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8)
177화.
서걱-
목이 떨어진다.
‘카 라니엘’의 예리한 날이 허공을 휘저었다.
서거거걱-
회색빛의 오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검에 서넛씩.
몬스터와 마수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너 정말 많이 강해졌구나?”
브리아니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서우진이 자신과 같은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력이 이 정도로 뛰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동안 일들이 좀 있었거든요.”
어느새 주변을 정리한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집어넣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만…….”
여룡부터 시작해 죽음의 숲에서 루운발리와 브루탈을 만났다는 것까지.
자신과 헤어진 뒤, 그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그 지옥과 같은 상황에서 계속 살아남았으니, 저만큼 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역시 마경이라고 해야 할지… 끝도 없이 몰려오네요.”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며 지금까지 5분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이전에 왔을 때는 외곽에서만 있었기에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달랐다.
중심부와 가까워질수록 놈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괜히 이곳이 마경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별로 지치지도 않았으면서 뭘 그래?”
브리아니가 서우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엄살을 부리는 것치고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아직은 그렇지만……. 계속 이런 놈들만 나오진 않을 테니까요.”
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었다.
놈들의 수준 역시 올라가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렴. 힘들 것 같을 땐 내가 도와줄 테니.”
“도와주실 거면 지금부…….”
브리아니를 향해 투덜거리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고는 앞을 쳐다봤다.
“온다.”
브리아니 역시 눈매를 좁히며 정면을 응시했다.
“이번엔 좀 강한데요?”
방금 전에 도륙을 낸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마기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권속들 중 하나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이만한 마기를 지니고 있을 리가 없었다.
후드드득-
마기에 숲이 흔들리며 나뭇잎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이내.
우어어어어-!
거대한 몸집을 지닌 근육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 크네.”
키는 약 7미터.
덩치는 구동환 네 명을 합친 정도.
대형 몬스터였다.
“본 적 있는 놈이에요?”
서우진이 브리아니를 향해 물었다.
“난 처음 보는 녀석이야. 하지만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어.”
브리아니의 눈동자에 살기가 담겼다.
“다르닌, 여섯 번째 마왕인 카데마인의 권속이지.”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을 학살한 괴물.
피부는 강철보다 단단하고, 힘은 최상급 기사를 아득히 상회한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한 민첩성까지 지니고 있어, 다르닌을 만난 토벌대는 언제나 전멸을 피하지 못했다.
“방심하지 마렴. 교활한 놈이라 상대하기 쉽지 않을 테니.”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피부를 찔러대는 마기를 느끼며 ‘카 라니엘’을 뽑았다.
‘로지 루비와 비슷한 수준인가?’
다르닌을 가늠하던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 사마귀보다 강해.’
단순히 마기의 양만 놓고 보자면 비슷했다.
하지만 초극의 경지에 오른 서우진의 감각은, 다르닌이 로지 루비보다 강하다고 알려주었다.
“뭐, 상관은 없지만.”
그토록 무서웠던 로지 루비도 지금은 일검에 사지를 잘라낼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사도 급이 아닌 이상은 서우진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그래도 경험치는 잘 주겠지.’
서우진이 브리아니와 함께 마경 헬데인에 온 이유는, 오직 레벨 업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험치를 많이 주는 권속을 만났으니 기꺼울 수밖에.
서우진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으며, ‘카 라니엘’을 다르닌에게 겨누었다.
쿠으으으으-
서우진의 기세를 느낀 것일까?
다르닌이 움찔하며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 보인다.
“늦었어, 인마.”
서우진은 다르닌이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교활하다더니, 불리한 싸움은 피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다르닌이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에 땅을 박찼다.
콰과과과-!
흙더미가 터져 나가며 서우진의 신형이 한 줄기의 빛으로 화했다.
쩌어엉-!
“허?”
다르닌을 스쳐 지나간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놀랍게도 ‘카 라니엘’이 놈을 완벽하게 베어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가죽이 갈라지고 뼈가 드러나긴 했지만, 완전히 절단시키진 못했다.
“그것 봐. 단단하다니까?”
브리아닌이 혀를 차며 이야기했다.
서우진의 실력과 ‘카 라니엘’의 예리함도 버틸 내구력이다.
그러니 토벌대가 놈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게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서우진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뒤를 돌아봤다.
반쯤 잘린 다르닌의 팔에서 검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어어어어-!
놈은 익숙지 않은 통증에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눈동자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쿵쿵쿵쿵-!
서우진의 얼굴을 일견한 다르닌이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브리아니에게 들은 것처럼, 저 거대한 덩치가 달리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놈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것도 한번 견뎌봐.”
회색빛 오러가 불타오른다.
응축된 혼돈기가 끔찍하리만치 거친 파괴력을 지니고 다르닌의 등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쩌어어억-!
등이 갈라진다.
단단한 가죽이 오러의 기운을 견뎌내지 못하고 찢어지고, 척추가 끊어졌다.
