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6)
185화.
흠칫-
사자는 등골을 타고 오르는 불길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뭐지?’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아이에르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제국의 일은 좀 틀어졌지만, 대계에 영향이 갈 정도는 아니고.’
지금 자신과 사도들이 진행시키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딱히 틀어질 가능성이 있는 건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대공이 헬데인으로 향했다고 했었지.”
그것도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바로 그 ‘회색의 왕’과 함께.
사자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자, 두려움이 왈칵- 치솟는다.
“모든 것을 끝낼 자.”
신과 마.
둘 중 그 무엇도 아니며,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종래에는 모든 세계에 종말을 몰고 올 혼돈의 왕.
사자는 서우진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지금 이 불안감의 근원을 짐작해 내었다.
“……트리뷰가 꺾였군.”
다크 엘프들을 수호하던 마목이 생을 다했다.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대공과 서우진이 헬데인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사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가 트리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지금까지 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외곽이나 좀 토벌하고 말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실수였다.
“내가 너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나 보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
하지만 지금 사자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일만이 가득했다.
바로 백시우.
그를 새로운 왕으로 만드는 작업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다른 일들에 소홀했다.
“하아-”
한숨이 흘러나온다.
“곤란하게 됐군.”
솔직히 트리뷰가 죽든, 말든.
그것은 크게 상관없었다.
게랄드가 죽음을 맞이한 상태에서, 다크 엘프라는 종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메히아모스라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얘기가 조금 달랐을 것이다.
그 강력한 권속의 힘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마목을 지킨다는 임무를 제외하면 다른 행동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제약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크 엘프나 마목을 잃었다 한들, 사자가 아쉬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다르지.”
마목 트리뷰가 품고 있는 ‘물건’.
그것은 자신과 같은 추종자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가서 회수해야 하나?”
예감은 예감일 뿐이다.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후에는 상당한 적중률을 보여주었지만, 틀리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한번 가서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운이 좋다면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을 수도 있을 테니.”
사자는 헬데인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정말로 그 물건이 사라졌다면 계획의 수정도 필요할지 모르니 직접 확인해 보는 편이 좋았다.
사자는 백시우를 찾아가던 발걸음을 돌려, 이동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이건 뭘까요?”
알이다.
벼락에 맞아 검게 탄 것 같았던 마목과는 달리, 은은한 푸른빛을 뿌리는 알.
크기는 사람의 머리 정도로 컸고, 껍질은 엄청 단단한 듯했다.
마목을 박살낸 브리아니의 힘을 견뎌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도 처음 보는 거야.”
브리아니는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푸른빛을 발하는 알에 대한 건 그녀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래요?”
서우진이 알을 향해 다가갔다.
전혀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기에, 딱히 경계심을 끌어올릴 필요도 없었다.
덥석-
“어이구.”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알의 무게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같은 크기의 쇳덩이를 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거 따뜻하네요?”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열기를 내뿜고 있는 녀석 같았다.
“조심해.”
브리아니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위험해 보이지는 않지만, 마목에서 나온 거야. 그 어떤 불경한 것이 태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물론 그것이 서우진이나 브리아니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은 적었다.
둘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강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걱정하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세상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능력들이 많아. 내가 가진 이능도 그렇고, 일부 마수들이 가지고 있는 마능도 그렇지.”
마법사의 마법이나, 용사의 스킬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이질적인 능력.
그것들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너무도 적어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만약 알에서 태어난 존재가 그런 능력을 사용한다면?
그중에 서우진에게 통할 만한 것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있을까?
브리아니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서우진이 알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웃었다.
위험하다는 느낌은커녕, 오히려 안정감이 느껴졌다.
‘마기는 아닌데…….’
서우진은 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마기와 흡사하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갖고 돌아가자. 하늘탑에 박혀 있는 노인네들에게 물어보면 알겠지.”
브리아니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온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브리아니는 마목을 제거했고, 자신은 레벨 업을 했다.
의문을 해소하기는커녕, 머리가 더 아파지긴 했지만.
어쨌든 더는 헬데인에서 할 일은 없었다.
“돌아가죠.”
서우진이 알을 품에 안고는 몸을 돌렸다.
“손잡으렴.”
브리아니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꼭 손을 잡아야 되나요?”
“그럼 안길래?”
서우진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손을 잡았다.
그러자 브리아니가 피식- 웃고는 자신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팟-!
순식간이 두 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공간을 다루는 능력을 이용해 제국의 수도로 곧장 이동을 해버린 것이다.
서우진과 브리아니가 떠난 헬데인에는 적막이 흘렀다.
울창하던 숲은 평지로 화했고, 주변의 몬스터와 마수들은 씨가 말랐다.
