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얘기 들었어요?”
오늘은 또 무슨 소식을 들고 온 것일까?
이지아가 살짝 들뜬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손에 붙잡혀 멍하니 끌려오고 있는 김다혜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응, 들었어.”
서우진이 대답하자, 호다닥- 달려오던 이지아가 눈을 크게 떴다.
“드, 들었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라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뭔지는 몰라도 못 들었으니까 말해봐.”
이지아는 서우진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붉어져 콧김을 뿜어댔다.
하지만 입이 간지러운 게 더 급했는지, 빠르게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아이에르에서 사절단이 온대요. 무려 주교 중 한 명이 말이에요! 아카데미에도 방문한다니, 기대되지 않아요?
음, 솔직히 모르겠다.
성유라의 지원을 하고 있는 왕국이라는 사실을 빼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주교가 대체 뭔데?’
예전에 얼핏 들은 것도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았다.
주교든 뭐든, 서우진에게는 딱히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지아가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 보니, 꽤나 유명하고 중요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관심은 없었다.
“그래? 대단하네.”
서우진은 영혼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기계적인 리액션를 보여줬다.
“아니, 그 반응은 뭐예요? 주교라니까요? 아이에르에도 세 명밖에 없는 고위 귀족이 보러 온다는데, 안 놀라요?”
“응, 안 놀라. 그깟 귀족이 뭐라고.”
서우진은 제국의 황제와도 독대한 몸이었다.
신성왕국이 얼마나 대단한 국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의 주교가 황제보다 더 대단할 것 같진 않았다.
“어…….”
서우진의 반응에 이지아가 당황했다.
그녀가 바란 것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우진이 시큰둥한 반응이자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조금 웃겼다.
“그래서 주교가 뭔데?”
어차피 당장은 할 일도 없는데, 조금 맞장구를 쳐줘야겠다며 질문을 했다.
“아! 아이에르는 제국이나 다른 왕국하고는 조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중에서는 성왕이라고 불…….”
주교에 대해 물었는데, 아이에르의 사회전반적인 브리핑을 시작한다.
‘얘는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다 알아오는 걸까?’
이지아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그녀의 신기한 능력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주교가 오늘 아카데미에 방문한다는 사실! 대단하죠?”
“오, 그래? 대단하네.”
이 어린 녀석이 또 실망할까 봐, 서우진은 최대한 놀란 표정으로 리액션을 해줬다.
그러자 이지아가 헤헤- 하며 웃는다.
“그런데 여긴 왜 온대?”
“글쎄요? 그거까진 모르겠는데. 성유라를 만나러 온 거 아닐까요?”
그럴 확률이 높았다.
아니,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성유라라…….”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녀석도 어떻게 처리를 좀 해야 할 텐데.’
서우진과 ‘검은 존재’의 연관성을 의심하다 못해, 동일인물이라 확신하고 있는 용사.
가만히 두면 언젠간 분명 화가 될 게 뻔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다짜고짜 찾아가서 죽일 순 없고.’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지금은 불가능했다.
아카데미에는 수많은 눈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크루시엘.’
언제부턴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이들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후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나 황제가 ‘루덴 가르도’를 하사한 이후, 감시의 시선은 더욱 심해졌다.
이런 상황에 성유라를 아카데미 안에서 죽인다?
강림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에, 제국과 서우진의 전쟁이 먼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럼 아마 죽겠지.’
지금의 서우진으로선, 홀로 제국을 감당할 수 없다.
검공, 마공, 대공, 암공, 권공.
그들 중 두 명만 나서도 지금의 서우진은 버틸 수가 없었으니까.
‘마왕화’를 한다면?
그땐 정말로 전 대륙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방법을 좀 생각해 보자.’
이지아가 말한 주교의 방문.
어수선할 그때를 노린다면,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저씨도 주교가 보고 싶은 거죠? 그죠?”
응, 아니야.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서우진은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저렇게 기대감 가득한 얼굴을 보면, 도저히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쯤 온대?”
서우진이 묻자, 이지아는 잠시 기억을 더듬거리다 입을 열었다.
“오늘 수도에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내일쯤 오지 않을까요?”
“그래? 음, 알았어. 고마워.”
서우진이 이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옆에서 멍하니 서 있는 김다혜를 쳐다봤다.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그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혜야.”
서우진이 불렀다.
그러자 천천히 고개가 내려오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전에 도와준다고 한 거 있잖아?”
“있음요.”
“그거 오늘부터 시작하자.”
서우진이 말하자, 옆에서 이지아가 끼어들었다.
“뭘 도와줘요? 왜 나한텐 말 안 해줬어요? 그게 뭔데요?”
질문의 폭포가 쏟아진다.
“다혜가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서. 레벨 올리는 걸 좀 도와주려고.”
