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0)
169화.
오랜만에 동료들의 실력도 점검할 겸, 대련을 시작한 서우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계수지의 전투 스타일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연무장에 있는 이지아, 구동환, 김다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김다혜는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을 정도로 뛰어난 센스를 보여주었다.
“엄청 성장하셨네요.”
진심으로 감탄했다.
“고, 고마워요.”
계수지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서우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녀는 조금 자신이 있었다.
서우진과 싸워서 이길 순 없어도, 어느 정도 대등한 싸움을 이어갈 수 있으리란 자신 말이다.
서우진이 밖으로 돌아다니는 동안, 그녀는 다른 용사들과 함께 뼈를 깎는 수련을 했으니까.
하루에도 열 번이 넘는 대련을 했고, ‘소환석’을 이용해 레벨을 올렸다.
그것만이 아니다.
수석 교관인 최상급 기사 루데인에게 찾아가 전투 기술을 연마하기도 했다.
그러니 자신감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계수지가 허탈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옷깃도 못 스쳤어.’
분한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패배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명.
김다혜의 ‘크레모아’에서 터져 나온 구슬 하나가 서우진의 허리자락에 구멍을 뚫은 게 전부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자신들은 성장했다.
다른 용사나 교관들이 경악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훨씬 더 가파르게 성장한 듯했다.
마치 홀로 다른 차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뭐, 엄두도 안 나네요.”
계수지가 땀을 닦으며 말하자, 서우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수지 씨도 많이 강해졌어요.”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계수지도 그것을 느꼈기에 더욱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우진 씨한테는 안 되네요.”
“그거야 뭐…….”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에 다들 피식- 웃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우스웠던 것이다.
“아저씨, 아저씨. 대체 밖에서 뭘 했기에 그렇게 강해졌어요? 우리도 엄청 세졌는데, 아저씨한텐 상대도 안 되네!”
대련이 끝난 듯하자, 이지아가 호다닥- 달려오며 물었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레벨도 올리고 그랬지.”
“그럼 레이나라는 흡혈귀를 죽였다는 것도 진짜예요?”
서우진의 눈이 커진다.
“그건 어디서 들었어?”
분명 아직 다른 용사들에게는 알리지 않았…….
‘아!’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지나한에서 레이나와 싸웠을 때 본 성유라와 김태진.
서우진이 혹시 그 둘에게 들은 것이냐고 묻자, 이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그 흡혈귀를 죽였다고 하던데요?”
예상이 맞았다.
하지만 내용에는 오류가 좀 있었다.
레이나를 죽인 건, 서우진이 아닌 반 슬레인이었으니까.
“내가 죽인 거 아니야.”
“응? 걔네 둘이 그렇게 말하던데요?”
“다 같이 싸웠으니 혼자 죽인 것도 아닐뿐더러, 마지막으로 목을 벤 것도 다른 사람이야.”
서우진의 말에 이지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누구요? 누가 죽인 건데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반 슬레인이라는 분이지.”
서우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나한테 검을 가르쳐 주신 스승이기도 해.”
“진짜요?”
“스승이라고요?”
다들 깜짝 놀란다.
D급에 불과한 서우진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라니?
그들이 생각과는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양반이 엄청 강하거든요. 제국의 수호자들하고 비슷할걸요?”
수호자라니…….
레이나가 아카데미에 출현했을 때, 마공이 보여준 마법의 신위는 대단했다.
지금의 용사들로선 꿈도 꾸지 못할 경지.
그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다들 놀라기 바빴다.
“지금 아카데미에 있으니까, 다음에 자리 한번 마련해 볼게요.”
안 그래도 친한 용사들을 소개시켜 줄 요량이었다.
반 슬레인의 조언이라면, 그들이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참, 그리고 또 궁금한 게 있어요!”
이지아가 손뼉을 짝-! 하고 치며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서우진이 오기 전, 계수지와 함께 나눴던 질문들이었다.
덕분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대부분의 질문은 서우진이 대답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제국과 서우진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히지 않는 이상, 설명할 수 없었다.
“다음에 얘기해 줄게. 지금은 얘기 못해주거든.”
서우진이 적당한 핑계를 대며 대답을 회피하자 이지아의 볼이 퉁퉁- 불었다.
“대신 멋있는 거 보여줄까?”
서우진은 마치 조카를 달래주듯,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이지아는 외모만 어릴 뿐, 이미 스물세 살의 어엿한 성인이었다.
“아저씨는 내가 진짜 앤 줄 알아요?!”
이지아가 버럭- 화를 내자, 서우진은 다급히 시선을 돌리기 위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우우웅-
손등에 새겨진 문신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동시에…….
촤라라라락-!
마치 할리우드 영화 속 히어로처럼.
문신에서 튀어나온 쇳조각들이 서우진을 뒤덮기 시작했다.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지아의 눈이 커졌다.
구동환, 계수지, 심지어는 김다혜까지.
모두 눈을 부릅뜨고는 서우진을 쳐다봤다.
“벼, 변신?”
구동환은 마치 자신의 특기를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헛웃음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잠시 후.
서우진은 화려한 금색 수실이 새겨진 흑갑을 입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음…….’
솔직히 조금 놀랐다.
