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
#18화.
어둡다.
서우진은 눈을 끔뻑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 보았던 푸른 하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끝없이 깊고 어두운 심연만이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여긴……?”
아일린도, 병사도, 얼음 벌레도.
모습은 물론이고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레벨 업을 한 건가?”
지금 이 광경은 처음 스노울을 잡고 레벨 업을 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왜? 어떻게?
분명 자신은 죽기 일보 직전 아니었던가?
스스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런데 갑자기 레벨 업이라니?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눈앞에는 예의 그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상태창.”
서우진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그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레, 레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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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서우진
■직업 적성 : 마왕 [측정 불가]
■레벨 : 5
■스킬 : 흑염, ??? [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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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레벨이나 올랐다.
얼음 벌레에게 칼질 몇 번 한 것으로 말이다.
스노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경험치 획득이었다.
잠시 상태창을 보며 헛웃음을 짓던 서우진은 이내 다른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흑염?”
새롭게 생긴 스킬.
5레벨부터 스킬을 얻을 수 있다더니, 이게 그것인가 보다.
“물음표는 여전히 확인이 안 되고.”
처음 소환이 되었을 때부터 갖고 있던 스킬.
‘패시브’ 스킬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에 궁금했건만…….
“일단 이건 제쳐 두고.”
답이 없는 것을 고민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일찍 깨우친 서우진은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이것도 심플하네.”
간단하기 그지없는 상태창과 마찬가지로, 스킬 설명 역시 허전할 정도로 몇 글자 되지 않았다.
“너무 추운 곳에만 있어서 그런가? 불을 스킬로 줬네.”
물론 평범한 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쨌든 불은 불이니까.
“마력 량에 비례한다는 건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애초에 자신에게 마력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서우진은 한번 스킬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흑염.”
손을 내민 채 스킬 명을 읊조리자…….
화아아악-!
손이 검은 불길에 휩싸였다.
“우, 우왁!”
서우진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스킬 설명에 있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불태운다고.
그런 게 손에서 타오르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하지만 검은 화염은 뜨겁기는커녕,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지금 서 있는 이 심연의 공간처럼 말이다.
서우진은 신기한 눈빛으로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생각해 보면 스킬이 시전자에게 해를 끼칠 리가 없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걸 태운다는 뜻이겠지?”
그게 맞을 것이다.
“그럼 실험을… 어?”
뭔가를 태워볼까 싶었던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흑염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해제한 건 아닌데?”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이 모자란가 보구나.”
스킬이 발동되었다는 건 자신에게 마력이 있다는 뜻이었고, 이렇게 빨리 사라졌다는 건 그 양이 적다는 의미였다.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다.
“그럼 이제 뭐 하지?”
서우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은 온통 검은색 천지였다.
“그땐 지금쯤 현실로 돌아갔는데 말이지.”
어머니의 품이 생각날 정도로 포근한 공간.
하지만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알 수도 없었다.
“좋긴 한데,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순 없어.”
솔직히 현실로 돌아가는 것보다 여기서 쭈욱-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안 된다.
이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병사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들을 뒤로한 채 이곳에서 지내는 것은 또 하나의 죄였다.
“……갚아야지.”
자신을 살리기 위해 길을 뚫던 병사와 필사적으로 도주를 하던 아일린.
그들을 생각하면 어서 돌아가야 했다.
“책임 회피는 하지 말자.”
반 슬레인은 자신에게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한다고 해도, 말 몇 마디로 끝내겠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용서해도,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아일린도 걱정되고.”
그녀는 자신과 달리 큰 형벌을 받을 게 분명하다.
아일린은 기사였고, 지휘관이었으며, 서우진의 책임자였으니까.
병사들의 희생과 경거망동을 이유로 결코 가볍지 않은 처벌이 내려질 터였다.
아일린에게 그리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 때문에 그런 꼴이 되는 걸 보고 싶진 않았다.
거기다 몇 번이고 목숨을 살려준 은인 아니던가?
“빨리 돌아가야 할 텐데…….”
이전과는 달리 이곳에 체류하는 시간이 제법 길었다.
서우진은 가만히 서서 기다리다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려보내 주지도 않기에, 가만히 서 있기보단 조금이라도 이곳을 파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음, 끝이 없네.”