이 일대를 지배하던 다크 엘프 역시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박살이 나버린 검은 나무의 잔해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잿빛의 칙칙한 바람이었다.
“…역시 트리뷰가 꺾였군.”
잿빛 바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사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천천히 다가가 생명을 다한 트리뷰의 잔해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드물게도, 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마목이 품고 있던 물건은 사라져 있었다.
“쯧, 쓸모없는 것들.”
괜히 애꿎은 다크 엘프들을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
그 서우진과 대공이 함께 움직였으니, 그 누가 있어도 막지 못했을 게 분명했음에도.
“놈이 그것의 정체를 알아서는 안 돼.”
그래도 아직은 기회가 있었다.
알의 정체를 아는 존재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13사도 중에서도 고작 두 명만 알고 있을 정도였다.
아니, 게랄드가 죽었으니 이젠 한 명뿐.
그러니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알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선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무조건 그전에 되찾아 와야만 했다.
“생각을 해보자.”
서우진은 용사로써 이 세계에 소환이 된 자다.
당연히 상식과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공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자신의 땅을 제외하곤, 웬만해선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니 알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하늘탑.”
크루시엘일 수도 있겠지만, 사자는 그들이 하늘탑에 의뢰를 할 것이라 확신했다.
대공과 마공의 사이가 좋다는 것은 전 대륙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잘 알려진 사실이었으니까.
“준비를 좀 해야겠군.”
하늘탑은 사자로써도 건드리기 상당히 껄끄러운 장소였다.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힘, 마법사들이 상주하는 곳이었으니까.
하늘탑에서 일을 벌이려면, 꽤나 공을 들여야만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마목에서 사라진 알은, 그만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중요했다.
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일단은 사도들 중 하나를 만나야만 했다.
“아이에르로 가야겠다.”
잿빛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헬데인에는 다시 한번 적막이 흘렀다.
* * *
“후우-”
서우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잘 풀린 듯, 안 풀린 듯.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음에도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기에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알은 뭘까나?”
따뜻한 열기를 뿜어대는 정체불명의 알.
서우진은 그것을 일단 브리아니에게 맡겨두었다.
하늘탑에는 자신이 가는 것보단, 그녀가 가는 것이 훨씬 일 처리가 빠르고 깔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알을 건네받은 브리아니는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황실로 보고하러 갔기에, 홀로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수고하십니다.”
서우진은 마치 아파트 경비원에게 인사하듯, 정문에서 경계하고 있는 기사를 향해 인사를 한 뒤 안으로 들어섰다.
“응?”
그런데 앞쪽에 낯이 익은 사람이 보였다.
‘김다혜?’
커다란 스케치북을 품에 안은 채 멍하니 걷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다혜였다.
“어딜 가는 거지?”
평소라면 이지아가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녀 혼자였다.
괜히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터라 자신도 모르게 뒤를 따라갔다.
“이쪽은 연무장이 있는 방향일 텐데.”
동료들이 항상 모이던 곳과는 다른 연무장.
크기가 작아, 보통은 개인수련을 하는 이들이 애용하는 장소였다.
“혼자 수련을 하려는 건가?”
괜히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김다혜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항상 신경이 쓰였는데…….
이렇게 몰래 나와 혼자 수련하고 있었다니.
여러모로 성장을 한 것 같았다.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바짝 따라 붙었다.
“수련하러 가?”
그러곤 물었다.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었으니 깜짝 놀랄 만한데도, 김다혜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고개만 돌려 쳐다봤다.
“맞음요.”
마치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모습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특이하긴 했다.
“무슨 수련을 하려고 이렇게 혼자 가?”
“새로운 무기요.”
“무기?”
김다혜의 말에 서우진이 눈을 반짝였다.
자신의 조언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녀는 착실히 밀덕의 길을 걷고 있었다.
K-2부터 토마호크까지.
이젠 김다혜가 무엇을 내놓을지 생각만 해도 기대감으로 설레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을 해주는 대신, 따라오라며 앞장서 걸어갔다.
잠시 후, 연무장에 도착한 김다혜가 스케치북을 펼쳤다.
“좀 떨어져 있을까?”
서우진이 묻자, 김다혜가 손을 휘저었다.
멀찍이 떨어지라는 뜻이었다.
서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김다혜를 지켜봤다.
“음…….”
김다혜는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스케치북을 가만히 주시하다, 이내 펜을 들었다.
일필휘지(一筆揮之).
그녀는 마치 단번에 막힘없이 글씨를 써내려가듯,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고작 3분.
김다혜가 그림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스킬의 영향이 있긴 했겠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이 놀란 것은 그딴 속도 때문이 아니었다.
화아아아악-!
환한 빛과 함께 김다혜가 그린 그림이 연무장에 ‘소환’되었다.
“이, 이건?”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