이지아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가 김다혜를 쳐다본다.
“뭔데? 뭔데? 뭘 준비하는데?”
“너한텐 비밀이야. 나중에 얘기해 줄게.”
서우진이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아니, 왜 나만? 저 입 엄청 무겁거든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나한테만 얘기해 줘요!”
이지아에게 말하느니, 차라리 공개방송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이만 가자, 다혜야.”
“잠깐! 잠깐만요! 말은 해주고 가야지!”
서우진과 김다혜는 부르짖는 이지아를 무시한 채, 실내 연무장 쪽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 * *
“……그분들이 온다고?”
성유라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물었다.
“그래. 아마 내일쯤에는 아카데미에 도착할 것 같더라고.”
김태진이 조용히 대답을 해주었다.
“알았어.”
성유라의 분위기는 이전과 꽤 달랐다.
아름다운 외모는 여전했지만, 왠지 모르게 퀭한 눈빛이 그녀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다 저렇게 된 거지?’
성유라를 쳐다보던 김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항상 자신감에 가득차 있는 당당한 친구였다.
백시우의 앞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정도로 자존감이 높았고, 그에 걸맞게 누구보다 능력이 뛰어났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폐인이 따로 없네.’
불안감으로 가득차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나, 광대까지 내려와 있는 다크 서클 등.
자신이 성유라를 몰랐다면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조짐이 보였던 건, 백시우가 사라졌을 때부터인 것 같았다.
갑자기 서우진을 공격하더니, 흡혈귀에게 납치되어 사라진 그날.
그때부터 성유라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변한 것은 며칠 전.
혼자 어딜 다녀오더니, 갑작스럽게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라야.”
김태진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뚝- 뚝- 하며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만 들려올 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말을 해줘야 도와줄 거 아니야.”
성유라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줄 사람은 많았다.
자신과 박진한, 그리고 임태은.
그 외에도 친분을 유지하는 용사나 귀족은 차고 넘친다.
그들의 힘이라면 성유라가 처한 상황을 처리해 주고도 남으리라.
김태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성유라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너희는 해결 못해.”
단호한 음성.
그토록 기다리던 대답이었지만, 내용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 때문이야?”
김태진은 서우진을 떠올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성유라가 그에게 꽤나 적대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건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성유라가 움찔- 한다.
“맞구나? 서우진 때문인 거.”
“그냥 나가.”
짜증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 축객령을 내린다.
하지만 김태진은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다시 한번 물었다.
“말을 좀 해봐. 서우진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김태진의 눈매가 좁아졌다.
그 자존심 센 친구가 자신에게 한 마디도 못할 정도라니.
성유라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면, 결코 단순한 일은 아닐 터였다.
기다란 침묵이 흘렀다.
성유라는 계속해서 대답하지 않았지만, 김태진은 그런 그녀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결국 성유라가 입을 뗐다.
“…일 거야.”
“뭐?”
음성이 너무도 작아 제대로 듣질 못했다.
그러자 성유라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며 소리를 질렀다.
“그 새끼 죽여 버릴 거라고!”
김태진은 그제야 볼 수 있었다.
성유라의 눈동자에 담겨 있는 지독한 광기를 말이다.
“너…….”
김태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의 너무도 변해 버린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 사람을 죽일 거라고? 이유는? 아니, 그전에 가능하기는 해?”
두 사람은 서우진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
이미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지나한에서 본 서우진은 자신들과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자신과 성유라, 그리고 박진한과 임태은이 합세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김태진은 회의적이었다.
그만큼 서우진이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내일 아이에르의 주교가 온다고 했지?”
성유라의 광기가 짙어진다.
“어떻게든 죽일 거야. 주교든 성왕이든. 그 누구를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살기가 가득한 음성이었다.
“도와줄게, 서우진을 죽일 수 있도록. 대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그럼 나랑 다른 녀석들은 모두 널 도울 거야.”
김태진은 그런 성유라가 조금 두려웠지만, 그래도 그녀를 돕기로 했다.
친구니까.
“네 도움 따윈 필요 없어.”
하지만 성유라는 그런 김태진의 호의를 무시했다.
아니, 짓밟았다.
“…그래. 알아서 해라.”
김태진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와줄 필요는 없었다.
지금의 성유라는, 이전의 성유라가 아니다.
‘더는 신경쓰지 말자.’
증오와 광기에 사로잡힌 그녀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김태진은 이제 관심을 끊기로 했다.
‘어떻게 되든 이제 신경쓰지 말자.’
도움을 바라지도 않는데, 괜히 끼어들어 심상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시우야.”
밖으로 나가던 김태진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있었으면 유라가 저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너 대체 어디 있는 거냐?”
김태진은 상황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백시우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