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
#16화.
“……저놈을 말입니까?”
백인대장들은 난색을 표했다.
얼음 벌레의 위용은 매년 봐서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이 중에는 놈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사람도 몇 있었으니까.
기사가 아니라면 상대도 할 수 없는 괴물.
그런 놈을 하급 기사 한 명과 병사들만으로 사냥한다?
그것도 이미 한차례의 혈투를 치른 뒤에?
“불가능할 것 같은가요?”
“그렇습니다.”
백인대장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 역시 대답만 하지 않았을 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일린 경의 힘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 병사들은 트랑가와의 전투로 인해 지친 상태입니다.”
어미 트랑가는 실로 강력한 몬스터였다.
그것을 기사도 없이 오직 병사들로만 상대했으니,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얼음 벌레는 지금 멈춰 있어요.”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상태 아닙니까?”
병사들도 얼음 벌레가 튀어나오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토록 커다란 놈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는데,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움직임을 멈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저 움직임을 ‘멈춘’ 것뿐입니다. 몸이 실제로 돌처럼 굳어버린 게 아니니, 저희로선 모험을 할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병사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런 걸 확신할 수 없는 쪽에 함부로 걸 순 없었다.
“만약 놈이 움직이기 시작해 기사들을 배후에서 친다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서우진이 나섰다.
아일린을 설득했던 논리.
이것이라면 병사들 역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D급이 뭘 안다고.”
“주접떨지 말고 구석에 박혀 있으쇼.”
병사들은 여전히 서우진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가 나선 게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끄응.’
병사들이 자신에게 갖고 있는 불신감이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았다.
그래도 레벨 업을 하며 조금은 인식이 바뀔 줄 알았는데…….
“아니. 틀린 말은 아니야.”
그때 누군가 서우진의 편을 들며 나섰다.
‘조한?’
오늘 아침 토벌에 나서기 전, 자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온 바로 그 백인대장 말이다.
서우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조한은 이쪽으론 시선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용사 양반의 말대로라면,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푸른 방패 기사단은 매시브 가디언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야. 그것에 금이 간다면…….”
그렇게 되면 토벌이 문제가 아니다.
매시브 가디언이 통째로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
병사들만으론 해일처럼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그건 아무리 반 슬레인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손이 열 손을 당할 순 없었으니까.
거기까지 설명한 조한이 백인대장들을 돌아보며,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시온의 병사들이 언제부터 겁쟁이가 되었지?”
그 말에 백인대장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말이 심하다, 조한.”
“우리는 겁쟁이가 아니다.”
그의 말은 당연히 백인대장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흥! 시온의 영광은 매시브 가디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매시브 가디언의 숙명은 몬스터 토벌이고. 그걸 두려워하는 놈들이 겁쟁이가 아니면 무어란 말이냐!”
따끔한 일침이었다.
하지만 정론이기도 했다.
시온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
그것은 북방의 수호자라는 자부심 아니던가.
어쩌면 기사단과 자신의 영주에게 큰 피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놈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몸을 사리다니.
조한의 말에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말이 옳다.”
잠시의 침묵을 깨트린 것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백인대장이었다.
그는 조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기회를 앞에 두고 모른 척한다면, 시온에서 병사 딱지 떼야지.”
‘암, 그렇고말고’ 하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백인대장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네가 저렇게 말하는데 반대하는 것도 우습군.”
“나 역시 조한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남부의 나약한 놈들이 아니니.”
조한은 처음 자신의 말에 동조해 준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내 소신을 말한 것뿐인데.”
노인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사실 그는 백인대장들 중에서도 최고참이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그에게 목숨 빚을 지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실력과 인품 역시 뛰어난 인물.
반 슬레인과 함께 수십 년간 매시브 가디언을 지켜온 사람이었으니, 도무지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아일린 경.”
조한이 다른 백인대장들과 함께 군례를 올렸다.
“……고맙습니다, 페드로.”
노인, 페드로는 아일린을 향해 빙긋 웃어주었다.
“전투 준비!”
“전투를 준비해라!”
일단 결정이 되자, 행동은 빨랐다.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불평하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목표는 저기 있는 얼음 벌레다!”
조한의 외침에 병사들의 표정이 일변했다.
설마하니 얼음 벌레와 싸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묵묵히 전투 준비를 했다.
얼음 벌레든, 트랑가든, 스노울이든.
몬스터가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이 시온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것이 매시브 가디언에 소속된 병사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사명이었다.
시신을 수습하고, 전투에 참가할 수 없는 부상자들을 따로 모아놓은 뒤.
“정렬!”
병사들이 아일린 앞에 도열하기 시작했다.
숫자와 행색은 달랐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의 출정식과 똑같았다.
“지금부터 우리는 얼음 벌레 사냥을 시작합니다.”
아일린 특유의 차가운 음성이 병사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위험한 토벌이 될지도 모르지만… 해야만 합니다.”
