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화아아아악-!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지금껏 김다혜가 ‘소환’했던 개인 화기보다는 컸지만, 토마호크 같은 미사일보단 훨씬 작았다.
빛이 사라지자, 그녀의 새로운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화외골격(Powered Exo-Skeleton)?”
검은색 금속으로 이루어진 외부 골격.
사람이 입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인지 안쪽은 텅 비어 있어 허전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멋진 외형.
일명 엑소 슈트라 불리는 장비였다.
서우진은 허- 하고 웃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것으로 다가갔다.
‘단단해 보이네.’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이었지만, 일단 겉으로는 꽤나 단단해 보였다.
“이걸 생각한 거야?”
차가운 슈트의 표면을 만지던 서우진이 물었다.
그러자 김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음요.”
그녀의 대답에 서우진은 뒤를 돌아봤다.
“혹시 이거…….”
김다혜가 갑자기 이런 장비를 고안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자 의외로 답은 쉽게 나왔다.
‘루덴 가르도’.
이전에 보여주었던 ‘루덴 가르도’에 감명을 받은 게 분명했다.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지닌 갑옷을 만들고 싶었지만, 불가능했기에 노선을 조금 튼 걸지도 모른다.
서우진이 자신의 생각을 묻자, 김다혜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음요.”
“역시…….”
서우진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에 대한 기쁨보단, 씁쓸함이 앞섰다.
‘대부분의 용사들한텐 필요 없을 텐데.’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면 무엇할까?
그들의 신체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이런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오히려 용사의 힘을 견뎌내지 못한 슈트가 방해가 될 가능성이 더 컸다.
“나도 알고 있음요.”
서우진의 표정을 본 김다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응?”
서우진이 묻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 이며 말을 이었다.
“도움 안 된다는 것요.”
김다혜는 바보가 아니다.
평소의 행동이 어딘지 모르게 둔하고 멍하기에 그런 오해를 많이 받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매우 똑똑한 편에 속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엑소 슈트가 용사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쯤은 진즉에 알고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왜 이런 걸 만들었어?”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엑소 슈트를 만들었는지.
서우진의 질문에 잠시 우물쭈물하다 대답했다.
“…도움을 주고 싶음요.”
“도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김다혜라면 지금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었다.
마경 헬데인의 토벌을 진행할 때도 그랬다.
그녀의 ‘소환’ 능력이 아니었다면 솔직히 꽤나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도움이 되고 싶다니?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김다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제가 말한 건 용사 아님요.”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용사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게 아니라면 대체 누구…….
“설마?”
뭔가가 번뜩- 떠올랐다.
서우진은 ‘아니겠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터무니없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다혜의 대답은 서우진의 예상대로였다.
“병사임요.”
헛웃음이 나온다.
분명 엑소 슈트를 병사들에게 입힌다면, 엄청난 전력의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지금의 김다혜는 병사 100명. 아니, 10명을 무장시키는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그만큼 ‘소환’에는 많은 마력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토마호크를 몇 발 더 ‘소환’해서 쏴대는 게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터.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다혜야, 지금 네 마력으로는 불가능한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음요.”
김다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한계는 서우진보다 그녀가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굳이…….”
“지금은 실험 중요.”
서우진이 말리려는데, 김다혜가 말을 끊었다.
이 녀석이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피력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저 멍하니 남들에게 끌려 다니기만 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 모습에 서우진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김다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직은 부족함요. 하지만 됨요.”
여전히 앞뒤를 잘라먹어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들었다.
지금은 불가능해도, 계속 성장하다 보면 언젠간 가능할 것이라는 뜻.
레벨을 올리고, 마력이 상승한다면.
그녀의 말처럼 될 수도 있었다.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지만, 저렇게까지 말을 하는 이상 서우진이 말릴 명분은 없었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병사들을 왜 도와주고 싶은 건데?”
보다 근본적인 질문.
왜 굳이 병사들에게 자신의 마력을 소모해 가며 저런 장비들을 맞춰주려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쉬웠다.
“전쟁나면 그 사람들 죽음요.”
살리기 위해서.
당연한 말이었다.
강림 전쟁이 벌어지면, 병사들의 목숨은 파리보다도 쉽게 꺼져 나갈 것이다.
김다혜는 그걸 가만히 두고만 보고 싶지 않은 듯했다.
서우진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
오직 자신이 살아남을 궁리만 해봤지, 병사들의 생사까지 신경을 쓰진 못했다.
‘이거 좀 부끄러운데.’
매시브 가디언이 떠오른다.
그날.
