챙겨줄 수가 없었기에, 가이드라인만 잡아주었다.
만약 그들이 제대로 따라주기만 했다면, 지금쯤은 꽤나 많이 성장을 했을 터였다.
‘못해도 레벨 50은 넘었겠지.’
서우진은 오랜만에 동료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들뜨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나저나…….’
서우진의 시선이 손등에 닿았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어로 이루어진 삼각형의 붉은 문신.
‘루덴 가르도라…….’
놀랍게도 그 갑주는, 서우진의 손이 닿자 마치 몸으로 흡수가 되듯 스며들었다.
깜짝 놀란 서우진이 황제를 쳐다보자, 본래 그런 물건이라 했다.
원할 때 의지를 담아 이름을 부르면 본래의 형태로 돌아와 전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꽤나 유용한 능력이었다.
언제, 어디서 전투가 벌어질지 알 지 못하는 상황에, 항상 착용하고 다닐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그딴 능력보단, 다른 것이 신경 쓰였다.
‘분명 마기였지?’
처음 봤을 때는 몰랐다.
아니, 손으로 만졌을 때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루덴 가르도’가 몸 안에 흡수된 뒤에야 비로소 마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마저도 서우진이 혼돈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결코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한 마기였다.
‘게다가 강력해.’
적어도 사도 급.
아니, 격으로만 따지자면 그 이상이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물건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순도의 마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했다.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얻었다면?’
십중팔구는 백시우처럼 마기에 잠식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직 파괴와 살육만을 일삼았겠지.
서우진은 귀족들이 경악하고, 드류나크가 황제를 만류한 이유를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다행히 그 마기조차 혼돈기로 흡수해 융화시켰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어쩌면 처음 ‘마왕화’를 했을 때처럼 서우진과는 전혀 다른 인격이 튀어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흠.’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귀족들이 아는 사실을 황제가 모를 리가 없어.’
그 말은 곧, 황제는 서우진이 미치길 바랐다는 뜻과 동일했다.
왜?
고작 백시우를 죽이지 못했다고?
‘그럴 리가 없지.’
분명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나와 검은 존재의 관계 같은 것 말이지.’
크루시엘과 요른, 그리고 제국.
결국 그들은 서우진을 잠재적인 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굳이 위험 요소를 가만히 두고 볼 순 없다고 생각했을 확률이 크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젠 단순히 의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서우진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황제라는 만인지상의 권력이 직접 나서면서까지 말이다.
‘튀어야 되나?’
이번엔 다행히 혼돈기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런 행운이 계속 이어지리라 확신할 순 없었다.
서우진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법으로 숨통을 죄여온다면?
그때도 피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이 세계에 대해 잘 몰라.’
하늘탑의 마법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게랄드나 리나르처럼,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이능을 지닌 존재도 있다.
엘프, 다크 엘프, 드워프, 드래곤 등.
다른 종족들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서우진이 무지한 영역에서 암수를 뻗어온다면,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 하더라도 이겨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닥쳐오기 전에 이곳의 상황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튀는 게 안전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까?’
다리는 연무장으로 향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그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 어디서 많이 했던 고민 아니냐?”
매시브 가디언에서 아일린에게 토벌에 참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서우진은 도망을 쳐야겠다는 고민을 진지하게 한 적이 있었다.
만약 반 슬레인에게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때 도망을 쳐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었을 것이다.
지금 서우진이 하는 고민은 그때와 똑같았다.
‘이건 뭐, 강해져도 똑같냐.’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
레벨도 100을 넘겼다.
마력과 마기를 융합해 혼돈기라는 무지막지한 기운을 창조해 냈다.
‘마왕’의 힘을 사용하면서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기도 했다.
이런 힘을 지닌 사람이 대륙에 몇 명이나 있을까?
서우진이 장담하건대, 결코 열 명을 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드래곤과 같은 초월종을 포함한다 해도 그 수가 스물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넘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들보다 강하니까.’
‘마왕화’가 발동되어 있는 상태이긴 해도, 서우진은 여룡의 대가리를 발차기 한 번으로 터트린 전적이 있다.
그뿐인가?
루운발리를 갖고 놀 듯 머리를 으깨어 죽였고, 사자조차도 자신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주했다.
‘그런 힘이 있는데도 겁을 먹으면 병신이지.’
강한 힘을 지니게 된 만큼, 그에 걸맞은 태도를 취할 때도 됐다.
언제까지 피식자처럼 눈치를 보며 피할 궁리만 할까?
‘나는 이제 포식자야.’
서우진은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마왕화’ 상태에서 ‘루덴 가르도’를 입고, ‘카 라니엘’을 휘두른다.
상상만 해도 전율이 일 정도로 강력했다.
‘더는 도망 다니지 말자.’
위험할 것 같다고 피하는 건, 약했을 때로 충분하다.
이젠 도망보단, 응징을 선택할 때도 되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서우진이 웃음을 지으며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더는 그의 표정에 고민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
연무장에 들어서자 구동환과 계수지가 대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보다 훨씬 성장한 게 확실하게 보였다.
‘50레벨은 확실히 넘었구나.’
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러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단순히 레벨이 높다고 감탄한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의 자세와 눈빛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다듬어져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예리한 기세를 풍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우진이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는데, 이지아가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이네?”
서우진이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이지아가 김다혜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온다.
“아저씨!”
오랜만에 듣는 정겨운 수다가 시작될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