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3)
192화.
“디바인 스피어!”
빛나는 창 수십 자루가 허공에 만들어진다.
본래대로라면 성스러운 기운을 듬뿍 담고 있어야 했겠지만, 음울하고 부정한 기운만이 가득했다.
“‘성녀’가……!”
“피해앳! 우린 못 막는다!”
그것을 본 기사들이 기겁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성유라에 비하면 느려도 너무 느렸다.
콰과과과과광-!
“으아아악!”
“커흑!”
폭발과 함께 기사들의 찢겨진 육신이 허공에 비산했다.
비명과 함께 흩뿌려진 그들의 핏물이 아카데미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뭐야? 또 무슨 일이야?”
소란을 듣고 뒤늦게 달려나온 용사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참극을 확인하곤 눈을 부릅떴다.
그동안 많은 죽음을 봤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것은 몬스터나 마수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수십 명씩 죽어가는 장면이 아니라.
“…성유라?”
누군가 학살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을 확인하곤 중얼거렸다.
“미친! 쟤가 왜?”
SS급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웬만한 A급 용사들조차 섣불리 나서지 못했고, 그 이하는 몸이 굳어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성유라의 시선이 용사들을 향했다.
총기로 반짝이던 눈동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광기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흠칫-!
그것을 본 용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살기가 너무도 위협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동환 씨.”
그때, 계수지가 앞으로 나서며 구동환을 불렀다.
“킁, 일단 우리가 막아야겠습니다.”
거대한 덩치가 용사들을 헤치며 나와 계수지 옆에 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지아, 진태성, 유홍설, 강병규, 박민성.
반 슬레인에게 교육을 받고 있을 김우람을 제외하면, 서우진의 동료들이 모두 전면에 섰다.
“병규 씨는 따로 해주실 일이 있어요.”
계수지가 굳은 표정의 강병규를 향해 말했다.
“…우진이를 데리고 오라는 거죠?”
“누굴 찾는 건 병규 씨 특기잖아요.”
B급 ‘모험가’인 강병규는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막을 동안, 차라리 서우진을 찾아서 여기로 데리고 오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알겠습니다.”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나려는데, 이지아가 막았다.
“제가 갈게요.”
“응? 아니, 내가 더 빠르…….”
“제가 더 빨라요. 아저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거든요.”
서우진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피지컬이 좋은 이지아가 강병규보다 훨씬 더 빠르다.
“그래. 그럼 부탁해.”
강병규가 이지아에게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곧장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서우진과 김다혜가 수련을 하고 있는 실내 연무장이 있는 쪽이었다.
“너희구나?”
성유라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서우진은 어디 있어?”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표정과 음성.
확실히 성유라는 현재 정상이 아니었다.
“우진 씨는 왜 찾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한 건 계수지였다.
그 짧은 사이, 이미 전투태세를 완벽하게 끝낸 상태였다.
“너는… 누구더라?”
계수지를 본 성유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그 인간 옆에서 알짱거리던 A급 나부랭이 년이구나.”
성유라가 히죽- 웃는다.
양옆으로 길게 벌어진 입술이 너무도 기괴해 보였다.
“너희한테는 관심 없거든? 그러니까 그냥 죽어.”
화아아악-!
그녀의 신형이 쇄도했다.
“막아!”
성유라의 움직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아무리 SS급이라고는 하지만, ‘성녀’는 직접 전투 직업이 아니다.
실제로 대련훈련에서도 그녀는 크게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었다.
A급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계수지는 성유라와 일대일로 싸워 결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콰득-!
성유라의 무릎이 계수지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크흑!”
눈앞이 새까매질 정도의 충격이 몰려왔다.
‘말도 안……!’
생각은 거기서 끊어졌다.
콰과과과광-!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계수지가, 마치 쏘아진 포탄처럼 뒤로 날아가며 건물 한 채를 그대로 박살냈다.
“수지 씨!”
깜짝 놀란 구동환이 즉시 ‘마법소녀’로 변신했다.
“하아압!”
스킬을 쓸 여유도 없이, 성유라를 향해 거대한 요술봉을 휘둘렀다.
콰과과과-!
단순한 완력만으로 휘둘러진 것이었음에도, 그 안에 담긴 마력은 어마어마했다.
턱-
하지만 성유라는 그런 오함마를 맨손으로 붙잡았다.
“뭣?”
구동환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리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약간의 충격 정도는 입힐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쉽게……?’
막힐 줄은 몰랐다.
꽈아아앙-!
성유라의 팔꿈치가 구동환의 턱에 꽂혔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진 이가 튀어나왔다.
“X발, 막아!”
그야말로 찰나.
다른 이들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제야 상황파악을 한 강병규가 소리를 쳤고, 용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큰 전력 두 명이 순식간에 무력화된 상태.
남은 이들만으로 성유라를 막아내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 * *
“흐음.”
필로얀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성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절을 호위하기 위해 따라온 신성기사단의 기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의중을 물었다.
필로얀은 고개를 저었다.
‘성녀’의 힘이 예상보다 강하긴 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페라.”
필로얀이 추기경을 불렀다.
