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1)
190화.
“무슨 말이 오갔다던가?”
드류나크가 크루시엘의 요원을 보며 물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습니다. 그저 강림 전쟁에 대비해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통상적인 이야기가 전부였습니다.”
“흐음…….”
요원의 보고에 드류나크가 턱을 쓰다듬었다.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크루시엘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의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하는 건 무리인 듯싶었다.
“주교의 일정이 어떻게 되지?”
“금일은 환영 연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일은?”
“‘성녀’를 만나기 위해 아카데미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요원의 말을 들은 드류나크의 눈매가 좁아졌다.
“아카데미?”
다시 한번 용사의 포섭에 대한 의심이 들었지만, 드류나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까도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 일의 사이즈를 생각하면 주교는 너무 과했다.
“아그나에게 최대한 빨리 알아내라 일러라. 느낌이 좋지 않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요원은 고개를 숙이곤 그대로 사라졌다.
“주교에 추기경이라…….”
일개 사절이라 보기엔 너무도 지나쳤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필로얀과 루페라를 제국으로 보낸 성왕의 저의가 궁금해졌다.
툭툭-
의자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드류나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되겠군.”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려니 괜히 불안감만 더 커진다.
“르네.”
“부르셨습니까?”
드류나크의 부름에 문이 열리며, 시녀 한 명이 공손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아카데미로 가겠다. 채비를 하도록.”
“그리 전하겠습니다.”
르네라 불린 시녀가 고개를 숙이곤 다시 밖으로 나갔다.
“크루시엘에만 맡겨둘 순 없을 듯하군.”
드류나크는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누가 좋을까…….”
안면이 있는 용사들을 하나씩 떠올려 봤다.
그러다 문득, 서우진의 이름이 기억났다.
“흐으음.”
‘검은 존재’와의 연관성이 의심되어 크루시엘과 황실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적색 등급의 위험 인자.
그 결과, 황제에게 ‘루덴 가르도’라는 저주받은 마갑을 하사받은 용사.
“작은 인연이 있었지.”
스치듯 본 인연이었지만, 드류나크는 서우진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많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을 터였다.
“서우진.”
다시 한번 이름을 되뇌며 방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밖에는 이미 르네가 그 짧은 시간에, 이동할 준비를 모두 끝내둔 상태였다.
“모시겠습니다.”
그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드류나크가 아카데미로 향했다.
꽤나 커다란 행차였다.
* * *
쿠웅-!
거대한 몬스터의 사체가 쓰러졌다.
서우진이 봉쇄와 김다혜의 화력이 만나자, 더할 나위 없이 쉬운 사냥이 이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총 열 번의 소환이 끝났다.
마지막 놈을 잡으며 레벨 업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쉽진 않았다.
“4레벨이나 올랐으니까.”
서우진의 예상보다 1레벨이 더 올랐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김다혜는 멀뚱히 서서 서우진을 바라보다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정말 감사요.”
아까 전에도 저렇게 인사하긴 했지만, 이번엔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코를 긁적였다.
“그렇게 할 필요 없다니까.”
김다혜가 성장하면 서우진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만약의 일이 벌어진다면,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수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병사들을 위하는 마음을 생각하면 더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렇게 고마우면 앞으로도 열심히 해. 나도 최선을 다해서 도울 테니까.”
“알았음요.”
김다혜는 순순히 서우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휴식도 중요하니까, 들어가서 씻고 좀 쉬어.”
서우진은 ‘지고화’를 일으켜 실내 연무장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 모습에 김다혜가 눈을 반짝였다.
여전히 남들이 알아차리기엔 너무도 미약한 변화였지만, ‘지고화’에 관심을 보이는 게 분명했다.
그것을 눈치챈 서우진이 속으로 웃었다.
‘또 뭘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네.’
화염방사기 같은 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서우진은 김다혜가 내일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연무장을 빠져나왔다.
“응?”
서우진이 멈칫- 했다.
여느 때와 같이 관리인이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밖의 광경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지?’
최소한 서른 명은 되어 보이는 인파가, 실내 연무장 밖에 서 있었다.
대부분은 기사였다.
그것도 전원 상급에 달하는.
이 정도면 백은기사단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만한 전력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두려울 리는 없었지만, 궁금하긴 했다.
그때였다.
“서우진님.”
시녀 복장을 하고 있는 여인 한 명이 나오며 서우진을 불렀다.
“…누구세요?”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시녀가 공손히 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모시는 분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발 두괄식으로 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 모시는 분의 정체부터 밝히고 나서 말을 하면, 대화가 훨씬 수월해질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요?”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물었다.
“날세.”
대답은 그녀가 아닌, 뒤쪽에서 들려왔다.