너무도 큰 고통에 다르닌은 입만 벙긋거릴 뿐, 비명도 내지르지 못했다.
서우진은 피를 피해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입을 열었다.
“이건 통하네.”
서걱-!
‘카 라니엘’이 횡으로 그어지자, 다르닌의 목에 가느다란 실선이 새겼다.
푸화아악-!
커다란 대가리가 떨어져 내리며, 잘린 단면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덩치가 덩치인지라 피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마치 검은 비가 내리는 듯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퍼트리며 그것을 막아내고는 브리아니의 곁에 내려섰다.
“생각보단 쉬웠네요.”
서우진이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하자, 브리아니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네가 이길 거라고는 생각은 했다만…….”
이리도 손쉽게 상대할 줄이야…….
다르닌의 상식을 초월하는 단단함에 조금은 고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서우진은 이번에도 예상을 깨트렸다.
“비슷한 놈들이랑 싸워본 적이 있어서요.”
말도 안 되는 강도의 피부를 지닌 몬스터들.
‘소환석’을 통해 소환한 몬스터들 중에는, 그런 놈들이 많았다.
그것들을 사냥하며 실전 경험을 쌓은 서우진에게 다르닌은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 너 잘 났다, 이 녀석아.”
브리아니가 고개를 저었다.
서우진은 확실히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강했다.
어떤 전장을 헤쳐온 것인지 상상도 되지가 않는다.
“대공 전하를 따라 잡으려면 아직 멀었는데요.”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브리아니는 피식-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둘은 수다를 떨며 계속해서 걸었다.
헬데인의 중심지를 향해.
* * *
“엘더 베이른.”
아직은 젊어 보이는 다크 엘프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베이른이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것일까?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명의 다크 엘프임에도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게냐?”
하지만 음성만큼은 눈앞의 젊은 다크 엘프만큼 정정했다.
“숲을 침입한 이들이 있습니다.”
짧은 보고에 베이른의 주름이 깊게 팼다.
“또 제국인가?”
그렇다면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수호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 그들은 결코 이곳에 도달하지 못할 테니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엘더 베이른.”
젊은 다크 엘프는 고개를 더욱 조아리며 대답했다.
“다르다?”
“고작 두 명에 불과합니다만… 실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베이른의 권태로웠던 눈이 조금 더 크게 떠졌다.
관심이 생긴 것이다.
“어디까지 도달했느냐?”
“두 시간쯤 전에 다르닌의 영역을 통과했습니다.”
“…수호자로구나.”
카데마인의 권속인 다르닌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최상급 기사 세 명 이상의 합공도 버틸 수 있는 괴물이었으니까.
그런 다르닌을 고작 두 명이서 돌파했다?
수호자 급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몇 시간 이내로 저희 영역에 발을 디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냐는 물음이었다.
베이른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뗐다.
“그냥 두어라. 아무리 수호자라 한들 달라질 건 없느니.”
이곳에는 수호자 못지않은 권속이 있었다.
게다가 자신들도 싸움에 합세한다면, 수호자라도 결코 이곳을 살아서 빠져나갈 순 없으리라.
“하지만…….”
젊은 다크 엘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투를 직접 본 건 아니었지만, 그는 멀리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전투는 고작해야 1분 남짓.
그 짧은 시간에 다르닌의 목숨을 빼앗은 강자를 부족의 영역에 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했다.
“타이론.”
그런 기색을 느낀 것일까?
베이른이 젊은 다크 엘프의 이름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엘더 베이른.”
타이론이 대답하자, 베이른이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생명의 기운을 풍기는 세계수와는 달리, 오직 죽음과 어둠만이 가득한 앙상한 나무가 서 있었다.
마목 트리뷰.
다크 엘프를 수호하는 상징이자, 마왕의 은총을 받은 신성한 성물.
그리고 그 옆에는…….
“우리에게는 ‘저것’이 있지 않으냐?”
마목과 이 땅을 외적으로부터 지켜내는 수호자, 베히아모스.
타이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끔찍한 괴물이라면, 수호자든 뭐든 결코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엘더 베이른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타이론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베이른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괜한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가서 길을 열어주라. 곧장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몬스터와 마수는 부족을 지켜주는 일종의 결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것을 허무하게 잃느니, 차라리 끌어들인 후 이곳에서 상대하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소집하거라. 오랜만에 축제를 벌이자꾸나.”
타이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살기와 잔악함이 뒤섞인, 기괴한 표정이었다.
“부족 전원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이제 그만 가거라. 축제에 앞서 준비할 것이 많을 터이니.”
베이른이 축객령을 내리자, 타이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보중하십시오.”
그렇게 타이론이 사라지자, 혼자 남은 베이른이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주름진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떠올라 있었다.
“축제라…….”
실로 오랜만이었다.
십여 년 전, 제국의 토벌대를 상대로 벌인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엔 부디 오래도록 발악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베이른은 깊은 잠에 빠지며, 어서 빨리 축제가 열리길 기대했다.
피와 죽음으로 얼룩진 잔혹한 축제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