가벼운 경갑의 형태인 것을 감안해도 너무 가벼웠다.
소환되는 방식도 놀라웠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착용이 될 줄은 몰랐다.
서우진은 마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듯한 착용감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이, 이게 뭐예요?”
이지아가 입을 헤- 벌린 채 물었다.
“‘루덴 가르도’라는 갑옷이야. 멋있지?”
이지아의 고개가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애였다.
“멋있음…….”
김다혜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구동환이 그것을 듣고는 발끈했다.
“나도 멋있거든?”
화아악-!
그러면서 굳이 ‘마법소녀’로 변신을 했다.
“안 멋있음.”
물론 김다혜는 그런 구동환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하늘거리는 노란 드레스를 입고 근육 자랑을 하는 구동환을 철저히 무시한 이들은, ‘루덴 가르도’를 이리저리 만져 보기 시작했다.
“방어력은 어느 정도나 되려나요?”
“글쎄요. 저도 지금 처음 입어본 거라서. 듣자하니 꽤나 대단한 것 같더라고요.”
“우리 한번 실험해 봐요! 지금! 바로!”
“그럴까?”
“저도 동참요.”
서우진은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저들의 실력으로는 ‘루덴 가르도’의 방어력을 한계까지 테스트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략의 성능을 확인하는 정도로는 충분했기에, 서우진은 곧장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기스가 상시 발동이라고 했었지?’
온갖 공격을 퍼부은 후, 흠집 하나 나지 않은 ‘루덴 가르도’를 본 저들의 표정이 기대되었다.
“자, 다들 덤비세요.”
* * *
“서우진 씨가 돌아왔다던데?”
“나도 들었어.”
박진한의 말에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의 복귀는 아카데미 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다.
부상을 입은 백은기사단과 함께 돌아왔으니,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우진은 아카데미 습격 당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김태진은 지나한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해주지 않았다.
그저 서우진이 레이나를 죽였다는 말만 해줄 뿐이었다.
덕분에 박진한은 답답했다.
서우진을 끌고 오기로 한 녀석들이,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까.
“하아-”
김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강할 줄이야.’
김태진은 서우진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다.
서우진의 진짜 실력은 자신이 상상도 하지 못할 곳까지 도달해 있었다.
자신들은 레이나의 마기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홀로 그녀의 팔을 잘라냈다.
뿐인가?
뒤늦게 이상한 놈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분명 목까지 잘라냈을 것이다.
물론 자신들도 뒤늦게 힘을 보태긴 했지만…….
‘그딴 건 아무런 의미도 없지.’
서우진이 백시우를 이긴 건, 성유라의 말대로 그저 운이 좀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력이 꽤 뛰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백시우와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그런데 직접 본 서우진은 차원이 달랐다.
그런 사람을 끌고 와서 심문하자고?
죽을 때까지 처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걸 알고 있으니 성유라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돌아온 것일 테고.
하지만 그런 말을 다른 친구들에게는 하지 못했다.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할 게 분명했고, 또 자존심도 상했다.
겁을 먹어서 그냥 돌아왔다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생각만 하지 말고 대답 좀 해라, 인마.”
박진한이 그의 옆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 아저씨가 돌아온 건 맞으니까. 내가 직접 가서 물어본다?”
백시우가 갑자기 변한 이유.
그리고 납치된 이유.
서우진이라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네가 물어본다고?”
김태진은 고개를 저었다.
괜한 짓을 하지 말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박진한은 코웃음을 쳤다.
“야, 인마. 넌 친구가 사라졌는데 가만히 손놓고 있을 거야? 그냥 물어만 볼게, 물어만.”
김태진은 박진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우진에게 가서 조용히 질문만 하고 돌아올 리가 없었다.
만약 그렇다 해도, 서우진이 순순히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았고.
결국은 화를 참지 못한 박진한이 시비를 걸며 싸움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마음대로 해라.”
더는 말릴 기운도 없었다.
박진한의 성격에 이 정도면 꽤나 오래 참은 것이었다.
“진짜지? 나 지금 가서 물어본다?”
“아, 마음대로 하라고.”
김태진이 몸을 돌려 앉았다.
‘몇 대 얻어맞으면 정신 좀 차리겠지.’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만 해.’
서우진을 뒤쫓으려면.
그리고 사라진 백시우를 되찾으려면.
괴물 같은 놈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지는 게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 수고해라.”
김태진이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들자, 박진한은 혀를 차며 방을 빠져나왔다.
“가만있어 보자, 그 아저씨가 지금 어디 있을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움직이는 박진한의 거대한 덩치가 위압적이었다.
“태진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겠지만, 난 여전히 못 믿겠단 말이지.”
레이나.
아카데미에 나타난 그 괴물의 강함은 박진한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였다.
지금의 자신으로선 맞서 싸울 용기조차 나지 않는 상대.
그런 놈을 서우진이 죽였다니?
박진한은 자신이 직접 보지 않은 것은 잘 믿지 않는 박진한의 성격의 소유자였다.
김태진과 성유라의 말을 의심하는 건 당연한 수순.
“한번 붙어보면 알겠지.”
진짜인지, 거짓인지.
그는 서우진을 찾아 아카데미 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짐작도 하지 못한 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