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0)
179화.
‘실패했네.’
서우진은 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 번에 모두 베어버릴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한 명이 남은 것이다.
‘저놈…….’
눈앞에서 떨고 있는 냉막한 인상의 다크 엘프를 쳐다봤다.
그의 두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전의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타오르는 분노가 가득해 보였다.
지금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움직이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강하네.’
이곳에 있던 백오십여 명의 다크 엘프 중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초극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이들 중에선, 손에 꼽힐 정도의 강자임이 틀림없었다.
물론 서우진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설마 너희가 전부인 건 아니겠지?”
‘카 라니엘’을 회수하며 물었다.
서우진이 이곳에 온 목적은 레벨을 올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적을 죽이고 경험치를 올려야만 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꽤나 많은 이들이 죽긴 했지만, 100레벨이 넘는 서우진의 레벨을 올리기엔 부족했다.
‘조금만 더 올리면 될 것 같긴 한데…….’
충만감이 가득한 게, 레벨 업까지 그리 머지않은 듯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크 엘프는 오직 눈을 부릅뜬 채, 서우진만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쯧.”
서우진은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려 브리아니를 쳐다봤다.
그녀 역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 방금 뭐였니?”
서우진이 선보인 검.
그것은 브리아니조차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의 베기였다.
이제 갓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가 보여줄 만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브리아니의 질문에 서우진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제가 스승님이라 부르는 분이 가르쳐 준 거예요, 어때요?”
‘쓸 만하죠?’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브리아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떠냐고? 그걸 말이라고…….”
이건 브리아니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검예다.
물론 힘을 쓴다면 똑같은 위력의 공격은 할 수 있다.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것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검은 단순히 위력이 강하다,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높은 격을 지니고 있었다.
황당해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브리아니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까요?”
이곳에서 기다릴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갈지.
마음 같아서는 곧장 마목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독단적으로 행동할 순 없었다.
그 질문에 브리아니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려 할 때였다.
서우진과 그녀의 시선이 동시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들어갈 필요는 없겠는데?”
누군가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아홉 명이네요.”
하나같이 강력한 마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다크 엘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살육의 현장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무, 무슨… 타이론?”
그들 중 한 명이 가까스로 입을 뗐다.
그러자 홀로 살아 있던 다크 엘프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예, 엘더 크라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더냐?”
“……저자에게 당했습니다. 고작 일격이었습니다.”
타이론이 눈빛으로 서우진을 가리켰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쳤다.
“이 정도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서우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경험치라는 게 게임처럼 수치로 표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진 않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저들을 모두 죽이면 왠지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번에도 제가 할까요?”
서우진이 물었다.
그러자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싸우고 싶어서 안달하는 게 보이는데, 내가 어떻게 순서를 빼앗겠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그녀의 말대로 서우진은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브리아니는 그게 좀 불안했다.
“저 녀석들은 아마 엘더라 불리는 존재들일 거야. 마왕에게서 권능을 얻은 이들이니, 조심해야 해.”
“그럴게요.”
아홉 명의 엘더.
그들은 강력한 존재들이다.
경지의 높낮음을 어느 정도 상쇄할 정도로 강력한 권능의 소유자들이기도 했다.
저들과 직접 맞붙은 적이 몇 번 있었기에, 브리아니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물론 크게 걱정을 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저 아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지.’
조금 전 서우진이 보여주었던 검을 생각해 보면, 걱정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의 일을 대비해, 여차하면 전투에 끼어들 준비는 해두었다.
그사이 서우진은 빠르게 상대들을 가늠해 보았다.
강했다.
특히 후방의 세 명에게서 느껴지는 마기가 심상찮았다.
타이론이나 엘더 크라카라고 불린 이들도 강력하긴 했지만, 저 세 명은 그보다 한 단계 윗줄의 강자인 것 같았다.
‘저러니 제국에서도 토벌에 실패했지.’
평범한 기사단 몇 개 정도는 단박에 박살내 버릴 수 있는 놈들이 저리도 많았다.
아무리 제국이라 한들, 지리의 불리함까지 생각한다면 토벌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서우진은 이왕 온 김에, 이곳을 완전히 쓸어버리기로 결정했다.
혼자라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 곁에는 무려 대공이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너는 누구냐!”
서우진의 생각이 길어지자, 문득 크라카가 물었다.
“용사.”
정확히 말하자면 용사인 척하는 ‘마왕’이었지만.
“…용사?”
엘더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감히 제국의 꼭두각시 따위가, 이따위의 참상을 벌였단 말이더냐!”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이곳에 다른 용사들이 있었다면, 그 마기에 짓눌려 제대로 운신하기도 힘들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니다.
