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2)
171화.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서우진은 눈을 끔뻑이며 옆을 돌아봤다.
구동환과 계수지 역시 귀를 후비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금 강제로 듣겠다고 한 거 맞죠?”
“그런 것 같은데……. 귀가 고장이 난 건가?”
구동환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면 쟤가 미쳤던지.”
서우진의 실력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자자하다.
여전히 백시우를 이긴 것을 가지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아예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서우진이 강하다는 것은 부정하진 않았다.
심지어 저 녀석들은 성유라와 김태진에게 직접, 서우진이 레이나를 죽였다는 소리를 들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저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나도 경우 없이 막무가내로 힘쓰기 싫으니까, 그냥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을 검다.”
껄렁한 말투.
자신이 질 것이란 생각 따윈 전혀 하지 않는 듯한 태도.
그런 박진한의 모습에 서우진이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싫다면? 어디 한번 강제로 입을 열게 해보던가.”
다짜고짜 찾아와 저딴 태도를 보이는 놈에게 굳이 예의를 차릴 이유가 없었다.
‘실력에 자신이 좀 있나 본데.’
오늘 한번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말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아저씨가 자초한 거니까, 나중에 원망하지 마쇼.”
말하는 박진한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애초에 이럴 작정으로 온 게 확실한 것 같았다.
‘그 녀석들은 안 말렸나?’
서우진이 엘리트 친구들 중 두 명을 떠올렸다.
성유라, 김태진.
레이나와 싸울 때 옆에 있었던 그 둘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대충은 파악하고 있을 터였다.
‘말렸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거나, 아니면 혼자 몰래 온 거겠지.’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자신에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테니까.
“알고 있겠지만 난 ‘금강역사’라는 S급…….”
“시끄러워.”
박진한이 자랑스레 자신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서우진이 말을 끊었다.
“싸우러 왔으면 그냥 덤벼. 덩치랑 안 어울리게 주절주절 떠들지 말고. 근육이 울겠다, 이 새끼야.”
붉으락푸르락.
박진한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니, 자세히 보니 온몸이 빨개진 것 같았다.
“X새끼가…….”
화를 참지 못한 박진한이 주먹을 휘둘렀다.
스킬도, 기술도 없는 단순한 주먹질이었다.
S급에 걸맞게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다.
공기가 터져 나가며, 저 커다란 덩치의 움직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주먹이 쏘아졌다.
하지만 그뿐.
서우진의 눈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오히려 이지아의 주먹이 훨씬 매섭고 강력했다.
“X랄하네.”
서우진은 이딴 주먹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똑같이 주먹을 쥐고는 마주 뻗었다.
우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한 얘기였지만, 서우진의 주먹에서 난 것은 아니었다.
“으윽!”
박진한이 주먹을 감싸쥐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떠졌다.
“어, 어떻게?”
그의 직업은 ‘금강역사’다.
신체의 내구력과 근력만큼은 인간을 아득하게 초월한 직업.
저 근육들이 그냥 풍선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백시우조차도 그의 몸에 상처를 내기 위해선, 꽤나 많은 힘을 소모해야 될 정도였다.
그런데 피부에 생채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뼈가 부러졌다.
고작 주먹질 한 방에.
아무리 정확한 타이밍에 내질러진 카운터라 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용사가 된 이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증에 박진한은 이를 악물었다.
“왜, 아프냐?”
서우진은 그런 박진한을 다시 한번 비꼬고는 진각을 밟았다.
쿵-
녹아내린 연무장 바닥에 금이 쩍- 하고 갔다.
발에서부터 시작된 힘이 발목과 무릎을 거쳐 허리와 어깨까지 이어지며, 거대한 회전력을 지닌 채 주먹으로 전달했다.
“이건 좀 더 아플 거다.”
박진한의 가슴이 움푹- 패며 서우진이 뻗은 주먹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콰드득-!
갈비뼈가 박살난다.
어지간한 금속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도를 지닌 골격이었지만, 마치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간다.
“아아아악!”
박진한은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벌어진 입 속에서 식도를 타고 넘어온 핏물이 보인다.
내장까지 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입 다물어. 옥수수 다 나간다.”
가볍게 땅을 박찬 서우진이 허공에 떠오르며, 무릎을 차올렸다.
슬격(膝格).
일명 니킥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계수지의 스킬을 참고한 것이었다.
혼돈기까지 끌어올린 덕분에, 위력은 말할 것도 없이 강력했다.
쩌어억-!
서우진의 무릎이 박진한의 안면에 꽂혔다.
코뼈가 부러졌고, 그가 경고했던 것처럼 이가 우수수 뽑혀 나가며 허공으로 비산했다.
박진한의 눈빛이 몽롱해진다.
너무도 큰 고통에 도무지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서히 뒤로 넘어가는 녀석의 정수리를 향해 발뒤꿈치를 내리찍으려던 서우진이 멈칫- 했다.
문득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지아와 김다혜가 보인 것이다.
‘쯧.’
아직 어린 녀석들이 보기엔, 조금 잔인한 장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혀를 찬 서우진이 다리에서 힘을 풀며 그냥 땅에 내려섰다.
그리고,
박진한은 그대로 썩은 통나무처럼 뒤로 넘어갔다.
쿵-!
덩치가 덩치였는지라, 정말로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작 몇 초다.
