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3)
172화.
서우진이 눈을 떴다.
오랜만에 숙소에 있는 자신의 침대에서 잠을 잔 덕분인지, 꽤나 상쾌했다.
몸을 일으킨 뒤 곧장 샤워를 하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아카데미 제복.
이것 역시 오랜만에 입는 것이었다.
“슬슬 나가야겠네.”
아직 아침식사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벌써 방을 나선 건, 아침 훈련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다들 모여 있으려나?”
어제도 몇 명을 보긴 했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이 더 많았다.
‘원소술사’ 진태성.
‘듀얼 블레이더’ 유홍설.
‘탐험가’ 강병규.
‘연금술사’ 박민성.
그리고 마지막에 합류한 ‘창술사’ 김우람까지.
그동안 모두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했다.
서우진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에 콧노래를 부르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숙소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몇 분을 걷자, 어제 박살난 연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 왔나 보네.’
아홉 명의 기척이 느껴진다.
서우진은 조금 더 속도를 내며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아저씨!”
가장 먼저 서우진을 발견한 것은 역시나 이지아였다.
그녀는 손을 번쩍- 들더니 빠르게 흔들며 인사를 했다.
“모두 오랜만입니다.”
서우진은 이지아를 보며 한번 웃어주고는 인사를 했다.
“야, 대체 뭐하고 돌아다니는데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드냐?”
강병규가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왔고.
“오랜만이에요.”
유홍설이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었다.
소심한 진태성은 고개만 살짝 숙였으며, 그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박민성은 싱글싱글 웃었다.
그리고,
“인사 안 하냐?”
서우진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우람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악!”
난데없는 응징에 김우람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괜히 괘씸했기에 힘이 좀 과하게 들어간 듯했다.
물론 서우진은 그런 김우람을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제 먼저 만난 이들에게 얘기를 들었는지, 이지아가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은 또 하지 않았다.
그저 그동안 잘 지냈냐, 같은 안부만 물어올 뿐이었다.
서우진은 웃으며 대답을 해주다,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못한 얘기는 나중에 계속하고, 일단 훈련부터 합시다.”
그간의 일들이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가’였다.
“그럼 대련 방식은 어떻게 할까?”
강병규가 물었다.
본래는 서로 수준이 맞는 이들끼리 짝을 지어 대련을 했다.
오직 김우람만이 구석에서 홀로 수련을 할 뿐이었다.
“음…….”
서우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 씨익-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시간도 없는데 그냥 한 번에 덤비시죠.”
서우진을 바라보는 용사들의 눈이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괜찮네.’
서우진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 직업들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뛰어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나 진태성이 인상적이었다.
본래도 뛰어난 마법 실력을 자랑하긴 했는데, 지금은 더욱 좋아졌다.
후방에서 적재적소에 발동되는 마법은 서우진의 허를 찌르며 사각을 공략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결코 쉽게 받아낼 수 없을 정도의 위력으로 말이다.
그리고 비전투 직업들 역시 훌륭했다.
강병규는 ‘탐험가’의 스킬을 이용해 빈틈을 찾아냈고, 그것을 이용해 박민성이 ‘상태 이상 포션’을 투척했다.
괜찮은 연계였다.
딱 한 명.
김우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저 녀석이 문제네.’
실력은 좋아졌다.
서우진이 준 ‘소환석’ 덕분에 레벨도 많이 올랐고, 스킬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다른 이들과의 연계는 어디 갖다 버렸는지, 혼자 날뛰다가 방해하는 건 예사였고, 심지어는 유홍설을 어깨를 찌를 뻔했다.
전투에 대한 센스가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독불장군이지.’
서우진이 있을 때야 압도적인 폭력 앞에 말을 잘 들었다.
하지만 자리를 비우자, 예전의 성격대로 다시 남들을 무시하기 시작한 듯했다.
흠칫-
서우진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은 김우람이 몸을 움츠렸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너 이리 와봐.”
서우진이 고개를 까딱이자, 김우람이 천천히 다가왔다.
“왜, 왜요?”
“너 그동안 뭐했냐?”
“…레벨도 많이 올렸고, 시킨 대로 스킬 사용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했는데요.”
“몇 레벨인데?”
“44요.”
많이 오르긴 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김우람의 레벨이 29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레벨만 높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훈련하긴 했어?”
서우진이 물었지만, 김우람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분명 떠나기 전에, 다른 사람들하고 잘 지내라고 했지?”
단순히 사이가 좋아지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서로 손을 섞으며 실전에 대한 경험도 쌓고, 유대감도 느끼길 바랐기에 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김우람은 전혀 그것을 지키지 않은 것 같았다.
“아침 훈련은 여기까지만 하죠.”
아쉬워하는 이들이 보였지만, 서우진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김우람을 쳐다봤다.
“넌 나 따라오고.”
김우람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 *
화려한 노인, 인세에 다시없을 미녀, 섬뜩한 시체, 강인한 기사, 세상을 희롱하는 광대, 흉포한 짐승, 눈을 감은 마법사.
제각각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일곱 석상이 세워져 있는 거대한 공간.