“말씀하세요.”
“성왕 전하께서 어떠한 의중이신지 궁금하지 않다. 분명 부족한 나로선 짐작치 못할 이유가 있으시겠지.”
루페라는 그런 필로얀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허나, 한 가지만 대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일이 정말로 성왕 전하께 도움이 되는 일이더냐?”
기사들을 살육하고, 용사들과 싸우고 있는 ‘성녀’.
아무리 봐도 이 상황이 정상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루페라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분께서 직접 저에게 내리신 명이니, 의심은 거두어주시지요.”
“의심이라…….”
필로얀이 고개를 저었다.
성왕 마르노타인의 뜻에 의심을 품을 리가 없다.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대가가 무엇인지.
“그분께서 왜 나에겐 비밀로 하셨는가?”
“주교께옵선 사절의 책무에 온전히 집중하라는 뜻인 줄로 압니다.”
“그러한가…….”
필로얀은 살짝 굳은 얼굴로 시선을 돌려 하늘을 쳐다봤다.
“이 역시 신의 뜻을 이어받은 성왕 전하의 뜻일 터.”
다시 한번 ‘성녀’를 일견한 필로얀이 몸을 돌렸다.
“이만 돌아간다.”
그러자 신성기사단이 주위를 둘러쌌다.
“주교 각하를 모셔라.”
그렇게 아카데미를 떠나기 위해 걸음을 옮길 때였다.
우우우웅-!
대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대기뿐만이 아니었다.
땅이, 건물이, 그리고 세상이…….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주변의 모든 것이 공포에 질렸다.
* * *
‘서두르자.’
이지아와 김다혜를 두고 서우진은 먼저 움직였다.
실내 연무장을 빠져나오자 짙은 살의와 광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안쪽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 덕분에 지금껏 눈치를 채지 못했다.
‘쯧.’
성유라가 미쳤다더니, 사실인 듯했다.
‘마기는 아닌 것 같은데.’
분위기 자체는 비슷했다.
하지만 마기는 아니다.
‘그것보단 혼탁해진 신성력에 가까워.’
정확히는 뭔지 모르겠다.
신성력의 작은 파편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선, 확실히 마기는 아니었다.
그 둘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지.”
지금은 미쳐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성유라를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녀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건지.
이 기운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딴 건 나중에 물어봐도 된다.
‘어쨌든 나한텐 좋은 기회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유라가 미쳐 버린 이상…….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거니까.’
그렇게 생각한 서우진은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
서우진은 눈 깜빡 할 사이, 성유라가 살육을 벌이고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돌았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시체들이었다.
성유라의 스킬에 당한 것인지, 기사들은 전신이 갈가리 찢겨 죽어 있었다.
온전한 모습인 이가 적어 정확한 숫자는 셀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수십 명에 달하는 듯했다.
콰아아앙-!
폭발음이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젠장!’
성유라의 손날이, 강병규의 목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부릅뜬 눈.
떨리는 눈동자.
그리고 그런 강병규를 돕기 위해 달려드는 다른 용사들.
‘이미 늦었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듯했지만, 그들의 움직임으론 성유라를 절대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니다.
탓-!
서우진이 땅을 박차자, 주변의 사물들이 마치 빛줄기처럼 길게 늘어지는 듯한 착시가 느껴졌다.
너무도 급박하게 움직인 탓에, 컨트롤하지 못한 혼돈기가 세상을 향해 뿜어져 나오며 사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산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들 중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미친년이 지금 뭐하는 짓이야!”
마치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성유라의 앞에 나타난 서우진이, 그대로 그녀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콰아앙-!
단순한 발차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악!”
동시에 성유라가 날아갔다.
콰과과과과과과-!
그녀가 스쳐 지나간 건물들이 모조리 박살나며 붕괴했다.
“…우진아.”
죽다 살아난 강병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우진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서우진은 급히 뒤돌아보며 그의 상태를 살폈다.
‘좋지 않은데.’
강병규는 멀쩡한 곳이 없었다.
양팔은 부러졌고, 복부의 살점이 한 움큼 뜯겨져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다, 다른 사람들이…….”
“알았으니까, 잠깐 쉬고 있어.”
서우진은 ‘신룡안’을 발동해 주변의 정보를 모조리 취합했다.
‘다행히 다 살아 있어.’
셀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한 기사들과는 달리, 서우진의 동료들은 모두 살아 있었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나 구동환과 계수지는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해질 수도 있는 커다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여긴 이제 제가 맡을 테니까, 부상을 입은 사람들 좀 부탁합니다.”
서우진이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 검을 들고 있는 기사들에게 말했다.
그러곤 대답도 듣지 않고, 성유라가 날아간 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야, 이 미친년아. 아직 살아 있는 거 아니까 얼른 기어나와.”
들썩-
그녀가 파묻혀 있던 잔해들이 움직이더니 이내, 흙먼지가 잔뜩 묻은 성유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이를 드러냈다.
“너……!”
성유라의 눈동자는 광기로 인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서우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넌 오늘 죽어.”
성유라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살기가 서렸다.
오