박진한이 주먹을 휘둘렀을 때부터, 쓰러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S급 용사를 마치 장난감 다루듯 하는 서우진의 모습에, 일행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의 강함을 새삼스레 다시 깨달은 것이다.
“덩치만 큰 새끼가 뒤질라고.”
서우진은 기절한 박진한을 내려다보며 한마디를 내뱉고는 뒤를 돌아봤다.
“오늘은 이만 해산! 전 이 녀석 좀 데려다주고 올게요.”
“같이 가줄까요?”
계수지가 물었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같이 가봐야 훈훈한 분위기가 펼쳐질 것 같지도 않으니 혼자 가는 게 더 편할 것 같네요.”
“응? 의무실로 데려가는 게 아니었나요?”
계수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부상이 심상찮았다.
곧바로 아이에르의 사제들에게 보여주고 치료를 받아야 할 상세였다.
“‘성녀’가 이 녀석 친구잖아요. 사제들보다는 걔가 더 낫겠죠.”
서우진의 말에 계수지가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네요.”
“그럼 전 데려다주고 올게요. 모두 내일 봅시다.”
이지아가 도도도- 하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기에, 서우진은 급히 박진한의 머리카락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괜히 붙잡혔다간 또 수다지옥에 빠질 게 분명했기에 서둘러 도망을 가야만 했다.
덕분에 정신을 잃은 박진한은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에 질질- 끌려갔다.
마치 짐짝처럼.
“어떻게 됐으려나?”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법을 고찰하던 김태진이 문득 눈을 떴다.
박진한이 서우진에게 물어보겠다며 나선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진짜로 시비를 걸진 않았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태진은 자신의 친구가 분명 서우진에게 시비를 걸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적당히 처맞고 왔으면 좋겠는데.”
별로 걱정이 되진 않았다.
서우진도 같은 용사였으니 너무 심하게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앙-!
문이 박살나듯 열렸다.
아니, 정말로 박살이 난 것 같았다.
김태진이 돌아보자,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문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아, X발.’
서우진이었다.
싸늘하게 굳어 있는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김태진은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챘다.
“야, 받아라.”
서우진이 그런 자신을 부르며 뭔가를 던졌다.
“…진한아!”
그건 만신창이가 된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박진한이었다.
대체 얼마나 처맞은 것인지, 크게 이름을 불렀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박진한의 몸에 새겨져 있는 서우진의 흔적을 발견했다.
‘갈비뼈는 죄다 박살났고, 오른손도 작살이 났네. …얼굴도 함몰됐고.’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은 채, 작정을 하고 팬 것 같았다.
“이거 네가 시킨 거냐?”
흠칫-
서우진의 음성에 몸이 굳는다.
“뭐, 뭐를요?”
대답을 잘못하면 자신의 친구와 같은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까지 더듬었다.
“나한테 와서 갑자기 시비를 걸던데?”
“제가 시킨 거 아닙니다.”
김태진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분명 자신은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래?”
서우진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시선을 마주하자, 레이나를 압도하던 서우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말렸거든요. 그런데 꼭 물어볼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절대로 시비 같은 거 걸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는데…….”
더 강하게 말렸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박진한이 다친 것도 안타까웠지만, 혹시 자신도 똑같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그랬단 말이지?”
다행히 서우진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백시우에 대해서 물어볼 거란 게 뭐야? 그러고 보니 너희가 지나한까지 온 것도 그거 때문인 거 맞지?”
“…그렇긴 한데요.”
“그게 뭔데? 아까 저 녀석이 뭐라고 하긴 했는데,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진 않거든.”
서우진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박진한을 가리키며 말하자, 김태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시우가 갑자기 날뛴 이유가 뭔지…….”
“몰라.”
서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답해 주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제국에서 감추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백시우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다면, 제국과 크루시엘은 서우진을 의심할 게 뻔했다.
안 그래도 황제가 자신에게 수작을 부리려던 게 조금 전이다.
괜히 더 미운 털이 박히고 싶진 않았다.
“다른 건? 그게 다야?”
“…시우는 왜 납치가 된 건지도요.”
“그것도 몰라.”
백시우를 마왕이라 오해한 레이나와 사자가 저지른 일이었다.
첫 번째 질문과도 연결되어 있는 일이었으니, 당연히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런가요?”
김태진은 허무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두려운 와중에도 꽤나 용기를 내서 물어본 것인데, 성과가 전혀 없었다.
예전에 성유라가 말했던 것처럼, 붙잡아놓고 심문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으니 더는 물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 그래도 하나는 얘기해 줄게.”
서우진의 말에 김태진이 눈을 빛냈다.
“그게 뭡니까?”
“백시우는 그만 잊어. 아예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해도 좋고,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아.”
김태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백시우가 사고를 치긴 했어도, 여전히 자신의 친구였다.
그것도 둘도 없는 최고의 친구.
그런 백시우를 잊으라니?
김태진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왜 그렇게 해야 되죠?”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날카롭게 나왔다.
그것을 들은 서우진이 픽- 하고 웃는다.
“난 그냥 충고해 준 거야. 그걸 받아들일지 말지는 너와 네 친구들이 결정할 일이지. 그리고…….”
서우진이 무거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너희의 결정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져라. 남들한테는 피해주지 말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