아일린의 사기를 북돋게 하는 연설은 짧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의 차가운 음성과는 반대로, 병사들의 몸에서는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
“시온을 위하여!”
“시온을 위하여어어!”
조한의 선창과 함께 병사들의 투지가 폭발했다.
“사냥 시작이다!”
동시에 수백의 병사들이 얼음 벌레를 향해 진격했다.
그것은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
‘이건 뭐, 꿔다놓은 보릿자루구만.’
병사들을 설득하고 전투를 시작하는 데 그가 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을 뿐.
하지만 실망하진 않았다.
어쨌든 사냥은 시작됐고, 이것이 성공한다면 다시 한번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강해져야 해.’
그때까지는 이깟 수모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아니, 참아야 했다.
‘지금은 일단 저놈부터.’
서우진이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마음 같아선 반 슬레인이 선물한 검을 쓰고 싶었지만, 그건 아직 무리.
보급 검을 꺼내 든 서우진은 이를 악물고는 아일린과 함께 선두로 나섰다.
‘경험치가 되어라!’
* * *
병사들의 위세는 대단했다.
한 명, 한 명은 약했지만, 수백이 모여 군을 이루자 그 투기는 푸른 방패 기사단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제3, 4백인대는 좌익으로! 2, 6백인대는 우익으로! 나머지는 제 뒤를 따르세요!”
아일린은 병사들의 숫자와 상태를 고려하고는 진형을 나누었다.
‘대단하네.’
지금까진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아일린의 군 지휘 능력은 꽤 뛰어났다.
그 잠깐 동안 병사들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진형을 구축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의 바로 옆에서 같은 것을 본 서우진은 그런 걸 고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기사는 기사구나.’
그저 그녀가 강하다는 것만 알았지, 지휘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아일린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병사들의 움직임이 더욱 경이로웠다.
그들은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와…….”
바로 옆에서 본 병사들의 돌진은 서우진의 가슴을 울릴 정도로 멋있었다.
‘4D 영화는 저리 가라구나.’
직접 참여하고 있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병사들은 아일린의 수족이라도 된 듯이, 그녀의 뜻대로 움직였다.
“공격 개시!”
순식간에 얼음 벌레 주위를 감싼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병사가 동시에 거대한 몬스터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서우진은 뒤처질세라 누구보다 앞서 달려갔다.
쩌어억-!
하지만 가장 먼저 공격에 성공한 것은 그가 아니었다.
고작 검 한 자루로 낸 상처라기엔 너무도 커다란 상흔.
바로 아일린의 검이었다.
그어어어-!
얼음 벌레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서우진과 병사들 역시 그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다행히 얼음 벌레는 그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죽여!”
“쌍놈의 얼음 벌레 새끼들! 칼침을 놔주마!”
얼음 벌레가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한 병사들이 분기탱천한 모습으로 검과 창을 찔러댔다.
수년간 놈들에게 죽어나간 병사의 수가 몇이던가?
시신조차 건지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였으니, 그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칼침을 놓았다.
‘된다. 이건 돼!’
서우진도 열심히 검을 휘두르며 확신했다.
얼음 벌레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백 명이 자신의 육체를 난도질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얼음 벌레는 찢어진 걸레짝이 되고 말 것이다.
서우진은 환희의 표정을 지었다.
비록 혼자 사냥을 한 것은 아니라서 경험치 독식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이게 어딘가?
어쩌면 몇 개의 레벨을 단번에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우진은 점점 더 공격에 집중했다.
그런 그를 얼음 벌레가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 * *
“후우-”
반 슬레인이 호흡을 정리했다.
“괜찮으십니까?”
그의 옆으로 다가온 테스테론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나는 괜찮다네.”
전투는 치열했다.
일검에 반으로 쪼개져 죽은 놈과는 달리, 영악하기까지 해서 반 슬레인조차 애를 먹었다.
“기사들은 피해는 어떤가?”
“……셋이 전사했습니다.”
테스테론의 무거운 보고에 반 슬레인이 눈을 감았다.
최대한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놈은 집요할 정도로 기사들을 노렸고, 덕분에 반 슬레인은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쳐 버렸다.
그럼에도 전사자가 발생했으니.
“송구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겠나, 내가 부족한 탓인 것을.”
조금 자만했던 것 같았다.
육체의 재구성을 이뤄내며 얼음 벌레 따위는 언제든지 사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사한 이들의 시신을 잘 수습하게.”
“명을 받듭니다.”
테스테론은 절도 있는 군례를 올리고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복수는 끝났다.’
자신의 기사와 병사들을 잡아먹은 놈은 열 조각으로 찢어져 차가운 대지에 몸을 뉘었다.
기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다신 이런 일이 반복… 응?”
고깃덩어리가 된 얼음 벌레를 바라보던 반 슬레인이 멈칫- 하곤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아일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