사자는 손에 뭔가를 든 채, 그곳을 가로질러 갔다.
저벅- 저벅-
무거운 발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석상을 지나칠 때마다, 사자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
그렇게 일곱 석상을 모두 통과하자, 커다란 제단이 나왔다.
사자는 그 제단 앞에서 멀뚱히 서 있는 이를 쳐다봤다.
백시우였다.
“죽여라.”
사자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그의 앞에 던졌다.
크르르르-
마수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마수와는 달랐다.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마기는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250년을 묵은 놈이다. 네 성장에 도움이 될 터.”
사자는 용사들의 성장 방식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적이었으니 더욱 관심을 갖고 파헤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용사들이 버스라고 부르는 방법 역시 알고 있었다.
살아 있는 제물을 바쳐 용사를 성장시키는 방법.
강한 몬스터와 마수를 죽일수록, 그리고 많이 죽일수록.
용사들은 더욱 빠르게 성장한다.
그래서 사자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서 백시우가 성장하길 기다릴 순 없었으므로.
하지만 사자가 갖다 주는 제물은 제국이나 다른 왕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격을 지닌 것들이었다.
애초에 마수들은 사자와 사도들에게 복종을 한다.
고작해야 본능밖에 남지 않은 놈들이었으니, 더 큰 마기를 지닌 이에게 배를 드러내고 눕는 것이다.
때문에 백시우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마수를 구하는 건 너무나도 쉬웠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마수 역시, 마경 오르만에서 공수해 온 놈이었다.
250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마경의 한 지역을 지배해 온 괴물.
사도 급이 아니라면 싸워볼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죽여라.”
사자는 파괴적인 마기를 내뿜고 있는 마수의 머리를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후, 백시우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자,
스르릉-
검이 뽑힌다.
황제가 직접 하사한 제국의 보물.
‘카 라니엘’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것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명검이었다.
“이놈을 죽이면, 서우진을 이길 수 있을까?”
검을 든 백시우가 물었다.
서우진이라는 이름에 사자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감히 자신의 팔을 베어낸 놈.
가까스로 도망을 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서우진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졌다.
“아직은 불가능하다.”
사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이런 놈 몇 마리를 죽인다 한들, 그놈에게 닿기는 요원하다.”
초극의 경지를 밟은 놈이다.
백시우의 레벨이 적어도 100 이상은 되어야 견줄 만할 것이다.
아직 백시우의 레벨은 겨우 80.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런 제물들을 바쳤음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그럼 의미 없는 일이군.”
백시우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텐데, 굳이 검에 피를 묻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분명 ‘아직’이라고 말했다.”
도로 검을 집어넣으려던 백시우가 멈칫- 하며 사자를 쳐다보았다.
흰자가 사라지고, 온통 검은색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
백시우는 사자 덕분에, 이미 완벽하게 마기에 잡아먹힌 뒤였다.
바르던 청년은 사라지고, 이제는 증오와 갈망이 가득한 악(惡)만 존재했다.
“자세히 말해라.”
백시우는 사자를 똑바로 직시하며 물었다.
“레벨은 최소한의 준비일 뿐. 목표한 수준에 이르면, 너는 한 단계 진화할 것이다.”
“진화?”
백시우가 고개를 갸웃하자, 사자는 미소를 지었다.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들. 그분들의 힘이 담긴 일곱 보석이 있다.”
사자가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방금 전 그가 지나쳐 온 일곱 개의 석상이 서 있었다.
“그분들의 유산을 네게 주마. 그것을 모두 흡수한다면, 너는 고금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왕이 될 수 있다.”
“왕이라…….”
백시우가 냉소를 지었다.
“듣기엔 좋은 말이다만, 그렇게 뛰어난 게 있다면 왜 네가 취하지 않지?”
백시우는 사자의 욕심을 알고 있다.
곧 강림할 마왕을 제쳐 두고, 자신을 새로운 왕으로 만들어 권력을 잡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그런 욕심 많은 놈이 마왕의 유산을 자신에게 넘긴다고?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자는 그런 질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사용하지 못하니까.”
“…뭐?”
“나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도도 그 보석을 흡수하지 못한다.”
단순히 마왕들에 대한 믿음 때문에 감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말 그대로, 정말로 보석들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보석에 손을 댄 자는 반대로 잡아먹힌다.
“하지만 넌 다르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존재.
그리고 용사.
“너라면 그 모든 유산을 받아들일 수 있을 터.”
사자는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벌일 생각은 꿈에서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고 따라와라. 내가 너를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시켜 주마.”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를 울린다.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그저 서우진의 목만 벨 수 있다면 족하니까.”
백시우가 검을 휘둘렀다.
파지지직-!
검은 뇌전과 함께 지배자 급의 마수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단 일 검에 마수는 재가 되어 목숨이 끊어졌다.
화아아아악-!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레벨이 오른 것이다.
“그래, 내가 너를 이전에는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왕으로 만들어주마.”
사자는 눈부신 빛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왕은 내가 될 것이다.’
백시우는 그의 속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