마치 산들바람을 마주한 것처럼, 너무도 평온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참상은 무슨.”
다크 엘프들은 서우진을 죽이려 한 적이 있었다.
고블린 토벌 훈련 때도.
마경 헬데인 토벌 훈련 때도.
그리고 지나한에서도 말이다.
벌써 세 번이나 서우진의 목숨을 노린 놈들이다.
게다가 저들은 마왕의 추종자들이지 않은가?
어차피 강림 전쟁이 발발하면 서로 죽고 죽여야 할 적.
미리 숫자를 줄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었다.
“헛소리 하지 말고 그냥 덤벼. 아니다, 그냥 내가 먼저 갈까?”
스륵-
서우진이 한 발을 내딛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쳐라!”
다크 엘프들 역시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진 않았다.
검과 활을 꺼내 서우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콰과과과광-!
마기로 가득한 검은 오러가 숲을 뒤흔들었다.
‘역시 강하네.’
한 명, 한 명이 루데인이나 로나인보다 강했다.
그 말은 곧, 저들이 최상급 기사 이상의 실력이 있는 이들이란 말이었다.
‘아직 초극의 경지에는 발을 딛지 못했지만…….’
언제든 계기만 주어진다면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전에 죽여야 해.’
안 그래도 열 명이나 되는 사도들이 남아 있었고, 사자나 여룡과 같은 존재가 몇이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저들까지 초극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터.
미간을 노리고 쏘아지는 화살을 슬쩍 피해낸 서우진의 눈동자에 살기가 서렸다.
화아아악-!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서우진의 사고가 맹렬히 회전하며,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인지능력을 발휘한 덕이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흉포한 공격을, 너무도 쉽게 하나씩 피해냈다.
그야말로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모든 공격을 빗겨낸 서우진이 눈을 부릅뜬 엘더들을 향해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쯔걱-!
“크흑!”
팔 한 쪽이 핏줄기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외팔이가 된 다크 엘프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피했어?’
‘카 라니엘’이 처음 노린 것은 그깟 팔이 아니었다.
정확히 목을 향해 휘두른 것이었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서우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을 ‘베었다’.
그런데 잘린 것은 머리가 아닌, 팔이다.
‘어떻게 된 거지?’
실수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 라니엘’은 서우진의 뜻을 따라 흘렀으니까.
그렇다면…….
‘대공이 말한 그 권능이라는 것 때문인가?’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해야겠군.’
공간을 왜곡시키는 종류인지, 인지능력의 저해를 초래하는 종류인지.
어떤 형태의 능력인지 정확히 파악을 해야,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은 조금 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엘더들을 살폈다.
팔이 잘린 놈은 뒤쪽으로 빠져 숨을 고르고 있었고, 나머지 여덟 명은 서우진을 둥글게 포위했다.
타이론이라는 다크 엘프는 한 걸음 물러선 채 이쪽을 관찰하고 있는 듯했다.
‘흐음.’
서우진이 잠시 머뭇거리자, 옆에서 브리아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도와줄까?”
마치 그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두 아는 듯한 음성이었다.
피식-
서우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서우진이 손해를 본 것도 아니었으니까.
“괜찮거든요?”
장난치듯 말을 하고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낯은 사라지고, 무겁게 내려앉은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탓-
이번엔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발을 굴렀다.
가벼운 움직임이었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쿠르르릉-!
서우진의 발끝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균열이,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피해라!”
왠지 심상찮음을 느낀 크라카가 소리쳤고, 엘더들은 다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늦었어.”
갈라진 균열 사이로 검은색의 화염이 치솟는다.
“지고화.”
세상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릴, 지극히 높은 불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배리어!”
마법사로 보이는 엘더 한 명이 마법을 사용했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지, 창졸지간에 발동한 것치고는 꽤나 완성도가 높은 방어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쉽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기로 구성된 마법 따위는, ‘지고화’의 열기를 단 1초도 버텨낼 수 없었다.
“으, 으아아아악!”
검은 불꽃에 스친 엘더가 비명을 지른다.
방금 마법을 사용한 놈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법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했다.
산채로 녹아버렸다는 뜻이었다.
몇몇 엘더가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려 했지만, 누군가 막아섰다.
“비켜라, 타이론!”
“이미 늦었습니다.”
타이론은 공손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비명소리는 어느새 들리지 않았고, ‘지고화’에 닿은 엘더는 재도 남기지 못한 채 소멸됐으니까.
타이론은 고개를 숙여 목숨을 잃은 엘더를 위한 명복을 빌어주고는, 몸을 돌렸다.
두려움에 흔들리던 그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가라앉았고, 분노가 가득하던 표정은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차갑게 변해 있었다.
“네 이름이 혹시 서우진인가?”
타이론이 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