처억-!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길이 만들어졌다.
‘재상?’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네.”
드류나크는 말과는 달리,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사과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하지만 서우진은 신경쓰지 않았다.
황제가 ‘루덴 가르도’를 하사한 날.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던 드류나크가 황제에게 재고해 달라며 간곡히 주청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서우진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는 인물 같았다.
‘이전에 여관에서 도와주기도 했고.’
여러모로 드류나크는 서우진에게 호감인 인물이었다.
아직 많이 겪어보진 않아서 정확하게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드류나크는 제국의 재상.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자리에 앉아 있는 양반이었다.
그런 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우진을 찾아왔을 리가 없었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네만…….”
그의 시선이 서우진의 뒤에 있는 김다혜를 향했다.
자리를 비켜달라는 뜻이었다.
“먼저 들어갈래? 나는 얘기를 좀 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알겠음요.”
김다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대충 대답을 하고는 그대로 도도도- 멀어졌다.
드류나크든, 기사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허허- 웃었다.
남의 시선이나 사정 따윈 신경쓰지 않고, 오직 자신의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럼 자리를 옮길까요?”
이 근처에는 듣는 귀가 많았다.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당치 않은 장소였다.
“총장실로 가지.”
“…거기로요?”
서우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요른을 만나는 것이 조금 껄끄러웠던 것이다.
그는 서우진에게 항상 예의를 잊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의심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이 가장 낫다네.”
하지만 드류나크가 저리 말하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럼 거기로 가시죠.”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드류나크가 몸을 돌렸다.
“가세.”
엄정한 군기를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앞장을 섰고, 예의 시녀가 그의 곁을 지키며 에스코트했다.
‘무슨 일일까?’
그들의 뒤를 따르며 고민을 해보았다.
‘설마 ‘루덴 가르도’에 대한 얘기를 해주려는 걸까?’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하사받은 지 시간이 좀 흘렀다.
만약 경고를 해줄 생각이었다면 브리아니와 함께 헬데인으로 떠나기 전에 해줬을 것이다.
서우진은 드류나크가 ‘루덴 가르도’에 대한 말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판단했다.
‘결국 직접 들어봐야 알겠네.’
서우진은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오늘 김다혜가 보여주었던 것들을 되씹었다.
‘역시 범용성은 최고야.’
단순히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전에 헬데인 토벌에서처럼 집을 ‘소환’할 수도 있었고, 조금만 더 연구한다면 자동차와 같은 것들도 가능할 터였다.
거기에 더해 마력이 더 높아지면, 그녀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다.
‘정말로 C급인 게 너무 아쉽다.’
A급. 아니, B급만 되었어도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반 슬레인에게 한번 물어볼까?’
서우진은 그가 예전에 해주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D급임에도 마왕을 참살할 정도로 성장을 했던 용사.
그리고 그 방법을 한 번 찾아보겠다고도 했고.
만약 그 방법을 김다혜에게 적용을 시켜준다면 어떨까?
‘핵이라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피식- 웃었다.
판타지 세계에 핵이라니.
그런 거 몇 발만 떨어뜨리면, 강림 전쟁도 순식간에 끝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 대가는 처참하겠지만 말이다.
‘아니, 아니지. 마왕은 핵도 견뎌낼 수 있을지 몰라.’
‘마왕화’를 했을 때의 전능감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 듯했다.
서우진은 ‘과연 자신이 핵을 맞아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열심히 하는가?”
드류나크가 이쪽을 빤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잡생각에 빠진 사이, 어느새 요른의 총장실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냥 좀 무슨 일일까 싶어서요.”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둘러대자, 드류나크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서우진은 믿지 않았다.
“그럼 들어오게.”
드류나크는 마치 제 집에 돌아온 듯,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각하께선 여긴 어쩐 일로?”
안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요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미리 얘기가 된 건 아니었구나.’
서우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드류나크의 뒤를 따라 안으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요른은 그제야 서우진을 발견한 듯, 눈을 크게 떴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 찾아왔네. 혹시 자리를 좀 빌릴 수 있겠나?”
“무, 물론입니다.”
아무리 요른이라 하더라도, 재상인 드류나크 앞에서는 긴장하는 모양이었다.
“고맙네.”
“별말씀을. 이야기가 끝나면 불러 주십시오.”
요른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제 총장실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
“차 한잔 할 텐가?”
익숙한 듯, 요른의 찻잎을 털어 우려내며 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서우진이 거절하자 알았다는 듯, 자신의 찻잔만 들고 소파에 앉았다.
“자네도 앉게.”
그의 말에 따라 앉자, 드류나크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 ‘성녀’와는 어떤 관계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 훅- 하고 들어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