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2)
181화.
저릿저릿-!
서우진은 점점 다가오는 마기를 느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건 내가 맡을게.”
브리아니가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지금 내 걱정 해주는 거니?”
서우진의 물음에 그녀는 풋- 하고 웃었다.
“내가 누군지 잊은 거야?”
대공.
제국의 다섯 수호자.
초극의 경지에 이른 그녀의 힘은, 대륙을 몽땅 뒤져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대하다.
아무리 서우진이 같은 경지에 올랐다 하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자인 것이다.
자신감 가득한 브리아니의 표정을 본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권속은 잠깐 맡길게요. 저도 금방 처리하고 합류할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그래그래, 괜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도 돼.”
브리아니가 귀엽다는 듯 서우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끄응.’
괜히 머쓱해진 서우진은 속으로 신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슬슬 보이겠네.”
브리아니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숲 사이로 다크 엘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우진의 손에 죽은 놈들이나 엘더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무겁군.’
고작해야 30명.
숫자는 적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운은 서우진조차 살짝 긴장해야 할 정도였다.
“수호단이 도착했다.”
“마침내…….”
엘더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서른 명의 수호단도 대단했지만, 그들보단 뒤쪽에서 다가오는 존재의 영향이 더 컸다.
“결국은 그분의 권속까지 움직였구나.”
“베히아모스.”
엘더들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베히아모스라 불린 마목의 수호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눈매를 좁혔다.
‘확실히 강하긴 한데.’
브리아니도 쉽사리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이쪽을 정리하고 자신이 대공과 합류한다면, 제아무리 강한 놈이라 한들 이겨낼 수 있을까?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 두 명의 합공이다.
베히아모스라는 놈이 그것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엄청나게 많은 경험치를 줄 수 있는 먹잇감.
서우진에게 베히아모스는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기다릴 것 없이 저희가 먼저 시작하죠?”
서우진의 말에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고생하렴.”
어깨를 툭- 치고는 그대로 사라진다.
공간을 다룰 수 있는 그녀의 이능이 발동된 것이다.
“그럼 우리도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지?”
서우진은 타이론과 엘더, 그리고 수호단을 향해 ‘카 라니엘’을 겨누었다.
* * *
“음…….”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낸 브리아니가 아래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느껴지는 기운에 비해서는 많이 작은데.”
그녀의 눈에 베히아모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크기는 고작해야 2미터 남짓.
인간과 흡사한 형태의 외형이지만, 이목구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검은색 진흙을 빚어 만든 것처럼, 전신은 각진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흐느적거리며 걷는 모습이 둔해 보였지만,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끔찍할 정도로 강했다.
“저 정도는 되어야 마왕의 진짜 권속이라고 할 수 있지.”
로지 루비 같은 녀석들도 강력하긴 했지만, 베히아모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격을 지녔다.
브리아니의 입장에서는 권속이라고 부르는 것도 민망할 정도로 약한 존재.
애초에 그 정도 수준의 권속들은 일반 병사와 기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그에 반해 저 녀석은 다르지.”
북방의 크라토스와 마찬가지로, 초극의 경지에 이른 이가 아니라면 상대할 수 없는 진짜 권속.
브리아니는 긴장한 표정으로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베히아모스의 고개가 위를 향해 꺾였다.
눈은 없었지만, 마치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섬뜩-!
브리아니는 등골을 타고 오르는 불길한 예감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틀었다.
쐐애애애액-!
뭔가가 그녀의 앞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크윽!”
얼굴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압박감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마기?’
놀랍게도 그것은 손가락만 한 마기의 탄환이었다.
“내가 감지하지 못했다고?”
브리아니의 눈에 불신이 깃들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시각 자체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감각은 다르다.
심지어 그녀는 공간을 다루는 이능이 있었다.
마치 서우진의 ‘신룡안’처럼, 주변의 일정 공간 내에서는 전지에 가까운 감지능력을 자랑했다.
그런 브리아니가 공격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만약 느낌이 좋지 않아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꽤나 큰 낭패를 봤을 수도 있었다.
브리아니는 표정을 굳힌 채,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베히아모스가 가만히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 이놈 봐라?”
브리아니의 신형이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쿠웅-!
먼지구름이 풀썩- 하고 떠오르며 그 사이로 브리아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내려다보는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입도 없었으니까.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콰아아아앙-!
베히아모스의 머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어찌나 강한지, 그 충격파만으로 주변의 나무들이 모조리 쓰러져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연기가 걷히자 너무도 멀쩡한 모습의 베히아모스가 보였다.
‘내구력도 있어.’
매끈하고 물렁해 보이는 겉모습에 방어 능력은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건만.
설마하니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을 줄은 몰랐다.
브리아니는 속으로 혀를 차고는 발을 굴렀다.
