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9)
178화.
“흐음.”
서우진이 걸음을 멈추었다.
“느껴지니?”
브리아니는 서우진과 마찬가지로 멈춰 서서 주변을 경계하며 물었다.
“꽤 많은데요? 그런데 왜 안 덤빌까요?”
이상했다.
지금 두 사람의 주변에는 수백 마리의 몬스터와 마수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마리도 공격을 해오질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끊임없이 몰려들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눈치를 챈 것 같은데.”
브리아니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놈들을 조종하는 놈들이 있다는 뜻이야.”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갑자기 몬스터들이 달려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누굴까요?”
서우진이 묻자, 브리아니는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다크 엘프겠지.”
마경 헬데인의 주인은 다크 엘프다.
아니, 관리자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놈들은 이 빌어먹을 숲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서, 강림의 때만 기다리고 있거든.”
몬스터와 마수를 이용해 그 누구도 이곳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면서 말이다.
“그런데 전에 다크 엘프들도 이 숲을 돌아다니는 건 두려워한다고 들었는데요?”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토벌을 왔을 때 루데인이 했던 말이다.
그런데 다크 엘프들이 관리자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난폭하고, 살육에 대한 욕망이 가득차 있는 존재들이야. 마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브리아니가 서우진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놈들 중에는 다크 엘프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들도 있지. 예를 들면 아까 마주친 다르닌 같은 권속들.”
확실히 그 정도 수준이면, 상대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다크 엘프 중에는 마왕에게 권능을 부여받은 자들이 있어. 엘더라는 존재들이지.”
“엘더요?”
“응. 보통은 마기에 관련된 권능이 대부분인데, 희귀하게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놈들도 있거든.”
그들 덕분에 몬스터의 행동을 컨트롤 하여 이 숲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포악해. 가끔씩 엘더의 통제 능력이 통하지 않는 녀석들이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런 놈들 때문에 다크 엘프들도 두려워한다?”
“뭐, 그런 거지.”
생각보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서우진은 살짝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브리아니가 피식- 웃었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숨어 있는 줄 알았어?”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세상 일이 다 그렇지, 뭐.”
브리아니는 깔깔- 웃으며 서우진의 뒤를 쫓았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 다크 엘프의 마을에 들어가면, 꽤나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
주변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렇게 길까지 열어주면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꽤나 성대한 환영파티를 준비한 것 같거든.”
“그런 것 같긴 해요.”
살갗이 따가울 정도의 살기가 느껴진다.
마목을 지키고 있다는 수호자 말고도, 다른 적들이 잔뜩 있는 듯했다.
결코 얕볼 수 없는 적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우진은 미소 지었다.
‘오히려 좋아.’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고 많으면 많을수록.
서우진이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말이다.
“어서 가죠. 기대되는데.”
“그래그래. 어차피 앞을 막는 놈들도 없으니, 조금 빨리 가도 되겠다.”
헬데인의 중심지까지는 남은 거리는 기껏해야 수 킬로미터 남짓.
두 사람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거의 도착했습니다, 엘더 크라카.”
타이론이 보고를 했다.
그러자 인자한 인상의 크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아이들의 눈을 통해 이미 보았다. 조만간 도착하겠구나.”
그는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엘더였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강한 능력이 있어, 단순히 행동을 조종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시야를 공유할 수도 있었다.
“다른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전투단과 마법단이 태세를 완전히 끝냈습니다. 언제든 사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좋구나. 허면 수호단은?”
“…그쪽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타이론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니, 크라카가 허허- 웃었다.
“죄송은 무슨. 물어본 내 잘못이다.”
수호단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
오직 마목의 수호만이 지상명제인 집단이었으니까.
아무리 족장인 타이론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부리는 건 불가능했다.
“소식은 전했으니, 준비하고 있긴 할 겁니다.”
“그럼 되었네.”
크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부족이 하나가 되어 적을 맞이한다.
이곳으로 오고 있는 두 명이 수호자라 하더라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심지어 마목의 곁에는 베히아모스라는 괴물 같은 권속이 있지 않던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었다.
“우리도 슬슬 나서자꾸나.”
크라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몬스터의 눈으로 본 침입자들이 마을의 초입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타이론이 빠르게 일어나자, 크라카가 웃었다.
“내가 엘더이긴 하나, 자네는 족장일세. 지나친 예의는 나도 부담스러우니 그쯤 하시게.”
크라카가 인자한 표정으로 말하자, 타이론이 고개를 숙였다.
“말씀을 새겨듣겠습니다.”
그 모습에 크라카는 혀를 찼다.
이 고지식한 족장은 엘더에 대한 공경이 너무 과했다.
족장의 위치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단 침입자를 막는 것이 더 중요했다.
“가세.”
크라카와 타이론이 오두막을 나섰다.
그러자 밖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백의 전투단과 오십의 마법단.