자신의 잘못된 판단 하나 때문에, 수많은 병사가 생명을 잃었던 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그랬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냥 다른 사람들한텐 관심이 없었던 거야.’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 어린 여자아이도 생각한 걸, 자신은 몰랐다.
“도와줄까?”
다른 건 몰라도, 김다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가능하다.
마르테스에게 받은 ‘소환석’도 많이 남아 있었고, 정 부족하면 자신이 직접 그녀를 데리고 다니며 버스를 태워주면 된다.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강자가 버스를 태워준다?
김다혜가 C급이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게 분명했다.
“감사요.”
김다혜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우진에게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엑소 슈트로 무장한 병사들이라…….’
사도와 같은 괴물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몬스터와 마수들과의 전투에서는 분명 큰 도움이 될 터.
그것이 100명을 넘어 수백 명에 달한다면?
검은색 강화외골격을 착용한 병사들의 모습을 상상하자, 괜히 가슴이 뛰었다.
‘판타지랑 SF를 넘나드는 장르구만.’
어서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건 그렇고. 보니까 보완할 것들이 조금 있는 것 같거든? 같이 상의 좀 해보자.”
서우진은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김다혜와 엑소 슈트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물론 대부분의 말은 서우진 혼자 했지만 말이다.
* * *
아이에르는 주신 베니안을 숭배하는 신성왕국이다.
성왕의 휘하로 세 명의 주교가 있고, 그 아래로는 삼십 명의 추기경이 존재한다.
국가의 운영은 대부분 추기경들의 손에서 이루어지지만, 가장 큰 권력은 주교들에게 있었다.
광명의 미테온.
신실의 유레아.
그리고…….
“필로얀.”
그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3인의 주교 중 한 명인 절제의 필로얀이 다급히 허리를 굽혔다.
“명하소서.”
극도의 공경.
아이에르를 쥐락펴락 하는 권력자가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그의 눈앞에 있는 사내가 바로 성왕 마르데타인이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라.”
엄숙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러자 필로얀은 뭔가에 홀린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 너에게 긴히 할 부탁이 있느니라.”
“부탁이라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그저 하라 명하시면 족하나이다.”
마치 죽으라면 당장에라도 혀를 빼물고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르데타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녀석이 가장 충직하군.’
다른 주교나 추기경들도 충성과 믿음을 바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필로얀은 압도적으로 우수했다.
만약 마르데타인이 제국의 황제를 죽이라 명령해도, 그는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고 떠날 정도였다.
“내 너를 제국의 사절로 보낼 생각이니라.”
마르데타인의 말에 필로얀이 고개를 더욱 조아렸다.
“준비하겠나이다.”
왜냐는 물음은 필요 없었다.
그저 시키면 행할 뿐.
하지만 마르데타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제국과의 우호를 위한 사절이나, 너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느니.”
“명하소서.”
마르데타인이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하늘탑 내부에 들어가라.”
“무엇을 하면 되겠나이까?”
“그곳에서 푸른색으로 빛나는 알을 찾거라. 그리하여 그것을 나에게 가져오면 되느니라.”
“명을 받드옵니다.”
필로얀은 다시 한번 극도의 공경을 표하고는, 성왕의 신성한 집무실을 빠져 나갔다.
“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마르데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그게 무엇이기에, 그놈이 달려와 나에게 부탁을 했을까?”
그는 사자와 그리 사이가 좋지 못했다.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을 하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도 기분이 나쁘고.
사자 역시 사사건건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마르데타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와서 부탁까지 했다.
“분명 평범한 건 아닐 테고.”
옥좌의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며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결국 한숨을 내쉰 마르데타인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루페라.”
그러자 스르륵- 하며 그의 등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순백의 사제복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그녀는 바로 30명의 추기경 중 한 명인 루페라였다.
“부르셨나요?”
루페라는 마치 유혹을 하듯,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마르데타인은 그녀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명령만 할 뿐이었다.
“너는 필로얀과 동행하며, 그 알의 정체를 알아와라. 그 누구도 네가 하는 일에 대해 눈치채지 못하도록 주의하고.”
“그거면 되나요?”
루페라의 미소가 짙어졌다.
신을 모시는 추기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짙은 살기가 묻어나는 미소였다.
“그 과정에서 방해되는 건 죽여도 좋다. 그게 누구든지.”
“어머, 감사해요. 그럼 명을 잘 이행하고 돌아올게요.”
마르데타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루페라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고는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미친년.”
어째 주변에 제정신인 이가 한 명도 없을까?
마르데타인은 한탄하며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나도 슬슬 계획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군.”
걸음을 옮기는 그의 눈동자는, 루페라에 못지않은 광기와 살기가 서려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