스르륵-
공간을 이동해 베히아모스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한번 이것도 견뎌…….”
머리를 향해 손을 뻗던 브리아니가 흠칫- 놀랐다.
‘또?’
불길한 예감이 다시 느껴진다.
콰과과과곽-!
베히아모스의 몸에서 기다란 가시들이 쏘아졌다.
반사적으로 피한 덕분에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감지하지 못했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예지에 가까운 감각이 아니었다면, 결코 피하지 못했을 공격.
뒤쪽으로 이동한 브리아니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이거 정말로 쉽지 않겠어.”
서우진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건만, 전투는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을 듯했다.
브리아니는 멍하니 서 있는 베히아모스를 바라보며, 속으로 속삭였다.
‘웬만하면 빨리 합류해 주렴.’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을 들은 서우진은 적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저쪽은 시작한 것 같은데, 우리도 눈싸움은 그만하는 게 어때?”
수호단이 등장하자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굴던 엘더들은, 여전히 서우진과 거리를 벌린 채 경계만 하고 있었다.
‘뭔가 기다리고 있는 거라도 있나?’
서우진은 ‘신룡안’을 넓게 펼쳐 주변을 확인해 보았지만, 걸리는 것은 없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크 엘프들이 감지되긴 했지만, 전투인력은 아닌지 기운은 형편이 없을 정도로 약했고.
‘그렇다면 여기 있는 놈이 전부라는 뜻인데…….’
미간을 찌푸리며 놈들을 쳐다보던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더 기다리기도 지친다.”
푸욱-!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카 라니엘’이 엘더 중 하나의 목을 꿰뚫었다.
마치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동한 서우진이 공격을 한 것이다.
“커억-!”
“젠장, 공격하라!”
서거억-!
간만 보고 있던 놈들이 공격을 시작하려는 그 짧은 순간에도, 서우진의 검은 한 명의 목을 날려 버렸다.
“버텨야 합니다! 베히아모스가 저년을 죽이고 돌아올 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타이론의 외침을 들은 서우진은, 저들이 왜 덤벼들지 않고 시간을 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
헛웃음이 났다.
“너희 설마, 저놈이 너희를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거냐?”
베히아모스가 당연히 브리아니를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우스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웃긴 건…….
“그때까지 너희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서우진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래, 어디 한번 버텨봐라.”
화아아악-!
혼돈기가 마력회로를 빠르게 휘돌기 시작했다.
회색의 혼돈기는 순식간에 덩치를 키우더니, ‘카 라니엘’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할 수 있으면.”
회색으로 불타는 오러가 전면을 휘몰아쳤다.
서걱- 서거걱-!
팔과 머리가 치솟아 오른다.
“막아야 합니다!”
타이론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터억-!
누군가가 지닌 마왕의 권능이 발현됐는지, ‘카 라니엘’이 일순 허공에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흥!”
서우진이 코웃음을 내뱉었다.
“고작 이 정도로?”
쩌어엉-!
권능이 산산이 깨져 나간다.
“끄아악!”
강제적으로 권능이 해제된 엘더가 비명을 질렀다.
“내가 아까부터 시끄럽다고 했지?”
뼈와 살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사라졌다.
몸이 반으로 나뉜 채, 소리를 지르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서우진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일검에 한 명씩.
저들이 준비한 것이 더는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엘더들은 마치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들처럼 무너져 내렸다.
“수호단은 엘더들을 보호하라!”
뒤늦게 타이론이 수호단을 향해 명령했다.
그러자 서른 명의 무표정한 다크 엘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이 엘더 못지않게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는 존재들.
그들이 동시에 움직이자, 숲이 두려움이 떨어 우는 듯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비웃었다.
“숫자가 늘어나면 달라질 것 같아?”
엘더는 강하다.
수호단 역시 강할 것이다.
‘그래서 뭐?’
서우진은 그들보다 더 강하다.
혼돈기가 마치 회오리처럼 회전하며, ‘카 라니엘’에 빨려 들어갔다.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놈들을 바라봤다.
“내가 봐주니까 만만해 보이지?”
지금까지 서우진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싸움을 건성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능력을 선보인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신룡안’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우우우웅-
‘카 라니엘’이 휘둘러진다.
“십이천검.”
밝게 빛나는 별무리가 허공을 수놓는다.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죽음.
별무리는 빠르게 회전하며, 세상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권능? 수호단? 족장?
그딴 건 서우진의 검 앞에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검으로 막으면 검과 함께 조각났고, 권능으로 막으면 권능과 함께 조각났다.
서우진의 ‘십이천검’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것도 버티면 그땐 정말 인정해 주마.”
사색이 된 채, 빛을 막기 위해 발악하는 타이론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물론 그는 서우진의 말을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