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1)
180화.
서우진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내 이름을 알아?’
어디서 들은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은 피식- 웃었다.
‘그동안 내가 한 짓이 있는데, 이름 정도는 알려졌겠지.’
서우진과 직접적으로 싸운 사도만 셋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죽었다.
다크 엘프들 역시 꽤나 많이 죽어나갔고.
이 정도면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더 이상했다.
누구에게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서우진이 맞긴 한데, 그러는 넌 누구지?”
서우진이 물었다.
이름 따위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서우진이 궁금한 것은 그의 정체였다.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엘더는 아닌 듯했다.
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면, 그의 신분이 범상치 않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타이론은 서우진의 물음에 입을 열었다.
“나는 타이론. 네가 침범한 이 땅을 다스리는 자이자, 일족을 대표하는 이다.”
‘…족장이란 얘기군.’
어쩐지 느껴지는 마기가 대단하다 했다.
족장의 위치가 엘더들에 비해 비교적 낮아 보이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서우진은 신경을 껐다.
지금 중요한 건 저들의 서열이 아니었으니까.
“반갑다는 인사를 하기엔 이미 늦은 것 같고.”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 하며 엘더들을 둘러봤다.
그 모습에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드득-
분노를 참지 못한 엘더들이 내는 소리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그런데, 내 이름은 누구한테 들었냐?”
서우진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하지만 타이론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서우진을 노려보며 조용히 전의를 불태울 뿐.
“치사한 놈.”
서우진은 투덜거렸다.
혼자만 대답을 해준 것이 조금 억울했던 것이다.
‘카 라니엘’에 혼돈기를 흘려 넣었다.
우우웅-
짙은 울림이 새어 나왔다.
“그건 나중에 붙잡아놓고 들으면 되겠지. 그나저나, 안 덤벼?”
서우진이 웃으며 도발하자, 엘더들의 마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더는 서우진의 행동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적을 도륙하라!”
크라카가 외쳤다.
그러자 숲이 흔들린다.
“저 녀석이었구나?”
숲에서 이쪽을 지켜만 보고 있던 것들이 몰려오는 게 느껴진다.
몬스터와 마수들을 조종하는 권능.
그것을 지닌 놈이었다.
“뒤는 나에게 맡기렴. 구경만 하고 있으려니 조금 심심하네.”
“부탁드릴게요.”
브리아니가 몸을 풀고는 놈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콰과과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뒤에 죽음의 신이 현현했다는 것을 말이다.
비명도 없이 죽어가는 몬스터들에게서 관심을 접은 서우진이 엘더들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보자.”
서우진이 ‘카 라니엘’에 오러를 피워 올렸다.
그 파괴적인 기운에 엘더들은 자신의 권능을 모조리 쏟아내기 시작했다.
“음?”
갑자기 서우진의 눈앞이 캄캄해진다.
‘시야를 차단한 건가?’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서우진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르며, 오직 감각만으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수준에 올랐으니까.
게다가…….
‘신룡안’.
스킬을 발동하자,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보량이 쏟아져 들어온다.
‘뒤.’
어느새 뒤로 돌아간 엘더 한 명이 뾰족한 검을 찔러오는 것이 느껴졌다.
‘뒤쪽으로 이동하는 기척은 느끼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공간이동과 관련된 권능의 소유자인 듯했다.
서우진은 몸을 돌리지도 않고, 손만 뒤로 뻗었다.
쩡-!
손바닥과 부딪힌 검이 부러졌다.
“크억!”
충돌하는 찰나에 흘러 들어간 혼돈기에 엘더가 피를 토했다.
“죽여라! 이 땅에 발을 디딘 것을 후회하…….”
“입 좀 닥쳐라.”
‘카 라니엘’이 거칠게 허공을 갈랐다.
검의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투박한 검로.
하지만 적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푸화아악-!
소리치던 엘더의 다리가 잘려 나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서우진은 그것을 느끼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이번에도 정확히 목을 노렸다.
하지만 잘려 나간 것은 다리.
조금 전처럼, 누군가의 권능이 계속해서 방해하고 있었다.
서우진은 가슴을 노리고 쏘아진 화살을 붙잡으려다, 흠칫- 하며 고개를 젖혔다.
쐐애애액-!
방금 전까지는 가슴을 노리던 것이, 마지막에는 미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거 귀찮은데.’
아직까진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
싸우는 것에도 문제는 없었고.
실제로 단번에 목숨을 빼앗지는 못해도, 착실히 데미지를 입힐 순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었으니, 그전에 처리를 해야만 했다.
‘찾아야 해.’
서우진은 ‘신룡안’을 최대한 활용했다.
놈들의 숨소리, 손짓, 머리카락 한 올까지.
그러면서 자신의 감각이 왜곡되는 순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엘더를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너구나?”
서우진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그 시선을 받은 놈의 몸이 움찔- 하며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콰앙-!
발이 땅을 짓밟았다.
그리고 서우진의 신형이 폭발하듯 놈을 향해 짓쳐들었다.
“막아야……!”
다른 엘더들이 서우진을 방해하려 했지만, 그들의 속도로는 역부족이었다.
“잡았다.”
서우진의 입꼬리가 씨익- 하고 올라간다.