얼마나 걸었을까?
서우진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 쪽으로 걸어도 보이는 것은 칠흑과 같은 어둠뿐이었다.
“저기요, 이제 그만 내보내 주세요.”
서우진이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다.
딱히 기대를 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좀 답답해서 한 푸념이었을 뿐.
그런데 놀랍게도 음성이 들려왔다.
[아직, ■■을, 갖■■, ■ 한, ■■. 아■■. 다■ ■■를, 기■, 하지.]마치 노이즈가 잔뜩 낀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 같은 음성이었다.
“뭐, 뭐야?”
서우진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검은 공간에 자신 말고 다른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쫙 끼쳤다.
하지만 음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도 하기 전, 서우진의 몸이 흐릿해졌다.
‘돌아간다!’
이 공간은 대체 무엇인지, 음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레벨 업을 할수록 계속해서 의문은 늘어갔지만, 일단 지금은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어차피 레벨 업을 하면 또 올 것 같으니…….’
천천히, 하나씩 밝혀 나가면 될 터.
서우진의 육체는 이내 심연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기대하지.]정체불명의 음성만을 남겨둔 채.
* * *
“서우진 씨!”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자신을 반기는 아일린의 목소리였다.
이번에도 밝은 빛이 발현됐었는지, 눈이 좀 부셨다. 몇 번 깜빡이자 시야가 돌아왔다.
“……반 슬레인?”
현실로 돌아와서 처음 볼 사람은 아일린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품에 안긴 채 레벨 업을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은발의 잘생긴 청년의 얼굴이 가장 먼저 보였다.
동시에 서우진은 자신이 어떻게 레벨 업을 하게 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양반이 구해줬구나.’
자신이 검을 찔러 넣던 놈보다 훨씬 거대했던 얼음 벌레를 일검에 양단한 사람이다.
이번에도 위험한 순간에 그런 공격을 한 것일 테지.
서우진은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 반 슬레인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받을 사람은 많다.
죽은 병사.
다친 병사.
그들의 가족과 지인.
그리고 아일린.
하지만 서우진은 가장 먼저 반 슬레인에게 사과했다.
그의 표정에 슬픔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나 때문에.’
너무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말이다.
“…받아들이겠네.”
항상 인정 넘치던 지금까지의 음성과는 달랐다.
한없이 무겁고 슬픈 음성.
반 슬레인도 병사들의 희생에 슬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서우진에게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으신가요?”
그때, 아일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아마 아일린이 아니었으면 레벨 업은 고사하고 진즉 나가 죽었을 것이다.
소기의 목표였던 레벨 업을 달성했지만, 서우진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다행히 그 빛 덕분에 많은 부상자가 회복됐어요.”
아일린은 서우진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말이다.
“몇 명이나 전사했습니까?”
얼음 벌레의 공격에 나선 병사의 수는 대략 9백 명.
부상자와 그들을 보살필 인원을 제외한 모든 병사가 토벌에 나섰다.
그리고 그중 전사한 이들은…
“229명일세.”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자신 때문에 두 명이 죽었다고 해도 평생을 자책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229명?
다리에 힘이 빠져 몸이 휘청거렸다.
옆에서 아일린이 팔을 붙잡아 넘어지진 않았지만, 차라리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신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지. 그래도 유해는 수습하고 있다네.”
반 슬레인은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듣기에 너무도 괴로운 말이었지만, 절대 피해서는 안 될 내용.
“저도 돕겠습니다.”
서우진이 말했다.
“그렇게 하세.”
어렵사리 꺼낸 그 말에, 반 슬레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의 눈빛에는 원망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었다.
서우진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으며 병사들의 유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형체가 뭉개진 병사의 시신에서는 검 한 자루를.
허리 아래가 사라진 병사의 시신에서는 투구를.
온몸이 터져 흔적밖에 남지 않은 병사의 시신에서는 어금니 한 개를.
229명의 전사자의 유해를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모았다.
속으로는 끝없이 그들에게 용서를 빌며 묵묵히.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노라고.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죄를 갚기 위해 살겠다고.
그리고 더는 도망치지 않고 그들의 몫까지 해내겠다고.
‘미안합니다.’
그날.
서우진은 변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