하나하나가 상급 기사와 마술사 이상의 수준을 자랑하는 정예들이다.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수호단까지 합친다면, 제국의 토벌대와 정면으로 붙어도 두렵지 않을 정도의 수준.
크라카가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자, 타이론이 나섰다.
“이야기는 들었을 것이다.”
엘더들의 앞에서 보여주었던 공손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것은 족장으로써의 위엄과 압도적인 마기였다.
전투 준비를 하고 있던 다크 엘프들은 그런 타이론을 바라보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가라. 그리고 막아라. 신성한 트리뷰의 영역에 놈들의 흙발이 닿지 않도록 하라.”
긴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크 엘프들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타이론의 명령에 따라, 침입자들을 향해 소리 없이 움직일 뿐.
“먼저 가 있겠습니다, 엘더 크라카.”
타이론이 말하자, 크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 아이들이 준비되면 곧 따라가겠네. 다른 엘더들도 함께 가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타이론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마을의 입구를 향해 빠르게 사라졌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크라카가 기지개를 켰다.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군.”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이내 멈추었다.
오싹-!
갑자기 소름이 돋으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홱- 하고 고개를 돌려, 타이론과 부족원들이 향한 곳을 바라봤다.
“저건……?”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증유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 안 돼!”
거대하다 못해 공포마저 느껴지는 힘에 크라카는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스거어억-!
뭔가가 베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꽤나 잘해놓고 살고 있었네요.”
다크 엘프 마을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제국의 도시만큼은 아니었지만, 도로와 집만 봐도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성벽 같은 것도 만들어놨고.”
자신들과 같은 침입자를 방어하기 위함일까?
목책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상당히 단단해 보여 웬만한 힘으로는 무너뜨리지 못할 것 같았다.
물론 서우진과 브리아니에게는 큰 의미가 없긴 했지만 말이다.
“많이도 모여 있네.”
브리아니는 목책 너머의 기운들을 읽어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한 150명 정도 되는 것 같네요. 대체로 수준이 높아요. 몇몇은 꽤나 강하고.”
서우진이 강하다고 평가할 정도면, 최소한 최상급 기사의 실력 이상은 된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할래?”
브리아니가 서우진을 보며 물었다.
“제가 시작할게요.”
뜻하지 않게 길이 열리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는 게 생각보다 쉬웠다.
덕분에 아직 힘이 남아돌았으니, 제대로 된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기선제압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렴.”
브리아니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카 라니엘’이 소리 없이 깔끔하게 뽑혔다.
흑빛의 검신과 보랏빛의 혼돈기가 일렁인다.
‘벤다.’
그가 베고자 하는 건 고작 목책 따위가 아니었다.
그 너머에 있는 150여 명의 다크 엘프.
‘한 번에 모두 벤다.’
서우진은 눈을 감고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그러곤 죽음의 숲에서 마기의 장막을 갈랐을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반 슬레인이 인도했던 경로대로, 혼돈기를 순환시켰다.
2배, 5배, 10배.
응축에 응축을 거듭한 혼돈기가, ‘카 라니엘’로 폭포처럼 주입되기 시작했다.
‘룬 데아’였다면 단 1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깨졌을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우우우웅-
‘카 라니엘’의 검신이 떨려왔다.
마치 자신은 더 견딜 수 있다는 듯, 혼돈기를 끝도 없이 빨아들이며 오러를 피워올렸다.
‘조금만 더.’
반 슬레인과 함께 베었던 일검은, 고작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서우진은 정신을 집중한 채 계속해서 혼돈기를 움직였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서우진이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심유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성벽과 그 너머의 존재들을 모두 ‘보았다’.
스윽-
서우진의 팔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카 라니엘’이 허공을 베었다.
곁에서 보고 있던 브리아니가 눈을 부릅뜬다.
경악한 표정으로 서우진과 ‘카 라니엘’을 번갈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우진은 오직 ‘베기’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시킨 채, 팔을 움직였다.
고작 한 번의 휘두름.
지나가던 꼬마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풀썩-!
먼지와 함께 목책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미세한 실금이 새겨진다.
그그그긍-
그리고 이내 반토막이 나며 무너졌다.
그러자 너머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전투태세를 갖추고 도열해 있는 백오십여 명의 다크 엘프.
그들은 서우진과 브리아니를 확인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육체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쩌어어억-!
토막난 다크 엘프들이 통나무 쓰러지듯 땅에 널브러진다.
피가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붉은 강이 만들어진다.
두 다리로 서 있는 다크 엘프는 오직 한 명뿐.
그는 혼이 나간 표정으로 서우진을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너, 너는……?”
마치 사신을 만난 듯한 모습으로 겨우 묻는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회수하며 입을 열었다.
“설마 너희가 전부인 건 아니겠지?”
하나 남은 다크 엘프의 얼굴에 절망이 서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