“감히!”
놈이 소리를 치며 활을 들었다.
시위를 당길 틈이 없다 판단한 것인지, 활대로 후려치려는 듯했다.
“느려.”
서우진의 ‘카 라니엘’이 번개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백시우의 스킬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쩌어어억-!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진다.
“젠장, 물러나라!”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어딜!”
엘더들은 뒤로 빠지려 했지만,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서우진이 아니었다.
‘카 라니엘’이 춤을 춘다.
동시에 회색의 오러가 허공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쩌적- 쩍- 쩡-!
“크아악!”
“꺼억!”
비명과 함께 피보라가 불었다.
감각을 왜곡시키던 놈이 죽자, ‘카 라니엘’은 서우진의 뜻대로 정확히 엘더들의 목을 베어냈다.
그렇게 일수에 몸을 뉘인 놈들이 넷.
이제 남은 엘더는 고작해야 세 명에 불과했다.
“오? 이제 보이네.”
방금 목이 달아난 엘더 중에 서우진의 시야를 가리던 놈이 있었는지, 다시 눈앞이 밝아졌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것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엘더들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사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은 새삼 자신이 많이 강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이었다면 저들 중 셋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텐데.’
하나둘 정도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겠지만, 셋부터는 무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홉 명을 상대로도 압도적이다.
‘루덴 가르도’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공격은 서우진에게 결코 닿지 못했으니 말이다.
100레벨을 넘고 초극의 경지에 이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엘더들은 물론이고, 뒤쪽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타이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찌 제국의 꼭두각시 따위가…….”
누군가 신음하듯 말했다.
그것을 들은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보고 꼭두각시라는 거야?”
서우진은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왔다.
오직 레벨 업을 해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제국의 명령을 들은 것도 아니고, 이용을 당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현재 서우진은 제국과 껄끄러운 사이가 아니던가?
‘황제가 한 짓을 생각해 보면 잠재적인 적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데 제국의 꼭두각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조금 더러웠다.
“그딴 말을 들을 놈들은 너희 아니냐?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놈을 추종하면서, 온갖 개 같은 짓은 다 하고 다닌다며.”
“그 입 다물라!”
서우진의 비꼼에, 엘더 중 하나가 분노를 토했다.
“너나 다물어.”
‘카 라니엘’이 공간을 뛰어넘어 놈의 목을 가른다.
푸슈우욱-!
피가 치솟았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다크 엘프의 엘더라면, 마왕에게 권능을 하사받은 선택받은 자.
그런 존재를 마치 귀찮은 파리를 잡듯 목을 베었다.
자신들의 힘이라면 수호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엘더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무슨 내로남불도 아니고. 너흰 날 모욕해도 되고, 난 안 되냐?”
이래서 광신에 빠진 이들은 상대하기가 짜증난다.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오직 자신만이 정의고 선이라 부르짖는다.
“됐다. 더는 대화하고 싶지도 않으니, 이제 그만 끝내자.”
서우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들과 입씨름을 해봐야 골치만 아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본래의 목적대로 어서 레벨 업이나 하고 돌아가야…….
‘카 라니엘’을 들어올리던 서우진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뭐야. 더 남아 있었잖아?”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 수는 삼십여 명.
하나같이 강렬한 마기를 내뿜고 있었다.
“수호단이 온다.”
타이론과 엘더들 역시 그 마기를 느낀 것인지, 서우진과 같은 방향을 쳐다보았다.
‘수호단?’
서우진은 반색하는 놈들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엘더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강자들.
그 수가 무려 서른이나 되니, 저들이 저런 표정을 지을 만했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진 이유는, 고작 저딴 놈들 때문이 아니었다.
‘뭐지?’
수호단이라 불린 놈들과는 조금 떨어진 후방.
그곳에서 뭔가가 느껴진다.
‘강하다?’
아니, 그 정도로 표현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서우진은 팔을 들어 확인해 보았다.
소름이 오소소- 돋아 있었다.
놈이 뿜어대는 전율적인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을 끌어올린 것이다.
“마목의 수호자라는 녀석이 등장한 것 같은데?”
그때 뒤에서 브리아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서우진이 돌아보자, 그녀는 방금 전까지 전투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뒤편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달랐다.
한 폭의 지옥도.
엘더 크라카라는 놈이 끌고 왔던 몬스터와 마수들 중, 숨을 쉬고 있는 놈들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브리아니의 손에 형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모두 죽은 것이다.
서우진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브리아니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죠?”
“좋게 봐줘도 절대 내 아래가 아니야. 그런 놈이 여기에 또 있을 리가 없지.”
“확실히 저만큼 강하면, 대공께 부탁을 할 만하네요.”
수호자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는 괴물.
서우진은 이름 모를 수호자가 다가오는 쪽을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
“저놈 이름은 모른다고 했었죠?”
제국에서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했었다.
그저 놈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고.
“맞아. 저 정도 힘이라면 기록에 남아 있을 만도 할 텐데 말이야.”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과연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을지, 없을지.
중요한 건 그것이었다.
자신의 곁에 서서 전투준비를 하고 있는 브리아니를 일견한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다잡았다.
‘쉽지 않겠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